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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번 사는 절대기억능력자-123화 (123/301)

두번 사는 절대기억능력자 123화

123화

강혁은 사무실로 들어가 허름한 소파에 앉아 이재학을 마주보았다.

"야후의 기술이사셨다고요?"

이재학은 깜짝 놀란 눈으로 강혁이 건넨 명함을 바라보았다.

"제리양과 함께 야후를 만든 창업 멤버죠."

강혁은 제리양, 데이비드 파일로와 함께 찍은 사진을 보여주었다.

"우왓! 진짜군요."

사진에는 강혁이 두 사람과 함께 허름한 사무실에서 어깨동무를 하고 있었다.

"이거 귀빈이 오셨네요."

이재학은 흥분된 표정으로 강혁과 사진을 번갈아 보았다.

믿기지 않는다는 모습이었다.

그도 그럴 것이, 야후는 이재학 같은 개발자에게 꿈이요, 목표였다.

자신이 몇 날 며칠을 집에도 들어가지 않고, 사무실에서 숙식을 하고 있는 이유가 무엇인가?

자신도 야후 같은 포털사이트를 만들기 위해서가 아닌가?

"그런데 저 같은 영세 개발자는 왜 만나러 오셨는… 지?"

이재학은 말끝을 흐렸다.

말을 하는 도중 뭔가 감이 왔던 것이다.

강혁은 긴장하는 이재학을 보며 입가에 미소를 띠웠다.

"음, 어떻게 들리실지 모르겠습니다만 기회를 드리려고 왔습니다."

"기…기회요?"

이재학의 말에 강혁이 고개를 끄덕였다.

"만드신 메일 서비스를 봤습니다. 나쁘지 않더군요."

"감… 감사합니다."

강혁은 무릎 위에 올려놓은 손을 살짝 두 번 두드렸다.

"돌려서 말씀드리지 않겠습니다. 사실 한국에 포털사이트를 만들 생각입니다."

강혁의 말에 이재학의 두 눈이 동그랗게 떠졌다.

'난… 난리 났다.'

이재학은 대학동기와 2년 전 '더움 커뮤니케이션'이란 회사를 세웠다.

그리고 2년에 걸친 시행착오 끝에 올해 5월 한국 최초의 메일 서비스를 시작할 수 있었다.

지금도 이재학은 메일 서비스를 안전화 시키는 작업을 하고 있던 중이었다.

꿀―꺽!

이재학은 자신도 모르게 마른침을 삼켰다.

"새로 만들려는 포털사이트에는 구글의 검색엔진을 사용할 생각입니다."

"…예?"

이재학은 강혁의 말에 하늘이 노랗게 변하는 느낌이었다.

야후의 전 기술이사라는 것도 큰 벽인데 구글이 웬 말인가?

전 세계에서 가장 강력한 검색엔진을 찾으라면 단연코 구글이었다.

등장한 지 반년도 안 되어서 전 세계 점유율 1위를 차지한 괴물이 아닌가?

만일 새로 만들겠다는 포털사이트에 구글의 검색엔진을 탑재한다면 자신이 개발하고 있는 사이트는 경쟁 상대가 될 수 없었다.

"그…그렇군요."

이재학은 절로 고개가 숙여졌다.

자신도 모르게 눈물이 핑 고이는 것 같았다.

'다 끝났다. 지난 2년은 헛고생이었던가?'

대학동기인 박영호와 함께 회사를 설립하고, 은행 빚까지 지며 지금까지 달려왔다.

토종 포털사이트 더움으로 한국의 인터넷 시장에 우뚝 설 날을 고대해 왔던 지난날이 화살처럼 머리를 스치고 지나갔다.

3년 전 자신과 결혼한 아내는 지금 임신 8개월이었다.

친정에도 많은 빚을 지고 있는 중이었다.

이미 사무실 임대료도 두 달이나 밀린 상태에서, 무료 메일 사이트의 가입자 수만 바라보고 있었다.

그런 상황에서 청천벽력 같은 소리를 들은 것이다.

"제게는 자본과 기술, 시간 모든 것이 있습니다."

"그… 그러시겠죠."

강혁은 이재학의 표정을 보며 속으로 빙긋이 웃었다.

이재학이 거의 울 듯한 표정을 지었던 것이다.

'이제 밀어붙이는 건 그만하고 슬슬 미끼를 던져볼까?'

"그런데 제가 왜 굳이 여기까지 와서 이런 말을 하는 걸까요?"

"……?"

이재학은 하늘이 무너지는 것 같은 충격에 빠져 있었다.

그런 도중 갑자기 들려오는 강혁의 말은 이재학에게 잠시 혼선을 주었다.

"예, 옛?"

"하하, 개발하신 메일 서비스가 나름 괜찮더군요."

"그…그렇죠? 제 입으로 말하긴 그렇지만… 나…나름 자부심이 있습니다."

야후의 기술이사 앞에서 제 자랑하기가 부끄러운지 이재학은 얼굴을 붉혔다.

"맞습니다. 그래서 제가 여기까지 온 거죠."

"그… 그 말씀은?"

"제가 기회를 드리려고 왔다고 했죠?"

"……!"

이재학은 그제야 강혁이 처음에 했던 말을 떠올렸다.

'맞아, 기회를 준다고 했어.'

"사실 저는 굳이 그럴 필요는 없습니다. 말씀드렸듯이 이미 모든 것을 갖추고 있으니까요."

"그… 그렇죠."

"하지만 이재학씨가 탐나더군요."

"저… 제가요?"

강혁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습니다. 95년이면, 제가 미국에서 야후를 설립했던 때와 한 해밖에 차이가 안 납니다."

"과… 과찬이십니다."

"우리가 상용화도 빨랐고, 미국에서 시작했기 때문에 금세 세계적인 기업이 되었지만……."

"……."

"만일 이재학씨가 미국에서 사업을 시작했다면… 하고 생각해보니 아깝더군요."

"……."

"거두절미하고 말씀드리죠. 이재학씨. 저와 함께 합시다."

"…예?"

뻔히 입 다물고 강혁의 말을 듣던 이재학이 마지막 말에 깜짝 놀랐다.

강혁은 속으로 이재학을 향해 회귀 전 좋아했던 만화의 명대사를 읊조렸다.

'너, 내 동료가 돼라!'

"이 회사, 빚까지 모두 포함해서 제가 인수하겠습니다. 그리고 제가 세우려는 회사를 맡아 주십시오."

"회…회사를요? 산다고요? 제… 제가 이사님 회사를 맡으라고요?"

강혁이 고개를 끄덕이자 이재학은 믿을 수 없다는 표정을 지었다.

"왜… 왜 접니까?"

"이재학씨에게서 저를 봤거든요."

"예? 제가요?"

강혁은 이재학의 물음에 진지한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기회를 준다면 이 사람은 끝도 없이 뻗어나갈 사람이다. 그게 이재학씨에 대한 제 판단입니다."

강혁의 핵폭탄 같은 선포에 이재학은 정신이 없었다.

"아니, 새로 세울 것 없이 더움 커뮤니케이션을 인수할 테니 그대로 사장을 하십시오. 지분도 드리죠."

"……!"

이재학의 입장에서는 둘도 없는 제안이었다.

만일 이 제안을 거절한다면 빚을 짊어지고, 강혁과 싸워야 한다.

아무리 생각해도 도저히 이길 자신이 없었다.

"받, 받아들이겠습니다."

"잘 생각하셨습니다. 저와 함께 세상을 깜짝 놀라게 합시다. 더움을 전 세계를 주름잡는 포털 사이트로 만들어 봅시다."

"전… 전 세계요?"

"그렇습니다. 더움은 한국과 미국에서 동시에 서비스를 시작할 겁니다."

"전… 전 세계?"

강혁의 말은 다시 한번 이재학의 눈빛을 반짝거리게 만들었다.

'구글엔진을 사용하고, 자본과 인력을 더해준다면 불가능한 일은 아니다.'

"해, 해보겠습니다. 아니, 꼭 해보고 싶네요."

강혁은 다시 웃고 있는 이재학에게서 전 세계 넘버 원 포털 사이트 더움의 미래를 보았다.

결코 불가능한 이야기가 아니었다.

더움에 구글의 검색엔진을 사용하고, 자신의 미래지식이 더해진다.

여기에 앞으로 개발할 전자결제서비스와 여행검색 및 티켓팅 서비스, 페이스북을 연계한다면?

전 세계적으로 지금까지 존재하지 않은 독보적인 서비스가 될 것이다.

이미 세계적인 점유율을 확보하고 있는 구글과 페이스북을 이용한다면 더움의 가입자는 쉽게 늘릴 수 있었다.

구글과 페이스북의 가입자는 따로 가입하지 않아도 자동 로그인되는 방법을 사용하는 것이다.

그러면 서비스를 시작하자마자 전 세계적인 점유율을 얻을 수 있었다.

여기에 자신의 미래지식이 더해진다면 엄청난 폭풍을 몰고 올 터였다.

'자, 이제 한국은 대충 마무리를 지은 것 같은데… 남은 건 미국인가?'

*     *     *

2주 후.

"하아, 마지막 면접자인가?"

"힘내세요. 사장님."

최승호는 자신과 함께 면접을 보는 개발팀장의 말에 고개를 끄덕였다.

페이스북을 창업한 최승호의 명성에 끌려 많은 엔지니어들과 개발자들이 몰려들었다.

회사 이름은 최종적으로 심페이 컴퍼니가 되었다.

줄여서 심페이.

심플 페이먼트를 줄인 것이다.

강혁이 간편 결제를 목표로 하자고 제안한 데서 왔다.

기존에 있던 페이스북 회사의 직원들 중 몇 명이 함께했다.

처음 최승호가 새로운 회사를 세우겠다고 했을 때는 우려가 많았다.

아직 페이스북이 안정화 단계에 이르렀다고 말하기에는 이른 감이 있었던 것이다.

하지만 현재 회사를 맡고 있는 CEO가 상당히 노련한 인물이었다.

그래서 최승호는 안심하고 새 회사에 전념할 수 있었다.

잠시 후, 마지막 면접자가 돌아가자 최승호와 개발팀장 스티브는 명단을 쭉 훑어보았다.

"음, 어때요? 스티브."

최승호는 자신보다 10살은 많은 스티브에게 의견을 물었다.

"확실히 존 회장님의 눈은 놀랍군요."

"그렇죠?"

최승호는 스티브가 강혁을 칭찬하자 자기가 칭찬이라도 받은 듯이 즐거워했다.

사실 최승호는 소문난 강혁빠였다.

다른 누구보다 강혁을 숭배하는 사람이 최승호인 것이다.

어찌 보면 그 충성심은 이규철과 비견될지도 몰랐다.

"존 회장님이 미리 언질을 준 사람들이 우리 면접에 온 것도 놀라웠지만 말이에요."

"으음, 안 올 수도 있다고 해서 따로 찾아갈 생각도 했는데……."

"한 사람을 빼고는 모두 면접에 참여했어요. 게다가……."

"실력과 자질도 탁월해."

최승호의 말에 스티브 팀장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이대로 가는 겁니까?"

스티브가 물었다.

"물론이지. 한 명이 빠진 건 아쉽지만……."

최승호는 최종적으로 심페이 컴퍼니의 개발팀 직원으로 선정된 사람들의 이름을 살폈다.

그중에는 강혁이 미리 말해둔 인재들이 포함되어 있었다.

유튜브를 만든 스티브 첸과 채드 헐리.

천재 엔지니어 맥스 레브친.

링크드인 창업자 레이드 호프만

페이팔의 공동창업자이며 CEO인 피터 틸.

회귀 전 최고의 천재이며 사업가로 불렸던 엔지니어들이 모두 면접까지 올라왔던 것이다.

단 한 사람.

최고의 천재이며 사업가인 일론 머스크를 제외하고 말이다.

"그래? 모두 왔다고?"

―혁이 형은 그런 사람들을 어떻게 다 알고 있었던 거예요? 하나같이 특급 인재들이에요.

"우리한텐 행운이군. 잘들 키워봐. 회사의 자산이 될 사람들이야."

―걱정마세요. 저도 그 사람들이 마음에 들거든요.

최승호의 말에 강혁은 마음속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겠지. 너나 그 사람들이나 비슷한 종류의 사람들이니.'

―참, 그런데 한 사람은 안 왔어요.

"그래? 그게 누군데?"

―형이 말했던 사람들 중 제일 첫 번째로 언급된 사람이요.

"일로 머스크."

―예, 그 사람만 안 왔어요.

"흠, 그러냐?"

―제가 한번 찾아가볼까요?

"음, 사람 찾는 게 그렇게 쉬운 것도 아니고. 개발 작업 들어가야 하는데 시간이 있겠니?"

―하긴 그건 그래요.

"그 사람은 나한테 맞기고 넌 네 할 일에 열중해."

―예, 그럴게요.

"그건 그렇고. 이제 대학생활을 막 시작하는데 괜찮겠냐?"

―뭐, 꼭 졸업까지 해야 하는 건 아니라고 하셨잖아요?

"그건 그렇지만 너희 부모님들을 생각하면 역시 졸업은 해야 하지 않을까?"

―…….

"왜? 하기 싫어?"

―아, 아뇨. 그 말이 맞아요. 그래도 졸업은 해야겠죠.

최승호는 한국에 계신 부모님을 생각하며 강혁의 말에 수긍했다.

"그럼 수고해."

강혁은 승호와의 전화를 끊고 생각에 잠겼다.

'일론 머스크가 빠졌다고?'

강혁은 뭔가 아쉬웠다.

회귀 전 페이팔 마피아라고 불렸던 천재들을 직원으로 들인 것은 좋은데 두목급이 빠진 것이다.

"방법이 없을까?"

잠시 궁리하던 강혁은 뭔가가 떠올랐다.

"그렇지? 그 녀석이라면 틀림없이 들어 올 거야."

좋은 생각이 떠오른 강혁은 희희낙락하며 컴퓨터 앞에 자리를 잡았다.

"자, 그럼 미끼를 던져볼까?"

강혁의 두 눈이 빛났다.

회귀 전 테슬라를 창업하여 세계 제2의 부자가 된 일론 머스크다.

만일 그를 영입한다면 엄청난 일이 벌어질 터였다.

'기다려라. 일론 머스크. 네가 해줘야 할 일이 한둘이 아니라고.'

강혁은 다시 한번 마음속으로 예의 대사를 외쳤다.

'너! 내 동료가 돼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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