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번 사는 절대기억능력자 171화
171화
"선배, 어떻게 된 거예요?"
홍인걸이 큰 소리로 물었다.
그의 얼굴에는 반가움과 의혹이 반반 섞여 있었다.
"하하, 인걸아, 잘 있었냐?"
"예, 저야. 뭐. 그런데 선배 대체 어쩐 일이에요? 그 복장은 또 뭐고요?"
기자 시절 취재를 위해 잠바 차림으로 지내던 장기옥이 지금은 아주 산뜻한 양복 차림이었다.
"흐, 그게 말이지."
장기옥은 모두를 바라보며 시선을 한 바퀴 돌렸다.
"반갑습니다. 서울 데일리 가족 여러분. 저는 이번에 새로 서울 데일리 사장에 취임한 장기옥입니다."
"……!"
장기옥의 말에 장내 일동은 소스라치게 놀랐다.
사장이라니?
회사에서 쫓겨났던 선배가 사장이 되어 나타났다고?
이게 말이 되는 이야기인지 모두는 황당함과 당혹감에 말을 잇지 못했다.
"선배 대체 어떻게 된 거예요?"
홍인걸은 장기옥의 고급진 양복과 뒤에 도열해 있는 사람들을 바라보며 물었다.
장기옥이 씨익 웃으며 대답했다.
"흐, 그게… 귀인을 만났지."
"…귀인?"
"나중에 다 말해줄게."
장기옥은 뒤로 고개를 돌리며 말했다.
"그러면 어서 갑시다. 해야 할 일이 산적해 있어요."
"예, 사장님."
장기옥의 말에 사내들은 일사불란하게 움직이며 엘리베이터에 올랐다.
잠시 후 장기옥과 사내들이 사라지자 장내에 모여 있던 기자들은 황당함을 금치 못하며 서로를 바라보았다.
"이게 대체 어떻게 된 거야? 장기옥 선배가 사장이라니?"
"글쎄 말이야. 쫓겨나듯 회사를 떠난 것이 엊그제 같은데."
"대에―박! 완존 반전이네. 반전."
동료들이 웅성거리는 사이 홍인걸은 만면에 웃음을 띠며 오른손을 꽉 쥐었다.
뭐가 어떻게 된 건지는 모르겠지만 한 가지는 확실했다.
'이제 반격의 시간이다.'
홍인걸은 자신의 옆에 서 있는 이진주를 바라보았다.
"선배!"
"응! 우리 기사 올릴 수 있겠다."
"그러게 말이에요."
두 사람은 희망에 찬 눈빛으로 장기옥이 올라간 엘리베이터를 바라보았다.
* * *
뉴욕 맨허튼 엠파이어 스테이트 빌딩.
골든 타워 전략 회의실.
강혁을 중심으로 원탁회의실에는 골든 그룹의 중요 인사들이 모두 집합해 있었다.
강혁의 오른쪽에는 골든 타워와 골든 브릿지를 이끌고 있는 올리브 윌슨 사장이 앉아 있었다.
그 뒤로 전 세계에 페이스북 열풍을 이끌고 있는 최승호가 앉았다.
페이스북은 이미 세계적인 기업으로 성장해 있었다.
처음 페이스북이 출현한 뒤 만 2년 만에 이루어진 일이었다.
물론 강혁의 전면적인 지원이 없었다면 이렇게 빨리 페이스북이 세계적인 기업이 되기는 어려웠을 것이다.
왼쪽에는 구글의 세르게이가 앉아 있었다.
현재 구글은 인터넷 검색의 대명사가 되어 있었다.
세계의 인터넷 시장을 완전히 장악하다시피 해서 인터넷의 황제라는 칭호까지 얻고 있었다.
그 뒤로는 테슬라와 스페이스X의 앨런 머스크가 앉아 있었다.
이제 시작이지만 앞으로 두 회사가 미래 산업을 이끌어 나가게 될 것이다.
강혁은 최승호, 세르게이, 앨런 머스크를 바라보며 마음이 든든했다.
이들과 함께 IT산업혁명을 시작으로 인공지능과 사물인터넷 등의 4차 산업혁명을 이끌어 나갈 것이다.
세르게이 뒤로는 강혁이 새로 임명한 마블의 사장 헨리 마틴이 앉아 있었다.
그의 맞은편에는 새로 인수한 유니버셜 영화사 사장인 벤자민 러셀이 앉았다.
강혁의 전면에는 세 사람의 한국인 사장들이 앉아 있었다.
더움의 이재학, 신라의 백정원, 대진건설의 최삼우 사장이었다.
이들은 모두 강혁이 보낸 전용기를 타고 미국까지 왔다.
먼 걸음을 한 셈이다.
사실 처음에는 이들을 굳이 미국까지 부르지 말고 화상으로 회의를 진행할까도 했었다.
하지만 오늘은 앞으로 함께해 나갈 골든 그룹 임원들 간의 첫 만남의 의미가 있었다.
강혁은 모두를 한 번 휙 돌아본 뒤 본격적으로 회의를 시작했다.
"반갑습니다. 여러분. 오늘 서로 처음 얼굴을 보는 사람들도 있을 겁니다."
강혁은 만면에 미소를 띠었다.
이들이야말로 앞으로 골든 그룹의 장수들이 되어 세상을 호령할 인재들이 아닌가?
옛날 징기스칸은 무력으로 세계를 정복했었다.
21세기를 눈앞에 둔 자신은 경제와 기술로 세계를 정복하고 싶다는 야망이 꿈틀거렸다.
처음에는 복수를 위해서 시작한 일이었다.
그런데 어느새 정신을 차리고 보니 일이 엄청 커져 있었다.
자신의 두 손에 인류의 복지와 기술의 발전을 도모할 수 있는 힘이 모이고 있었다.
절대기억능력을 지닌 강혁이었다.
자신이 알고 있는 지식과 힘, 인재들을 잘 이용하면 더 나은 미래.
더 밝은 미래를 개척하는 것이 요원한 일은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벅찬 마음으로 자신의 눈앞에 있는 인재들을 살펴본 강혁이 나직한 음성으로 말했다.
"모두들 간단하게 돌아가면서 자기소개부터 하고 시작합시다."
강혁의 말에 모두들 화기애애한 분위기에서 자기소개를 시작했다.
한국에서 온 세 사람의 귀에는 동시통역을 위한 통신기가 꽂혀 있어 의사소통에 문제는 없었다.
꿀―꺽!
한편 더움의 개발자이자 사장 이재학은 자신도 모르게 침을 꿀꺽 삼켰다.
그럴 만도 한 것이 손만 뻗으면 닿을 거리에 우상처럼 여기던 두 사람이 있었던 것이다.
바로 구글의 개발자인 세르게이와 페이스북의 최승호였다.
특히 더움은 포털 사이트라 구글의 검색엔진을 사용하고 있었다.
더움이 빠르게 국내 제일의 종합포털사이트로 자리를 굳혀갈 수 있었던 비결이었다.
현재 더움은 야후의 아성을 무너뜨리고 토종기업으로 온라인 시장의 점유율 1위를 달성했다.
그 뒷배경에는 강혁의 어드바이스가 큰 도움이 되었다.
단순히 메일서비스를 넘어서 뉴스, 영화, 방송 등 최강의 종합포털사이트로서 자리매김하고 있었다.
그런 더움의 사장이었지만, 세계의 구글과 페이스북 앞에서는 자신도 모르게 작아졌다.
사실 위축되기는 백정원과 조삼우도 마찬가지였다.
현재 국내에서 최고의 주가를 달리는 백정원이었다.
신라 치킨을 성공시키고, 이제 그 여세를 살려 다양한 프랜차이즈 출범을 계획 중이었다.
하지만 그래 봐야 작은 한국 시장이었다.
주변을 둘러보니 다들 자신보다 잘나 보인다.
게다가 눈앞에는 젊은 나이에 한국에서 영웅 취급을 받는 최승호가 보였다.
백정원은 새삼 강혁이 대단하다고 여겨졌다.
'세상 사람들은 과연 알고 있을까?'
백정원은 최승호와 강혁을 번갈아 바라보았다.
'영웅이라 불리는 최승호를 키운 사람이 따로 있다는 걸?'
사실 상상도 하기 어려운 일일 것이다.
세계의 최승호라 불리며 십대부터 60대까지 최고의 인기인이 된 최승호다.
그런 최승호를 알아보고 미국으로 불러 장학금까지 주면서 키운 장본인이었다.
마치 무명 시절의 자신을 유일하게 알아보았던 것처럼 말이다.
백정원은 자신도 모르게 팔뚝에서 소름이 돋는 것을 느꼈다.
'할 수 있다. 저 사람과 함께라면. 나도 할 수 있어.'
한식의 세계화!
단순히 로컬 음식으로 그치는 것이 아니라 세계의 입맛을 사로잡는 프랜차이즈.
맥도널드나 켄터키치킨 같은 세계적인 프랜차이즈가 꿈만은 아닐 것이다.
백정원은 잠시 황홀한 꿈을 꾸었다.
신라 치킨을 필두로 전 세계를 사로잡는 한식 프랜차이즈의 대두를…….
한편 최삼우는 한때 업계에서 환상의 건설사라 불렸던 홍익건설의 사장출신이다.
강혁이 최삼우를 찾았을 때는 건설 현장에서 노가다를 하고 있었다.
언젠가는 다시 재기하기를 노리고 있었지만 현실은 시궁창이었다.
하루 먹고 하루 살기 바빴고, 이혼한 아내와 자식에게 빚만 안겨준 상황이었다.
앞날이 캄캄하기만 하던 시절이었다.
강혁은 그런 자신에게 재기할 기회를 준 은인 같은 존재다.
최삼우는 그저 강혁에게 조금이라도 은혜를 갚고 싶은 마음이었다.
"자, 그럼 자기소개도 대충 끝났으니 이제 회의를 시작해 봅시다."
강혁이 두 눈을 빛냈다.
"윌슨 사장님, 태우 그룹 인수는 어떻게 돼가고 있습니까?"
강혁의 말에 올리브 윌슨이 살짝 웃으며 말했다.
"그게 매수 타이밍이 무르익어 가는 중입니다. 기다리면 기다릴수록 값이 떨어질 겁니다."
"무슨 뜻인지는 알겠습니다. 하지만 너무 싼값에 사려고 하지 마세요. 그러다 탈납니다."
이미 태우 그룹은 법정관리에 들어가 있었다.
정부가 움직이려고 했지만 대규모 분식 회계가 발각된 것이 문제였다.
그런 기업에 뭘 믿고 돈을 쏟아붓냐는 전문가들과 국민들의 성토가 먹혀들었다.
다만 겉으로는 말이다.
실상은 강혁이 전화로 태우 그룹을 인수해서 되살려 놓겠다는 약속이 가장 컸다.
결국 대통령은 더 이상의 공적자금을 투자하는 것을 포기하고 태우의 법정관리에 들어갔다.
그런 상황이라 채권단은 노심초사였지만 정부는 느긋이 기다리는 중이었다.
"일단 제일 알짜배기인 회사들부터 인수하세요. 다른 회사들은 시간을 봐가면서 인수합시다."
"예, 회장님 알겠습니다."
"최삼우 사장님."
"예, 회장님."
"이번에 인수하려는 태우 그룹에 태우 건설이 포함되어 있습니다."
"그, 그렇군요."
태우 건설은 말 그대로 업계에서 세 손가락 안에 들어가는 대형 건설사였다.
중견 기업인 대진에 비할 바가 아니었다.
"아파트 건설 위주인 대진 건설은 부사장에게 맡기고 태우 건설 사장으로 취임 준비해주세요."
"……!"
"앞으로 많이 바쁘실 겁니다. 해야 될 일이 산적해 있습니다."
강혁이 웃으며 말했다.
"뭐든 시켜만 주십시오. 견마지로를 다하겠습니다. 회장님."
최삼우는 진심이었다.
강혁이 하는 말이라면 불 속에 뛰어들라고 해도 할 판이었다.
몸 좀 고단한 것은 일도 아니었다.
"기대가 큽니다. 사장님."
최삼우의 말에 강혁은 씩 웃었다.
"그럼, 세르게이 사장님. 그리고 초이 사장."
"예, 회장님."
강혁의 말에 세르게이와 최승호가 강혁을 바라보았다.
"구글과 페이스북의 R&D 센터 건립은 어떻게 되어 가고 있습니까?"
초이가 웃으며 세르게이를 바라보았다.
두 사람을 대표해서 말하라는 뜻이다.
"현재 대부분의 준비가 끝났습니다. 한국에 이미 구입해 둔 부지에 허가만 떨어지면 됩니다."
세르게이와 최승호는 한국의 청주와 대전 쪽에 이미 대규모 부지를 구입해 둔 상태였다.
"음, 그 점은 걱정마세요. 내 쪽에서 전화를 주면 대통령께서 바로 고하신다고 했으니."
사실 그뿐만이 아니다.
세계 최고의 IT기업 두 곳에서 한국에 대규모 R&D 센터를 건립하겠다는 것이다.
한국 정부로서는 불감청이자 고소원일 만한 대사건이었다.
한국 대통령 김현중은 각종 세제 혜택은 물론이고, 여러 가지 편의를 봐주기로 약속했다.
대신 꼭 한국에 구글과 페이스북의 R&D 센터를 건립해달라고 부탁했다.
사실 처음 김현중이 이 이야기를 들었을 때는 깜짝 놀랐다.
설마 강혁이 구글과 페이스북의 최대 주주이며 실제 주인일 줄은 몰랐던 것이다.
98년, 현재 구글과 페이스북은 세계 최고의 IT기업으로 명성을 떨치고 있었다.
게다가 앞으로 그 성장 잠재력은 무궁무진할 정도였다.
"좋습니다. 두 분 모두 실제 센터 건설과 관련해서는 최삼우 사장님의 도움을 받으세요."
강혁의 말에 두 사람 모두 고개를 끄덕였다.
확실히 그룹 내에 건설 회사가 있으니 이런 점은 좋았다.
입맛대로 원하는 건물을 지을 수 있기 때문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