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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번 사는 절대기억능력자-164화 (164/301)

두번 사는 절대기억능력자 164화

164화

집 안으로 들어간 최요한은 안방에서 역한 냄새가 나고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조심스럽게 다가가 문을 열었다.

"……!"

방 안에는 사진으로 보았던 에덴 농원의 주인 내외와 가족의 시체가 놓여 있었다.

냄새는 시체의 썩은 내였다.

최요한은 자신도 모르게 엉덩방아를 찧었다.

사람이 죽은 모습을 보는 것은 이것이 처음이었다.

"이…이게 도대체?"

최요한은 박 팀장에게 즉시 연락을 취했다.

한 시간 후, 스타렉스 차량 두 대가 에덴 농원 앞에 섰다.

차량에서 한 무리의 사람들이 내리더니 최요한이 열어 놓은 문으로 들어섰다.

"어떤 것 같아?"

박정철이 신소희에게 물었다.

알파팀의 부팀장인 신소희는 원래 경찰 출신이다.

강력 범죄에도 다양한 경험이 있었다.

두 사람은 안방에 있는 주검을 내려다보고 있었다.

안방에서 모두 다섯 구의 시체가 발견되었다.

세 구는 집안의 가장 큰 어른인 신상현의 외조부와 사촌들이었다.

다른 두 구는 신상현의 외삼촌 부부였다.

현장은 현시점 세계 최고 수준의 감식장비와 실력을 가진 팀이 감식을 진행 중이었다.

모두가 F.B.I와 뉴욕 경찰 출신으로 강혁이 스카우트 한 사람들이다.

"조사를 해봐야겠지만 아무래도 자살 같아 보이는 군요."

신소희의 말에 박정철이 고개를 끄덕였다.

"외부에서 침입한 흔적은 없더군. 그리고 확인해보니 많은 빚을 졌더군."

요즘 신문지상에는 비슷한 일들이 일상적으로 보도되고 있었다.

I.M.F사태로 빚더미에 앉은 일가족이 동반 자살을 시도한 것처럼 보였다.

"회장님에겐 알렸나요?"

"여길 조사해 보라고 한 분이 회장님이었으니… 알려드렸지."

"뭐라고 하시던가요?"

신소희의 말에 잠시 생각에 잠기던 박정철이 나직한 음성으로 말했다.

"으음… 겉으로 보이는 것이 다가 아니다."

"…그렇단 말이죠?"

애초에 이곳으로 가보라고 지시한 것은 강혁이다.

뭔가 알고 있는 것이 있을지도 모른다.

"팀장님, 회장님은 이런 일이 있을 거라고 예상하신 눈치셨나요?"

"아니, 그렇지 않았어. 그분도 놀라셨으니까."

"…그렇군요."

신소희는 잠시 생각에 잠겼다.

'그런데도 겉으로 보이는 것이 다가 아니란 말… 뭔가 알고 계신 것이 있는 것 같은데.'

그렇게 두 사람이 생각에 잠겨 있는 사이 감식팀의 팀장이 다가왔다.

"우린 다 끝났어."

"알겠어요. 팀장님, 여긴 청소팀에게 맡기고 철수하죠."

신소희의 말에 박정철은 고개를 끄덕였다.

이들이 모두 철수하고 나자 위아래로 흰색 옷을 입은 사내들이 나타났다.

사내들은 곧 집 안을 돌아다니며 모든 흔적들을 지우고 사라졌다.

이제 이 집은 얼마 후 동네 이장의 방문으로 자연스럽게 경찰에 신고가 될 것이다.

강혁은 박 팀장의 보고 전화를 받고는 수고했다고 치하했다.

그리고 그 가족들의 죽음에 대해 철저하게 조사하라는 지시를 내렸다.

전화를 끊은 강혁은 주먹을 꽉 쥐었다.

'자살이라고?'

자리에서 일어난 강혁은 회장실 안을 거닐었다.

회귀 전 결코 일어나지 않았던 일이다.

I.M.F 때에도 신상현의 외가는 건재했었다.

원래의 역사와는 전혀 다른 결과가 발생한 것이다.

'틀림없이 신상현이 개입한 거다.'

탕!

강혁은 손바닥으로 책상 위를 강하게 내리쳤다.

그 소리에 놀랐는지 책상 위의 호출기에서 이리나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회장님? 괜찮으세요?

"아, 이리나. 미안해. 아무 것도 아니야."

―…예, 회장님.

이리나의 말끝이 흐렸다.

"정말로 아무 일 아니니깐. 너무 걱정 말아요."

―정말이죠?

"그렇다니까."

강혁은 걱정하는 이리나를 달랜 후 거대한 유리창 벽으로 다가갔다.

그곳에서 맨허튼 거리를 내려다보았다.

"그놈 때문에 또 사람이 죽었군."

그들 일가가 신상현에게 한 짓은 강혁도 알고 있었다.

하지만 그렇다고 사람을 죽이는 것이 용서되는 것은 아니다.

신상현은 겉보기에는 14살에 불과한, 아직 어린아이다.

하지만 그 속은 20대 중반의 연쇄살인마다.

그것도 극도로 치밀한 천재적인 범죄자가 어린아이의 탈을 쓰고 있는 것이다.

강혁은 신상현의 외가 쪽 사람들이 모두 그의 손에 죽었을 가능성을 생각하자 소름이 끼쳤다.

그대로 둔다면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다칠지 알 수 없었다.

강혁이 생각에 잠겨 있을 때였다.

회장실의 전화기가 울렸다.

전화를 받자 조금 전 통화를 끊었던 박 팀장이었다.

"박 팀장님, 무슨 일이죠?"

―회장님 지시로 신소희 부팀장이 조사하던 내용 중 중요한 건이 있어 전화 드렸습니다.

"아, 그래요? 말씀해보시죠."

―자세한 내용은 파일로 전송해드리겠습니다. 우선 간략히 설명을 드리면…….

강혁은 박 팀장의 설명을 듣고 얼굴이 점점 굳어졌다.

"…삼강과 TG그룹의 주식을 대량으로 매입하려고 한다는 말이군요?"

―그렇습니다. 회장님. 필요한 자금도 충분한 것 같습니다.

"……!"

강혁은 최영혜가 대통령이 되었을 때 그녀를 뒤에서 조정하던 이태성 일가를 떠올렸다.

그들이 감추고 있던 자금은 이때에도 상당한 금액이었다.

강혁은 생각 이상으로 신상현이 뒤에서 상당한 작업을 해왔다는 것을 깨달았다.

I.M.F사태로 주가가 500선이 무너진 지 오래다.

지금 소위 대기업들의 주가도 반토막이 나있었고, 언제 회복될지 모르는 상황이다.

신상현은 이때를 노려 자신의 본가인 삼강그룹의 주식을 모으고 있는 모양이었다.

거기다가 회귀 전 삼강과 함께 재계를 양분했던 TG그룹의 주식에도 손을 대고 있었다.

생각 이상으로 신상현의 야심이 크다는 사실을 알 수 있었다.

'놈, 대체 뭘 꿈꾸는 거냐?'

강혁은 이대로 가만히 있어서는 안 된다고 느꼈다.

책상으로 다가가 통신벨을 눌렀다.

"이리나, 윌슨 사장을 불러 주세요."

―예, 회장님.

*     *     *

중학생 정도로 보이는 미소년이 컴퓨터 모니터가 가득 차 있는 사무실 중앙에 서 있었다.

사무실에는 입가에 이어 마이크를 쓴 와이셔츠 차림의 남자들이 가득 차 있었다.

모니터에는 주가시세를 알리는 그래프와 숫자들로 가득 차 있었다.

미소년의 옆에는 중후한 인상의 백발의 노집사가 서 있었다.

"도련님, 앉으시죠."

노집사가 신상현을 보며 말했다.

"좋아, 그럼 시작해볼까?"

신상현은 모두를 내려다 볼 수 있을 만한 위치에 놓여 있는 거대한 의자 위에 앉았다.

마치 왕이라도 된 듯한 모습이었다.

사무실 모니터 앞에 앉아 있는 수많은 사람들이 긴장된 눈으로 모니터와 시계를 번갈아 바라보았다.

잠시 후, 주식 시장이 열렸다.

사람들의 눈이 중앙에 앉아 있는 신상현에게 쏠렸다.

"좋아, 시작해."

신상현이 말했다.

그러자 모두들 일제히 삼강과 TG의 주식을 매입하기 시작했다.

시작은 순조로웠다.

이미 바닥을 치고 있는 삼강과 TG의 주식이었다.

사람들은 모두 할 것 없이 패닉에 빠져 주식을 팔아 대고 있었다.

신상현으로서는 그저 줍기만 하면 되는 것이다.

그런데 시간이 지날수록 주가가 점점 올라가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무시할 정도에 불과했다.

그런데 주가의 상승세가 심상치 않았다.

예상 매입가를 초과하기 시작하더니 얼마 지나지 않아 거래가 더 이상 이루어지지 않게 되었다.

사람들 사이에 당혹감이 불거졌다.

그들 중 책임자가 신상현에게 말했다.

"회장님, 삼강 주식이 예상 이상으로 갑자기 치솟고 있습니다."

다른 사내가 연이어 말했다.

"TG 주식도 상승세로 돌아섰습니다."

"뭐라고?"

신상현은 그들의 말에 당혹한 표정을 지었다.

'내가 뭔가 실수했나?'

사실 신상현은 이 시대에 대해서 그다지 자세히 알지 못한다.

다만 이때 주가가 하락하고 환율이 치솟았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부동산이 크게 하락했다가 다시 원상회복한 후, 계속해서 가격이 올랐다는 것도 알고 있다.

대략적인 것은 알고 있었지만 하루하루의 주가 변동은 알 리가 없었다.

'하필이면 오늘 이런 일이 벌어지다니?'

벌써 삼강과 TG의 주가가 회복될 리는 만무하다.

틀림없이 잠깐의 변동사항일 뿐이리라.

신상현은 그렇게 믿었다.

"당황하지마. 다시 내려올 거니깐. 예상 매입가를 계속 유지하도록."

"예!"

신상현의 지시에 모두는 일제히 대답했다.

"존 회장님. 이대로 계속 매입할까요? 주가가 계속 올라가고 있습니다."

"신경 쓰지 말고. 내놓는 족족 매입하세요."

"알겠습니다."

강혁의 지시는 단호했다.

"돈은 얼마가 들던 상관없습니다. 삼강과 TG의 주식 30%가 목표입니다. 아시겠습니까?"

"예, 회장님."

골든 타워 전 직원이 일제히 대답했다.

모든 일은 흔들림 없이 진행되었다.

이들은 갖은 방법으로 목표를 이룰 것이다.

마침 시기도 나쁘지 않았다.

지금은 천하의 삼강이라도 주가 하락으로 인해 패닉이 온 상태였다.

꼭꼭 꿍쳐두었던 주식을 내놓는 사람들이 적지 않았다.

"회장님, 계속 주식이 오르고 있습니다. 게다가 거래량이 엄청납니다."

"누군가 개입한 것이 틀림없습니다."

"뭐라고?"

신상현은 머리 위의 커다란 모니터를 주시했다.

부하의 말이 맞았다.

누군가 삼강과 TG의 주식을 대량으로 매입하고 있었다.

이대로 가만히 있다가는 주식 매입 시기를 놓치게 될 판이었다.

신상현은 신경질적으로 입술을 깨물었다.

그리고 벌떡 일어나서 소리쳤다.

"시작해! 저들보다 더 높은 가격을 불러!"

신상현의 지시에 모두가 일제히 달려들었다.

"회장님!"

올리브 윌슨 사장이 강혁을 불렀다.

"저들이 시작했습니다."

윌슨 사장의 말에 강혁은 비릿한 미소를 지었다.

"더 높여요."

강혁의 지시에 골든 타워 사원들은 일제히 더 높은 가격으로 매입을 시도했다.

양쪽 진영에서 싸움이 붙자 관망하는 사람들이 생기기 시작했다.

점점 주식 거래량이 줄어들었다.

마침내 주식시장이 마감되었다.

"어떻게 됐나?"

"우리 쪽의 일방적인 승리입니다."

윌슨 사장이 씩 웃으며 대답했다.

처음부터 싸움이 될 수 없었다.

이쪽은 윌스트리트의 날고뛰는 베테랑들의 집합체였다.

여기에 거래 대금이 달라다.

지금처럼 원화 가치가 떨어진 시기에 누구에게 주식을 팔 것인가?

아무리 거금을 준다고 해도 같은 값이면 달러를 선택할 것이 뻔한 일이었다.

다음 날도 전투가 벌어졌다.

이번에는 처음부터 각축장이 펼쳐졌다.

한동안 양 진영에서는 힘겨루기가 한참 지속되었다.

하지만 오후로 넘어갈 무렵 신상현의 기세가 급속도로 기울었다.

강혁은 그때를 놓치지 않았다.

"숨통을 끊어 놓으세요."

강혁의 지시에 따라 골든 타워 직원들은 일제히 시장에 나와 있는 주식물량을 모두 매입했다.

결국 이날 장이 마감할 무렵 강혁은 삼강과 TG 주식을 각각30% 이상 매입할 수 있었다.

그 와중에 주가가 훌쩍 뛰어 올랐다.

하지만 이 시기의 삼강이나 TG의 주가는 강혁의 눈에 피라미들일 뿐이었다.

강혁은 아무렇지도 않은 얼굴로 올리브 윌슨 사장에게 지시를 내렸다.

"내일부터는 다른 기업들도 주가를 매입하세요."

강혁은 윌슨 사장에게 매입해야 할 한국의 주요 기업들을 알려주었다.

강혁이 보여준 매입 기업들의 명단들은 한국의 주요 산업과 관련된 기업들이었다.

대다수의 외국 자본들이 한국을 떠난 상태였다.

외신들과 한국 언론들은 당장이라도 한국이 망할 것처럼 기사를 내고 있는 와중이다.

그런 상황에서 한국 기업들의 주식을 대량으로 매입한다는 것은 위험한 일처럼 보였다.

하지만 올리브 윌슨은 이미 이런 일에는 이골이 나 있었다.

강혁의 지시 중에는 사람들의 상식을 벗어난 경우가 종종 있었다.

그럴 때마다 올리브는 나중에 큰 이익으로 돌아온다는 것을 경험으로 알고 있었다.

골든 타워 직원들 중 그런 사실을 모르는 사람들은 없었다.

이번 일은 회장이 직접 움직인 일이었다.

틀림없이 대박으로 돌아올 것이라는 믿음이 있었다.

올리브 윌슨은 간단히 대답했다.

"예, 회장님. 맡겨만 주십시오."

윌슨이 씩 웃으며 대답했다.

강혁이 지시한 기업들은 미래에 한국 재벌 순위 1―30위권에 드는 기업들이었다.

이 일이 그대로 진행되면 강혁은 대한민국 경제의 대주주가 되는 셈이었다.

대한민국 경제가 좋아지면 좋아질수록 강혁도 더 큰 부자가 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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