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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번 사는 절대기억능력자-87화 (87/301)

두번 사는 절대기억능력자 087화

87화

강혁은 일부러 심리적 공포감을 형성시키기 위해 폐쇄된 공간에 김시언을 집어넣었다.

스티브에게 C.I.A의 고문관을 연기시키고 고문 기구를 눈앞에 보여주도록 했다.

모두가 자백제의 효과를 극대화시키기 위한 연출이었다.

김시언에게 극도의 공포감을 주입시킨 후 비로서 자백제를 주사한 것이다.

이렇게까지 한 이유는 자백제가 가지고 있는 한계를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런데 강혁이 왜 굳이 자백제를 사용한 것일까?

사실 강혁은 얼굴이나 몸짓으로 거짓말의 여부를 알아내는 사람이다.

하지만 초능력자가 아니기에 말해주지 않는 내용을 알 길은 없다.

강혁도 사전 정보가 있어야 상대에게 사실 여부를 물어보고, 그 답변을 판별한다.

정보가 거의 없는 상황에서는 질문 거리가 한정되기 때문에 이런 방법을 사용한 것이다.

"…여자애들 벗겨서 강간하고 그 장면을 카메라로 찍었어. 크흐흐흐."

자백제를 맞은 김시언은 의식이 몽롱해지고 심리적 경계심이 사라졌다.

말도 많아지고, 묻지 않은 것도 답하고 있었다.

"비디오 테이프는 어디에 있지?"

"야―앙평 별―장에 있지… 별장 3층에 비밀 금고에 있―다고. 한 번씩 상영회를 하는데 말이야―"

강혁은 전화기를 꺼내 연락을 취했다.

"이 실장님."

―예, 회장님. 저는 지금 양평 별장에 와 있습니다. 한바탕 화려하게 하셨던데요?

"뭐 별거 아닙니다. 그보다 급히 찾아주셔야 할 물건이 있습니다."

―그녀석들이 그런 짓을? 알겠습니다. 회장님. 걱정마십시오.

이규철에게 테이프를 찾아오도록 시킨 후 전화를 끊었다.

심문은 계속되었다.

김시언이 주축이 되어 네 사람이 그동안 저질러온 범죄들은 한둘이 아니었다.

2주 전에는 TM엔터테인먼트의 연습생이었던 이진주가 집에서 손목을 긋고 욕조에서 자살을 했다.

경찰은 쉬쉬하며 넘어갔지만, 이놈들에게 못쓸 짓을 당하고 스스로 목숨을 끊은 것이다.

이런 일들이 한두 건이 아니었다.

이들이 농락한 여자들 중에는 지방에서 올라와 열심히 생활하던 성실한 여대생들도 많았다.

백지처럼 순수한 여자들을 농락하는 것이 더 재미있다며 파티에 초대해 약을 탄 술을 먹였다.

정신을 잃은 이들은 성폭행을 당한 후 비디오에 찍혔다.

이들 중에 스스로 목숨을 끊은 사람이 여럿 있었다.

강혁은 김시언의 말을 듣던 중 피가 거꾸로 솟는 것 같았다.

이런 짓을 저지르고도 처벌을 받지 않은 것은 이들의 부모가 가진 권력 때문이었다.

'이 놈들 철저하게 무너뜨려 주마!'

강혁은 희생당한 여자들에 대해 가슴 아파하며 이들에 대한 단죄를 결심했다.

김시언의 심문이 끝나자 강혁은 스키마스트를 쓰고 그의 앞에 나타났다.

흑인 고문관이 사라지고 새로운 남자가 등장하자 김시언은 다시 긴장했다.

"다…다 말했어―요."

강혁은 조용히 입을 열었다.

"네 손에 희생당한 아이들을 대신해서 내리는 천벌이다."

천벌이란 말에 김시언은 헛바람을 집어 삼켰다.

눈앞에서 강혁이 손을 높이 들었다.

잔뜩 겁에 질린 김시언을 향해 강혁의 손바닥이 환상처럼 움직였다.

파바밧!

김시언은 강혁의 손가락이 몸 위의 어떤 부위들을 집는 것을 느꼈다.

그리고 그것이 끝이었다.

강혁은 김시언을 그대로 두고 심문실을 나갔다.

혼자 남은 김시언은 어리둥절했다.

아무런 일도 벌어지지 않았던 것이다.

그 후, 김시언은 약을 주사 받고 정신을 잃었다.

강혁은 다른 세 사람을 차례대로 심문하고 동일한 방식으로 죄를 자백 받았다.

그리고 셋 모두에게 천벌을 내린다며 몸의 일부를 손가락으로 짚었다.

"여…여기가 어디지?"

정신을 차린 김시언은 자신이 산속 깊은 곳에 버려졌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눈앞에는 회중전등 한 개가 달랑 보였다.

사방을 둘러보아도 빽빽한 나무만 보이고 길은 전혀 없었다.

김시언은 자신이 산중에 고립되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주변을 살펴보아도 사람의 흔적이 보이지 않았다.

"크흐흑! 이 개XX."

김시언은 아닌 밤중에 홍두깨라고, 갑자기 이런 상황에 빠진 것이 믿어지지 않았다.

다른 세 사람도 장소만 달랐지 상황은 비슷했다.

강혁이 그들 모두를 인적이 드문 깊은 산속에 버려둔 것이다.

이들이 산속을 혼자서 빠져나가려면 생고생을 해야 할 것이다.

미국 법정에 세운 다는 말은 뻥이었다.

사실 그들을 그런 방식으로 구금하는 것도 한국의 법체계를 무시한 것이다.

한국인으로서의 자존심이 미국법정에 세우는 것을 막았다.

대신 강혁은 그들 모두를 철저하게 박살낼 생각이었다.

이들이 구사일생으로 산속에서 구조된다고 해도, 앞으로 일어날 일들은 지옥이나 마찬가지였다.

네 사람은 모두 심문을 마친 후, 정신을 잃고 산속에서 깨어났기에 깨어난 시간대가 다 달랐다.

장전후는 다음 날 아침이 되어서야 숲에서 일어났다.

그런데 자신의 몸에 이상이 있다는 사실을 얼마 안 가 깨달았다.

"이…이게 왜 이러지? 지금까지 이런 일이 없었는데?"

장전후는 매일 운동으로 몸을 단련하는 체육계 인간이었다.

정력도 강하고, 왕성한 것이 자랑이다.

그에게는 오랜 습관이 하나 있는데, 아침이면 일어나 거울 앞에서 자신이 맨몸을 감상하는 것이다.

그럴 때 왕성하게 하늘을 향해 치솟아 오른 심몰을 자랑스럽게 감상했다.

그런데 당연히 치솟아 올라야 할 심볼이 전혀 움직이지 않았다.

"설… 설마?"

불현 듯 불안한 생각이 든 장전후는 자신의 손을 사용해 심볼을 일으켜 보았다.

"뭐야? 이거 왜 이래?"

그러나 아무리 노력을 해도 일어나지 않았다.

불현 듯 장전후의 머릿속으로 지난 밤 있었던 일이 떠올랐다.

"네 손에 희생당한 아이들을 대신해서 내리는 천벌이다."

눈앞에서 환상적으로 움직이는 손짓과 함께 몸의 여러 부위에 손가락이 오갔다.

"서…설마 하지만 그럴 리가?"

장전후는 깊은 산속을 빠져나가는 것보다 자신의 몸에 일어난 이상 현상에 당혹스러워했다.

사실 네 사람 모두 강혁의 점혈에 다시는 생식활동을 할 수 없는 몸이 되었다.

하지만 아직 그 사실을 조금이라도 눈치챈 사람은 장전후에 불과했다.

이들 모두는 그런 사실을 빠르든 늦든 알게 될 것이다.

어떤 수단을 사용해도 백약이 무효라는 사실을 말이다.

그러나 이들에게 일어날 재앙은 아직 시작에 불과했다.

이들 네 사람에게 몸 망쳐지고 자살당한 자들을 위한 강혁의 진혼곡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     *     *

"으으음―"

이리나는 기지개를 켜고 깊은 잠에서 깨어났다.

주변을 돌아보자 호텔에 있는 자신의 침대 위였다.

정신을 차린 그녀는 잠시 머리에 혼돈이 왔다.

'어제 일은 뭐였지? 꿈이었나?'

침대에서 일어나 우선 샤워를 하고 옷을 갈아입었다.

그리고 호텔 식당으로 내려갔다.

"스티브!"

"오! 이리나. 어제는 잘 잤어요?"

"예, 푹 잤어요. 그런데 혹시 제가 어제 언제 들어왔나요?"

"기억 안 나세요?"

"그…그게 대충 기억은 나는데 너무 믿을 수 없는 일이라."

"무슨 일인데요?"

"그러니까 제가 납치를 당했던 것 같은데 말이에요. 갑자기 특수부대가 와서 절 구해줬어요."

스티브의 얼굴이 벙찐 표정이다.

"알아요. 말도 안 되죠."

이리나가 고개를 푹 숙였다.

'맞아, 그때 그 목소리. 회장님 같았는데?'

이리나가 고개를 번쩍 들었다.

"혹시 회장님이……."

"내가 뭐?"

낯익은 목소리에 고개를 돌리자 강혁이 보였다.

미국의 본사에서 보던 그 모습 그대로다.

"회…회장님?"

"어제 관광은 잘 했나요. 이리나?"

"예? 그…그게 일단 경복궁이라는 곳에 갔었는데……."

"갔었는데?"

"사실 그 다음을 잘 모르겠어요. 꿈인지 생시인지?"

생각할수록 이리나는 자신이 경험한 일이 사실인지 확신할 수 없었다.

백주대낮에 납치라니?

게다가 특수부대가 헬기를 동원해서 자신을 구출해 주었다.

그게 가능한 일일까?

이리나의 얼굴이 시시각각 변하는 모습을 보며 강혁은 빙긋이 웃었다.

"이리나 오늘은 내가 직접 관광을 시켜주죠. 그리고 해줄 말도 있고요."

"정말요?"

강혁의 말에 이리나의 표정이 금세 변했다.

고대하던 강혁과의 데이트라니?

미국에서 꿈만 꿨던 일이 이렇게 빨리 이루어질 줄은 몰랐다.

물론 엄격히 말하면 일의 연장인 모양이지만 말이다.

거리에서 사람들이 자신을 흘깃흘깃 바라본다.

대부분은 낯선 외국인인 자신을 바라보는 것이다.

개중에는 자신의 옆에선 강혁을 보는 눈길도 있다.

동양인치고는 큰 키에 매우 균형이 잡힌 탄탄한 몸매다.

잘생긴 얼굴에 뭔가 사연이 있는 것 같은 눈빛은 특히나 여성들의 눈을 쉽게 사로잡았다.

이리나는 그런 강혁을 누군가에게 뺏길세라 팔을 세게 붙잡았다.

강혁이 그런 자신을 내려다본다.

"그렇다면 회장님이 절 구해주신거네요?"

"뭐 그렇지."

강혁이 웃으며 말했다.

"그런데 어떻게 하신 거예요?"

"응? 뭐가?"

"그…그… 헬기라던가……."

"음, 미국 대사의 의자를 들썩였지."

강혁이 아무렇지도 않은 듯 빙긋이 웃으며 말했다.

"앞으로 이리나가 한국에서 날 도우려면 알아두어야 할 것이 많아."

강혁이 부드러운 눈으로 이리나를 바라보았다.

"맡겨만 두세요. 회장님."

"음, 믿음직스러운데?"

강혁이 웃으며 말했다.

'정말이라고요. 이젠 제 은인이기도 하잖아요.'

지중해의 푸른 바닷물처럼 아름다운 두 눈이 반짝거렸다.

*     *     *

"그게 무슨 소리야? 애들이 사라졌다니?"

김대호는 장호걸의 전화를 받고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

"뭐? 양평 별장이 쑥대밭이 됐다고?"

들으면 들을수록 심상치 않았다.

장호걸의 부하들이 전한 말을 들어보면 미군 특수부대가 와서 아이들을 잡아갔다지 않은가?

보통 심각한 일이 아니었다.

"그러니까 애들이 여자애를 대낮에 납치했는데, 그게 미행정부 고위관리의 딸이었다고?"

장호걸의 설명을 들어보니 대충 그림이 나왔다.

김대호는 머리가 아파왔다.

국내라면 자신의 손에서 얼추 해결할 수 있었지만 미국이 개입되면 자신의 손을 떠난 일이다.

―형님, 경찰에 신고할까요?

장호걸의 말에 김대호가 잠깐 생각에 잠겼다.

"우리 애들이 또 다른 실수를 저지른 것 있어?"

―여자애들을 불러서, 약을 하며 놀았다고 합니다.

들으면 들을수록 점입가경이다.

"그 정도는 내 선에서 알아서 할 수 있으니까. 일단 경찰에 신고해."

―괜… 괜찮을까요?

"아무리 우리 애들이 잘못했어도, 여긴 엄연히 한국 땅이야. 납치라니?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자기 아들이 대낮에 사람을 납치한 것은 생각하지 않고 남의 탓부터 한다.

김대호도 모르는 바는 아니다.

하지만 미군에 끌려간 아들을 되찾으려면 불법성을 지적할 수밖에 없었다.

―알겠습니다. 형님.

전화를 끊은 김대호의 속이 끌어 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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