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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번 사는 절대기억능력자-124화 (124/301)

두번 사는 절대기억능력자 124화

124화

#33장 다가오는 검은 그림자

강혁은 진성 덕후들이 모이는 사이트로 들어갔다.

주로 영어를 사용하는, 그중에서도 미국인들이 많이 사용하는 사이트다.

강혁은 그곳에 하나의 주제를 가지고 토론하는 방을 만들었다.

제목은 화성 테라포밍이었다.

테라포밍이란 외계 행성의 자연환경을 지구화시키는 것을 의미한다.

즉, 숨을 쉴 수 있는 공기를 만들고, 온도를 올리고, 물을 확보하는 것이다.

그런데 왜 화성인가?

화성은 오래전부터 제2의 지구라고 불렸다.

태양계에 존재하는 행성들 중 가장 지구와 닮아 있는 것이 화성이다.

예를 들자면, 우선 화성의 하루는 얼마일까?

지구가 24시간에 한 번 자전을 한다면, 화성은 24시간 40분에 한 번 자전을 한다.

하루가 24시간 40분이라는 뜻이다.

자전축도 지구와 비슷하다.

게다가 극지방과 지하에는 얼음의 형태로 물이 존재한다.

화성에 물이 존재한다는 것은 정말로 센세이션한 발견이었다.

미 항공 우주국.

즉, 나사가 화성에서 물을 발견한 후―물론 얼음의 형태였지만―그 효용가치는 더욱 커졌다.

물론 지구와 다른 점도 많다.

예를 들자면, 크기가 지구의 반밖에 되지 않는다.

크기가 작기 때문에 중력도 작다.

화성의 중력은 지구의 1/3에 불과하다.

이 때문에 화성의 대기 밀도는 지구의 1%도 되지 않는다.

화성의 중력이 너무 작아서 대기를 붙잡아 주지 못하기 때문이다.

게다가 그 1%의 대기마저 이산화탄소가 96%를 차지하니 생명체가 화성에서 생존하기는 어렵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인류는 화성 이주를 꿈꾸고 있었다.

적어도 그런 꿈을 꾸는 사람들이 세상에는 존재했다.

그리고 그 소수의 사람 중의 하나가 일론 머스크였다.

강혁의 회귀 전, 일론 머스크는 화성 이주, 그리고 화성 테라포밍이란 꿈을 이루기 위해 엄청난 일을 했다.

전기자동차를 현실화 시키고, 스페이스 X라는 상업용 로켓회사를 만들었다.

모든 것이 화성 이주를 진지하게 꿈꾸고 그 꿈을 실현시키기 위해서 노력했기 때문이다.

강혁은 그런 사실을 알고 있었기 때문에 화성 테라포밍이란 주제로 토론방을 만든 것이다.

강혁은 그곳에 다양한 글을 올렸다.

주된 내용은 인류가 지구를 떠나 화성으로 이주하기 위해 필요한 것들에 대한 논의였다.

그를 위해서 필요한 것이 뭔지.

지금부터 준비한다면 어떻게 해야 할지에 대한 것들을 논의했다.

얼마 가지 않아 반응이 나타났다.

호기심 많고, 신기한 것들을 좋아하는 사람들이 하나둘 몰려들어 글을 썼다.

강혁은 토론방에서 야후의 제리양을 온라인상에서 만났을 때와 같은 닉네임을 사용했다.

[헤이, 존94. 넌 정말 획기적인 사고를 하는군. 화성 이주라니?]

[크크, 약간 미친 것 같은 계획이야. 그래서 더 좋고 말이야.]

[우… 화성 이주라니? 정말 쿨한데?]

보통 사람들에게 화성이주에 대해 말한다면 미쳤다는 소리 듣기 딱 좋았다.

하지만 이곳은 진성 덕후들이 모이는 곳이었다.

바깥에서 괴짜 소리 듣는 사람들의 모임답게 전혀 다른 반응들이다.

강혁은 토론방에 들어온 사람들의 댓글들을 살폈다.

그러다가 가능성이 보이는 사람들은 해킹을 시도해 신원을 확인했다.

그러기를 8시간째 확연히 적극적인 반응을 보이는 사람이 나타났다.

'호오? 혹시?'

지금까지는 재미있다, 새롭다는 반응이었는데 이번에는 아주 광적이다.

아니 열광한다는 말이 어울릴 정도였다.

강혁은 해킹을 통해 댓글을 단 사람의 신원을 확인했다.

'빙고! 일론 머스크 본인이다.'

강혁은 한참을 그와 댓글로 대화를 나누다가 아예 두 사람만의 채팅방을 만들었다.

그리고 화성 이주와 테라포밍에 대해 한참을 열광적으로 대화했다.

강혁은 화성 이주를 위해 우선 상업용 로켓회사를 만들어 로켓발사를 재활용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그리고 전기로 움직이는 자동차와 진공상태에서 열차가 움직이는 하이퍼루프에 대해 설명했다.

일론 머스크는 강혁의 의견에 진심으로 감명을 받았다.

그도 그럴 것이, 원래 미래에 일론 머스크가 제안하고 실제로 구현하려 노력했던 일들이다.

[존94, 넌 정말 천재야. 어떻게 그런 생각을 다할 수 있는 거지?]

[하하, 과찬이야. 하지만 난 정말 이걸 해보고 싶어.]

[대단해. 정말 대단해.]

[올해 로켓발사 회사부터 세울 생각이야.]

[방금 말한 상업용 로켓회사 말이지?]

[그래. 맞아.]

강혁은 채팅을 통해 자신이 어떤 사람인지도 넌지시 밝혔다.

일론 머스크는 강혁이 꿈을 실현시킬 만한 자본도 있고, 의지도 있다는 사실을 확인하고 확연히 동요했다.

[하아, 그…그래?]

잠시 채팅창에는 침묵이 감돌았다.

강혁은 긴장된 마음으로 채팅창을 노려보았다.

[존94, 나도 너와 함께 하고 싶어! 화성 이주는 오래전부터의 내 꿈이야.]

[네 꿈이라고?]

[맞아, 진짜야. 진심이라고 내 일생을 바쳐서 이루고 싶은 꿈이야.]

일론 머스크에게서 원하는 반응이 나왔다.

하지만 강혁은 바로 댓글을 달지 않고 잠시 기다렸다.

[좋아, 나도 너의 열의와 관련 분야에 대한 해박한 지식은 충분히 파악했어].

[그, 그래?]

[정말 함께 하려면 이력서를 가지고, 한국으로 와. 만나서 얘기해보자고.]

[알았어. 당장 내일이라도 표를 끊어서 갈게.]

[하하, 그래?]

[정말이야. 난 너와 함께 역사를 만들고 싶어.]

[알았어. 그럼 내일 비행기를 타고…….]

강혁은 일론 머스크를 안달나게 만든 후, 스스로 자신이 만들 회사에 합류하게 만들었다.

그야말로 기가 막힌 솜씨였다.

3년 전 제리양을 후렸던 그대로다.

멘탈리즘의 대가다운 솜씨였다.

'후, 월척을 낚았군.'

미래에 세계 제2의 부자가 된 일론 머스크를 부하 직원으로 부리게 된 셈이었다.

강혁은 최승호와 일론 머스크를 필두로 골든 타워 그룹을 세계 최고의 대기업으로 도약시킬 그림을 그렸다.

그때가 되면 아무리 삼강그룹이라고 할지라도 상대하기가 버거울 것이다.

이틀 후.

강혁은 트레이드 센터 40층 회장실에서 일론 머스크를 만났다.

일론 머스크는 강혁이 자신과 비슷한 연배라는 사실에 감탄했다.

훨씬 나이가 많을 거라고 생각했는데, 자신과는 비교도 되지 않을 정도의 부자라는 사실에 놀랐다.

사실 일론 머스크는 이미 수백억의 자산가였다.

그의 첫 번째 회사를 성공시키고, 다른 회사에 팔아넘기면서 큰 이익을 얻었던 것이다.

ZIP2코퍼레이션이란 이름의 회사로, 뉴욕타임스 같은 미디어에 지도나 회사의 지역정보를 파는 회사였다.

이 회사를 팔 때 일론 머스크의 지분은 2천2백만 달러였다.

스스로 새로운 회사를 세울 수 있는 충분한 자본이 있는 셈이다.

원래의 역사에서 일론 머스크가 두 번째로 세운 회사가 바로 엑스닷컴이었다.

엑스닷컴은 페이팔의 전신이 된 회사다.

일론은 이 페이팔을 팔아서 얻은 이익으로 20대의 나이에 수천억의 자산가가 되었다.

그러나 엑스닷컴 창업은 앞으로 일 년 후에나 시작하는 일이다.

지금으로서는 최승호에게 완전히 선수를 뺏긴 셈이다.

페이팔이란 마중물이 없는 지금으로서는 일론 머스크의 행보가 완전히 꼬여버린 것과 같았다.

지금 가진 자금으로는 상업용 로켓회사나 전기자동차 회사를 만드는 것은 불가능한 일이었다.

수백억이란 돈이 적지 않은 돈이기는 해도 우주산업은 말 그대로 천문학적인 자금이 소요된다.

일개 개인 사업가가 나서서 할 수 없기 때문에 대부분 국가가 시도하는 것이다.

하지만 강혁은 그걸 실현시킬 수 있는 충분한 자금력이 되는 사람이었다.

일본에 대한 환투기 공격으로 번 돈과 텍사스 석유재벌의 엄청난 오일머니를 등에 업은 강혁이었다.

여기에 강혁이 한다고 하면, 유대금융재벌들이 움직일 것이다.

"존, 제게 회사를 맡기겠다고요?"

일론 머스크는 강혁의 제안에 깜짝 놀랐다.

그저 엔지니어의 한 사람으로 참여할 거라고 생각했는데 그게 아니었다.

"일론, 당신에 대해서는 충분히 알아 봤어요."

강혁이 일론 머스크에 대해 조사해 놓은 듯한 서류들을 내려놓으며 말했다.

아닌 게 아니라 일론 머스크는 다양한 경력을 가진 사람이었다.

남아공 태생으로 펜실베니아 대학을 졸업하고 물리학과 경제학을 전공했다.

그리고 스탠포드에 입학한 상태에서 바로 중퇴하고 회사를 설립했다.

여기에 더해 어린 시절부터 일론 머스크는 아버지에게서 다양한 공학 지식과 기술을 배웠다.

그의 아버지는 남아공에서 최연소로 기술자 자격을 가질 정도의 뛰어난 엔지니어였다.

그 덕분에 이미 10대의 나이에 전기시공이나 폭발물 제조기법 같은 것을 익혀 놓고 있었다.

그의 장래를 위한 기본적인 능력을 이때 갖춘 것이다.

하지만 강혁이 그에게서 흥미롭게 여긴 건 다른 부분이었다.

강혁의 조사에 의하면 일론 머스크의 아버지는 매우 심각할 정도의 악당이었다.

일론 머스크의 인터뷰에서 그는 상상할 수 있는 모든 나쁜 짓을 다 해본 악한으로 묘사된다.

어느 정도냐 하면 일론 머스크의 아버지는 자신의 의붓딸을 임신시켰다.

이혼 한 전부인의 딸로서 비록 피가 섞이지는 않았지만, 4살 때부터 직접 키운 딸을 강간한 것이다.

일론 머스크는 이런 아버지 밑에서 자랐지만 나름 훌륭한 성인으로 컸다.

아버지의 나쁜 영향력에서 벗어난 것이다.

어떻게 그럴 수 있었을까?

신상현 같은 사이코패스 범죄자가 어린 시절의 환경에 깊은 영향을 받았다는 점을 생각하면 의외의 결과였다.

강혁은 일론 머스크를 연구하면서 그가 아버지의 영향력에서 벗어날 수 있었던 이유를 어머니에게서 찾았다.

회귀 전 그의 인터뷰에 의하면 성인이 되어서도 어머니와 사이가 좋았다.

강혁은 아마도 그의 어머니가 그에게 버팀목이 되어 줬을 거라고 판단했다.

아무리 나쁜 환경에서 자라도 삶의 길목에서 누구를 만나느냐에 따라 달라질 수 있는 것이다.

일론 머스크는 그런 사실을 대표적으로 보여주는 사람이었다.

강혁은 다른 무엇보다도 그런 점이 더욱 마음에 들었다.

숙명의 적인 신상현과 완전히 대척점에 서는 사람이기에 더 그러했다.

사실 그런 점에서는 강혁 역시 마찬가지였다.

학창 시절, 날이면 날마다 싸움으로 날을 샜던 강혁이다.

아침에 눈뜨고 학교에 등교하면 누구하고 한판 붙을까부터 생각했던 청춘이었다.

하지만 강혁에게는 어머니의 눈물과 김강욱 선생님이 계셨다.

언제나 싸움을 하다 교무실로 잡혀오면 선생님은 한 시간씩 서예를 시켰다.

그리고 언제나 건넨 말이 있다.

"빨간불에는 건너지 말고 파란불에 건너라."

삼년에 걸친 선생님의 끈질긴 훈육과 어머니의 눈물 끝에 강혁은 마음을 잡았다.

강혁은 어머니와 김강욱 선생님께 마음속으로 감사를 드렸다.

그리고 할아버지와 아버지에게도.

두 분은 강혁이 세상 어떤 사람들 앞에서도 주눅 들지 않을 수 있게 해준 사람들이었다.

독립운동을 하신 할아버지와 극도의 가난 속에서 정직하게 살아온 아버지.

두 사람은 강혁의 깊은 내면 속의 뿌리내린 자존감의 실체였다.

강혁은 네 사람을 생각하며 일론 머스크에게 말했다.

"당신이라면 제가 구상한 아이디어들을 실제로 실현해 낼 수 있는 사람이란 생각이 들더군요."

강혁의 말에 일론 머스크의 두 눈이 반짝거렸다.

"당신이 회사를 이끌어 줬으면 좋겠어요. 일정한 지분도 드리죠."

강혁은 일론 머스크에게 로켓제조회사 겸 민간우주기업의 CEO를 제안했다.

"회사명은 스페이스 X입니다."

원래 회귀 전 일론 머스크가 세운 회사의 이름이었다.

생각도 하지 못한 제안에 일론 머스크는 잠시 머뭇거렸다가 이내 고개를 끄덕였다.

"절 믿어주신다면 반드시 해보이겠습니다."

일론 머스크는 평생의 꿈을 이룰 수 있는 기회라는 생각에 강혁의 손을 덥석 잡았다.

만일 혼자서 독자적으로 하려면 앞으로 어느 세월에 시작할 수 있을지 알 수 없었던 것이다.

이렇게 해서 원역사에서 2002년에서야 창업되었던 스페이스 X가 5년 더 빨리 시작되었다.

"스페이스 X만이 아닙니다. 본 궤도에 오르면 전기자동차 사업도 함께 합시다."

강혁의 말에 일론 머스크의 눈빛이 빛났다.

"저의 꿈, 아니 우리들의 꿈을 이루기 위해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일론 머스크의 말에 강혁은 흡족한 미소를 지었다.

'당신은 분명 해낼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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