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번 사는 절대기억능력자 117화
117화
지글지글~
맛있는 냄새가 코를 즐겁게 했다.
저녁은 불고기였다.
상추에 불판에서 막 구은 불고기를 올려 양념장과 함께 먹었다.
"하아, 승호 맛있어!"
에밀리가 감탄스런 얼굴로 말했다.
"정말이야. 진짜 맛있어. 승호."
진짜 재벌집 딸인 다나 무어 역시 불고기의 맛에 감탄한 얼굴이었다.
"하하, 그래?"
왠지 승호는 자랑스러운 마음에 머리를 끄적였다.
"으음, 정말이야. 이렇게 맛있는 음식이 있었는데 모르고 살았네."
아멜리아 역시 불고기의 맛에 반한 표정이었다.
"우리집 셰프 아저씨한테 불고기 요리를 배우게 해야겠어."
다나가 불고기를 싼 상추를 입가에 가져가며 말했다.
"흐흐, 아가들아. 이것이 바로 둘이 먹다가 하나가 죽어도 모른다는 고기 맛이다."
류수정이 불고기를 굽다가 자신도 입에 한 점 넣어 먹으며 말했다.
그녀 옆에서 캐리 박도 불고기를 먹는데 왠지 감동 받은 표정이었다.
밴에는 냉장고도 있었다.
불고기를 먹은 후 시원한 맥주와 음료수, 과일은 모두를 즐겁게 했다.
이들이 이렇게 맛있는 점심을 먹고 있을 때.
제이슨은 숲 속을 헤매고 있었다.
"헉헉, 배고파."
주린 배를 안고 몇 시간이나 숲길을 걸은 제이슨의 귀에 뭔가가 들렸다.
삐빅, 삐빅.
추적기에서 나는 소리였다.
재빨리 추적기 모니터를 바라보았다.
사라졌던 빨간 점이 다시 나타났다.
"엇! 설마."
제이슨은 다시 나타난 빨간 점에 화색이 돌았다.
어쩌면 숲 속을 빠져나갈 수 있을지도 몰랐다.
제이슨은 추적기에 나타난 빨간 점이 있는 위치로 이동하기 시작했다.
얼마나 걸었을까?
빨간 점을 따라 걷다가 보니, 마침내 밴이 정차해있는 위치에 도착할 수 있었다.
"찾… 찾았다."
제이슨의 눈에 눈물이 찔끔 나왔다.
그와 함께 최승호에 대한 분노가 새롭게 치솟았다.
"이게 다 그 노랑 원숭이 놈 때문이야."
제이슨은 주머니에 넣어 두었던 총기를 꺼내들었다.
그리고 씩씩거리며 밴을 향해 다가갔다.
치이이익―
제이슨의 목에 전기 스파크가 일었다.
그 자리에서 제이슨은 몸을 부들거리며 바닥으로 쓰러졌다.
"잡았어요. 팀장님."
최요한이었다.
제이슨에게 전기충격기를 사용한 것이다.
최요한은 기절한 제이슨을 안고 어딘가로 사라졌다.
"끄응―"
제이슨은 두통을 느끼며 정신을 차렸다.
주변을 둘러보니 익숙한 장소였다.
제이슨은 자신이 이태원 거리에서 깨어났다는 사실을 알고 황당한 표정을 지었다.
"뭐… 뭐야?"
왜 자신이 서울 시내 한복판에서 깨어났는지 도저히 이해하기 힘들었다.
그리고 몸을 살펴보았다.
뭔가 허전한 느낌에 호주머니를 확인했더니 총기도 사라지고 없다.
"젠장― 갓뎀!"
제이슨은 자신이 아멜리아의 경호원들에게 농락당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제이슨은 술에 잔뜩 취했다.
그렇게라도 하지 않으면 돌아버릴 것 같았다.
술에 취해 비틀거리며 걸을 때, 지나가던 남자와 몸이 부딪혔다.
퍼―억
"엇, 뭐야? 조심해!"
30대 평범한 회사원 이창호는 제이슨과 부딪히자 조심하라고 항의했다.
그러자 안 그래도 화가 나있던 제이슨의 눈이 뒤집혔다.
"이 노랑 원숭이 새끼가―"
빠―악!
들고 있는 술병으로 이창호의 뒷머리를 그대로 후려쳤다.
"어―억!"
뒤통수를 가격당한 이창호가 그 자리에서 쓰러졌다.
지나가던 사람들이 비명을 질렀다.
제이슨은 그대로 달아났다.
마침 그의 눈에 가게 주변에 차를 세우고 내리는 남자가 눈에 띄었다.
"어엇? 뭐, 뭐야?"
퍼―억!
제이슨은 막무가내로 차에서 내리는 남자를 가격하고 차량을 탈취했다.
"저… 저 놈 잡아라!"
용감한 남자들 몇이 제이슨이 탈취한 차를 뒤쫓았다.
"…빌어먹을!"
제이슨은 엑셀을 밝고 운전대를 돌렸다.
이대로 저들에게 잡힐 수는 없었다.
제이슨이 차량을 돌릴 때였다.
마침 골목에서 한 커플이 걸어 나왔다.
미처 제이슨의 차를 보지 못하고 그대로 사고를 당했다.
콰앙―
한 쌍의 남녀가 차량의 앞 범퍼에 부딪히며 쓰러졌다.
"꺄아악!"
골목을 지나던 사람들이 그 광경을 목격하고 비명을 질렀다.
제이슨은 자신이 사람을 차로 쳤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제길… 여기서 잡히면 안 돼."
제이슨은 차량을 돌려 도로로 빠져나갔다.
어떻게든 잡히기 전에 미군 부대로 도망치려는 것이다.
자신에게는 미군에게 일방적으로 유리한 SOFA 규정이 있었다.
현장에서 잡히지만 않으면 빠져나갈 방법이 많았다.
그런 사실을 잘 알고 있는 제이슨은 우선적으로 부대 복귀를 시도했다.
한편 지나가던 행인들은 급히 구급차를 불렀고 경찰에도 신고했다.
그 사이 강혁은 96년형 뉴코란도를 몰고 서울 시내를 달리고 있었다.
원래 뉴코란도에는 강렬해 보이는 외관과 함께 메르세데스 벤츠의 엔진과 4단 자동 변속기가 달려 있다.
강혁은 자신이 1억5천만 달러에 인수한 람보르기니 이탈리아 본사에서 비밀리에 기술자들을 한국으로 불러들였다.
96년형 뉴코란도에 람보르기니 스포츠카의 최신 기술을 적용시켜 완전히 탈바꿈 시켜 놓았다.
그 결과 겉보기에는 평범한 뉴코란도였지만, 속 알맹이는 엄청난 마력을 가진 4륜구동 자동차가 되어 있었다.
원래 97마력의 디젤 엔진은 220마력의 터보 엔진으로 교체되었고, 4단 자동 변속기는 수동 변속기로 바꾸었다.
클러치를 넣어야하는 불편함이 있지만 빠르게 변속할 수 있기 때문이다.
강혁은 자동차 내부에도 몇 가지 첨단장치들을 장착해 놓고 있었다.
운전대 오른쪽에 설치되어 있는 통신감청 장치에서 다급한 음성이 들려왔다.
―휴가 나온 미군으로 추정되는 30대 초반의 남자가 음주폭행 및 차량탈취 후 도주 중.
―도주 중 남녀 커플에게 충돌 중상 입히고 XX도로 방면으로 도주 중.
―도난 차종은 회색 엘란트라, 서울 30 마―XX21…….
순찰차에게 다급하게 보내는 무전을 확인한 강혁.
그는 운전대의 특정 부위를 눌렸다.
그러자 운전석 전면부위가 열리며 작고 네모난 은색 보드가 나타났다.
강혁의 손이 보드 위를 춤추듯 날았다.
[회색 엘란트라, 서울 30 마―XX21]
강혁이 차량번호를 입력하자 잠시 후, 차량 전면 중앙이 열리며 작은 모니터가 올라왔다.
차량과 연동된 트레이드 센터 38층에 있는 골든 타워 코리아의 중앙 서버가 움직였다.
전 세계에 수십만 개에 달하는 구글과 페이스북의 서버들이 중앙서버와 힘을 합쳤다.
그러자 강혁이 프로그램 해놓은 해킹프로그램이 자동으로 움직이며 작업을 시작했다.
순식간에 한반도 상공의 첩보위성들과 거리의 교통관제센터가 장악당하며 차량을 추적했다.
얼마 지나지 않아 모니터에는 도주 중인 차량의 현재 위치와 그곳까지의 경로가 떴다.
제이슨의 차량을 확인한 강혁이 입꼬리를 올렸다.
엄청난 돈을 들여서 개조한 차량의 첨단 장비들이 마음에 든 것이다.
겉은 뉴코란도지만 속은 007 영화 속 본드 카와 다를 바가 없었다.
강혁은 차량의 위치를 확인하고 엑셀을 힘차게 밟았다.
개조된 엔진에서 나오는 강력한 힘이 폭발적인 가속력을 더하며 도로 위를 질주했다.
강혁은 미국에 구글과 페이스북의 전 세계 서비스를 위한 수십만 대의 서버를 가지고 있었다.
여기에 더해 새롭게 백만 개에 달하는 서버를 호주에 새로 설치하고 있었다.
현 시점에서 전 세계 어디에도 강혁처럼 엄청난 수의 서버를 가지고 있는 국가나 기업은 존재하지 않았다.
앞으로 호주에 설치하게 될 대량의 서버까지 포함하면 앞으로도 그를 능가할 국가나 기업은 나오기 어려웠다.
수십 만 대의 서버는 일종의 슈퍼컴퓨터가 되어 강혁의 손발이 되어 주고 있었다.
강혁의 프로그램 개발 능력과 해킹 솜씨는 회귀 전의 최승호에게도 인정받았던 실력이다.
여기에 더해 슈퍼컴퓨터의 도움을 받는 지금 그의 해킹능력은 날개를 단 것이나 다름이 없었다.
21세기의 최신 해킹 프로그램으로 그가 뚫지 못할 보안 장치는 존재하지 않았다.
서울 시내의 CCTV와 한반도 상공을 돌아다니는 세계 각국의 첩보 위성들이 모두 강혁의 손아귀에 놀아나고 있었다.
이런 상황이라 강혁은 여러 각도에서 그가 가진 능력을 활용할 방법을 강구하고 있었다.
복잡한 서울 시내의 교통 움직임은 실시간으로 강혁의 차량에 정보가 업데이트됐다.
강혁은 실시간으로 날아오는 정보를 확인하며 도로 위를 질주했다.
'빨간불?'
강혁은 슬쩍 손을 움직여 은색 보드판을 조작했다.
금세 다시 파란불로 바뀌었다.
교통중앙관제시스템을 완전히 장악하고 있기 때문에 벌어진 일이다.
강혁은 얼마 가지 않아 도로 위를 무법자처럼 질주하고 있는 제이슨의 차를 발견했다.
'저 자식―'
미친 듯이 주변의 차량 움직임을 확인하지 않고 위험한 질주를 벌이고 있었다.
이대로 뒀다가는 다른 사고를 일으킬 가능성이 농후해 보였다.
'저놈 미군이랬지?'
강혁은 눈썹을 찡그렸다.
미군이 일으킨 사건이 때마다 대한민국의 경찰과 검찰들은 작아졌다.
불평등한 소파 협정 때문에 제대로 기소도 하기 어려웠기 때문이다.
그런 상황에서 현장 체포도 하지 못하고 군대로 복귀하면 기소자체가 어려워진다.
지금은 97년도였다.
91년에 1차 개정이 이루어졌지만 소파 2차 개정은 2001년 4월에나 이루어졌다.
지금 제이슨을 놓치면 형사처벌은 거의 불가능했다.
아니 2001년 2차 개정 후로도 초기에 놓치면, 초동 수사에 어려움이 많았다.
그렇게 된 이유는 소파 협정 22조 9항의 내용 때문이었다.
[…미군 대표의 입회 없이는 미군 피의자의 예비수사와 재판이 불가능하며, 피고인 진술의 유죄증거 채택도 되지 않는다.]
강혁은 2000년에 있었던 매카시 상병 사건을 떠올렸다.
미군 2사단 소속 크리스토퍼 매카시는 이태원의 유흥업소에서 만난 여종업원을 목 졸라 살해했다.
그런데 이놈이 재판 도중 탈주해 버렸다.
소파 규정 때문에 불구속 상태에서 수사를 받다가 재판을 앞두고 도망가버리는 희대의 사건이 벌어진 것이다.
당시 담당 계장은 이렇게 말했다.
미군 범죄자들이 '미군 당국에 넘겨지면 그만'이라는 생각으로 미군 헌병대와 미군 피의자가 짜고 묵비권을 행사하는 경우도 많은 것 같다.
2001년 개정 전까지 많은 미군 범죄자들이 SOFA의 독소 조항을 이용해 왔던 것이다.
SOFA 불평등성의 요체는 형사 재판권으로 우리 수사당국은 대법원의 확정판결 이후에나 미군의 신병을 인도받을 수 있다는 점이었다.
이것은 강간·살인 등 중범죄의 경우 기소 전에 인도가 가능한 일본·호주 등과 비교하면 너무나 불평등한 일이다.
물론 소파 협정의 독소 조항은 이것만 있는 것이 아니다.
2차 개정 후 많은 점이 바뀌었지만 여전히 부족한 것이 많았다.
강혁은 어떻게든 자신의 힘으로 바꿔나가야겠다고 생각했다.
아무튼 제이슨을 잡아넣으려면 무조건 지금 잡아야 했다.
강혁은 차가 눈앞에 보이자 최고 속도로 기어를 올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