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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번 사는 절대기억능력자-136화 (136/301)

두번 사는 절대기억능력자 136화

136화

"어? 팀장님, 배가 움직이고 있는 것 같은데요?"

최요한이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말했다.

박정철과 알파팀은 선착장에서 멀지 않은 곳에 있었다.

유람선은 처음부터 해안가에서 300여 미터 떨어져 있었다.

그런데 조금씩 멀어지는 듯싶더니 어느새 1km이상 벗어나 있는 것이 아닌가?

지금도 배는 먼 바다 쪽으로 이동하고 있었다.

"흠, 그렇군."

박 팀장이 신소희를 바라보았다.

신소희는 곧바로 어딘가로 연락을 취했다.

"예, 존 회장님 경호팀입니다. 지금 배가 선착장에서 멀어지고 있는데 무슨 일이죠?"

신소희는 상대편의 전화에 고개를 끄덕였다.

"알겠습니다. 저희 쪽에서도 움직이죠."

전화를 끊은 신소희가 급히 말했다.

"바로 회장님한테 전화를 해봐요."

신소희의 말에 박 팀장은 즉시 핸드폰을 열고 연락을 취했다.

"이상하군. 통화가 안 돼."

"첸 회장님 경호팀과 전화했는데, 그쪽도 일절 통화가 안 된다고 합니다."

"……!"

신소희의 말에 모두들 걱정스런 표정을 지었다.

"뭣들 해, 바로 올라타!"

박 팀장의 말에 알파팀은 즉시 선착장으로 움직였다.

"첸 회장 경호팀에서 헬기와 보트를 띄우기로 했어요. 우리도 보트로 따라가죠."

신소희가 뛰어가며 외쳤다.

"유람선에 같이 간 경호팀은?"

흑장미가 물었다.

"자기들도 연락이 안 된대."

"지랄하네."

흑장미가 욕설을 내뱉었다.

그도 그럴 것이 첸 회장 쪽 경호팀들이 자신들을 비록해서 다른 VIP경호원들이 배에 타지 못하게 했던 것이다.

유람선 경호는 자신들이 맡아서 하니 걱정하지 말라며 일절 다른 팀들의 탑승을 막았다.

그런데 이런 일이 벌어진 것이다.

잠시 후, 선착장에서 알파팀을 태운 모터보트가 출발했다.

"무기 점검하고 스티브에게 연락해."

"이미 했어요."

권총을 점검하며 신소희가 말했다.

모터보트를 타고 있는 전원이 소지하고 있던 무장을 점검했다.

흑장미가 말했다.

"첸 회장 쪽 경호팀들 장난 아니게 보였는데, 이걸로 될까?"

손에 든 권총을 노려보며 흑장미가 말했다.

"일단 지금은 우리끼리라도 가는 수밖에 없어."

"첸 회장 쪽 경호팀들이 헬기를 띄운다고 했으니 그쪽을 기대해보자."

박 팀장이 말했다.

"저기 헬기가 보입니다."

캐리 박이 말했다.

그와 동시에 자신들의 양쪽으로 보트들이 보였다.

보트 위로 건장한 체격에 경기관총을 어깨에 메고 있는 경호원들이 보였다.

박정철과 흑장미가 눈을 마주쳤다.

"나쁘지 않은데요?"

최요한이 살짝 웃으며 말했다.

그때였다.

콰―아앙!

엄청난 폭발음이 울리며 헬기가 하늘에서 떨어졌다.

"로켓포다!"

흑장미가 소리쳤다.

유람선에서 누군가가 RPG7을 쏜 것이다.

솨아아아!

공기를 가르는 파공성이 울렸다.

알파팀들은 전원 소리가 나는 쪽을 쳐다보았다.

유람선에서 발사된 로켓포가 보트를 향해 날아가는 것이 보였다.

콰아앙!

알파팀 인근에 있던 모터보트 하나가 굉음과 함께 폭발했다.

"조심해!"

박정철이 소리쳤다.

폭발의 충격으로 알파팀들 전원의 몸이 앞으로 쓰러졌다.

"우우웅!"

머리가 울리는 것을 참으며 몸을 일으킨 흑장미는 앞을 보았다.

그녀의 눈이 커다랗게 변했다.

"모두들 뛰어 내려!"

흑장미는 가장 가까운 곳에 있던 캐리 박의 멱살을 잡고는 물로 뛰어 들었다.

다른 팀원들 역시 바다 위로 몸을 날렸다.

쇄애애애액―

콰―아앙!

불꽃과 연기가 피어올랐다.

알파팀은 바다 위로 얼굴만 내놓은 모습으로 불타고 있는 모터보트를 바라보았다.

"이런… 대체 어떤 녀석들이지?"

박 팀장은 걱정 어린 표정으로 공해상으로 나아가는 유람선을 바라보았다.

흥겨운 댄스파티가 열렸던 피로회장은 공포로 뒤덮여 있었다.

멋진 연미복과 아름다운 드레스를 입은 신사숙녀들이 파티장 한쪽 구석에 앉아 벌벌 떨었다.

이미 파티장에는 피를 흘리며 바닥에 쓰러져 있는 사람들이 있었다.

귀빈들을 보호하기 위해 따라온 경호원들이다.

사람이 총에 맞아 죽는 모습을 눈앞에서 목격하자 사람들은 크게 공포에 질려 있었다.

"뭣들 해. 움직여."

흑의 사내들 중 한 명이 지시를 내리자 흑의인들 몇 명이 움직였다.

"죽고 싶지 않으면, 지갑과 보석들을 다들 여기다 넣어!"

흑의인이 험상궂은 목소리로 협박했다.

"꺄악!"

뾰족한 비명소리가 터져 나왔다.

머뭇거리던 여자의 목에 걸려 있던 보석 목걸이를 흑의인이 억지로 뺏어간 것이다.

하지만 감히 저항하지 못했다.

흑의인이 눈앞에서 총기를 흔들었다.

"흑!"

여자가 울음을 터트리며 고개를 돌렸다.

그녀의 옆에 있던 남자가 그런 여인을 감싸 안아주었다.

"괜찮아. 또 사면 돼."

"하지만 저건 우리 추억이 깃들어 있는 물건인데."

여자의 말에 남자가 입술을 물었다.

그녀의 말대로 목걸이는 남자의 어머니가 그녀에게 물려준 것으로 소중한 물건이었다.

여자를 감싸 안은 남자의 손에 힘이 들어갔다.

하지만 지금은 할 수 있는 것이 없었다.

흑의인은 두 명이 한 조가 되어 움직였다.

한 명이 총으로 이들을 위협하면 한 명은 지갑과 보석을 턴 것이다.

여자들은 눈물을 머금고 귀걸이와 반지, 목걸이들을 검은 주머니 안에 넣었다.

그러는 동안 객실에 남아 있던 사람들도 홀 안으로 끌려왔다.

"대장, 다 수거했어요."

흑의인의 말에 대장이라 불린 사내가 주머니를 살핀 후 고개를 끄덕였다.

"역시나, 여길 택하길 잘했군."

홍콩 제일의 거부의 결혼식 피로연이었다.

모여든 사람들 하나하나가 홍콩 제일의 셀럽이다.

그런 이들이었기에 하나같이 값비싼 보석들을 줄줄이 달고 파티에 온 것이다.

"당, 당신들은 대체 누구요?"

귀빈들 중 한 사람이 자리에서 일어나 떨리는 목소리로 물었다.

흑의인의 대장이 그 사람을 쳐다보았다.

"흐흐, 그러는 당신은 누구지?"

흑의인의 말에 사람들은 어처구니없다는 표정을 지었다.

어떻게 그를 모를 수가 있을까?

일어선 사람은 오늘의 주인공인 헨리 첸이었다.

헨리가 뭔가 복잡한 표정으로 말했다.

"나…난, 헨리 첸이오."

"아하, 오늘의 주인공이로군. 미안해. 내가 원체 남자에게는 관심이 없어서 말이야."

흑의인이 빈정거리며 말을 이었다.

"아참, 늦었군. 결혼 축하해. 첸 회장. 크하하핫."

말하고도 우스운지 배꼽을 잡고 웃었다.

대장을 따라 나머지 흑의인들도 홀 안이 떠나가라 헨리 첸을 비웃었다.

"크읏!"

헨리는 분한 얼굴로 주먹을 꽉 쥐었다.

리밍밍은 그런 헨리를 불안한 얼굴로 바라보았다.

"…달링."

"당신들은 대체 누구요?"

헨리가 분노에 찬 음성으로 다시 물었다.

"흐흥, 첸 회장 보기보다 강단이 있으시군. 좋아. 알려드리지."

흑의인의 대장이 헨리를 바라보며 말했다.

그의 눈빛에는 헨리가 겁에 질려 있지 않고 강하게 다시 물어보는 것에 대한 놀라움이 살짝 스며있었다.

흑의인이 묘한 눈빛으로 첸을 바라보며 다시 입을 열었다.

"우리는 전랑이라고 부르면 된다."

"전랑?"

"그리고 난 흑표라고 하지."

흑의인이 음산한 말투로 자신을 소개했다.

"앞으로 두고두고 내 이름을 듣게 될 거야. 크흐흣."

흑표가 살기어린 눈으로 벌벌 떨고 있는 사람들을 노려보았다.

그의 몸에 어린 기운에 사람들의 몸이 더욱 움츠러들었다.

이들은 하나같이 사람들을 개미처럼 쉽게 죽이는 자들이었다.

온몸에 흐르는 살기에 숨도 제대로 쉬기 어려웠다.

"마침 잘 됐군. 찾는 수고를 들이지 않아도 되니 말이야."

흑표가 주위의 부하들을 돌아보자 즉시 두 명이 첸 회장에게 다가갔다.

리밍밍의 얼굴이 흑색으로 변했다.

흑의인 두 명이 첸 회장을 양쪽에서 잡았기 때문이다.

"아, 안 돼요."

밍밍이 두려워 떠는 가운데서도 첸을 양쪽에서 잡은 흑의인들에게 사정했다.

"흐흐, 첸 부인 걱정 마시오. 말만 잘 들으면 죽이지 않을 테니."

죽이지 않는다는 말이지만 듣는 사람에 따라서는 소스라치게 놀랐다.

반대로 뒤집으면 죽일 수도 있다는 말 아닌가?

"괜찮아, 밍밍."

헨리 첸은 리밍밍을 진정시켰다.

"내 발로 가겠소."

헨리는 양쪽에서 잡은 팔을 풀고는 걸어서 흑표 앞으로 갔다.

"흐흐, 겉모습과는 달리 대장부로군 그래. 아니면 새신랑이 신부 앞에서 용기를 낸 건가?"

사실 흑표의 말이 맞았다.

헨리는 지금 온몸이 떨려 죽을 지경이었다.

하지만 지금은 밍밍이 보고 있었다.

곧 죽어도 밍밍 앞에서 약한 모습을 보이고 싶지 않다는 마음이 첸을 움직이게 했다.

'존이 안 보이는데? 어디 숨어 있나? 그나마 다행이군.'

헨리는 은인이 강혁이 보이지 않아서 그나마 안도의 한숨을 쉬고 있었다.

어딘지는 모르지만 현재까지는 무사한 모양이었다.

"원하는 게 뭐요?"

"흐흐흐."

흑표가 누군가를 쳐다보자 흑의인 중 하나가 다가와 헨리의 앞에 작은 노트북을 열어서 보여주었다.

"여기 계좌로 삼백만 달러를 당장 입금해! 그럼, 너도 다른 손님들도 무사하게 보내드리지."

"…으음. 알았소."

97년도의 삼백만 달러다.

게다가 아시아 외환위기가 한창 진행 중이었다.

결코 작은 금액은 아니었다.

하지만 헨리 첸이라면 눈도 깜짝하지 않고 쓸 수 있는 돈이기도 했다.

그는 그 정도로 부자였다.

그런 사실을 알고 있었기에 전랑이 움직인 것이다.

"서두는 게 좋을 걸? 경찰이 움직이기 전에 말이야."

"……."

"만일 늦어지면 여기서 저 친구들 중 몇 명은 죽을 거야."

흑표가 음산한 음성으로 말했다.

"알, 알겠소."

첸은 흑의인의 손에 이끌려 노트북이 놓인 테이블 앞에 앉았다.

그리고 삼백만 달러를 입금하기 위해 자판을 두드렸다.

"어, 그러고 보니. 암호키가 여기에 없소."

"암호키?"

첸이 고개를 끄덕였다.

"실시간으로 바뀌는 거요. 내 방 금고에 넣어뒀는데."

"우리가 갔다 오지. 금고 번호만 말해."

"그게 내 지문인식이 되어 있어서 다른 사람은 못 열게 되어 있소."

"흥, 빨리 갔다 와. 혹시라도 시간을 끌려는 짓이면……."

푸타타타탓―

흑표의 손에 들려 있던 경기관총이 불을 뿜었다.

거대한 원형탁자가 경기관총의 화력에 순식간에 해체되어 너덜너덜해졌다.

"저기 있는 자네 친구들 중 몇 명은 고깃덩이가 될 거야. 흐흐흐."

"아, 알겠소. 금방 갔다 오겠소."

첸을 따라 무장한 흑의인 한 명이 따라붙었다.

한편 강혁은 홀 전체를 내려다 볼 수 있는 홀 전면 무대 위 공간에 숨어 있었다.

무대 장치들이 오르내리는 복잡한 곳이라 몸을 감추기에는 안성맞춤이었다.

'좋아, 첸을 구하러 가자.'

강혁이 자기 방으로 암호키를 가지러 가는 첸을 따라가려고 할 때였다.

흑의인 하나가 겁에 질려 한쪽 구석에 몸을 웅크리고 있는 사람들 사이로 들어가는 것이 보였다.

강혁은 잠시 동작을 멈추고 그쪽을 바라보았다.

"대장, 여기 좀 보세요."

흑의인 한 명이 놀란 표정으로 한 여인을 바라보았다.

"왜 그리 호들갑이야?"

흑표를 부른 흑의인이 그 여자를 억지로 일으켜 세웠다.

"뭐야?"

흑표는 억지로 몸을 일으킨 여자를 바라보고는 입을 떡하니 벌리고 다물지 못했다.

"서…선녀?"

흑표만이 아니다 홀 안에 있던 흑의인들 대부분이 그녀를 보고 두 눈이 찢어져라 부릅떴다.

"…저 여자는?"

강혁은 무대 장치 위에서 그녀를 바라보고 깜짝 놀랐다.

"절대가인 천려시?"

강혁은 두 눈을 부릅떴다.

기억 속의 그녀가 떠올랐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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