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번 사는 절대기억능력자 074화
74화
#20장 징계
"마, 만일 천룡의 상이 지면요?"
"역천의 상이 이기면 그때부터는 인세에 다시 오기 어려울 정도로 큰 난이 일어나니 세상 백성들이 큰 고초를 당하며 신음하게 되지요. 그러니 천룡의 상을 지니신 분은 부디 보중하시여 대업을 이루소서!"
진역관이 강혁을 향해 크게 허리를 굽히며 길게 읍을 하였다.
강혁은 상당히 황당한 말이라 생각했지만, 자신과 신상현의 관계를 생각하면 무조건 헛소리라고 치부하기가 어려웠다.
"황용 패의 주인이 천룡의 상이라니, 심심하던 우리 삶에 뭔가 변화가 있을지도 모르겠군. 헐헐."
장삼이 말했다.
"흐흐, 내 피가 끓는 것 같군. 대인, 필요하면 언제든 부르시오. 내 밑에 있는 부하들을 이끌고 당장 달려가겠소이다. 크하핫."
팽소문이 호탕하게 웃으면서 말했다.
당장이라도 커다란 청룡도라고 들고 나와서 적수의 목을 잘라 버릴 것 같은 사내였다.
"그때가 되면 저도 가만히 있지는 않겠습니다. 연락만 주시면 제가 이들을 모두 데리고 그 곳이 어디든 달려가지요."
이국충이 조용히 웃으며 말했다.
"오오, 우리 제임스 리가 오랜만에 내 맘에 드는 말을 하네? 크하하핫."
팽소문이 웃음을 터트렸다.
잠시 후, 이들은 모두 돌아갔다.
테이블 위에 놓여 있던 음식들도 어느 정도 다 먹어갈 즈음이었다.
한 사내가 여러 남자들에게 둘러싸여 끌려 왔다.
"저 사람이니?"
강혁이 최승호에게 물었다.
승호는 젓가락질을 멈추고 사내를 바라보았다.
"맞… 맞아요. 저 사람이에요."
승호가 두 눈을 동그랗게 뜨고는 크게 외쳤다.
"수고하셨습니다. 진역관님."
"헐헐, 이런 것 가지고 수고랄 것까지야."
"아닙니다. 저희들만으로는 이렇게 쉽게 저 사람을 찾기 어려웠을 겁니다."
강혁이 감사를 표한 후, 사내를 향해 말했다.
"가방은 어떻게 했지?"
"대, 대인 죄송합니다. 사실은 지금 제가 가지고 있지 않습니다."
"그게 무슨 말이죠?"
강혁이 물었다.
"그… 그것이……."
사내가 진역관을 향해 살그머니 고개를 돌리며 눈치를 보자 진역관이 호통을 쳤다.
"만일 한 치라도 거짓을 고할 시에는 네 녀석의 혀를 잘라서 개에게 먹이로 줄 것이야!"
진역관은 정말로 그렇게 할 사람이었다.
사내는 진역관의 엄포에 얼굴이 하얗게 질렸다.
"사실은 제가 일부러 그런 것이 아닙니다. 제게 시킨 사람이 있습니다."
사내의 말에 최승호의 표정이 변했다.
"시키다니 누가요?"
최승호가 불쑥 대화에 끼어들었다.
"네 녀석은 왕방, 그 녀석의 부하이다. 설마 그 녀석이 시킨 것이냐?"
진역관이 무서운 표정으로 물었다.
"아, 아닙니다. 둘째 도련님이 시키신 겁니다."
"둘째 도련님? 분명하게 말하지 못해? 그게 누구야?"
진역관이 언성을 높이자 사내가 얼른 대답한다.
"왕방 사장님 둘째 아들인데 왕웨이라고… 둘째 도련님이 시켜서 할 수 없이. 가방도 왕웨이 도련님이 가지고 있습니다."
사내가 말을 마치자 진역관이 말했다.
"지금 당장 가방을 가져 오도록 지시하겠습니다."
"아뇨, 지금은 시간도 늦었고, 학생을 이 시간에 여기까지 부르는 것도 그러니. 이렇게 하죠."
강혁이 진역관에게 천천히 자신의 계획을 말했다.
그러자 진역관이 고개를 끄덕였다.
"과연, 좋은 생각입니다. 마침 대인이 생각하신 계획과 어울리는 그럴 듯한 장소도 있습니다."
진역관의 말에 강혁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거 잘됐군요."
강혁이 웃으며 진역관을 바라보았다.
진역관 역시 오랜만에 재미있는 건수를 만났다는 얼굴이다.
70대는 훌쩍 넘어 보이는 노인의 잔주름 사이로 쥐를 사냥하는 매 같은 눈빛이 번쩍거렸다.
"어때, 초이 녀석?"
방과 후 아키라와 왕웨이를 만나서 주차장으로 가는 도중 앤드류가 물었다.
"흐흐, 아주 풀이 죽은 모습이야. 하루 종일 우울한 표정이더라."
왕웨이가 말했다.
"맞아, 수학 시간을 제외하고는 기운이 없는 모습이더라."
아키라가 입가를 올리며 말했다.
"뭐야? 그럼 수학 시간은 기운이 있었다는 거야?"
앤드류가 벙찐 얼굴로 물었다.
"수학 수업을 제일 좋아하거든 그 녀석."
아키라가 말했다.
"쳇! 괴짜 녀석."
앤드류가 얼굴을 찡그리며 말했다.
"크흐흐, 아무튼 녀석에게 한 방 먹였잖아. 안 그래?"
왕웨이가 웃으며 말했다.
"쉿! 조심해."
앤드류가 손가락을 입가로 가져가며 두 사람에게 주의를 주었다.
"아직 학교 안이야. 만에 하나라도 이 일을 들키는 날에는 퇴학으로 안 끝난다고."
앤드류가 목소리를 줄이고 왕웨이에게 경고했다.
"아, 알았어."
왕웨이가 앤드류의 경고에 찔끔 했다.
세 사람은 혹여나 들은 사람이 없는지 근처를 살폈다.
"아무도 없어."
아키라가 한숨을 쉬며 말했다.
"좋아, 그럼 여기서 이럴 것이 아니라 빨리 너희 집에 가 보자."
앤드류가 말했다.
"알았어. 둘 다 따라오라고. 오늘은 마침 우리 꼰대가 웬일로 차를 보내 줬으니까 타고 가자."
왕웨이의 말대로 주차장에는 검은색 승용차가 대기하고 있었다.
왕웨이가 가까이 다가가자 운전석 창문이 열리며 선글라스를 낀 운전자가 말했다.
"왕웨이 도련님?"
"응, 그런데 넌 못 보던 얼굴인데?"
왕웨이가 의아한 얼굴로 물었다.
"사장님 모신지 얼마 안됐어요. 도련님."
"그래?"
운전사의 말에 왕웨이는 의심 없이 친구들과 함께 차에 올라탔다.
그리고 승용차가 학교를 빠져나왔다.
앤드류는 두려움에 덜덜 떨었다.
사방이 벽으로 막혀 있는 창고 같은 방에 복면을 쓰고, 군복을 입고 있는 사내들이 앤드류를 둘러싸고 있었다.
앤드류는 창고의 한복판에서 의자에 몸통이 굵은 밧줄로 단단하게 묶인 채 앉아 있었다.
차 안에서 잠이 들었던 앤드류는 눈을 떠보자 자신 혼자 창고에서 무시무시한 복면 사내들에게 둘러싸여 있는 것을 보고는 너무 무서워서 혼이 나갈 지경이었다.
"뭐, 뭐예요. 당신들?"
앤드류가 물었다.
그러자 복면을 하고 무시무시한 체격을 가진 사내가 다가왔다.
사내가 앤드류의 앞에 놓인 테이블 위에 볼펜 한 개와 아무 것도 적혀 있지 않은 깨끗한 종이 한 장을 갖다 놓았다.
그리고 위압적으로 소리쳤다.
"적어라!"
"뭐… 뭘요?"
앤드류가 두려움에 떨며 겨우 물었다.
"네 녀석이 그동안 친구들과 함께 학교에서 저질렀던 모두 죄들을 이 종이에 적어라."
"예? 예에?"
복면 사내의 말에 앤드류는 사내의 요구에 까무러치게 놀랐다.
"만일 네 녀석들 중에서 가장 먼저 사실대로 적는 녀석 하나만 풀어 주겠다. 대신 다른 녀석들은 모두 이 감방에서 영원히 썩을 것이다."
사내의 위압적인 말이 다시 이어졌다.
"일절 거짓말을 적을 생각은 꿈에도 하지 마라. 만일 거짓을 적을 시에는 내 분명히 약속 하마. 내가 직접 네 녀석의 혀를 뽑아 버릴 거다. 그리고 돼지에게 사료로 주겠다. 알겠냐?"
"히이익!"
앤드류는 사내의 말에 깜짝 놀라 그만 바지에 실례를 할 뻔했다.
"사실인지 아닌지 궁금하다면 직접 시험을 해봐! 나머지 두 사람을 위해서 아주 좋은 본보기가 될 테니!"
사내의 엄포에 앤드류는 겁을 잔득 먹은 채 적어가기 시작했다.
"자, 누가 가장 먼저 적어 낼까?"
사내가 잔인하게 웃으며 말했다.
앤드류는 잔득 겁에 질린 채 볼펜을 번개같이 놀렸다.
'죄수의 딜레마!'
강혁은 세 사람을 카메라를 통해 동시에 바라보며 회심의 미소를 지었다.
죄수의 딜레마는 게임 이론의 일종이다.
두 사람만이 아니라 N 명이 참가하는 경우에도 동일한 결과가 나타난다.
자기 자신을 제외한 나머지 참가자가 침묵을 선택하거나 자백을 선택하거나 어떤 선택을 하더라도 자신에게 가장 유리한 것은 자백이기 때문에 결국에는 모든 사람이 자백을 선택하게 된다는 이론이다.
일주일 후, 트리니티 스쿨.
"애들아, 들었어?"
"응, 앤드류하고, 왕웨이, 아키라 세 사람 갑자기 자퇴했다며? 무슨 일이지? 지금 같은 시기에 말이야?"
"글쎄 말이야?"
"아무튼 난 걔네들 사라져서 속이 시원한데? 사실 앤드류하고 걔네들 워낙 설쳐 댔잖아."
"그건 그렇지. 학교 안에서 벌어진 나쁜 일들은 다 걔들이 저질렀거나 뒤에서 움직인 거였잖아."
"맞아. 특히 앤드류 그 녀석이 흑막이었지."
한 흑인 남학생이 고개를 흔들며 인상을 찌푸렸다.
"소문으로는 그 녀석들이 또 무슨 일을 꾸미다가 들켜서 다 함께 자퇴서를 쓴 거라는데?"
"뭐? 그게 사실이야?"
트리니티 스쿨 학생들이 모인 곳마다 비슷한 이야기들이 오고 갔다.
대부분 이들의 자퇴를 반기는 분위기였다.
특히 한 해 전에 있었던 인도의 유학생 자퇴 사건의 전말을 알고 있던 아이들은 세 사람의 자퇴 소식에 만세를 부르며 자축하기도 했다.
그런데 이들 세 사람이 중심이 되어 이끌던 그룹은 분위기가 사뭇 달랐다.
"세상에 대체 이게 무슨 일이지?"
메리 페레즈가 말했다.
"그러게 말이야. 아키라나 왕웨이 같은 녀석들은 그렇다 쳐도 앤드류까지?"
앤드류와 함께 가장 핵심적인 멤버 중 하나인 오스틴이 황당하다는 표정으로 말했다.
특히나 오스틴은 앤드류의 아버지를 잘 알고 있었다.
앤드류의 아버지는 학교 이사회 멤버와도 친분이 있어서 문제가 발생해도 대부분 흐지부지 되었기 때문이다.
아들에게 무슨 일이 생겼다면 가만히 있을 사람이 아닌데 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일까?
"걔네들 아무래도 초이한테 당했다는 말이 있어."
무리 중 한 여학생이 대수롭지 않은 표정으로 말했다.
여학생의 이름은 데이지.
다나 무어 같은 재벌 집은 아니지만 데이지의 아버지는 유명한 펀드 매니저로 한 해 연봉으로 벌어들이는 돈만 해도 엄청나다.
최근에는 신생 투자 회사에 스카우트 되었는데, 그 회사가 대박을 터트려 보너스만으로도 엄청난 돈을 벌어들였다고 해서 주의의 부러움을 사고 있었다.
평소 방과 후 외출할 때 입고 다니는 옷이나, 액세서리만 보아도 엄청 부티가 나는데, 자신의 생활이나 패션, 액세서리 등을 찍어서 페이스북에 올리는 활동을 열심히 하고 있어서 페이스북의 확산에 엄청난 기여를 하고 있는 중이기도 했다.
사실 데이지는 앤드류와 함께 어울려 다니는 무리 중 한 명이지만 지금은 최승호의 엄청난 팬이었다.
"뭐? 그게 무슨 말이야?"
오스틴이 깜작 놀라 물었다.
"초이 노트북을 몰래 훔쳤다나 봐."
데이지가 시큰둥한 표정으로 말했다.
아주 역겹다는 표정이 언뜻 얼굴에 나타났다가 사라졌다.
"그게 사실이야?"
메리 페레즈가 깜짝 놀랐다.
메리 페레즈와 데이지 그레이는 절친으로 최근 부모님이 모두 같은 투자 회사에 스카우트 되어 두 사람의 사이가 이전보다 훨씬 가까워졌다.
"사실이야. 메리. 사실은 내가 어제 우연히 교장실을 지나가다가 들었어."
데이지가 말했다.
"뭐라고? 좀 더 자세히 말해 봐!"
오스틴의 눈이 동그래지며 데이지를 재촉했다.
"할 수 없지. 대신 다른 사람들에게는 내게서 들었다는 말은 하지 마 알겠지?"
데이지가 모두에게 주의를 주었다.
"알겠어. 데이지."
오스틴을 시작으로 모두가 확답을 주자 그제야 데이지가 입을 열었다.
"사실은 말이지… 어제 교장실 앞을 지나가는데 무슨 일인지 앤드류의 아버지가 씩씩거리며 나타났더라. 너희들도 알잖아? 앤드류의 아버지가 어떤 사람인지?"
"알지. 절대로 손해 보지 않는 성격이시잖아. 앤드류가 어릴 때부터 학교에서는 유명했는데 뭐."
오스틴이 말했다.
"그런데 말이야. 엄청 놀라운 일이 일어났어."
데이지가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