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번 사는 절대기억능력자 121화
121화
한편, 미국 언론과 한국 언론은 제이슨이 벌인 일로 발칵 뒤집혔다.
사제 폭탄과 총기를 소지하고 최승호 등에게 접근했던 일이 알려진 것이다.
강혁이 몰래 양국 언론에 제보한 것이다.
최승호를 자랑스럽게 여기던 한국민의 분노가 폭발했다.
사람들은 하마터면 한국이 낳은 세계적인 천재를 잃을 뻔했다며 난리였다.
한국 언론은 이를 계기로 아멜리아와 최승호의 관계를 다시 조명했다.
제이슨이 두 사람에게 테러를 가하려고 했던 정황도 세세하게 알려졌다.
미국 언론을 통해 이전에도 제이슨이 아멜리아를 스토킹했던 사실도 알려졌다.
그 와중에 다나와 에밀리의 일은 묻혔다.
하지만 다나의 아버지는 크게 분노했다.
제이슨에게 큰 처벌이 내려지기를 바라고 정치권에 로비하며 영향력을 행사했다.
이런 분위기를 타서 워커 사령관이 전격적인 명령을 내렸다.
헌병들을 시켜 제이슨의 방을 대대적으로 수색한 것이다.
이 수색을 통해 제이슨의 노트가 여러 권 발견되었다.
이 노트들에는 그의 망상들이 적혀 있었다.
그 중에는 최승호와 아멜리아에 대한 테러 및 납치 계획이 적혀 있는 노트도 있었다.
그뿐이 아니다.
소지만 해도 형량이 무거운 아동 포르노 테이프도 함께 발견되었다.
이 자료들은 모두 용산 경찰서에 제출되었다.
이에 대한 언론과 대중의 반응은 폭발적이었다.
미국과 한국뿐 아니라 전 세계 언론의 관심을 받게 되었다.
온 세계가 제이슨이 벌이려고 했던 엽기적인 계획을 조망했다.
제이슨의 가족과 학교, 친구들을 인터뷰하고 그를 분석했다.
TV에는 전문가들이 나와 제이슨의 심리상태에 대해 장황한 해설들을 늘어놓았다.
그와 함께 전 세계 언론이 최승호와 아멜리아의 관계를 로맨틱하게 묘사하기 시작했다.
위험천만한 스토커의 위협 앞에 놓였던 사랑스런 커플로 조명한 것이다.
그런 와중에 CNN에서 특집방송을 편성했다.
방송 주제가 대박이었다.
제이슨이 한국에서 범행을 실행하려고 했던 이유는 무엇인가?
그 이유가 다른 주둔국 국가와 비교해도 불평등한 한국의 소파협정 때문이다.
과연 미국의 중요한 동맹국을 이렇게 대해도 괜찮은가?
이런 내용을 심도 있게 방송으로 내보냈다.
CNN이 이런 방송을 내보내게 된 것에는 이유가 있었다.
바로 다나의 아버지가 영향력을 발휘한 덕분이었다.
이번 일로 한국의 소파 협정에 대해 알게 된 다나가 아버지에게 강하게 어필했다.
여기에 강혁과 커트 와이엇의 입김과 지원이 들어가면서 이런 방송이 방영된 것이다.
방송의 영향은 여러 군데서 반향이 일어났다.
최승호는 한국만이 아니라 미국에서도 영웅 대접을 받는 한국인이었다.
게다가 아멜리아는 미국의 국민 여동생이 아닌가?
그런 두 사람을 불평등한 소파 협정을 빌미로 테러 계획을 세운 미군이 있었다.
미국 쪽에서 한국 국민에게 대통령이 사과해야 한다는 여론이 발생했다.
여기에 더해 소파 협정도 개정해야 한다는 의견이 정치권에서도 일어났다.
처음 시작은 민주당 의원들부터였다.
그들은 미국의 정통적인 우방들에게 합당한 대우를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클링튼 대통령이 자신을 따르는 의원들을 움직인 것이었다.
그런데 보수적인 공화당 의원들도 여기에 적극 호응을 하고 나섰다.
여기에는 강혁의 치밀한 물밑 작업이 있었다.
공화당 의원들을 움직인 것은 바로 윌 존슨 의원과 존슨 가문 사람들이었다.
윌 존슨은 막강한 오일 달러와 오랜 인맥으로 공화당을 움직이는 실세이다.
그런 존슨 가문이 적극적으로 움직인 것이다.
결국 처음에는 미온적이던 공화당의원들을 개정에 적극 찬성으로 돌려놓았다.
이뿐만이 아니다.
다른 여야 의원들에게 커트 와이엇과 솔라스의 인맥들이 움직였다.
솔라스는 강혁에게 목숨 빚이 있다고 생각하는 터라 더욱 적극적으로 로비했다.
나중에는 강혁이 따로 솔라스에게 감사를 표할 정도였다.
생각 이상으로 적극적으로 로비에 나서주었던 것이다.
그리고 마침내 한미 관계가 새롭게 정립되기 시작하는 역사적인 날이 밝아 왔다.
[국민 여러분, 클링튼 대통령이 이번 사건에 대해 사과했습니다.]
TBS 9시 뉴스 간판 앵커가 상기된 얼굴로 속보를 전했다.
TV에서 대통령이 나와 사과문을 낭독했다.
[오랜 우방인 한국과 우리 미국은……. 이번 사건에 대해 마음으로부터 사과드립니다.]
방송을 접한 국민들은 미군 범죄에 대한 미국 대통령의 첫 사과라는 사실에 열광했다.
[이번 일을 계기로 소파 협정을 개정하기 위한 실무자 회담도 진행하기로 했습니다.]
앵커가 소파 협정까지 개정한다고 하자 여야를 불문하고 크게 환영했다.
국민들 역시 기뻐하며 이번 개정 움직임에 대해 높게 평가했다.
미국 대통령의 사과와 소파 협정 개정회담에 대해 국민 모두가 열광했다.
나중에는 이게 다 최승호와 아멜리아 덕분이라면 두 사람의 연애가 다시 화제되었다.
정작 두 사람은 아직도 서로 눈치만 보고 있는 사이인데 말이다.
언론의 영향으로 한국 국민들은 열이면 열, 최승호와 아멜리아가 사귀는 사이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이런 인식이 전 세계에 퍼져버렸다.
전 세계 언론이 두 사람과 제이슨의 관계를 조망하면서 두 사람을 연인관계로 만든 것이다.
결국 제이슨이 두 사람을 연인관계로 만들어 버린 셈이었다.
일주일 후.
"저희는 지금 용산경찰서 앞에 나와 있습니다."
송채연이 마이크를 들고 카메라 앞에서 말하고 있었다.
그녀의 뒤에는 용산경찰서 정문이 보였다.
일주일째 송채연은 용산서를 방문하고 있었다.
"…제이슨 상병은… 주목되고 있습니다."
촬영을 마친 송채연이 마이크를 내렸다.
잠시 후, 경찰서 정문 앞으로 기자들이 모여들었다.
경찰서장과 간부들이 미디어 존에 서는 것이 보였다.
송채연과 카메라맨도 재빨리 다가갔다.
"무슨 일이지?"
"글쎄, 오늘 기자회견이 예정돼 있었나?"
갑작스런 회견에 기자들이 여기저기서 웅성거렸다.
기자들이 모두 모이자 외사계장이 발표를 시작했다.
"…제이슨 상병이 모든 범죄 사실을 시인했습니다."
여기저기서 카메라 플래시가 터졌다.
기자들이 일제히 손을 들었다.
"제이슨 상병이 범죄사실을 실토했다는 말입니까?"
"그렇습니다. 범행 일체를 자백했습니다."
제이슨은 아동 포르노가 발견되는 바람에 진퇴양난에 빠져버렸다.
미국에서는 최소 30년 형이었다.
여기에 아멜리아 등 자국민에 대한 테러혐의도 있었다.
고민하던 그는 차라리 한국 법정에 서는 것을 택했다.
하지만 이 결정은 차라리 하지 않는 것이 더 나은 선택이었다.
제이슨이 미처 알지 못했던 물밑 협상이 있었던 것이다.
"뭐라고요?"
제이슨은 변호사의 말에 깜짝 놀랐다.
변호사의 이름은 클락이었다.
한국어와 영어가 모두 가능한 재미교포 변호사였다.
처음에는 한국인이라 경계도 했다.
하지만 돈이면 뭐든 하는 사람이란 평판에 그를 고용했다.
클락을 고용하기 위해 제이슨은 자신의 저금은 물론이고, 고향에 남은 재산을 모두 팔았다.
아무도 그의 변호를 하지 않으려 했기 때문에 비싼 비용을 들여 그를 고용한 것이다.
"그러니까, 한국검찰이 다른 혐의는 기소를 포기한답니다."
"왜… 왜요?"
제이슨의 두 눈이 커다랗게 떠졌다.
"아동포르노 소지와 테러 및 납치 시도는 미국법정에서 재판을 받을 겁니다."
"말이 다르잖아!"
제이슨이 소리쳤다.
"무슨 말씀이신지 모르겠군요."
"……?"
클락은 자백하면 한국에서 모든 재판을 받게 해주겠다고 약속했었다.
"저는 그런 약속을 한 적이 없습니다."
"뭐라고? 날 속인거야?"
제이슨의 말에 클락은 어깨를 으쓱거렸다.
무슨 소리를 하는 건지 모르겠다는 표정이다.
딱 제이슨이 용산 경찰서에서 했던 바로 그 표정이었다.
"이 XX야!"
제이슨이 벌떡 일어나 클락에게 덤벼들려고 했다.
접견실 문이 열리며 경찰들이 달려와 제이슨을 덮쳤다.
"야, 이 쉐―꺄! 죽여 버리겠어―"
제이슨이 입에 거품을 물며 발광했다.
그럴 만도 했다.
제이슨은 형량이 미국보다 약한 한국에서 모든 재판을 받는 줄 알았다.
아동포르노 소지죄가 한국은 길어야 1년 반에서 2년 정도였다.
그런데 미국은 무려 30년이다.
게다가 납치 및 테러 계획 및 시도 죄도 한국이 훨씬 형량이 적었다.
그래서 한국에서 모든 재판을 받는 것을 조건으로 자백했던 것이다.
그런데 알고 보니 모든 것이 거짓이었다.
"오늘부터 넌 내 변호사가 아니야!"
"그거 유감이군요."
클락이 비실비실 웃으며 제이슨을 바라보았다.
"갓뎀! 가만두지 않겠어. 널 변호사 협회에 고발하겠어!"
"마음대로!"
경찰들에게 온몸을 구속당한 채로 소리치는 제이슨.
클락은 그런 그를 바라보며 옷매무새를 바로 했다.
"그럼, 혼자서 재판 잘 받아보세요."
클락이 접견실을 떠나자 제이슨은 고래고래 소리를 질렀다.
"수고했어요."
접견실을 나오는 클락에게 이규철이 담배를 꺼내 들었다.
변호사는 웃으며 담배를 받아들었다.
이규철이 라이터로 불을 붙여주자 담배를 입에 물고 시원하게 빨았다.
"사례금은 잘 받았습니다."
클락이 이규철에게 인사를 하며 경찰서를 빠져나갔다.
처음부터 모든 것이 강혁이 설계한 것이었다.
제이슨이 연락한 변호사는 강혁이 돈을 주고 섭외한 사람이었다.
돈이면 무슨 일이든 한다는 그의 평판은 말 그대로 사실이었던 것이다.
제이슨은 이후, 한국에서 살인미수와 폭행으로 10년 형을 받고 복역했다.
10년 후에는 미국으로 이송되어 50년 형을 선고받고 평생을 감옥에서 지내게 되었다.
* * *
"대통령님, 이번 일의 배후에 존 강 회장이 있었다는 게 사실입니까?"
곽 실장이 놀라며 박영삼 대통령에게 물었다.
"누가 말해주던가요? 곽 실장."
"사실은 캐리 대사님에게 들었습니다."
"그렇군요. 나도 캐리 대사에게 들었어요. 참 대단한 인물이요. 그 친구."
"그렇습니다. 우리 정치인들이 어떻게 해도 할 수 없었던 일을 해냈어요."
곽 실장의 말에 박영삼 대통령이 입가에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곽 실장이 우리 존 회장이 한국에서 지내면서 불편한 일 없게 노력해요."
"알겠습니다. 대통령님.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그래요. 그래. 내 곽 실장만 믿어요. 보물 같은 사람이니 말이요."
"예, 대통령님."
박 대통령은 강혁에 대해서 생각만 해도 기분이 좋았다.
소파 협정 개정은 박 대통령의 숙원 중 하나였다.
작년까지도 협정 개정을 위한 실무자 협의가 여러 번 있었다.
그러다가 97년 돌연 미국 측이 협상을 더 이상 진행하지 않겠다고 선언했던 것이다.
이번 일로 불평등한 소파 협정이 모두 개정될 것 같아 앓던 이를 뽑은 기분이었다.
"허허허, 하늘이 우리나라를 위해 보내 준 선물 같이 느껴지는군. 허허허."
청와대 집무실에 홀로 남은 대통령은 기분 좋은 웃음을 지었다.
* * *
"나이스 샷!"
토마스 브룩스 C.I.A지부장이 시원스레 소리쳤다.
강혁이 휘두른 스윙에 골프공이 쭉 뻗어 날아갔다.
"그럼 가볼까요?"
강혁이 앞장서자, 캐리 대사와 워커 사령관, 브룩스 지부장이 뒤를 따랐다.
"그럼 워커 장군님은 사외이사가 되시는 겁니까?"
브룩스 지부장이 물었다.
그의 얼굴 표정에는 부러운 기색이 역력했다.
"그렇게 될 것 같군요."
워커 장군이 웃으며 대답했다.
캐리 대사 역시 부러운 눈치였다.
"존 회장님~"
캐리 대사가 재빨리 강혁의 옆으로 다가가며 만면에 미소를 지었다.
그러자 뒤질세라 브룩스 지부장이 강혁의 옆자리를 차지했다.
두 사람 모두 강혁의 스윙을 칭찬하기 바빴다.
워커 역시 강혁의 스윙 폼을 칭찬하며 다가갔다.
하나같이 한국 대통령도 함부로 하지 못하는 막강한 권력을 지닌 사람들이었다.
그런 이들이 어떻게든 강혁에게 잘 보이려고 노력했다.
캐리나 브룩스 모두 워싱턴 정가에서 강혁이 어떤 파워를 지니고 있는지 잘 알기 때문이었다.
이번 사건을 통해 두 사람은 모두 강혁의 힘을 목도했다.
강혁과 친하게 지내면 앞으로 두 사람에게 좋은 끈이 되어 줄 것 같았다.
강혁 역시 두 사람이 자기 사람이 된다면 높은 자리까지 끌어줄 생각이 있었다.
'브룩스라? 말만 잘 들으면 이 친구는 C.I.A국장으로, 캐리 이 친구는 캘리포니아 주지사로'
강혁의 머릿속으로 원대한 계획들이 그려지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