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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번 사는 절대기억능력자-86화 (86/301)

두번 사는 절대기억능력자 086화

86화

#23장 패가망신

1층의 상황은 아수라장이었다.

특수부대원들이 뛰어들면서 유리창이 모두 박살나 있었다.

한번 총질을 했는지 화약냄새가 자욱하고 실내 가구가 박살 나 있었다.

검은 양복을 입은 한 무리의 사내들이 모두 손을 들고 한쪽 구석에 모여 있었다.

진압에 나선 특수부대의 총알 세례에 저항하지 못하고 항복한 것이다.

최남길을 비롯한 나머지 세 사람은 여자들과 함께 한쪽 구석에 머리를 처박고 있었다.

강혁이 질질 끌고 온 김시언을 바닥에 던졌다.

그리고 테이블로 가서 남아 있는 양주병을 들어 김시언의 얼굴에 부었다.

"우우욱―"

"일어나!"

김시언은 정신이 들자, 화들짝 놀라며 상체를 일으켰다.

사방에 총을 든 특수부대들이 부하들과 친구들을 제압한 상황을 보고 겁에 질렸다.

"너희들이 오늘 무슨 짓을 저질렀는지 아냐?"

강혁이 한국말을 하자 모두들 강혁을 주목했다.

다른 사내들은 모두 영어로 말했던 것이다.

모두들 겁에 질려 강혁의 입만 주시했다.

"우리는 미군 특수부대다. 너희들은 오늘 미국행정부의 고위인사 따님을 납치했다."

강혁의 말에 모두의 얼굴이 흙빛으로 변했다.

"예?"

특히 김시언이 얼굴은 새파랗다 못해 하얗게 질렸다.

"감히 미국 국민을 대낮에 납치하고 강간을 시도해?"

"잘…잘 못했습니다."

"네놈들을 모두 현행범으로 체포하고 미국 법정에 넘긴다."

"예?"

네 사람의 얼굴이 모두 흙빛으로 변했다.

"여기와는 달리 미국의 법은 이런 짓에 매우 엄하다. 종신형도 각오해야 할거야."

약간 뻥을 세게 넣었지만 강간미수에 납치이니 형이 무거울 것은 확연했다.

"저…저희는 안했어요."

최남길을 선두로 모두들 이구동성으로 자신의 죄가 아니란다.

"변명은 법정에서 듣기로 하지. 모두 끌고 가."

강혁의 말에 대원들이 일사불란하게 움직여 네 사람의 신체를 결박했다.

"안…안 돼요!"

"안 되긴, 뭐가 안 돼!"

하늘 무서운 줄 모르고 잘나가던 네 사람의 얼굴이 사색이 되었다.

퍼―어억!

저항하는 네 사람의 뒤통수를 대원들이 권총 손잡이로 가격했다.

그 자리에서 정신을 잃은 네 사람을 바깥으로 끌고 가, 헬기에서 내려온 구명줄에 묶어 올렸다.

별 장 안의 다른 사람들도 밧줄로 꽁꽁 묶어 움직이지 못하게 했다.

잠시 후, 강혁을 비롯한 모든 대원들이 헬기에서 내려온 구명줄을 매고 하늘로 사라졌다.

강혁은 헬기 위에서 아수라장이 된 양평 별장을 내려다보았다.

고글을 벗은 그의 얼굴에 쓰라린 표정이 드러났다.

회귀 전 어느 정권의 법무차관이 벌였던 섹스파티와 그 후의 일들이 생각났기 때문이다.

그 법무차관은 버젓이 법정에서 무죄를 받았다.

당사자가 섹스파티를 하는 동영상이 찍혔는데도 말이다.

법을 집행하는 기관의 일원으로서 속상했던 기억이 있다.

'내가 가진 힘으로 그런 일들을 바꿀 수 있을까?'

결코 싶지는 않을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자신에게는 남들에게는 없는 힘이 있었다.

마음속에서 불굴의 의지가 들끓어 올랐다.

강한 자에게는 곧 죽어도 들이박고, 약한 자에게는 언제나 인정을 베풀었다.

피 속에서 뭔가가 들끓어 올랐다.

'가다가 중간에 쓰러질지라도 가보자.'

강혁의 눈빛이 밤하늘을 응시했다.

두 눈에 결연한 빛이 떠오른다.

"여… 여기가 어디지?"

정신을 차린 김시언은 사방이 벽으로 막혀 있는 방에 갇혀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이들이 있는 곳은 한국 모처에 있는 C.I.A의 비밀 심문실이다.

강혁의 부탁으로 C.I.A가 자신들의 시설을 외부인에게 개방한 것이다.

원래라면 있을 수 없는 일이었다.

현재 미국 행정부에 강혁이 미치는 영향력이 그대로 드러나는 순간이었다.

사실 처음 강혁의 부탁을 캐리 대사에게 들었을 때, 한국지부 C.I.A 지부장은 거절했다.

유래가 없는 일이었기 때문이다.

약간의 논란이 있었지만, 한 통의 전화로 모든 분쟁이 끝났다.

미 대통령이 직접 전화를 건 것이다.

―아무 말 하지 말고, 존 강 회장이 부탁하는 것은 뭐든지 들어주게.

"예? 대…대통령 각하? 하지만……."

―존 강 회장은 우리 미국 안보에 매우, 매우, 매우 중요한 인물이야. 무슨 말인지 알겠나?

미국 대통령이 매우라는 단어를 세 번이나 반복해서 사용했다.

"아…알겠습니다. 각하"

C.I.A 지부장 잭 로빈슨은 클링튼 대통령의 지시를 들은 후, 강혁에게 시설을 개방했다.

아마도 강혁에게 자신이 모르는 뭔가가 있는 모양이라고 스스로 납득하고 넘어간 것이다.

사실 클링튼이 이렇게까지 강혁의 부탁을 나서서 들어준 데에는 이유가 있었다.

"존 회장, 혹시 우리 정부를 위해 해주실 수 있는 예언이 있습니까?"

클링튼은 비록 예언 같은 것은 믿지 않았지만 농담반 진담반으로 강혁에게 물었다.

"대통령님은 성공적인 대통령으로 미국 역사에 남을 겁니다."

클링튼의 질문에 강혁은 속으로 휘파람을 불며 클링튼의 신뢰를 얻기 위해 떡밥을 던졌다.

"올해 있게 될 선거에서도 민주당 대통령으로서는 52년 만에 재선에 성공하십니다."

강혁의 말에 집무실에 있던 모두가 빙그레 미소를 지었다.

단순한 덕담으로 여긴 것이다.

사실이든 아니든 예언자의 말이니 모두들 기분은 좋았다.

애런 화이트 부대통령과 워런 크리스토퍼 국무장관이 서로 마주보며 미소를 띠었다.

"제 말이 믿기지 않으실 수도 있으니 49, 41, 8. 이 세 숫자를 기억해 주세요. 대통령님."

"아, 그러죠. 49, 41, 8이라? 외우기 싶네요. 하하하. 그런데 뭔가요? 이 세 숫자?"

"자연스럽게 아시게 될 겁니다. 이 세 숫자가 무엇을 의미하는지는……."

한국 지부장 잭 로빈슨에게 강혁의 지시를 따르라는 전화를 끊은 클링튼은 기억을 떠올렸다.

"52년 만의 재선. 그건 대충 그렇다쳐도, 대체 어떻게 그것까지 맞춘 걸까?"

클링튼은 강혁이 말했던 세 개의 숫자를 다시 떠올렸다.

49, 41, 8.

이 세 숫자는 대통령 선거에 나온 세 후보의 최종 득표 비율이었다.

재선에 성공한 클링튼이 49%, 공화당 후보가 받은 득표비율이 41%였다.

8%는 다른 정당 후보가 받은 표다.

클링튼은 선거 집계가 모두 끝났을 때, 집무실에서 TV를 보다가 화면에 뜬 세 숫자를 보고 놀랐다.

그 자리에는 애런 화이트도 있었는데 당시의 기억을 떠올리고 엄청 놀랐었다.

클링튼은 이후, 이 사실을 함께 들었던 애런 부통령과 워런 국무장관을 불러 회의를 했다.

"미 정부의 안보와 번영을 위해 존 회장과는 반드시 깊은 관계를 유지해야 합니다."

워런 국무장관이 굳은 얼굴로 말했다.

"저도 동감이에요. 존 회장이 우리 편이라면 얼마나 큰 도움이 되겠습니까?"

애런 화이트 부대통령은 이전에도 그랬지만 아예 강혁의 큰 팬이 되어 있었다.

"나도 사실 반신반의했는데, 내가 직접 겪어보니 등골이 서늘해질 정도야."

클링튼이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하긴 저도 그랬어요. TV를 보는데, 득표율 숫자가 떠오르는 순간 식은땀이 흐르더라니까요."

크리스토퍼 국무장관이 혀를 내두르며 말했다.

세 사람은 자신들만의 비밀로 하자고 말한 후, 이후 강혁과의 관계설정에 대해 토의했다.

오늘 클링튼이 캐리 대사의 전화를 받고 직접 한국 C.I.A 지부장에게 전화를 건 이유다.

강혁은 의자 위에 꽁꽁 묶여 있는 김시언을 비밀창 너머로 바라보았다.

'대낮에 여자를 납치하고 약을 먹여 강간하려고 한 놈들이야. 틀림없이 여죄가 있겠지.'

강혁의 얼굴은 딱딱하게 굳어 있었다.

자신의 딸이나 조카처럼 여겨왔던 이리나에게 씻을 수 없는 상처를 주려 했던 놈이다.

상류층 자제로서 지금까지 얼마나 많은 죄를 저질렀을지 짐작가는 바가 있었다.

강혁은 자신의 앞에 있는 마이크를 틀었다.

"네 이름은?"

강혁의 변조된 목소리가 크게 확대되어 커다란 창고 같은 심문실 안에 울려 퍼졌다.

"누…누구세요? 여긴 어디예요?"

마이크에서 울려 퍼지는 굵고 위압적인 목소리는 김시언을 공포에 젖어들게 만들기에 충분했다.

"넌 지금 스파이 혐의로 체포되었다!"

컴퓨터로 변조된 음성은 매우 권위적이고 위압적이었다.

게다가 밀폐된 공간은 김시언에게 큰 공포로 다가왔다.

그런데 갑자기 스파이 혐의라니?

"아…아니에요. 전 그런 짓 안했어요."

"그런데 왜 대낮에 우리 미국 국민을 납치했지?"

"그…그건……."

"왜 미국 국민을 납치했나?"

"잘… 잘 못했어요. 하지만 스파이는 아니에요."

"아직도 거짓말을 하는군."

"아…아닙니다. 사실이에요. 납치는 했지만 스파이는 아니에요."

"네 말이 사실인지 아닌지는 잠시 후에 밝혀질 것이다."

웅웅 거리는 위압적인 목소리에 김시언은 벌벌 떨었다.

"어…어쩌시려고요?"

김시언의 물음에 아무런 대답이 없다.

그런데 잠시 후, 밀폐된 공간 한쪽이 열리며 스키마스크를 쓴 건장한 흑인 남성이 들어왔다.

상의에는 국방색 러닝셔츠를 입었고 하의에는 군복바지를 입었다.

남자의 손에는 은색 가방이 들려 있었다.

꾸울―꺽!

김시언은 자신도 모르게 침을 삼켰다.

남자는 아무 말 없이 그의 눈앞에 은색 가방을 열었다.

그리고 테이블 위에 뭔가를 하나씩 꺼내었다.

불길한 느낌이 든 김시언이 말했다.

"뭐… 뭐예요? 그거?"

"이게 뭐냐고? 꼬마?"

스키마스크를 쓴 근육질의 사내가 영어로 말했다.

"무…뭔가요?"

"이건 말이지. 네 손톱을 하나씩 뽑는데 사용할 거야."

"히이익……!"

김시언의 머리털이 바싹 섰다.

"그리고 이건 말이지… 머리에 이걸 씌우고 물을 부으면……."

"하…하지마세요. 하지마… 뭐든 말할 테니까!"

김시언은 깜짝 놀라 묶인 의자에서 피를 토하듯이 말했다.

그리고 의자에 그대로 오줌을 쌌다.

테이블 위에는 올려놓은 도구들은 하나같이 무자비한 고문 도구들이었다.

"뭐든 말하겠다고?"

"말할게요. 말할게."

"좋아, 그럼 하나씩 시작해보지. 그전에 조금 따끔할거야!"

"예?"

김시언은 자신의 목에 모기가 문 것처럼 따끔한 느낌을 받았다.

스키마스크를 쓴 흑인 남자가 김시언의 목에 뭔가를 주사한 것이다.

김시언은 의식이 점점 몽롱해지는 것을 느꼈다.

"네 부모의 이름은?"

웅웅 거리는 위압적인 음성이 들려왔다.

"김대호… 우리 아빠… 김대호… 국회의원이에요. 앞으로 법무부… 장관이 될… 사람이야."

"네 친구들에 대해 아는 대로 말해봐."

웅웅 거리는 음성을 따라 김시언은 세 사람에 대해 미주알고주알 늘어놓기 시작했다.

강혁이 김시언의 목에 주사한 것은 C.I.A가 사용하는 자백제였다.

자백제는 심리를 약화시켜서 비밀을 누설하게 할 때 사용하는 약물이다.

이런 종류의 자백제는 의지가 굳건하거나 의지할 대상이 있는 상대에게는 효과가 적다.

하지만 김시언 같은 경우 통할 가능성이 충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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