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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번 사는 절대기억능력자-68화 (68/301)

두번 사는 절대기억능력자 068화

68화

"초이, 이게 전부 네 덕분이야."

아이들 중 한 명이 울먹거리며 말했다.

평소 최승호와는 별로 말을 섞은 적이 없는 아이였다.

"아, 아니야. 내가 무슨 일을 했다고."

승호가 손사래를 쳤다.

"무슨 소리야. 당연히 네 덕이지. 초이, 네가 페이스북으로 해킹을 하지 않았다면 여기 위치를 찾는데 시간이 걸렸을 거고. 감시 카메라를 해킹할 수 있었기 때문에 우리 중 아무도 다치지 않고 구할 수 있었다고 했어."

에밀리 윌슨이 활짝 웃으며 말했다.

납치 된 후 처음으로 마음껏 웃는 에밀리였다.

백만 달러짜리 미소라고 불리는 학교 최고의 치어리더가 눈부신 미소로 승호를 대했다.

승호는 순간 눈이 부시는 듯했다.

사람들이 왜 에밀리, 에밀리를 외치고 다니는지 그제야 이해할 수 있었다.

몸에서 뿜어내는 에너지가 장난이 아니었다.

과연 학교 제일의 셀럽 그룹의 멤버인 이유를 알 듯했다.

"초이, 넌 진짜 대단한 녀석이야. 난 이번만큼 나 자신에게 실망한 적이 없었어. 나 같은 것 보다 네가 훨씬 대단해 초이. 네가 정말 자랑스럽다."

제임스 밀러가 말했다.

키가 2미터 가까이 되는 밀러는 자신의 육체적인 능력에 대한 자부심이 대단한 아이다.

하지만 총 앞에서 그런 대단한 육체도 아무런 소용이 없었다.

자기보다 훨씬 왜소한 동양인이 모두들 두려움에 떠는 테러리스트 앞에서 용감하게 나섰다.

몰래 테러리스트들의 사진을 찍기도 했다.

결국 들켰지만 오히려 위기를 기회로 바꾸어서 페이스북으로 테러리스트들을 함정에 빠뜨렸다.

생각하면 할수록 초이가 대단하게 느껴졌다.

제임스는 최승호를 번쩍 들어서 자신의 어깨 위에 태웠다.

"제, 제임스?"

모두들 번쩍 들어 올려진 최승호를 향해 연호했다.

"초―이! 초―이! 초―이! 우리들의 영웅! 초―이!"

제임스의 어깨 위에 올라타게 된 최승호는 갑자기 달라진 친구들의 태도에 현기증이 날 정도였다.

쏟아지는 아이들의 찬사 속에 정신없는 가운데 아래를 내려다보았다.

모든 사람의 동경의 대상이었던 해리 화이트가 자신을 향해 박수를 보내며 엄지손가락을 내밀고 있었다.

그리고 한국에 있을 때 오랫동안 동경했던 아멜리아는 자신을 향해 흐뭇한 듯 미소를 지었다.

함께 죽을 고비를 넘겼던 다나 무어도 짙은 갈색 머리카락을 휘날리며 자신을 향해 방방 뛰며 연신 박수를 보냈다.

다나 만이 아니다.

모두들 최승호를 사랑하고 있었다.

'하하, 인기 폭발이네. 승호 녀석. 이 정도면 걱정 안 해도 되겠는 걸?'

강혁은 친구들의 환호를 받고 있는 최승호를 몰래 살펴본 후, 가만히 자리를 벗어났다.

최승호와의 회포는 집에서 풀면 되는 것이다.

인생 최고의 황금기를 보내고 있는 건 지도 모를 승호를 위해 강혁은 자리를 비켜 주었다.

*     *     *

짝짝짝!

박수갈채가 쏟아지는 가운데 강혁과 최승호는 미국 대통령에게 특별 감사장과 함께 영주권을 받았다.

미국인이 아닌 외국인으로서 미국의 안보와 국민의 생명을 지키는데 도움을 주었다는 명목이었다.

강혁은 특별 감사장에 대해서는 크게 감흥이 없었다.

하지만 영주권에 대해서는 반가워했다.

이제 미국을 오가는데 비자 갱신을 걱정할 필요가 없었다.

영주권은 외국인이 해당 국가에서 국적과 관계없이 자유롭게 거주와 취업을 할 수 있는 권리를 말한다.

특별한 사유가 없는 한 일생 동안 주어진다.

약식으로 치러진 감사장 수여식이 끝난 후, 클링톤 미국 대통령과 애런 화이트 부대통령, 워런 크리스토퍼 국무장관 등과 안면을 트고 이야기를 나누었다.

"이번에 존 회장의 활약에 대해서는 잘 들었어요. F.B.I 국장과 윌 존슨 상원 의원에게 들은 바로는 특수한 능력이 있다고 들었는데 덕분에 우리 국민의 목숨을 지킬 수 있었습니다. 대통령으로서 미국 국민을 대표해서 감사를 드리오."

"아닙니다. 대통령님, 미국에서 사업을 하고 있는 입장으로서 미국 국민의 생명을 구하는데 한 손이라도 보탤 수 있었다는데 대해서 다행이라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듣자하니 투자 회사를 운영하고 계신다고요?"

클링톤 대통령이 물었다.

"예, 대통령님."

"그런 능력을 가지고 있으니 투자 회사가 잘 되는 것도 이해가 갑니다."

"하하, 사실 그렇게 편리한 능력은 아닙니다. 신의 계시 같은 거라고 할까. 제가 원한다고 알 수 있는 것은 아니고요. 제 의사와 관련 없이 갑작스럽게 계시가 오는 거라서 저는 그저 일종의 전달자에 불과하지요."

"그런가요."

클링톤이 유쾌하게 말했다.

미국은 기독교를 바탕으로 세워진 국가였다.

신앙의 유무를 불가하고 기본적으로 강혁이 말한 신의 계시라는 말을 알아들었다.

사실 선뜻 믿기 쉬운 일은 아니다.

하지만 실제로 눈에 보이는 실적이 있으니 무작정 무시할 수도 없었다.

예언 같은 건 믿지 않는 클링톤과 존 라이스 국무장관은 그저 그르려니 하고 넘어갔지만 해리 화이트의 아버지인 애런 화이트는 조금 달랐다.

"존 강 회장."

애런 화이트가 강혁의 손을 덥석 잡았다.

"미합중국의 부통령으로서만이 아니라 한 아이의 아버지로서 존 회장에게는 정말 큰 은혜를 받았어요."

"아닙니다. 부통령님. 당연히 해야 할 일이었습니다."

"그 당연한 걸 해 내는 사람을 우리는 영웅이라고 부른답니다."

애런 화이트가 말했다.

다음 대선에서도 클링톤이 승리하게 된다는 것을 강혁은 알고 있었다.

클링톤 행정부에서 부통령인 애런 화이트는 클링톤의 임기가 끝나는 다음 대선에서 민주당 후보로 대통령 선거에 나설 사람이었다.

클링톤의 임기가 끝나는 2001년까지 애런 화이트는 최고의 우군이 되어 줄 것이다.

애런 화이트는 현재의 미국 행정부뿐만 아니라 민주당 쪽에 상당한 인맥을 갖고 있었다.

강혁은 지금만이 아니라 부시 정권이 끝나고 오바마 정권이 들어설 때를 대비해서 애런과의 관계를 계속 이어가고 싶었다.

공화당 쪽은 윌 존슨 상원 의원의 존슨 가문이 큰 영향력이 있어 강혁의 행보에 도움을 줄 수 있을 것이다.

"그렇고말고요. 존 회장 같은 분이야 말로 영웅이라고 할 수 있지요."

클링톤이 애런의 말에 동의했다.

그리고 물었다.

"존 회장, 혹시 우리 정부를 위해 해 주실 수 있는 예언이 있습니까?"

클링톤이 반쯤은 농담 삼아 물었다.

대통령의 말에 애런과 존이 빙긋이 미소를 지었다.

그가 분위기를 부드럽게 만들기 위해 농담을 즐겨하는 것을 알기 때문이다.

하지만 강혁은 절호의 기회로 여겼다.

클링톤 정권은 2001년까지 계속된다.

지금 자신을 신뢰하게 만들면 클링톤 정권 내내 엄청난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기반이 될 것이다.

"대통령님은 성공적인 대통령으로 미국 역사에 남을 겁니다. 올해 있게 될 선거에서도 프랭클린 루스벨트 대통령 이후 민주당 대통령으로서는 52년 만에 재선에 성공하십니다."

"오! 그것 참 놀라운 말씀이군요."

강혁의 말에 클링톤의 얼굴이 활짝 폈다.

미국 대선은 11월에 치러진다.

앞으로 몇 달 남지 않았지만 공화당 측에서는 한참 후보를 정하기 위해 TV토론 중이었다.

여기까지는 통상적인 덕담으로 받아들일 수 있었다.

애런과 존 라이스 국무장관도 놀라기는 했지만 반쯤은 일종의 립 서비스로 받아들였다.

"하지만……."

강혁이 슬슬 운을 띠웠다.

"2년 후, 백악관 여자를 조심하십시오."

"……!"

클링톤이 강혁의 말에 살짝 눈을 크게 떴다.

약간은 당황하기도 하고 놀란 표정이다.

강혁은 알고 있었다.

클링톤이 2년 후, 백악관 인턴이었던 여자와 성 추문에 휩싸여 국회의 탄핵을 당한다는 것을.

사실 클링톤은 아칸소 주지사 시절에도 이미 아내 이외의 여자와 성 추문이 있었다.

그렇기에 애런과 존 라이스는 강혁의 말에 헛기침을 콜록거렸다.

"98년도, 백악관 여자. 두 문장입니다. 제가 받은 계시는."

강혁은 의미심장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제 말이 믿기지 않으실 수도 있으니 49, 41, 8. 이 세 숫자를 기억해 주세요. 대통령님."

"아, 그러죠. 49, 41, 8이라? 외우기 쉽네요. 하하하. 그런데 뭔가요? 이 세 숫자?"

"자연스럽게 아시게 될 겁니다. 이 세 숫자가 무엇을 의미하는지는……."

강혁은 다시 한 번 의미심장한 표정으로 대통령을 바라보았다.

애런과 존 라이스는 서로를 마주보며 어깨를 으쓱 올렸다.

하지만 채 두 달도 지나지 않아 저들은 알게 될 것이다.

저 세 숫자의 의미를…….

*     *     *

전 미국의 언론이 발칵 뒤집혔다.

원래의 역사와는 달리 이번에는 미국 전역의 모든 언론이 이번 일을 대대적으로 대서특필한 것이다.

다만 세부적인 작전 사항은 군사 비밀이라는 명목으로 강혁에 대한 것은 일체 비밀로 설명됐다.

그 덕에 언론의 관심은 최승호와 페이스북에 집중되었다.

승호가 사용했던 디지털 카메라까지 대박을 쳤다.

한순간에 최승호는 미국인의 영웅이 되었다.

사실 최승호가 보여 주었던 영웅적인 행위는 전형적으로 미국인들이 좋아하는 이야기였다.

동양의 이름 없는 나라에서 온 유학생이 무서울 것 없는 중동의 테러리스트와 맞섰다.

결국 미국 부통령의 아들과 미국인의 국민 여동생이라 불리는 아멜리아 패닝을 구해 주었다.

미국인들이 미친 듯이 좋아할 만한 이야기였던 것이다.

언론에 최승호의 이야기가 알려진 후 하루에도 수만 명의 사람들이 페이스북에 가입했다.

그리고 카시오 QV―10은 날개 돋친 듯이 팔려 나갔다.

그 덕에 다른 카메라 회사들도 디지털 카메라 사업에 본격적으로 뛰어 들어 새로운 신상품 개발에 나섰다.

디지털 카메라의 보급은 스마트 폰이 보급되기 이전 페이스북 같은 소셜 네트워크를 대중화시키는데 큰 기여를 해 줄 것이다.

페이스북의 기세는 날이 갈수록 커져갔다.

언론에 언급되기 시작하니 일주일 만에 가입자 수가 30만 명이 되었다.

앞으로 어디까지 발전할 지 알 수 없었을 정도로 그 기세가 대단했다.

강혁과 최승호는 본격적으로 서버 증설에 나서기 시작했다.

일차로 엠파이어 스테이츠 빌딩 한 층 전체를 새로 임대해서 서버실을 설치했다.

강혁은 이미 실리콘 밸리에는 구글 서비스를 위해 대규모 서버 시설을 만들어 놓고 있었다. 지금 당장은 그곳의 서버를 빌려 쓰고 있었지만 언제까지나 남의 집에서 셋방을 살 수는 없어서 페이스북을 위한 서버실을 만든 것이다.

최승호는 한동안 정신없이 방송에 출현하고, 학교와 집을 오가느라 정신이 없었다.

그래서 노트북에 페이스북에 관한 모든 소스 프로그램을 넣어서 다녔다.

학교에서도 틈만 나면 작업에 매달렸던 것이다.

학교에서도 최승호의 그런 행위를 어느 정도 묵인해 주고 있었다.

학교의 영웅인데다가 일주일 만에 30만 명의 가입자를 만들어낸 페이스북에 대해 학교 측의 기대도 컸던 것이다.

현재는 하루에 수만 명이지만 앞으로는 더 기하급수적으로 늘지도 모른다.

정말 그렇게 된다면 십대 억만장자도 꿈은 아니었던 것이다.

학교의 명성도 지금과는 또 다른 의미에서 크게 발돋움하게 될 것이라고 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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