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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번 사는 절대기억능력자-102화 (102/301)

두번 사는 절대기억능력자 102화

102화

―저하고 재미있는 작업을 하나 하지 않으시겠습니까?

강혁의 말에 조지아 솔라즈의 미소가 더욱 짙어졌다.

"작업이라? 한 번 들어볼까요?"

조지아 솔라즈의 말에 강혁은 속으로 쾌재를 불렀다.

―일본 경제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일본이라?"

그는 강혁의 말을 들으면 들을수록 흥미가 돋았다.

두 사람은 중간 중간 자신의 생각을 말하기도 하면서 상당히 많은 이야기를 나누었다.

"이거, 이거 존 회장의 명성이 헛된 말뿐인 것이 아니었군요."

진심으로 감탄했다.

강혁이 일본에게서 엄청난 돈을 벌어들일 수 있는 획기적인 전략을 말했던 것이다.

물론 그 덕에 일본 경제는 휘청거리겠지만 말이다.

―보다 자세한 내용은 직접 만나서 협의했으면 합니다만.

"기꺼이 시간을 내겠소."

조지아 솔라즈의 말에 강혁은 회심의 미소를 지었다.

그가 미끼를 문 것이다.

이제 조지아 솔라즈가 강혁의 계획대로 움직여 준다면 일본 경제는 큰 낭패를 당하게 될 것이다.

그 틈을 타서 필요한 기업들을 일제히 인수할 생각이었다.

그들은 대체 무슨 일이 일어난 것인지 정신을 차릴 사이도 없이 당할 것이다.

'조지아 솔라즈, 당신이 감탄하면서 들은 전략들은 사실 모두 미래에 당신이 써먹었던 것들이요.'

전화를 끊은 강혁은 흥겨운 마음으로 자리에서 일어나 제복을 갖춰 입었다.

그리고 파출소로 출근했다.

*     *     *

"수지야, 너희 오빠가 한국에 온단다."

"정, 정말요? 오빠가?"

승호의 두 살 아래 여동생인 최수지는 1년 만에 오빠가 돌아온다는 소식에 기뻐했다.

"오빠, 이번에 스탠포드 합격했다면서요?"

"그래, 그래."

말을 건네는 승호 모친의 얼굴에 웃음꽃이 피었다.

"그럼 학교 다녀올게요."

"그래, 갔다 오너라."

수지는 한달 전 이사를 하게 되면서 학교를 옮겼다.

이사는 승호가 미국에서 보내준 돈으로 했다.

한달 전 부모님이 기뻐하며 자신에게 전해준 이야기가 지금도 생생했다.

"수지야, 세상에 승호가 돈을 부쳤구나."

"정말요?"

"그래, 그것도 작은 돈이 아니다. 이 돈이면 교외에 좋은 전원주택을 살 수 있을 정도야."

"그…그래요?"

수지는 교외에 좋은 전원주택을 구하는 데 어느 정도 돈이 필요한지는 몰랐다.

하지만 적어도 적은 돈은 아니라는 것을 짐작할 수 있었다.

가족이 거주하던 곳은 가세가 기울면서 급히 얻었던 작은 월세 방이었다.

그런데 지금은 오빠가 보내줬다는 돈 덕분에 자기 방을 갖게 되었다.

미국에서 시작했다는 작은 회사가 잘되는 모양이다.

"그런데 언제 온다는 말을 못 들었네? 뭐, 며칠 걸리겠지."

수지는 오랜만에 오빠를 만날 생각에 즐거운 마음으로 학교로 걸어갔다.

"지수, 안녕."

"안녕, 영란아."

수지는 전학 후 새로 사귄 친구인 영란을 만나 수다를 떨며 학교로 향했다.

사실 수지는 전학 후, 아직 제대로 적응을 못 하고 있었다.

학기 시작도 아니고 중간에 전학을 왔기 때문에 지금의 친구도 겨우 사귄 것이었다.

사실 친구가 된 김영란 역시 학교에서 친구를 사귀지 못하고 있던 아이였다.

말하자면 아웃사이드끼리 친구가 된 것이다.

영란은 착하기는 한데 너무 숫기가 없고, 자신감도 많이 부족한 아이였다.

친구가 된 것은 좋은데, 영란의 이미지가 덧씌워지며 덩달아 수지도 비슷한 부류로 취급받았다.

'휴우, 오늘도 존재감이 제로였어.'

수업이 끝난 후 집으로 갈 시간이 되자 수지는 급 우울해졌다.

활달한 성격인 수지는 친구들을 좀 더 많이 사귀고 싶었다.

하지만 이미 학급은 무리가 지어져 있어 들어가기가 어려웠다.

친구가 된 영란의 존재도 다른 무리에 들어가기 어렵게 하는 요인이었다.

함께 어울리는 영란이를 위해서라도 자신이 좀 더 존재감을 발했으면 좋겠는데.

그럴만한 계기가 없었다.

최수지는 오빠인 최승호와 마찬가지로 매우 평범한 학생이었다.

외모도 중간, 운동능력도 중간 정도에 공부까지 평범해서 뭐하나 특출난 것이 없었던 것이다.

"수지야, 오늘 마치고 어떻게 할래?"

영란이 얼굴을 붉히며 물었다.

수지는 영란이 자신에게 먼저 물어보자 살짝 미소를 지었다.

극단적인 부끄럼쟁이였던 영란이 이렇게 되기까지도 시간이 많이 걸렸다.

원래부터 영란이 이렇게 소극적인 성격은 아니었단다.

다만 오래전 친하게 지냈던 친구들에게 심한 따돌림을 당한 후 지금처럼 성격이 변했단다.

수지는 영란이 안쓰러웠다.

그래서 더 영란을 도와주고 싶었다.

'좋아, 최수지. 여기서 포기하면 안 되지. 좀 더 힘내보자.'

"어떻게 하긴. 한참 자라나는 우리니깐 마치면 수정이네 분식이지."

수지의 말에 영란이 빙긋이 웃는다.

사실 수지는 영란이 어디에 가고 싶어 하는지 알고 있었다.

영란이 항상 수지에게 물어보는 것은 그녀에게 맞추고 싶어 했기 때문이다.

그래서 수지는 영란이 가고 싶어 하는 분식점에 가자고 말했다.

물론 수지 역시 가고 싶은 마음이 있었다.

"어머나? 너 어떻게 벌써 왔니?"

"하하, 좀 놀라게 해드리고 싶어서. 일부러 말씀을 안 드렸어요."

"그, 그렇다고 해도. 거기서 여기까지 오려면……."

승호의 모친 이향숙 여사는 아들이 온다는 말에 대충 시간을 계산해두고 있었다.

아무리 빨라도 지금 이 시간에 도착한다는 것은 이해가 되지 않는 이야기였다.

"사실은 존 회장님이 전용기를 빌려주셨어요."

"뭐? 전용기라니?"

"존 회장님의 개인 비행기가 있어요."

승호가 살짝 웃으며 말했다.

이향숙은 강혁이 부자라는 사실은 알고 있었지만 어느 정도인지는 실감하지 못했었다.

그런데 미국에서 한국까지 한 번에 비행할 수 있는 전용기가 있다는 말에 입을 다물지 못했다.

"널 후원해 주시는 분이 그 정도로 부자인줄은 몰랐구나."

승호가 살짝 웃으며 말했다.

"어머니, 제 친구들이 밖에서 기다리는데……."

"어머머, 뭐하니 빨리 들어오라고 해."

이향숙 여사는 부리나케 움직여 대문을 열어주었다.

승호가 미국에서 사귀었다는 친구들이다.

그녀에게도 귀한 손님이다.

대문을 연 이향숙은 순간 멍하니 움직일 수가 없었다.

순간 자신의 두 눈을 믿기 힘들었다.

혹시 대낮에 헛것을 보는 것은 아닌지 의심스러웠다.

눈앞에 햇살에 반짝거리는 금발의 미소녀 셋이 방글방글 웃으며 서 있었다.

"엄마, 제 친구들이에요."

승호의 말에 그제야 이향숙은 정신을 차렸다.

"안녕하세요. 어머님."

세 사람에게서 약간은 어색하지만, 나름 능숙한 한국어가 흘러나왔다.

"어? 너희들?"

승호도 놀랐다.

이들이 한국말을 할 줄은 몰랐던 것이다.

에밀리가 웃으며 아멜리아, 다나와 눈을 맞추었다.

"놀랐니? 에밀리와 한국어 공부 모임을 만들었어."

아멜리아가 봄바람처럼 부드러운 목소리로 말했다.

어딘지 살짝 부끄러워하는 눈빛이다.

승호는 자신도 모르게 마음이 설다.

"어, 그…그래? 몰랐어."

승호가 뒷머리를 손으로 매만졌다.

"만나서 반가워요. 미인 삼총사들. 너희들 정말 승호의 친구들 맞니? 난 어디서 요정들이 나타난 줄 알았다."

이향숙 여사가 약간 발음이 어색하지만 능숙한 영어로 말했다.

남편과 서울대 재학 중 만났던 이향숙 여사였다.

뛰어나지는 못해도 간단한 의사소통은 가능한 능력이 있었던 것이다.

"어머, 어머님도 참. 요정 같다니요. 하긴 우리 아멜리아라면 그런 말을 들을만하죠."

에밀리가 환하게 웃으며 말했다.

참으로 사람들의 마음을 기분 좋게 만드는 미소였다.

"어머나, 참 밝게 웃는구나."

"제 이름은 에밀리에요. 에밀리 윌슨. 처음 뵙겠습니다. 이 여사님."

에밀리가 정식으로 예의를 갖춰 인사를 하자 자연스럽게 서로를 소개하는 시간이 되었다.

"만나서 반가워요. 에밀리양. 저는 여기 이 친구의 엄마랍니다. 레베카라고 불러요."

이향숙은 대학시절 잠시 사용했던 영어 이름을 아들의 친구들에게 말해주었다.

"저는 다나 무어에요. 어머님, 잘 부탁드립니다."

다나의 말에 이향숙도 인사를 했다.

"저는 아멜리아 패닝이에요. 어머님."

아멜리아의 인사를 받으며 이향숙은 약간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

어디선가 본 듯한 얼굴이었던 것이다.

"어? 아멜리아양… 혹시?"

"맞아요. 어머님. 쟤 유명인사예요. 헐리우드 배우, 아멜리아 패닝이에요."

에밀리가 웃으며 말했다.

"아, 맞아. 아멜리아 패닝. 만나서 반가워요. 아멜리아양."

이향숙은 영화에서나 보던 여배우를 실제로 만나자 깜짝 놀랐다.

'그런데 이 애들이 모두 승호 친구라고?'

이향숙은 최승호가 미국에서 열심히 공부만 했을 거라고 굳게 믿었다.

그렇지 않고서야 어떻게 스탠포드에 유학 1년 만에 진학 할 수 있었겠는가?

그런데 1년 만에 나타난 아들이 여자 친구를 셋이나 데리고 왔다.

그것도 한 사람 한 사람 모두 매력이 넘쳤다.

에밀리는 사람을 기분 좋게 만드는 마력을 지닌 매력만점의 아가씨였다.

다나 무어는 출중한 미모에 귀족 같은 분위기를 지녔는데, 다이애나비를 눈앞에서 보는 느낌이었다.

아멜리아는… 진짜 사람이 맞는가 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 숨 막히는 미모를 지니고 있었다.

백금에 가까운 금발은 신비롭기까지 했다.

엘프가 실재한다면 아멜리아 같지 않을까하는 생각이 들었다.

승호의 집은 서울 외곽에 있는 전형적인 전원주택으로 작은 정원을 가진 2층 주택이다.

아멜리아 등은 2층에 짐을 풀고, 1층 거실로 내려왔다.

마침 산책을 나갔던 승호의 아버지 최대한이 돌아왔다.

"여보, 누가 왔는지 좀 보세요."

"응? 왜, 승호가 오기라고 했어? 하지만 아직 오려면 한참 남지 않았어?"

거실로 들어온 최대한은 순간 두 눈을 의심했다.

아직 도착하기 만무한 최승호도 최승호지만, 눈이 부실 정도로 아름다운 미소녀들이 거실에 있었다.

'내가 대낮부터 헛것을 보나?'

"안녕하세요. 아버님. 승호 친구인 에밀리예요."

인간 비타민 에밀리를 시작으로 다나 무어, 아멜리아 순으로 소개가 이어졌다.

최대한 역시 어리벙벙한 상태에서 세 사람과 인사를 나누었다.

'우리 승호가 역시나 나기는 난 놈이구나. 이런 미인들을 셋이나 데리고 오다니?'

최대한은 벙찐 얼굴로 승호를 바라보다가, 눈이 마주치자 찡긋 윙크를 보냈다.

'이 놈아, 부럽다.'

능글맞은 표정으로 자신을 바라보는 최대한에 승호는 얼굴을 찡그렸다.

'아버지, 그게 아니라고요.'

'뭐가 아니냐? 이놈아. 이 중에서 누구냐? 네 짝은?'

'크, 말을 말아요.'

두 사람은 살짝 떨어진 곳에서 눈빛으로 대화를 나누다 이향숙의 말에 멈췄다.

"다들 과일이라도 좀 들어요."

이향숙이 손님들에게 수박과 파인애플을 잘라서 가져왔다.

모두 즐겁게 다과를 먹으며 승호의 미국생활을 주제로 대화를 나누었다.

"정말? 우리 승호가 그랬다고?"

"예, 얼마나 용감했다고요."

에밀리가 정말 자랑스럽다는 듯이 승호의 영웅적인 행동을 두 사람에게 말해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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