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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번 사는 절대기억능력자-116화 (116/301)

두번 사는 절대기억능력자 116화

116화

#31장 소파 협정을 개정하다

"아…멜리아."

승호가 살짝 볼을 붉혔다.

"으응, 승호."

아멜리아는 승호가 뭔가 말하려고 하자 자신도 모르게 긴장되었다.

"저…기……."

승호는 머리가 어질거렸고, 가슴이 두근거리는 소리가 귓잔을 울릴 정도로 커졌다.

대체 무슨 소리를 하려는지 자신도 몰랐다.

다만 뭔가 말해야겠다는 생각에 입을 열었을 때였다.

청량감 넘치는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

"야호! 승호, 아멜리아. 뭐해! 어서와!"

에밀리였다.

에밀리와 다나는 서로에게 물을 뿌리며 햇살 속에서 환하게 웃고 있었다.

물방울이 두 사람의 하얀 살결에 부딪히며 반짝거렸다.

여름이라 모두 팔과 다리가 시원하게 드러난 짧은 나시와 핫팬츠를 입고 있었다.

두 사람은 길게 쭉 뻗은 아름다운 두 다리를 과시하며 승호와 아멜리아에게 소리쳤다.

아멜리아 역시 두 사람에게 반응하며 달려갔다.

하얀 샌들을 양손에 들고, 시원스런 계곡 물에 뛰어 들었다.

승호 역시 그런 세 사람을 싱긋이 웃으며 바라보았다.

동생인 수지도 그들 사이에 뛰어들며 승호를 향해 손을 흔들었다.

"오빠, 뭐해! 어서 와."

승호가 자리에서 일어나 계곡으로 뛰어갔다.

수지와 아름다운 세 명의 미소녀가 환하게 웃으며 승호를 향해 물보라를 날렸다.

제이슨이 탄 차가 산길로 난 도로를 따라 달렸다.

"흥, 날 따돌렸다고 생각한다면 오산이지."

그의 차량 내부에는 투박한 형태의 위치 추적 장치 하나가 달려 있었다.

제이슨이 사제로 직접 만든 위치 추적 장치였다.

이 위치 추적기를 만들기 위해 제이슨은 용산의 전자 상가를 한참 뒤졌다.

원래 제이슨은 미국에 있을 때 나름 중상 수준의 공대를 다니다가 중퇴했다.

음습한 취미를 가지기는 했지만 이런 쪽으로 머리가 잘 돌아가는 사람이었다.

지금 그가 렌트한 차량에는 일견 위험해 보이는 장비들이 적지 않았다.

제이슨은 아멜리아가 항상 경호원들과 함께 다닌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

그들을 떼 놓기 위해 제이슨은 여러 개의 사제 폭탄을 만들었다.

군대에서 배운 지식과 공대에서 배웠던 기술들을 이용한 것이다.

어디서 구했는지 불법으로 개조된 총기도 소유하고 있었다.

제이슨은 오랫동안 생각만 해왔던 일들을 드디어 실행에 옮기기로 결심했다.

그래서 위치 추적기를 호텔 주차장에 주차되어 있던 밴에 달았다.

사람들이 올린 페이스북을 통해 아멜리아가 한국에서 이동할 때 타고 다니는 차량이란 걸 알고 있었다.

사실 제이슨은 페이스북을 보고 상당히 화가 나있는 상태였다.

자신의 여신에게 조그만 동양인이 접근한 것에 대해 화를 넘어 분노하고 있었다.

제이슨이 그동안 계획만 하던 일을 실행에 옮길 생각을 한 것도 사실 최승호 때문이었다.

한국 언론에서 보도하고 있는 승호와 아멜리아, 혹은 에밀리와 다나에 대한 이야기들에 분노하고 있었다.

평소 유색 인종에 대해 혐오감을 가지고 있는 제이슨이었다.

금발의 백인 여자들이 노란 원숭이 같은 동양인과 어울리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라 생각했다.

'승호라고 했나? 이 세상에는 건드려서는 안 될 것이 있다는 걸 알려주마. 크크큭'

제이슨의 렌트카가 일반적인 도로를 지나 산길로 들어섰다.

"계속 따라오고 있군."

박정철은 알파팀 부팀장인 신소회가 운전하는 차량 옆좌석에 앉아 있었다.

그의 손에는 기다란 사각형 형태의 작은 기계가 들려 있었다.

강혁이 새로 인수한 미국의 첨단보안 회사에서 보내온 전파탐지장치였다.

윌슨을 통해 강혁이 사들이고 있는 회사들 중에는 통신, 감청, 보안관련 회사들이 많았다.

9.11테러 이후, 미국이 어떤 길을 걷는지 강혁은 알고 있었다.

미국 본토는 물론이고, 전 세계를 대상으로 했던 미국의 대규모 감청, 해킹 활동들.

강혁은 미리 이와 관련된 기업들을 인수해서 선제적으로 기술 개발에 들어갈 생각이었다.

그래서 미국이 직접적인 행동에 들어가려고 할 때, 강혁의 기업들을 의지하지 않을 수 없게 말이다.

미래에는 정보를 쥐는 사람이 세상을 지배하게 된다.

강혁은 누구보다도 정보의 중요성을 잘 알고 있는 사람들 중 하나였다.

세계 최대의 인터넷 회사가 될 거대 기업을 둘이나 가지고 있는 강혁이었다.

그런 강혁이 미국의 첩보 기관들이 절대적으로 의존하는 기술을 가지게 된다면 어떤 일이 벌어지겠는가?

강혁은 미리 이를 위해 큰 그림을 그리고 있었다.

윌슨은 강혁의 지시에 따라 로봇, 드론, 통신, 위성 관련 기업의 인수 작업에 나서고 있었다.

퀄컴의 인수는 이런 강혁의 그림에 매우 부합하는 것이었다.

일본에 대한 환투기 공격을 통해 벌어들인 자금은 강혁의 행보를 든든하게 받쳐 주었다.

알파팀은 현재 강혁이 보내온 여러 가지 보안 장치들을 시험운행하고 있는 중이었다.

최승호와 아멜리아들이 여행을 간다는 말에 훈련을 겸한 시제품 테스트를 하고 있었다.

그런데 마침 여기에 제이슨이 걸려든 것이다.

밴에 붙인 추적기가 보안장치에 걸려 들었다.

현재 제이슨의 차량은 역추적을 당해 그 위치가 속속들이 파악되고 있었다.

쉐보레 스타크래프트 밴이 제이슨이 나타나자 재빨리 피할 수 있었던 이유였다.

현재 최승호 등이 타고 있는 차량은 여러 가지 첨단장치들로 개조되어 있는 상태였다.

"흐흠, 기자일까?"

알파팀은 현재 세 팀으로 갈라져 각각 차량을 운행하고 있었다.

한 팀은 최승호와 아멜리아들을 태운 밴에 탑승하고 있는 캐리 박과 류수정.

다른 한 팀은 최요한과 임호장이었다.

이들은 검은색 차량에 타고 이동 중이었다.

최요한은 전파 탐지 장치 위에 떠있는 빨간 점을 보고 있었다.

빨간 점은 제이슨이 탄 차를 표시하는 점이었다.

밴에 붙어 있는 위치 추적기에서 발신하는 전파를 해킹하여 역추적한 결과였다.

"그럼 시작해 볼까?"

최요한은 귀를 살짝 만져 통신기를 건드렸다.

"시작합니다!"

―수고해~

박정철의 목소리가 통신기로 들려왔다.

최요한이 손에 쥐고 있던 장비를 교육받은 대로 작동시켰다.

"으응?"

제이슨은 잠시 의아해했다.

조금 전까지 밴을 나타내는 점이 있던 위치와 지금의 위치가 달라진 것이다.

추적 장치를 이리저리 만져 보았다.

하지만 점이 있는 위치가 달라지지 않았다.

"내가 착각했나?"

제이슨은 갈림길에서 왼쪽 방향으로 차를 틀었다.

그곳은 최승호와 정반대편에 있는 산 속으로 들어가는 길이었다.

"노래나 들어 볼까?"

운전 중 심심했던 제이슨은 라디오를 틀었다.

팝송을 주로 틀어주는 방송을 맞추고 흥겹게 흘러나오는 노래를 따라 부르며 운전했다.

그런데 이상한 일이 일어났다.

갑자기 팝송이 아니라 다른 방송이 들렸던 것이다.

"응? 뭐야?"

제이슨은 다시 주파수를 맞추었다.

그리고 다시 운전을 계속했다.

그런데 이번에는 갑자기 에어컨에서 뜨거운 바람이 나왔다.

"뭐, 뭐야? 이 렌트카?"

제이슨은 처음에는 차에 뭔가 이상이 있다고 생각했다.

다행히 엔진에는 아무런 문제를 느끼지 못했기 때문에 계속 차를 운전했다.

얼마나 달렸을까?

추적 장치는 최승호가 탄 차가 멈춰 서 있는 곳에 가까이 다가왔다는 것을 알렸다.

"좋아. 이제 거의 다 온 모양이군."

그런데 제이슨은 밴이 정차해 있는 곳에서 멀리 떨어진 지점에 차를 세웠다.

그리고 차에서 내린 후, 조심스럽게 추적 장치를 들고 밴이 정차한 지점으로 이동했다.

"이… 이게 뭐야?"

제이슨은 얼굴 가득히 어리둥절한 표정을 지었다.

그럴 만도 했다.

그의 눈앞에는 200미터는 되어 보이는 깎아지른 언덕이 보였다.

주변을 아무리 살펴보아도 쉐보레 스타크레프트 밴이 보이지 않았다.

"어떻게 된 거지?"

다시 자세히 추적 장치를 살펴보자 조금 전까지 밴이 있었던 위치가 이동했다.

붉은 점은 언덕 뒤편에 있었다.

"이런? 이 뒤편인가?"

제이슨은 어찌할 바를 몰라 난감한 표정을 지었다.

그런데 그의 눈에 언덕으로 올라갈 수 있는 돌계단이 보였다.

상당히 가팔라 보이기는 하지만 언덕 위로 올라갈 수 있는 계단이었다.

잠시 고민하던 제이슨은 곧 계단을 따라 오르기 시작했다.

땀을 뻘뻘 흘리며 언덕을 올라 뒤편으로 이동했다.

여름 더위가 기승을 부릴 때였다.

힘들게 언덕을 올라 뒤편으로 이동하자 갑자기 붉은 점이 사라졌다.

제이슨은 깜짝 놀라 두 눈을 크게 뜨고 추적 장치를 살폈다.

그런데 이번에는 붉은 점이 여기저기서 나타나다가 한꺼번에 여러 개가 동시에 나타났다.

"이런? 고장났나?"

제이슨은 화를 내며 장비를 바닥에 내던졌다.

비록 자신이 만든 것이지만 순간 분노가 치밀었던 것이다.

제이슨은 씩씩거리며 다시 차를 세워 놓은 곳으로 돌아갔다.

그런데 기가 막힐 일이 일어났다.

분명히 차를 세워 둔 곳에 왔는데 감쪽같이 차가 사라진 것이다.

"뭐, 뭐야? 어디로 갔지?"

제이슨은 자신이 장소를 잘못 찾은 것이 아닐까싶어 여기저기 돌아보았다.

한 시간 후.

"헉, 헉, 대체 어떻게 된 거야?"

아무리 찾아도 차를 찾을 수 없었다.

누군가가 차를 훔쳐 간 것이 분명했다.

그런데 이상한 일이다.

대체 누가 가지고 간 걸까?

이곳은 사람의 인적이 거의 없는 곳이었다.

제이슨은 자신이 처한 상황이 도저히 믿어지지 않아 깊은 산속에서 소리를 질렀다.

"이거, 이거 뭐지? 위험한 놈이잖아."

제이슨이 언덕 위로 올라갈 때 최요한은 그의 차량을 탈취하고 있었다.

굳게 잠겨 있는 차문 열쇠에 손가락 한 마디 정도 크기의 동그란 막대기를 꽂았다.

동그란 막대기의 손잡이 부분은 검은색 바탕에 빨간색 테두리를 하고 있었다.

막대기를 꼽고 손잡이 뒤를 누르자 막대기에서 철제로 된 열쇠가 나와 차문을 열었다.

강혁의 회사가 만든 첨단 도구 중 하나였다.

최요한은 차의 뒷좌석에 실려 있는 사제 폭탄을 보고 깜짝 놀랐다.

휴대하고 있던 작은 카메라로 사제 폭탄의 사진을 찍었다.

그러자 폭탄 사진이 알파팀 동료들이 들고 있는 PDA에 전달되었다.

잠시 후, 박정철에게서 지시사항이 내려왔다.

―차를 가지고, 캠프로 와

"옙, 팀장님."

승호와 아멜리아는 음식을 만들기 위해 준비해간 도구들과 요리 재료들을 꺼냈다.

"그런데, 승호. 불은 뭘로 피울 거야?"

다나가 물었다.

에밀리와 아멜리아도 궁금한 표정으로 승호를 바라보았다.

아무리 살펴보아도 자신들이 준비해온 물품 중에 버너가 안 보였던 것이다.

"아, 그건 걱정 말라고 하시던데."

"그래?"

에밀리가 잠시 의아한 표정을 지을 때 류수정이 다가왔다.

"불 피울 거지?"

"예, 그런데 버너가 없는데 어떻게 하죠?"

"후후, 그래? 잠시만 기다려봐."

류수정이 운전석으로 가더니 뭔가를 가져왔다.

"PDA?"

승호는 금세 류수정이 들고 있는 것이 뭔지 알아보았다.

"맞아. 너희들의 문제를 해결해줄 물건이지."

류수정의 말에 모두들 의아한 표정을 지을 때였다.

PDA를 조정하자 놀라운 일이 벌어졌다.

밴의 아랫부분에서 네모난 사각형의 철제 기계가 빠져 나온 것이다.

승호가 다가가서 보니 거대한 사각형 모양의 버너였다.

불이 올라오는 장소가 네 개나 되었다.

"호오? 이런 게 있었어요?"

"그뿐인 줄 아냐? 이 차량 자체가 하나의 거대한 기지국이야. 핸드폰이 아주 잘 터지지."

"그… 그래요?"

승호의 물음에 류수정이 고개를 끄덕였다.

사실 승호가 보고 있는 쉐보레 스타크래프트 밴은 알파팀의 작전 차량 중 하나였다.

이 안에는 최신 감청 장치에서부터 시작해서 각종 장비들이 구비되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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