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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번 사는 절대기억능력자-66화 (66/301)

두번 사는 절대기억능력자 066화

66화

새벽 3시.

네이비 실 팀 16명은 어둠 속에서 저택을 완전히 포위했다.

팀장인 에릭 대위의 지휘에 따라 옥상에 올라가 있는 대원들이 라펠을 몸에 매고 뛰어내린 후 창문에 스프레이를 뿌리자 하얀 거품 같은 것이 유리를 플라스틱처럼 응고시켰다.

팔꿈치로 내려치자 작고 둔탁한 소리를 내며 창문이 부서졌다.

사방에서 2층으로 침투했다.

이 모든 과정을 지휘소에서 보면서 침투하는 대원들에게 지시를 내렸다.

"알파 팀은 곧장 인질들을 확보하고, 베타 팀과 델타 팀은 여우들을 소탕하라."

작전은 신속하게 이루어졌다.

복도로 하얀 연기를 내붙는 가스가 뿌려졌다.

아이들이 자는 방을 감시하던 보초는 소리 소문도 없이 나타난 씰 대원의 나이프에 목에 가는 실선이 그어지며 죽음을 맞이했다.

단단히 잠겨 있는 문에도 하얀 거품이 뿌려졌다.

몇 번 주먹으로 내리치자 단단하게 응고된 손잡이가 떨어져 나가며 문이 열렸다.

놀라며 일어나는 아이들에게 씰 대원이 조용히 말했다.

"너희들을 구하러 온 미합중국 군인이야. 모두 옷을 입고 빨리 날 따라와!"

침대에 누워 있던 아이들이 놀란 가슴을 진정시키며 자리에서 일어나 몸을 일으켰다.

알파 팀이 이 방 저 방을 오가며 인질을 구출하는 동안, 베타와 델타 팀은 감시 카메라를 통해 지시를 내리는 대로 움직이며 테러리스트들이 보이는 족족 사정없이 총을 갈겼다.

어둠 속에서 야간투시경을 끼고 있는 씰 대원들은 안 그래도 어두운데 뿌옇게 복도와 가리고 있는 연기 속에서 날아드는 총알에 맞고 하나둘 죽어갔다.

"베타 팀, 델타 팀, 잘 들어라. 테러리스트 무리 중에는 전직 레인저 대원이 포함되어 있다는 첩보가 있다. 마지막까지 긴장을 풀지 말도록."

에릭 대위의 지시에 베타 팀과 델타 팀 대원들은 입맛이 썼다.

씰 팀 대원들 중에는 네이비 실에 오기 전 레인저 대원이었던 병사들도 있었다.

이전 동료였던 사람이 테러리스트와 한패가 된 것이다.

"어떤 놈인지 몰라도 군인의 명예를 더럽혔으니. 우리가 오늘 끝장을 내 주마."

건장한 흑인 병사가 귀에 끼고 있는 통신기로 들려오는 에릭의 말에 쓴웃음을 지으며 말했다.

그때 흑인 병사의 옆구리로 총알이 날아들었다.

방탄조끼 사이를 파고들었다.

퍼―억!

피가 터져 나오며 병사가 쓰러졌다.

쓰러진 병사의 얼굴을 향해 어디선가 나타난 마스크를 쓴 테러리스트가 총알을 발사했다.

테러리스트의 얼굴에는 씰 대원처럼 어둠 속에서도 대낮처럼 보이는 야간투시경이 착용되어 있었다.

"끝장은 네가 났군. 안 그래?"

마스크 아래의 얼굴이 죽은 시체를 노려보며 이죽거렸다.

"서둘러!"

뒤에 나타난 또 다른 마스크의 남자가 나직하게 말하자 앞 선 남자가 고개를 끄덕였다.

뒤에 나타난 남자는 최승호의 머리에 총구를 겨누며 협박했던 그 남자였다.

두 사람 모두 아랍어 악센트가 느껴지지 않는 영어를 구사했다.

다만 승호의 머리에 총구를 겨눈 남자의 영어는 영국식 영어에 가까웠다.

"대체 어떻게 이렇게 빨리 우리들이 있는 곳을 알아낸 거지?"

흑인 병사를 쏘아 죽인 전직 레인저 대원이 말했다.

"짐작 가는 건 하나 뿐이야. 그 동양인 꼬마."

영국식 영어를 쓰는 남자가 말했다.

"젠장, 그 녀석은 내가 반드시 죽여 버리겠어. 감히 내 비즈니스를 망치다니."

"아직 모든 게 끝난 건 아니야. 그 녀석만 있으면 돼. 여기서 탈출할 계획도 다 세워 뒀어."

"좋아, 나야 돈만 받으며 되니까. 그럼 녀석을 데리러 가 볼까?"

전직 레인저 대원이 말했다.

그가 먼저 움직이며 장애물을 처리하면 그 뒤를 영국식 악센트를 쓰는 남자가 쫓았다.

저택에 있던 대부분의 무자헤딘들은 네이비 실에 의해 하나둘 씩 제거되고 있었다.

여기저기에서 자동 소총에서 뿜어져 나오는 총소리가 울려 퍼졌다.

"젠장, 내 부하들이 다 죽게 생겼어."

영국식 영어를 쓰는 사내가 말했다.

"마음이 쓰라리겠군."

"흥, 그들은 오늘 밤 알라의 정원에서 안식을 얻을 거야."

"이래서야, 여기서 탈출한다고 해도 자네 형을 구할 수 있을까?"

"그 녀석만 있으면 어떻게든 돼. 설마 자기 아들을 희생시킬 수는 없겠지."

영국식 엑센트를 구사하는 사내는 감옥에 있는 아브 무샤드의 동생이었다.

그는 형의 뒤를 이어 요르단의 무자헤딘을 규합했고,

오사마 빈 라덴을 도와 알 카에다를 중동 최고의 반미 조직으로 만들어 낼 거라고 믿고 있는 자신의 형 아브 무샤드의 탈출을 위해 목숨을 걸었던 것이다.

이것은 말 그대로 성전이었다.

오사마 빈 라덴이 약속했던 미국에 대한 대대적인 공격을 위해 필요한 것들을 준비해 가는 과정인 것이다.

그 여정에 아브 무샤드는 반드시 필요한 존재였다.

이 당시의 미국 행정부는 냉전의 종결 이후, 다가온 경제 호황에만 관심이 집중되어 있었다.

알 카에다에 대해서는 서서히 관심을 기울이고 있었지만 일개 테러 조직이 해봤자 어디까지 하겠느냐는 생각이 강했다.

그 틈에 알 카에다는 세력을 강화시키고, 미국 전역을 공포에 몰아 놓은 테러를 계획할 수 있었던 것이다.

"뭐라고? 해리 화이트가 안 보인다고?"

"예, 팀장님. 총 네 명이 없습니다. 해리 화이트, 승호 초이, 아멜리아 패닝, 다나 무어 네 사람이 안보입니다."

"감시 카메라에는 안보이나?"

에릭 대위가 물었다.

팀원 중 이 저택의 감시 카메라를 담당한 대원이 말했다.

"카메라가 없는 방에 감금해 둔 것 같습니다."

"여기 설계 도면을 가져와."

책상 위를 치우고 설계 도면을 깔았다.

감시 카메라를 담당하던 대원이 설계 도면을 보더니 손가락으로 지하를 가리켰다.

"여기 이 방은 감시 카메라에서 보지 못했습니다."

"좋아, 델타 팀은 날 따라와."

에릭 팀장의 말에 강혁이 말했다.

"나도 같이 가겠소."

강혁의 말에 자신이 초이라는 동양인의 삼촌이라고 했던 말이 생각났다.

잠시 머뭇거리던 에릭 팀장의 표정이 단호해졌다.

"내 명령을 절대로 따라야 합니다."

"물론이죠. 캡틴."

강혁의 말에 에릭이 고개를 끄덕이며 승낙의 뜻을 나타냈다.

에릭과 델타 팀은 지하로 내려가는 계단으로 뛰었다.

"빨리, 빨리 뛰어. 아니면 여기서 내 총에 맞아 죽고 싶어?"

전 레인저 대원이 네 사람을 독려했다.

알고 보니 지하에는 만일을 대비한 탈출로가 있었다.

이곳의 존재는 아브 무샤드의 동생만 알고 있었다.

처음부터 지하 탈출로 인근의 방에 가장 중요한 인질인 해리 화이트 등을 모아 두고 있었던 것은 만일의 상황을 대비한 것이었다.

그런데 하필 최승호도 이곳에 있었다.

아브 무샤드의 동생은 어제 밤 깜짝 쇼를 했던 최승호를 요주의 인물로 보고 가장 탈출하기 어려운 방에 해리 화이트와 함께 가두었던 것이다.

전 레인저 대원과 아브 무샤드의 동생은 아이들을 지키던 무자헤딘들에게 위로 올라가 네이비 실 대원들을 막으라고 명령을 내리고 탈출을 감행했다.

"꼬마, 혹시 네가 이들을 불러들인 거냐?"

탈출 도중 아부 무샤드의 동생이 이글거리는 눈으로 최승호를 노려보았다.

그의 말에 다른 세 명은 크게 놀랐다.

구출 작전을 위해 미군들이 쳐들어 온 것은 눈치를 챘지만 그게 초이 때문이라니?

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일까?

"……"

승호는 사내의 말에 아무 대꾸도 하지 않았다.

"무슨 소릴 하는 거예요. 초이가 무슨 힘이 있어서 여기로 군대를 불러들이겠어요."

아멜리아가 말했다.

"조용히 해!"

사내가 아멜리아를 향해 소리쳤다.

"너지? 대답해!"

사내가 승호의 멱살을 잡고 다그쳤다.

"대답하지 않으면 여기서 널 죽이겠다. 무슨 수로 여길 알렸지?"

"해… 해킹 프로그램이 있었어요."

"해킹 프로그램?"

"제가 올린 사진 중에 해킹 프로그램이 암호화되어 있는 게 있었어요. 그걸로 여기 감시 시스템을 해킹한 거예요."

"젠장!"

아브 무샤드의 동생이 소리쳤다.

"이 개자식!"

총구를 들어 최승호의 머리를 향했다.

아멜리아와 다른 두 사람이 놀라 비명을 질렀다.

그때 뒤쪽에서 사람들의 발자국 소리가 들려왔다.

"이럴 시간이 없어. 어서 뛰어!"

전직 레인저 대원이 소리쳤다.

"넌 내가 첫 번째로 죽일 거다."

아브 무샤드의 동생이 승호에게 말했다.

"어서 뛰어."

전직 레이저 대원이 소리쳤고 모두는 앞으로 뛰어갔다.

콰―쾅!

뒤에서 섬광과 함께 폭발소리가 울렸다.

그러자 전직 레인저 대원이 회심의 미소를 지었다.

"흐흐, 트랩에 당했군."

그의 말에 아마 무샤브의 동생이 킬킬거렸다.

"역시 최고라고 불리는 자는 뭔가가 다르군."

"내 몸값이 왜 비싼지 이제야 알겠나?"

전직 레인저 대원이 껄껄 웃으며 말했다.

그의 목소리에는 자신의 솜씨에 대한 자부심이 어려 있었다.

안개 같은 연기가 아직 다 사라지지도 않은 가운데 폭발의 여진으로 델타 팀 대원 대부분이 죽거나 정신을 잃었다.

강혁을 제외하고 모두가 야간투시경을 끼고 있었던 탓에 살아남은 사람도 순간적으로 시력에 큰 충격을 받아 일시적으로 시력을 상실한 상태기도 했다.

강혁은 에릭 팀장의 지시로 가장 후미에서 따라오며 후방을 경계했기 때문에 폭발에 휘말리지 않았다.

천우신조라 하지 않을 수 없었다.

"정신 차리세요. 캡틴!"

강혁이 다행히 죽지 않고 정신만 잃은 에릭 팀장을 흔들어 깨웠지만 일어나지 못했다.

폭탄이 터졌을 때 에릭은 폭발의 충격으로 벽에 머리를 부딪혀 기절한 상태였다.

강혁은 잠시 갈등했다.

하지만 만일 지금 따라가지 않으면 영원히 승호를 다시 만나지 못할지도 모른다.

승호를 미국으로 부른 건 강혁이었다.

설사 테러리스트들에게 당해서 자신이 죽게 될지라도 이대로 있을 수는 없었다.

강혁은 에릭을 자리에 눕히고 몸을 일으켜 지하 통로로 들어갔다.

지하 통로로 들어서며 강혁은 정신을 잃은 대원 중 한 사람에게서 야간투시경을 빼서 얼굴에 장착했다.

또 다른 트랩을 주위하며 조심스럽게 뒤를 쫓았다.

얼마나 걸었을까?

강혁이 발걸음을 멈추었다.

다리 부근에 가느다란 투명한 실이 설치되어 있었다.

'트랩이다.'

강혁의 얼굴에서 식은땀이 흘렀다.

하마터면 여기서 목숨을 잃을 뻔한 것이다.

아주 은밀하게 설치가 되어 있어서 보통 사람들은 발견할 수 없을 정도로 교묘했다.

하지만 다행히도 약간의 실수가 있었다.

트랩이 설치된 곳에 미세하게 인공적인 흔적이 남아 있었던 것이다.

트랩 자체는 상당히 은밀하게 설치되어 있어서 만일 이 인공적인 흔적이 아니었다면 전문가라도 발견하기 어려울 정도였다.

한마디로 운이 좋았다.

이런 정도로 은밀한 트랩을 설치할 수 있는 폭탄 전문가는 강혁이 아는 사람들 중에서도 손으로 꼽을 수 있을 정도였다.

한숨을 내쉬며 안도한 강혁은 조심스럽게 발을 들어 투명한 실을 넘었다.

강혁이 실을 넘어 바닥에 발을 닿으려 할 때였다.

강혁의 눈에 바닥의 색깔이 조금 미세하게 다르다는 것이 눈에 띠었다.

말 그대로 아주 작은 차이라 강혁 정도의 특수한 관찰력이 아니라면 발견하기 어려웠다.

'잠깐만! 이건?'

강혁은 내디디려고 했던 발을 멈추었다.

식은땀이 절로 흘렀다.

'천재적이군. 트랩을 피해서 발을 디디는 곳에 폭탄이 폭발하게 장치해 두었어. 이중 트랩이다. 인공적인 흔적 자체가 트릭이었어.'

강혁은 혀를 내둘렀다.

조금 전 왜 네이비 실 팀이 트랩을 보지 못하고 폭발에 휘말렸는지 이해가 되는 순간이었다.

강혁의 특수한 관찰력이 아니라면 누구라도 당할 수밖에 없을 정도로 뛰어난 심리적 트릭이 내포된 함정이었다.

운이 좋아 가까스로 트랩을 발견했다고 생각한 사람은 발견 자체가 함정일 것이라고는 생각하기 어렵다.

함정을 가까스로 발견하게 하여 순간적으로 예민해져 있던 집중력을 잃게 만든 후, 다음 순간 진짜 트랩에 걸려들게 하는 것이다.

겨우 발견한 함정에 대해 스스로를 대견해 하며 다음 걸음을 내딛는 순간 이생을 하직하는 것이다.

전문가일수록 오히려 걸려들기 쉬운 트릭이다.

천재적인 솜씨였다.

'대체 누굴까? 이 함정을 설치한 사람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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