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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번 사는 절대기억능력자-114화 (114/301)

두번 사는 절대기억능력자 114화

114화

윌슨은 문득 그런 상상을 해봤다.

만일 이들이 모든 사실을 알게 된다면 과연 어떤 표정을 지을까?

울상을 지을까?

아니면 화를 낼까?

강혁에게 일본이 한국에게 했던 엄청난 죄업들을 들은 윌슨은 지금의 상황이 매우 통쾌하고 고소했다.

월슨이 이런 상상을 하고 있을 때, 사이토가 윌슨에게 읍소했다.

"윌슨 사장님, 배려에 감사드립니다. 그런데 사실, 그것만으로는 여전히 회사를 살리는데 많이 부족합니다."

사이토 이치로와 다른 은행의 은행장들이 최대한 불쌍한 표정을 지으며 윌슨을 바라보았다.

일본 국내법으로 외국 자본은 은행 지분을 보유할 수 있는 한도가 제한되어 있다.

비록 골든타워가 지분을 사들인다고 해도, 자금이 바닥난 은행들이 도산할 수 있는 상황이었다.

"그러면 대신 돈을 빌려드리지요."

윌슨의 말에 은행장들의 얼굴이 활짝 폈다.

"엔으로 빌려드리죠. 대신 갚을 때는 달러로 갚으세요."

"그… 그래도 되겠습니까?"

"물론이죠."

지금은 달러의 가치가 하락한 시점이다.

엔고로 모두가 힘든 시기에 달러로 갚으라면 남는 장사다.

사이토는 이 순간 윌슨이 천사로 보였다.

"다만 저희가 갚으라고 하는 시기에 갚으셔야 합니다."

"알겠습니다. 윌슨 사장님. 그렇게 하겠습니다."

사이토를 비롯하여 함께 모인 은행장들이 모두 입을 모아 윌슨의 말대로 하겠다고 했다.

'후훗, 그렇게 웃고 있지만 만일 회장님 말대로 된다면 과연 당신들이 그렇게 웃을 수 있을까?'

은행들이 골든타워에 돈을 갚아야 할 때는 달러가 기록적인 강세를 보일 시기였다.

골든타워는 이때 일어나는 환차액만으로도 엄청난 수익을 얻을 수 있을 터였다.

은행장들과 대략 합의를 보자 이번에는 자금이 말라 도산위기에 처한 기업들 차례였다.

제일 몸이 단 미야모토가 먼저 입을 열었다.

"윌슨 사장님, 저희 특허권을 사준신다고 들었습니다만."

"예, 맞습니다. 저희가 인수하겠습니다. 그리고 특허권을 사용하도록 허락도 해드리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정말 감사합니다. 저희 숨통이 트였습니다."

순도 99.9999999999.

미래에 이 회사는 일명 트웰브 나인이라고 불리는 고순도 불화수소를 생산하게 된다.

그 원천기술에 대한 특허가 강혁의 손에 들어오는 순간이었다.

이 자리에는 이런 소재부품 관련 기업들 대표가 한둘이 아니었다.

현재 한국 기업들은 대부분 일본의 소재부품 관련 기업들의 도움을 받고 있었다.

자체적으로 기술을 개발하지 않고, 이들에게서 부품을 사왔다.

국내에서 부품을 만드는 경우에도 부품을 만드는 공작기계는 일본이나 독일에서 사들이고 있었다.

그래서 향후 30년 가까이, 일본은 한국이 열심히 물건을 팔아서 벌어들인 돈을 다시 가져갔다.

이것이 일명 가마우지 경제의 실체이다.

1989년 일본의 한 경제 평론가 고무로 나오키가 자신의 저서 한국의 붕괴에서 최초로 언급한 말이다.

다음은 그가 책에서 저술한 내용이다.

[한국 경제는 양쯔강의 가마우지 같다.

목줄(일본 부품·소재 산업)에 묶여 물고기(완제품)를 잡아도 곧바로 주인(일본)에게 바치는 구조다.]

중국에서는 가마우지가 물고기를 잡아도 삼키지 못하게 하기 위해서 끈으로 묶었다.

가마우지가 물고기를 잡으면, 어부가 물고기를 가로채는 것이다.

'가마우지 경제'는 한국의 수출구조의 약점을 지적하는 뼈아픈 말이었다.

강혁은 미리 이런 점을 타파하기 위해 소재부품 기업들의 특허를 사들이기 시작한 것이다.

그것도 일본이 지난 20년간 벌어들인 돈으로 말이다.

그야말로 도랑 치고 가재 잡고, 꿩 먹고 알 먹는 셈이었다.

윌슨은 사장들에게 회사의 지분 참여와 특허권 인수 및 사용허가에 대해 언급했다.

도산 위기에 처해있던 사장들은 모두 졸였던 마음을 풀고 활짝 웃었다.

골든타워의 투자를 받아 갑작스러웠던 도산 위기에서 벗어 난 것이다.

주거래 은행도 살아나고, 자신들의 회사도 함께 살아났다.

"하하, 마음 졸이셨을 텐데 우리 이제 다 같이 축배를 듭시다."

윌슨의 말에 모두 잔을 들고 즐겁게 술을 마셨다.

한창 분위기가 즐거울 때 윌슨이 말했다.

"참, 아시는지 모르겠지만 제가 옛날 골동품이나 미술품에 관심이 있는데 말입니다."

윌슨의 말에 자리에 모여 있던 은행장들과 사장들의 눈과 귀가 반짝거렸다.

"그렇습니까? 윌슨 사장님. 아주 멋진 취미를 가지고 계시는 군요."

"그래서 말인데, 혹시 구할 수 있는 게 없을까 생각 중입니다만."

윌슨이 운을 떼자 금세 알아들은 사람들이 저마다 한마디씩 끼어들었다.

"마침 저희 집에 조선시대 백자가 있는데, 선물로 드리겠습니다."

"하하, 그럴 수 있나요. 제가 좋은 가격에 사겠습니다."

"아닙니다. 은인에게 그럴 수 없지요. 드릴 테니 미국에 가실 때 가져가십시오."

"저는 고려청자가 있습니다. 저도 선물로 드리겠습니다."

"하하, 다들 왜 이러십니까? 제가 적당한 가격에 사겠습니다."

"그럴 수 없습니다. 도산 직전의 저희 은행을 살려주셨는데."

이 자리에는 지방의 중소 은행을 비롯하여 일본 10대 은행 중 3위, 6위, 9위에 해당하는 대형 은행장도 있었다.

그들은 모두 읍소하듯이 자신들이 소장하고 있던 골동품을 선물로 주겠다고 나섰다.

윌슨은 적당히 거절하면서 귀한 골동품이 있거나, 지인 중 소장하고 있는 사람이 있다면 연결시켜 달라고 말했다.

일을 마친 후에도 윌슨은 2주를 더 일본에서 머물렀다.

윌슨은 이들이 소개하는 사람들을 통해 많은 한국의 문화재를 사들이거나 선물로 받았다.

이 모든 것이 강혁의 지시였다.

모든 일을 마친 후, 윌슨은 미국으로 가기 전 한국에 들렀다.

"윌슨 사장님, 진행상황을 말씀해보시죠."

"예, 회장님."

골든타워 코리아는 현재 40층 높이에 달하는 태산 빌딩의 30층에 사무실을 차리고 있었다.

올리브 윌슨은 자신만만한 표정으로 회의실에서 강혁에게 그동안의 진행사항을 설명했다.

그런데 특이하게도 설명을 듣고 있는 강혁은 막 경찰서에서 온 것인지 복장이 상당히 프리했다.

흔히 동대문 패션이라고 일컫는 허름한 잠바에 청바지, 운동화 차림이었다.

평소 품위 있는 양복차림만 보았던 올리브 윌슨은 이런 강혁의 모습이 생소하면서도 신선했다.

'우리 회장님은 역시 대단하시구나. 뭘 입어도 귀티가 나는군.'

윌슨은 곧 정신을 차리고 브리핑을 시작했다.

한국으로 가기 전 강혁이 지시한 것들이었다.

"지시하신 대로 작년 10월에 특허 관리 및 컨설팅 전문회사 골든브릿지를 설립했습니다."

윌슨은 회의실 벽면에 있는 스크린에 자신이 그동안 인수하거나 권리를 획득한 회사와 특허를 설명했다.

"흐흠, 퀄컴 인수에 성공하셨군요."

강혁은 스크린에 떠있는 여러 회사들 중 퀄컴의 회사명을 보고 회심의 미소를 지었다.

"그렇습니다. 총 5억 달러에 인수했습니다."

말을 하는 윌슨의 표정이 그다지 안 좋아 보였다.

그럴 만도 했다.

과연 이 회사가 그 정도로, 천문학적인 가격에 인수할 만한 회사인지 확신이 안 섰던 것이다.

지금 미국은 두 가지 방식의 이동통신 기술이 표준으로 채택되어 있었다.

하나는 TDMA이고, 다른 하나가 퀄컴에서 개발한 CDMA였다.

퀄컴의 CDMA는 후발주자였다.

이미 시장에는 TDMA 방식을 사용하는 기업들이 대다수였다.

이동통신사가 CDMA서비스를 시작한다고 해도, 그것을 받아줄 핸드폰이 없는 상태였다.

이런 상황에서 일본은 TDMA를 국가 표준으로 채택한 상태였다.

윌슨으로서는 강혁의 결정에 대해 의문을 표할 수밖에 없었다.

"회장님, 앞으로 어떻게 하실 생각이신지 물어도 되겠습니까?"

윌슨의 질문에 강혁이 살짝 입가에 미소를 지었다.

그가 왜 걱정을 하는지 알고 있기 때문이다.

사실 이미 미국 재계에서는 골든타워가 퀄컴의 인수에 나섰다는 사실을 알고, 상당히 술렁거렸다.

말하기 좋아하는 작자들은 골든타워가 마침내 악수를 뒀다고 섣부른 예단을 하기도 했다.

승승장구하더니 드디어 피를 보겠구나하는 빈정거림을 윌슨도 사석에서 몇 차례 들었던 것이다.

강혁은 이쯤에서 윌슨 사장을 안심시켜줘야겠다고 생각했다.

"작년 6월이었죠. 퀄컴의 CEO. 제이콥스 회장은 한국, 대만, 중국의 기업에 CDMA 방식을 제안했습니다."

"…알고는 있습니다만 과연 그들이……."

윌슨은 뒷말을 삼켰다.

"한국이 받아들일 겁니다."

"……!"

강혁의 말에 윌슨이 놀랐다.

아직 어떤 나라도 CDMA 방식을 표준으로 삼지 않은 상태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한국의 삼강과 TG가 CDMA 방식의 핸드폰을 개발하게 될 겁니다."

"그…그걸 어떻게? 그리고 그렇다 한들……."

한국이 CDMA를 이동통신 기술표준으로 받아들인다면 그나마 희망의 실리는 것이다.

하지만 그것만으로는 여전히 많이 부족했다.

윌슨이 어떻게 알겠는가?

한국의 삼강이 전 세계 휴대폰 시장의 강자로 떠오르며, CDMA가 전 세계 시장을 제패하게 된다는 것을.

그때가 되면 퀄컴의 한 해 매출은 30조원 즉 30억 달러가 된다.

지금 회사를 인수한 비용의 6배를 한 해 매출로 얻는 것이다.

"저를 한번 믿어보세요. 윌슨 사장님."

강혁의 두 눈빛이 빛나고 얼굴은 단호했다.

윌슨은 일말의 불안감을 느꼈지만 지금까지 강혁의 지시를 따라서 잘못된 적은 한번도 없었다.

남들이 보기에는 도박같이 느껴졌던 지시도 지나고 보면 언제나 기록적인 수익으로 이어졌다.

'이번에도 그러려나?'

윌슨은 이번에도 강혁을 믿고 따라보자고 결심했다.

"알겠습니다. 회장님."

윌슨의 표정을 보고 강혁은 고개를 끄덕였다.

마침내 납득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던 것이다.

'걱정 마십시오. 윌슨 사장님. 앞으로 퀄컴은 비약적으로 성장하게 될 거니까요.'

앞으로 퀄컴은 특허로 비약적인 성장을 하게 된다.

아이러니하게도 현 시점에서 보잘 것 없는 저 회사를 거대 기업이 되도록 만드는 것은 삼강이었다.

삼강이 만든 핸드폰이 세계 시장을 장악할수록 퀼컴은 업계의 거인이 되었다.

나중에는 삼강이 특허권을 앞세운 퀄컴의 행포에 치를 떨게 될 정도였다.

그런 사실을 강혁은 잘 알고 있었다.

강혁이 윌슨에게 특허 관리 및 컨설팅 회사 골든브릿지의 설립을 지시한 이유였다.

그는 미래의 지식을 통해 알고 있는 중요한 기술 특허들을 미리 사들일 생각이었다.

"그리고 말씀하신대로 마블도 삼천오백만 달러에 인수했습니다."

강혁은 불안해하는 윌슨을 보며 지긋이 미소를 지었다.

마블 엔터테인먼트는 96년 12월 파산을 신청했다.

그 후, 회사 미래에 대한 노선과 경영권을 가지고 내부에서 격렬한 분쟁이 있었다.

강혁은 그 틈을 노려 마블 엔터테인먼트의 인수에 성공한 것이다.

매출이 70%나 하락한 상황이라 헐값에 인수할 수 있었다.

스파이더맨과 X맨, 아이언맨 등으로 대표되는 마블 엔터테인먼트의 인수는 강혁의 마음을 웅장하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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