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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번 사는 절대기억능력자-65화 (65/301)

두번 사는 절대기억능력자 065화

65화

"그, 그만해!"

두 분의 선생님들과 해리 화이트가 소리쳤다.

해리는 이 사태가 모두 자기 때문인 것 같아서 아이들에게 큰 책임감을 느끼고 있었다.

게다가 자신은 학생회장이 아닌가?

"그만해요! 제발!"

아멜리아가 소리쳤다.

그녀의 기세에 아랍인이 짐짓 동작을 멈추었다.

"흥, 애인이라도 되나? 몰랐군. 미국의 여신이 이런 녀석을 좋아할 줄이야."

"그런 거 아니야! 아무튼 카메라는 가져갔잖아요. 이제 그만해요."

아멜리아가 쓰러진 승호의 상체를 일으켜 세웠다.

"앞으로 조심해야 할 거다. 애송이!"

아랍인이 두 손가락으로 자신의 두 눈을 가리켰다.

앞으로 지켜보겠다는 뜻이다.

아랍인이 카메라를 압수해서 들고 자신의 무리 중 한 사람에게 가져갔다.

카메라를 살펴보던 남자가 웃음을 터트렸다.

"뭐야, 이건? 디지털 카메라잖아?"

아직은 광학용 카메라가 더 대중적인 시대다.

곧 시대의 흐름은 디지털 카메라로 움직이게 된다.

하지만 그때까지만 해도 여전히 대세는 광학식 필름 카메라였다.

남자는 이런 기계가 익숙한 듯이 보였다.

LCD 화면으로 승호가 찍은 사진들을 일일이 확인하더니 코웃음을 치고는 모두 지웠다.

"이걸 누가 가지고 있었다고?"

카메라를 가져다 준 남자가 손으로 최승호를 가리켰다.

"호오, 꽤나 용감한 아이로군. 게다가 동양인이잖아?"

남자의 호기심을 자극한 모양이다.

사내가 승호를 불렀다.

홀 안에 모여 있는 모든 사람의 시선이 최승호를 향했다.

그리고 이번 소동을 통해 최승호가 몰래 이곳의 사진과 테러리스트들을 사진을 찍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모두들 크게 놀라는 한편으로 최승호의 신변을 걱정했다.

'초이!'

해리의 눈빛에 감탄과 함께 걱정하는 감정이 어렸다.

지금 이 순간 25명의 학생들과 교사 두 명 모두의 마음이 일치되고 있었다.

최승호는 자신을 부르는 테러리스트에게 다가가며 긴장을 감추지 못했다.

머릿속으로 자신이 살아왔던 일생이 주마등처럼 스쳐지나갔다.

고개를 돌려 자신을 바라보는 선생님과 친구들의 얼굴을 바라보았다.

모두의 얼굴에 공포와 걱정이 떠올라있었다.

모두들 승호를 이미 죽은 목숨처럼 바라보았다.

'젠장, 나서는 게 아니었는데. 내가 대체 무슨 생각으로 이런 녀석들의 사진을 찍은 거지? 반드시 살아남겠다고 해 놓고서는. 스스로 무덤을 파고 말았어.'

"이름이 뭐냐?"

"승호 최. 다들 초이라고 불러요."

"초이? 어느 나라에서 왔지?"

"한국에서 왔어요."

승호의 말에 사내는 잘 모르는 눈치였다.

"88년도에 올림픽이 열린 나라예요."

"오! 소올 올림픽. 이제 알겠군."

"보아하니 저 녀석들처럼 돈 많은 집 자제는 아닌 것 같은데 머리가 좋은가 보지?"

"조금 좋은 편이에요."

"호오! 말하는 걸 보니 왠지 엄청 좋을 것 같군."

"아, 아니에요."

사내가 선생 중 하나를 불러 일으켰다.

로버트 허슬러 선생님이 자리에서 일어났다.

"이봐요. 선생 양반. 어디 제자 자랑 좀 해 보시지. 그래서 내가 이 녀석을 지금 여기서 죽일지 말지 결정할 수 있게 말이야."

사내가 총구를 들어 최승호의 머리에 겨누었다.

학생들의 입에서 비명소리가 새어 나왔다.

"잘 들어. 소년. 이제부터 네 목숨은 저 선생의 말에 달렸어."

사내의 말에 최승호의 입가가 바짝 말랐다.

"그, 그만해요. 그 아이는 진짜 뛰어난 재능의 소유자예요. 우리 학교 최고의 수학자는 초이일 겁니다."

로버트 허슬러 선생님이 놀란 눈으로 소리쳤다.

진짜 총으로 승호를 죽일까봐 잔뜩 겁을 먹었다.

"호오, 수학을 잘하나? 소년?"

"미, 미국에 오기 전에 세계 수학 올림피아드 대회에서 금메달을 땄어요."

승호가 더듬거리며 말했다.

"흠, 그래?"

총구를 살짝 머리에서 멀어지게 했다.

모두가 안심하려는 순간 다시 총구를 머리에 겨누며 말했다.

"미안하군. 따분해. 수학 같은 건. 다른 건 없나? 다른 게 없다면 여기서 죽을 거야!"

"초, 초이는 창업을 했어요. 학생 신분으로 회사를 만들었다고요. 인터넷 회사예요."

아멜리아가 벌떡 일어나 소리쳤다.

모두들 의외의 눈빛으로 아멜리아를 바라보았다.

해리도 일어나 거기에 동조했다.

"맞아요. 이 친구는 뛰어난 인재예요."

해리가 말했다.

학생과 교사 모두가 해리의 말이 맞다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런 학생들의 반응에 사내가 더욱 흥미로워했다.

"인터넷 회사? 그건 좀 흥미롭군. 어디 본인이 직접 말해 봐. 어떤 회사지? 네가 만들었다는 회사."

꿀꺽!

침이 목울대 사이를 넘어갔다.

승호가 입을 열었다.

"페, 페이스북이라고… 원래 학교에 입학 할 때 나눠 주는 책이 있어요. 사진과 주소 같은 것이 나와 있는. 그런데 페이스북은 온라인상에… 일종의 소셜 네트워크라고 할 수 있어요."

"흐흐흥, 왠지 흥미롭군. 어디 직접 보여 줄 수 있겠니? 그 소셜 네트워크라는 것 말이야."

"제가 노트북을 가지고 왔는데 보여 드릴게요."

승호가 말했다.

그러자 남자가 눈썹을 움직였다.

"노트북이라? 여기 이걸 쓰도록 해."

남자가 승호에게 자신이 쓰던 노트북을 건네주었다.

"미리 말해 두지만 쓸데없는 장난은 치지 않는 것이 좋아 이 노트북에는 엄청난 방화벽을 깔아 두었으니 말이야."

사내가 총구를 승호의 이마에 갖다 대며 말했다.

"무, 물론이죠. 절대 그럴 생각은 조금도 하지 않았어요."

승호가 땀을 질질 흘리며 말했다.

잠시 후, 사내의 노트북에 페이스북 화면이 떠올랐다.

승호는 자신의 계정으로 들어가 페이스북이 어떤 것인지 사내에게 설명을 해 주었다.

그리고 자신이 올린 사진들을 보여 주었다.

"흐흥, 이런 사진들을 통해 자신의 일상을 친구들과 공유하거나, 타인에게 알려 준다? 흥미롭군."

사내의 윗눈썹이 기러기 모양으로 올라갔다 내려왔다.

승호는 가장 최근에 올린 사진을 클릭했다.

그런데 처음 보는 것으로 자신이 올린 것이 아니었다.

사진은 사람은 없는 평범한 풍경 사진이었다.

그런데 제목이 이상했다.

한글 자음자만 올린 것이 아닌가?

[ㅅ ㅎ ㅇ ㄴ ㄹ]

'승호야 눌러?'

자음자를 해독한 최승호는 사진에 커서를 갖다 되고 눌렀다.

그러자 풍경 사진이 사라지면서 최승호가 교복을 입고 트리니티 스쿨 입구에서 찍은 사진이 나타났다.

"흐흥, 이런 식으로도 사진을 올릴 수 있군."

사내가 흥미롭다는 듯이 보더니 승호에게 말했다.

"운이 좋았어. 꼬마. 꽤 재미있는 걸 만들었군. 아직은 살려둘 가치가 있겠어."

총구로 원래의 자리를 가리켰다.

승호는 속으로 한숨을 내쉬며 자리로 돌아갔다.

'조금 전 그건 강혁 형이 올린 거야. 틀림없이 고도로 암호화된 해킹 프로그램. 이제 우린 살았어!'

뉴욕지부 F.B.I 지휘 통제실.

한쪽 벽면에 커다랗게 흰머리 독수리 그림과 함께 F.B.I문장이 찍혀 있는 모니터 화면이 사라지며 거대한 넓이의 서스케하녹 산림 공원을 수색에 나선 헬기에서 촬영하고 있는 지상의 모습들이 나왔다.

중간중간 작은 집들이나, 컨테이너 박스 크기의 집들이 나와 긴장된 모습을 연출했다.

헬기가 확인한 집들에는 대테러 부대 요원들이 은밀하게 수색에 나설 것이다.

"저런 곳은 아닐 거야. 넷에서 다섯 명 정도의 캠핑 족들이나 묵을 수 있는 곳이야."

영상에 보이는 작은 집들을 보며 리암 스캇이 말했다.

상황실에 모여 있는 요원들 스캇의 말에 모두가 동의했다.

"어딜까? 놈들이 있을 만한 곳이?"

서스케하녹 산림 공원은 워낙 넓은 곳이라 부자들이 만든 큰 규모의 별장 용도의 저택도 군데군데 있었다.

리조트로 개발되었다가 망한 곳들도 후보지 중 하나였다.

테러리스트들이 수색을 눈치채면 곤란하기 때문에 헬기들은 산림 보호용 헬기로 위장하고 있었다.

하지만 여러 번 같은 곳을 돌아다니면 결국에는 눈치채일 수 있었다.

그렇게 되면 인질들이 위험에 빠진다.

조심해야 할 것들이 많아 헬기를 통한 수색 작업에 시간이 걸릴 수밖에 없었다.

"됐다! 해킹 프로그램이 가동됐어!"

함께 상황실에 있던 강혁은 자신의 노트북을 뚫어져라 보고 있었다.

그런데 갑자기 자신이 올려놓은 사진을 누군가가 클릭한 것을 발견했다.

최승호였다.

강혁이 외치는 소리에 상황실에 있던 스미스 지부장과 스캇이 강혁에게 몰려들었다.

"설마, 성공할 줄이야!"

스미스 지부장이 놀라며 말했다.

"저도 일말의 기대를 걸었을 뿐 반드시 될 거라고는 보지 않았는데. 승호 그 녀석이 해냈어요!"

강혁이 크게 기뻐하며 말했다.

해킹 프로그램은 제일 먼저 테러리스트의 노트북을 강혁의 지배 하로 넘겼다.

얼마 지나지 않아 노트북과 연결된 인터넷 회선을 통해 방안의 감시 카메라의 통제까지 강혁에게 넘어왔다.

강혁은 저택 안에 설치된 여러 개의 감시 카메라를 통해 테러리스트들과 학생들의 움직임을 한눈에 파악할 수 있었다.

"됐어!"

스미스 지부장이 환호성을 올렸다.

지부장의 말에 요원들이 몰려들었다.

곧 저택의 내부 구조와 집안의 크기를 통해 납치 장소가 특정되었다.

아이들과 교사들이 감금되어 있는 장소는 개발이 중단된 리조트 저택이었다.

단체 관광객들을 받던 숙박 시설이 있었다.

"좋았어, 이제 부터는 우리에게 맡기세요. 존 회장님. 최고의 특수 부대가 대기 중입니다. 이 자료를 당장 그쪽으로 넘기겠습니다."

"이 노트북도 들고 가세요. 필요할 겁니다."

"협조에 감사드립니다. 존 회장님."

스미스 지부장이 강혁에게 경의를 표하며 노트북을 가져갔다.

"지부장님, 한 가지 부탁이 있습니다."

강혁이 스미스 지부장에게 말했다.

"존 회장이 네이비 실에서 교육 받은 특수 부대 출신일 거라고는 생각도 못 했는데 말이야."

"저도 깜짝 놀랐지만, 이전에 그 친구의 나이프 던지기를 본 적이 있어서 조금은 덜 놀랬습니다."

스캇이 말했다.

"그런 일이 있었어?"

스미스가 놀라며 물었다.

"예, 아시다시피 지난 번 사건 때 저와 함께 현장에 갔다가 인질극을 벌리는 범인에게 나이프를 던져서 피해자를 구했었죠. 정말이지 기가 막힌 솜씨였어요."

"그렇다고는 해도 이제는 은퇴한 사람인데 굳이 그런 험한 일을 직접하려고 하다니. 초이라고 했나? 그 친구를 꽤나 아끼는 모양이군."

"예, 자신의 집에서 함께 사는 모양이더군요. 조카 같은 아이라고."

"음, 그렇군. 그렇다고는 해도. 대단해. 대단한 친구야. 존 강 회장은."

스미스 지부장이 얼굴을 살짝 상기시키며 말했다.

강혁은 네이비 실 팀의 팀장에게 몇 가지 주의 사항을 전달받았다.

자신은 팀에 막 합류했기 때문에 제일 후미에서 따라온다.

작전 시작부터 마지막까지 팀장인 자신의 옆에서 벗어나지 않는다.

절대 독단적으로 행동하지 않는다.

강혁은 모든 조건을 승낙하고 네이비 실 팀과 함께 같은 장비를 착용하고 헬기에 올랐다.

팀장인 에릭 대위는 남몰래 한숨을 쉬었다.

중요한 작전에 짐을 떠안았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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