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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번 사는 절대기억능력자-151화 (151/301)

두번 사는 절대기억능력자 151화

151화

#40장 마음의 행방

강혁과 안젤라 두 사람은 함께 저녁을 먹으며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지난 번 홍콩에서의 만남 이후 두 사람은 한결 서로를 편하게 대하고 있었다.

함께 밤거리를 걸으며 끝없이 이야기를 나누었던 것이 서로에게 영향을 주고 있었다.

마치 허물없는 친구처럼 서로를 대하고 있는 것이다.

그러다보니 안젤라 역시 가벼운 이야기에도 방긋 미소를 머금었고, 자신의 일상을 공유했다.

안젤라는 자신이 평소보다 훨씬 말이 많다고 느꼈지만 그냥 내버려두었다.

말을 할수록 막혀 있던 둑이 터지는 것처럼 마음이 상쾌해지는 것을 느꼈다.

뭔가 영혼이 치유되는 것 같은 느낌에 안젤라는 평안함을 느끼고 있었다.

그런 느낌은 강혁 역시 마찬가지였다.

자신의 별거 없는 이야기에도 봄바람처럼 웃어주는 안젤라의 미소는 청량함 그 자체였다.

울분과 분노, 괴로움, 미안함, 복수심.

지금까지 강혁을 움직여 왔던 동력이다.

자기 최면이 아니면 잠에 들지 못하는 날들로 밤을 지새워왔다.

누군가를 돕거나 자신과 같은 처지에 있는 사람들을 구해줄 때.

강혁은 비로소 조금이나마 안식을 찾을 수 있었다.

그러나 평범한 일상의 한가운데서 이런 평안과 안식은 정말 오랜만이었다.

아니 회귀 이후로 처음인 것 같았다.

안젤라의 미소는 자신의 상처투성인 영혼을 따스하게 안아주는 것 같았다.

'정말 천사같은 미소야.'

강혁은 내심 이 시간이 끝나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생각마저 들었다.

그런데 그런 생각은 안젤라 역시 마찬가지였다.

'아아, 이 시간이 끝나지 않았으면 좋겠어.'

길다면 길고 짧다면 짧은 만찬이 끝이 나고, 두 사람은 차를 시켜 마시기 시작했다.

안젤라는 강혁을 보내야 할 시간이 다가오고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존은 날 어떻게 생각하고 있을까?'

안젤라는 강혁 역시 이 시간을 즐겁게 보내고 있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만일 그것이 단순히 자신의 착각이라면?

강혁에게 자신은 그저 애인을 잃은 불쌍한 여자일 뿐이라면?

이 만남도 그저 동정심에서 비롯된 것이라면?

안젤라는 갑자기 여러 가지 복잡한 감정에 휩싸였다.

"존, 오늘 정말 즐거웠어요."

"나도 그래요. 안젤라."

강혁은 안젤라를 마주보며 부드러운 미소를 지었다.

이 말은 사실이었다.

강혁으로서는 회귀 후 일상의 저녁을 이런 기분으로 보낸 기억이 거의 없었다.

즐거운 만찬이었고, 유쾌한 대화였다.

별 다를 것 없는 일상의 이야기였지만 안젤라와 함께하니 즐거웠다.

강혁의 말에 안젤라는 잠시 망설였다가 마침내 입을 열었다.

"저기, 존. 예전부터 궁금했던 게 있는데… 대답해 줄 수 있나요?"

"……?"

강혁은 안젤라의 말에 의아했지만 곧 대답했다.

"음, 뭐든지 물어보세요. 대답해 줄 수 있는 거라면 뭐든지 알려드리죠."

"그게… 존의 눈빛에는 어딘지 깊은 슬픔이 어려 있어요."

"……!"

"오늘처럼 웃고 있는 날에도 전 느낄 수 있었어요."

안젤라는 말을 하면서도 가슴 한편이 아려왔다.

누구보다도 그 슬픔을 이해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안젤라는 그래서 더 강혁의 아픔을 품어주고, 위로해주고 싶었다.

그래서 강혁을 보면 더 웃고 싶은지 모르겠다.

자신의 미소가 그에게 닿기를 바라는 것이다.

조금이라도 상처를, 아픔을 상쇄시켜주기를 바라는 것이다.

"당신을 그렇게 아프게 한 분은 누군가요?"

'……안젤라.'

강혁은 안젤라의 질문에 허를 찔린 듯한 표정을 지었다.

잠시 말을 잇지 못하던 강혁은 가볍게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

"나도 모르게 걱정을 끼친 것 같네요."

"아니에요. 존. 전 다만……."

"음, 전 사실 잊지 못하는 사람이 한 사람 있답니다."

사실은 두 사람이라는 것이 정확한 말일 것이다.

하지만 딸 경아의 존재는 누구에게도 말할 수 없었다.

그런 점이 더 슬펐다.

강혁의 마음이 아리는 듯 아파왔다.

"연인인가요?"

안젤라의 말에 강혁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 분은?"

"만날 수 없어요. 그저 멀리서 지켜만 보고 있죠."

"……그렇군요."

안젤라는 조금 충격을 받았다.

강혁의 연인은 어딘가에 살아 있는 것이다.

다만 만날 수 없을 뿐.

"이유를 말해주실 수 있나요?"

"으음, 제가 가까이 있으면 그녀에게 불행이 닥칠 거라고 하면 대답이 됐나요?"

대답을 하는 강혁의 눈에 슬픔이 고여 있었다.

안젤라는 가슴이 아파왔다.

어쩌면 자신을 위해서라면 좋은 일일지도 모른다.

강혁이 한 말은 사실일 것이다.

그가 가지고 있는 신비한 능력이라면.

연인에게 가까이 가면 불행이 닥친다는 말이 빈말은 아닐 것이다.

하지만 강혁이 처한 상황 자체가 너무나 안타까웠다.

안젤라의 영혼에 강혁의 고통이 손에 잡힐 듯 전해져왔다.

'내가 존의 고통을 조금이라도…….'

안젤라는 자신도 모르게 강혁의 손을 잡았다.

"……안젤라?"

"혼자서 그렇게 아파하지 말았으면……."

"……."

"우리 이렇게 자주 만나요."

"안젤라."

강혁은 자신을 바라보며 미소 짓는 그녀의 얼굴에서 따스함을 느꼈다.

마치 어둠이 내린 깜깜한 밤에 비치는 한줄기 빛과 같은 느낌이었다.

무어라 형용할 수 없는 감정이 솟구쳤다.

'……안젤라.'

강혁은 고개를 끄덕였다.

자신의 손을 감싸 안은 안젤라의 손길에서 따스함이 전해졌다.

강혁은 안젤라의 눈빛에서 치유 받는 듯한 기분이 들었다.

"제가 그분을 대신할 수는 없겠지만……."

"……."

"존의 상처가 아물 수 있다면 제가 도움이 되고 싶어요."

"안젤라."

두 사람은 자리에서 일어났다.

헤어지는 인사를 나누려는 찰나 안젤라가 말했다.

"이렇게 헤어지긴 아쉬운데……."

"그럼, 이 밤을 함께 하는 건 어때요?"

강혁이 웃으며 말했다.

다른 사람이 들으면 오해할 말이었지만 안젤라는 무슨 뜻인지 바로 알아들었다.

"좋아요. 존."

두 사람은 웃으며 뉴욕의 거리를 나섰다.

자연스럽게 센트럴 파크로 향하며 두 사람은 못다 한 이야기를 나누었다.

공원 안으로 들어간 두 사람은 발이 이끄는 대로 걸었다.

다리가 아프면 잠시 근처 벤치에 앉았다.

공원 곳곳에는 밤을 밝히는 가로등이 서 있었다.

조명 아래 안젤라는 눈이 부시듯 아름다웠다.

불빛을 받은 풍성한 금발 아래로 두 눈이 별빛처럼 반짝거렸다.

안젤라는 자신이 맡은 사건들에 대해 이야기했다.

간간히 그때 만난 피해자들의 가족에 대한 이야기도 나누었다.

강혁은 그때마다 공감하며, 함께 아파했다.

그들의 이야기는 사실 강혁의 이야기였다.

강혁은 안젤라가 피해자 가족들과 가지게 된 유대감에 대해 말할 때마다 위로를 받았다.

마치 자신이 그 피해자 가족이고, 안젤라가 사건을 맡은 검사인 것 같은 기분이었다.

'…안젤라, 당신이 내 가족의 사건을 맡았다면 어땠을까? 그래서 그 녀석을 심판했다면.'

한국에서는 무소불의의 힘을 휘두르는 신상현이었다.

감히 일개 형사가 건들 수 없는 권력을 지닌 자가 신상현이었다.

결국 스스로 해결할 수밖에 없었지만 안젤라처럼 올바른 심성의 검사가 존재했다면.

강혁은 아쉬움의 한숨을 내쉴 수밖에 없었다.

오랫동안 사법 기관에서 지내며 많은 검사들을 경험했다.

올바르고 심지가 굳은 검사일수록 한직을 맴돌았다.

권력에 줄은 댄 검사는 승승장구를 거듭하고, 검사를 마친 후 엄청난 수임료를 받았다.

강혁은 그런 현실을 바로 잡고 싶었다.

휘이익―

휘파람 소리가 들리며 후드티를 입은 흑인들 세 명이 나타났다.

세 사람 모두 건장한 체격이지만, 눈빛이 흐렸다.

이들은 사실 센트럴 파크에서 종종 강도짓을 한 돈으로 마약을 하는 놈들이었다.

"데이트 중이신가봐?"

"크큭, 뭐야? 동양인이잖아?"

"돈 많은 갑부라도 되나봐? 이런 백인 미녀와 만나다니 말이야?"

"와우, 부러운데?"

세 사람은 서로 농담을 주고받으며 순식간에 강혁과 안젤라를 둘러쌌다.

이들은 강혁의 지갑과 함께 안젤라에게 눈독을 들이고 있었다.

뱀 같은 시선으로 안젤라의 몸매를 훑어보았다.

"존!"

"걱정 말아요."

강혁은 자신의 어깨에 팔을 올리면 걱정하는 안젤라의 손등을 어루만져주었다.

안젤라는 걱정이 되면서도 자신이 일전에 보았던 강혁의 모습을 떠올렸다.

강혁은 일반적인 남자가 아니었다.

걱정하던 눈빛이 차차 안정을 되찾았다.

"이봐, 저 원숭이 자식이 뭐라는 거야?"

"글쎄, 내가 잘못 들었나? 걱정 말라는데?"

"풋, 뭐야? 한가닥 하는 거야? 동양인이니 어디서 무술이라도 배웠나?"

"네가 재키 찬이라도 돼?"

세 사람 모두 건장한 덩치에 자신의 무력에 나름 자신을 가지고 있었다.

키는 커 보이지만 그래봐야 동양인.

세 사람은 모두 강혁에 대해 한주먹거리로 보고 있었다.

그래서인지 강혁은 안중에도 없는 듯 자기들끼리 떠들어 댔다.

강혁은 이들을 보며 가볍게 한숨을 쉬었다.

"이봐, 동양인, 지갑과 여자는 두고 여기서 꺼져!"

"크크큭, 네 여자는 우리가 천국 구경을 시켜주지."

강혁의 인상이 찌푸려졌다.

'이런 쓰레기들은 어디든 있군.'

퍼―억!

강혁은 앉은 상태 그대로 자신의 앞에 서 있는 흑인 사내의 정강이를 그대로 걷어찼다.

'앗!' 하며 사내가 뒤로 한 걸음 물러난 순간 비호처럼 몸을 날려 무릎으로 복부를 강타했다.

그와 동시에 뒤로 젖힌 상체를 다시 앞으로 튕기며 팔꿈치로 얼굴을 내리쳤다.

온몸의 탄성을 이용한 타격이 사내에게 그대로 적중했다.

마치 무에타이를 보는 것 같은 팔꿈치와 무릎치기의 연속기였다.

당랑권의 절초인 팔주연환의 초식으로 능숙해지면 귀신도 무서워한다는 전설이 있다.

그런데 이게 끝이 아니었다.

복부를 쳐올린 다리를 내리는 동시에 다른 팔로 사내의 옆구리에 팔꿈치를 날렸다.

퍼어억―

갈비뼈가 부러지는 소리가 나며 사내가 뒤로 넘어갔다.

너무 순식간에 일어난 일이라 좌우에 있던 사내들은 멍하니 쳐다보고 있었다.

"뭐, 뭐야? 이 자식?"

한 사내가 놀란 나머지 품에서 나이프를 꺼냈다.

또 다른 사내는 권총까지 꺼내 강혁을 겨누었다.

놀란 안젤라가 소리쳤다.

"존―"

안젤라의 비명을 지른 순간이었다.

두 사내가 칼과 총을 떨어뜨린 채 자신의 손을 잡고 부르르 떨었다.

그들의 손등에는 놀랍게도 카드가 꽂혀 있었다.

"헉!"

사내들이 놀라고 있을 때 강혁이 몸을 날렸다.

비호같은 움직임에 두 사내는 순식간에 바닥을 나뒹굴었다.

원래 살기가 충만한 무예인 당랑권이다.

고통에 찬 비명과 신음성이 잔디밭 위에 가득 찼다.

한 사내는 눈두덩을 찔린 동시에 낭심을 걷어차였다.

다른 사내는 목젖을 강타당해 고통을 호소했다.

두 사람을 향해 강혁이 소리쳤다.

"저 친구를 데리고 당장 여기서 꺼져."

강혁의 서슬 퍼런 명령에 두 사람은 겨우 몸을 일으켜 동료를 데리고 줄행랑을 쳤다.

"쓰레기 같은 놈들."

강혁이 바닥에 떨어진 나이프와 총을 주을 때였다.

안젤라가 강혁의 품에 달려들었다.

"존―"

"안젤라?"

강혁의 품에 안긴 안젤라는 부들부들 몸을 떨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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