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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번 사는 절대기억능력자-115화 (115/301)

두번 사는 절대기억능력자 115화

115화

마블의 파산선언은 대체 어떻게 벌어진 일일까?

우선 80년대 잭 커비와 플랭크 밀러 등 유명 만화가의 이탈이 있었다.

잭 커비는 캡틴 아메리카라는 캐릭터가 만들어지는데 큰 공헌을 한 인물이었다.

판타스틱4, 실버서퍼 등도 그가 그렸다.

플랭크 밀러는 마블의 데어데블 캐릭터를 살려낸 인물이다.

드라마나 영화에 등장하는 오늘날의 데어데블은 모두 그의 덕분이라고 할 수 있었다.

여기에 더해 DC로 가서는 다크한 배트맨의 시대를 연 사람이었다.

다크 나이트 리턴즈를 시작으로 다크 나이트 시리즈를 그렸다.

300, 울버린 등이 모두 그의 작품이다.

이런 대단한 만화가들이 마블을 이탈해서 독립하거나 타 회사로 갔던 것이다.

왜 이런 일이 벌어진 것일까?

알고 나면 정말 어처구니없는 일이었다.

출판사가 만화가들이 힘들게 만든 세계관과 이야기를 무단으로 삭제하는 만행을 저질렀다.

이런 전횡에 어떤 창작자가 분노하지 않겠는가?

여기에 한창 TV콘텐츠 시장이 활성화되면서 만화 업계에 불황이 일었다.

어느 정도냐 하면 단기간에 매출이 70%가 하락했다.

여기에 무리한 인수합병을 통한 사업 확장이 실패했다.

업친 데 덮친 격으로 벌어진 여러 가지 일들이 겹쳐서 파산선언에 이른 것이다.

강혁은 그야말로 절호의 시기에 마블의 인수에 뛰어든 것이었다.

하지만 워낙 만화 업계의 불황이 시장 전체를 암울하게 했기에 윌슨이 걱정하는 것도 당연했다.

하지만 2009년 디즈니는 마블을 42억 달러에 인수했다.

96년에 파산선언을 했던 마블의 화려한 부활이었다.

마블의 캐릭터들로 만든 영화가 대성공을 거두면서 승승장구하는 가운데 일어난 일이었다.

강혁은 마블의 성공을 확신하고 회사의 인수를 시도한 것이다.

만일 강혁이 개입하지 않았다면 엑스맨과 판타스틱 포를 20세기 폭스에 팔아버릴 터였다.

이때 벌어진 일 때문에 엑스맨과 판타스틱 포가 어벤져스에 참여하지 못했다.

하지만 강혁이 인수한 이상 그런 일은 벌어지지 않게 될 터였다.

이제 전 세계의 영화 팬들은 완전한 어벤져스를 보게 될 것이다.

"수고했습니다. 윌슨 사장님. 지금은 걱정이 많으시겠지만 퀄컴과 마블의 인수는 신의 한수가 될 겁니다."

강혁의 말에 윌슨은 고개를 끄덕였다.

"일본에서도 수고하셨어요. 제가 지시한 상황들을 100% 달성하셨어요."

"회장님이 밑그림을 다 그려놓으셔서, 사실 저는 땅 짚고 헤엄치다가 왔습니다."

"하하, 그럴 리가요. 수고하셨어요."

강혁은 차후로 인수를 시도해야 할 기업들과 특허에 대해 윌슨에게 자세한 지시를 내렸다.

일본에서 벌어들인 돈으로 강혁은 공격적인 투자에 나섰다.

미래에 엄청난 가치가 있는 회사들을 시쳇말로 쓸어 담을 기세였다.

윌슨 사장이 회의실을 나가자 강혁은 이번 일본 공략으로 벌어들인 수익을 확인했다.

강혁이 이번 작전으로 얻은 수익은 거의 300억 달러에 달했다.

순수하게 강혁에게 돌아온 이익만 300억 달러다.

솔라스와 유대자본, 화교자본에게도 엄청난 수익이 돌아갔다.

이번 일로 일본이 손해 본 돈은 그야말로 엄청난 규모였다.

괜히 일본 언론에서 20년간 번 돈을 잃었다는 호들갑을 떠는 것이 아니었다.

강혁은 자신의 회사들의 추정 가치들을 다시 계산해 보았다.

[골든타워 약 600억 3천만 달러.

구글 약 3억 3천만 달러.

람보르기니 1억 5천만 달러.

페이스북 약 1억 달러.

퀄컴 5억 달러.

마블 3천 500만 달러.

대진건설 300억.

신라 치킨 15억.

신라 레스토랑 6억.

각종 특허와 일본 금융기업 지분.]

종이 위에 적은 회사의 대략적인 추정 가치를 보는 강혁의 눈빛이 빛났다.

'아직 상대적으로 국내에 기반이 약하다. 이걸 어떻게든 보완하지 않으면…….'

강혁은 해외에 기반을 둔 기업들에 비해 국내 기업들이 취약하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한국에서 강력한 영향력을 발휘하려면 여전히 부족한 면이 많았다.

'방법은 있다.'

강혁은 삼강과 TG라는 2대 재벌들과 함께 힘겨루기를 하다가 I.M.F로 부도 사태가 난 회사를 기억했다.

'세상은 넓고 할 일은 많다'로 대변되는 이해준 회장의 태우 그룹이다.

부도 전, 전 세계에 회사를 확장시켰던 회사였다.

96년 한 해 매출 55조.

전 세계 310개에 대하는 현지 법인.

사원 수 총 27만 명.

그 중 절반인 17만 명이 해외에서 근무했다.

강혁은 태우 그룹이 부도 사태를 맞이할 때 전격적으로 회사를 인수할 계획이었다.

성공한다면 단번에 한국 사회에 엄청난 힘과 영향력을 가진 그룹을 손아귀에 쥐게 되는 것이다.

그렇게 되면 본격적으로 삼강과 힘을 겨룰 수 있는 국내 기반이 마련될 터였다.

'기다려라― 신상현. 내가 간다.'

강혁의 눈빛이 타올랐다.

*     *     *

서울 시내 한 커피숍.

서울 데일리의 이진주와 30대로 보이는 사내가 테이블에 마주 앉아 있었다.

"대진건설 상무 이사라고요?"

"맞아요. 어디 보자. 여기 어디 있을 건데."

시청 공무원인 이현규는 양복 상의를 뒤지더니 명함 한 장을 찾아서 건네었다.

이진주가 받아 든 명함에는 대진건설 상무이사 이규철이란 이름이 새겨져 있었다.

"이 사람이 삼양백화점 건물의 안전 검사를 실시해달라고 민원을 넣었다는 말씀이죠."

"맞아요. 붕괴 사건 이후, 다들 쉬쉬거렸지만……."

이현규는 목소리를 줄였다.

이진주는 어쩌면 당시 언론사에 돌아다니던 보고서의 주인이 이규철이 아닐까 의심했다.

익명으로 보내졌던 문건을 보낸 사람을 찾기 위해 그동안 갖은 노력을 기우렸다.

그동안은 단서도 찾지 못했던 실마리를 마침내 찾은 것일지도 몰랐다.

이진주는 백화점 붕괴 당일 나타났다는 의문의 남자가 이규철과 관련된 사람일거라 생각했다.

'…혹은 이규철 본인일지도.'

이진주는 진지한 얼굴로 다시 물었다.

"그때 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거죠?"

"그게… 사실은……."

이현규의 대답에 이진주는 의아스런 표정을 지었다.

"그렇다면 몇 주 전만 하더라도 안전 검사를 실시할 예정이었다는 말이죠?"

이진주의 물음에 이현규가 침통한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이현규는 이 일로 오랫동안 마음고생을 하고 있었다.

아무에게도 하지 못했던 말을 이진주에게 털어 놓으며 회한에 잠긴 얼굴이었다.

"그런데 왜?"

"…검사 당일 위에서 철회 명령이 떨어졌어요."

이현규의 말에 이진주는 경악을 금치 못했다.

만일 검사가 진행되었다면?

어쩌면 그런 끔찍한 참사를 막을 수도 있었다.

그런데 왜 이런 엄청난 사실이 그동안 알려지지 않았을까?

이진주는 의아했다.

당시 모든 언론과 수사 기관은 삼양 그룹의 김씨 회장 일가를 매도하는데 초점을 맞추었다.

정부 기관의 잘못된 일처리에 대한 언급은 초창기에 잠깐 언급되었을 뿐이다.

그리고 그 후로 모든 기사가 사라졌었다.

'누군가 의도적으로 덮었다? 대체 누구지?'

"…위라면?"

이진주는 부들부들 떨리는 마음을 진정시켰다.

그리고 그녀는 간신히 질문을 이어갔다.

속이 메스껍고 토가 나올 것 같았다.

"그건 저도 모릅니다."

"……?"

이진주가 의아한 표정으로 다시 물으려 할 때, 이현규가 조심스레 말을 이었다.

"…시장도 손가락 하나로 움직일 수 있는 거물이 개입했다는 소문만 돌았습니다."

"……!"

취재를 마친 이진주는 혼자 자리에 앉아 멍하니 어딘가를 바라보았다.

아직도 혼자서 잠에 들지 못하고 밤잠을 설칠 때가 있었다.

수없이 많은 사람들이 죽어간 그 날.

이진주는 현장에 있었다.

온몸에 재 가루를 뒤집어쓰고 피칠갑을 한 채로 돌아다니던 생존자들.

거대한 시멘트와 철재 구조물 아래 깔려 생사를 알 수 없었던 수백 명의 희생자들.

사고 소식을 듣고 달려온 유가족들의 울부짖는 비명소리.

고함소리.

그때의 기억이 다시 떠올라 이진주는 머리를 감싸 안았다.

'용서할 수 없어. 누구 짓인지 반드시 알아낼 거야.'

이진주의 두 눈이 새파랗게 불타올랐다.

*     *     *

육중한 차체를 자랑하는 스타크래프트 밴이 도로 위를 달렸다.

밴 안에는 최승호와 수지, 아멜리아, 에밀리, 다나가 함께 타고 있었다.

이들은 모두 캠핑에 대한 기대감으로 들떠 있었다.

"캐리 형, 다 와가나요?"

"30분 정도만 더 가면 돼."

캐리가 무뚝뚝하게 대답했다.

"얌마, 왜 그렇게 딱딱해?"

옆 자리에 앉은 독거미 류수정이 툴툴거렸지만 얼굴 표정 하나 바뀌지 않는다.

그런 캐라 박을 최수지는 몰래 훔쳐보며 혼자서 마음 설레고 있었다.

'…얼음 왕자님.'

밴은 강원도로 진입하고 있었다.

그런 그들을 멀리서 회색 차량 한 대가 뒤를 따랐다.

운전을 하고 있는 캐리 박의 귀로 박정철의 목소리가 들렸다.

―날파리 한 마리가 붙었다.

캐리 박은 사이드 미러로 슬쩍 눈길을 줬다.

그리고 엑셀을 밟았다.

밴이 갑자기 속도를 올리자 뒤를 몰래 따르던 회색 차량의 운전자가 인상을 찌푸렸다.

'들켰나?'

운전자는 갈색의 짧은 머리를 하고 있었다.

휴가를 나온 제이슨이었다.

제이슨은 밴을 쫓아가기 위해 엑셀을 밝았다.

육중한 차체의 밴을 쫓아가는 것은 그다지 어렵지 않을 것이라 생각했다.

그런데 웬걸, 어떻게 된 노릇인지 아무리 엑셀을 밟아도 간격이 좁아지지 않았다.

시간이 지나갈수록 더 벌어지기만 했다.

"개… 개조 차량?"

제이슨은 멀어지는 쉐보레 스타크래프트 밴을 바라보며 얼이 빠졌다.

육중한 차량에서 나오는 속도라고 믿어지지 않을 정도로 밴은 점점 멀리 사라졌다.

승호와 친구들을 태운 밴은 강원도 깊은 산골에 있는 캠핑장에 도착했다.

모두는 차에서 내려 깨끗한 시골 공기를 마음껏 들이마셨다.

"후아, 멋져!"

주변을 돌아보며 에밀리가 말했다.

원래부터 활달한 성격인 에밀리는 밴에서 내리자마자 이곳저곳을 쑤시고 다녔다.

다나 역시 신기한지 재빨리 계곡 물에 다가가 발을 담궜다.

그 사이 승호는 캐리 박과 함께 텐트를 쳤다.

류수정은 그런 두 사람을 전혀 돕지 않았다.

오히려 어디서 났는지 맥주 캔을 따더니 들이마시며 이래라 저래라 훈수를 뒀다.

"아, 시끄러. 안 도울 거면 저리가요. 수정 누나."

캐리 박이 마침내 인내심이 다했는지 류수정에게 대들었다.

"뭬야? 감히 네가 이 누님의 말을 듣기 싫다고? 드디어 실성을 했구나. 캐리."

류수정이 씩하고 입가를 끌어 올리며, 캐리 박을 바라봤다.

평소 냉정한 캐리 박이었지만 이 순간만은 정말 빡이 돌았다.

"에이 쉬, 여자라고 계속 봐줄 줄 알아"

캐리 박이 류수정을 향해 주먹을 휘둘렀다.

"안 봐주면 어쩔 건데?"

류수정은 입꼬리를 끌어 올렸다.

주먹을 휘두르며 달려드는 캐리 박을 서브미션 기술로 간단히 제압할 때, 아멜리아가 다가왔다.

짧은 치마 아래로 매력적인 두 다리가 시원스레 드러나 있었다.

승호는 잠시 눈을 어디에 둬야 할지 몰랐다.

"이것 좀 마셔. 승호."

캐리 박이 류수정과 드잡이질을 하는 동안에도 열심히 텐트를 치고 있던 승호에게 아멜리아가 콜라 캔 한 개를 건넸다.

"아, 고마워. 아멜리아."

승호는 이마에 송골송골 맺힌 땀을 닦으며 아멜리아가 건넨 콜라 캔을 받아들었다.

그때 두 사람의 손이 스치며 서로의 살결에 닿았다.

승호는 저도 모르게 살짝 볼을 붉혔다.

아멜리아의 백금 같은 머리카락이 햇살에 반사되며 반짝거렸다.

승호는 자신을 향해 살짝 미소 짓는 아멜리아를 바라보았다.

가슴이 터질 것 같이 두근거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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