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번 사는 절대기억능력자 173화
173화
강혁이 다음으로 향한 것은 신라 치킨과 신라 한식당, 신라 레스토랑의 사장인 백정원이었다.
한식의 세계 진출을 꿈꾸는 백정원에게 강혁은 그야말로 신이 내린 선물이었다.
지금 그 첫걸음으로 국내를 석권한 신라 치킨으로 세계화의 관문을 뚫으려 하고 있었다.
모델이 된 것은 켄터키 프라이 치킨이었다.
강혁은 백정원이 개발한 한국식 치킨이라면 켄터키 프라이와 충분히 자웅을 겨룰 수 있다고 믿었다.
여기에 구글과 페이스북, 그리고 세계 진출을 시작한 더움이 돕는다면 승리를 장담할 수 있었다.
"백 사장님."
"예, 회장님."
강혁을 바라보는 백정원의 얼굴은 마냥 싱글벙글이다.
커다란 곰을 연상시키는 푸짐한 몸매에서는 이런 상황에서도 넉넉한 여유가 풍겨져 나왔다.
"현재 어느 정도 진행 중인가요?"
"일단 뉴욕과 로스앤젤레스 두 군데서 시작해 보려고요."
"……."
"뉴욕 1호점은 여기 엠파이어 빌딩 1층이 될 겁니다."
백정원의 말에 강혁의 얼굴이 활짝 폈다.
"하하, 앞으로는 출출할 때 얼마든지 신라 치킨을 먹을 수 있겠군요."
"앞으로 한 달쯤 후에는 개점 할 수 있을 겁니다."
"기대가 큽니다. 백 사장님."
"꼭 기대에 부응하겠습니다. 회장님."
"백 사장님, 저희 회사 구내식당에 한식당 개점하신 것도 말씀하셔야죠."
"하하, 맞아요. 회장님 말씀대로 구글과 페이스북 본사에서도 시험적으로 시작했습니다."
"오, 그래요? 승호 녀석 좀 안심이 되겠네요."
이미 골든 타워에서는 구내식당에 한식 코너를 마련해 놓고 있는 중이었다.
그래서 나름 한식을 먹을 수 있었던 승호였는데 이제는 이사를 가야 할 예정이었다.
졸업을 앞두고 최승호가 스탠포드 대학의 합격통지서를 받은 것이다.
스탠포드 대학이 실리콘 밸리 인근에 있기 때문에 최승호는 뉴욕을 떠나야 할 예정이었다.
다행인 것은 현재 페이스북과 구글의 본사는 모두 실리콘 밸리에 있었다.
두 회사는 현재 모두 남의 빌딩을 임대한 상황이었다.
점점 규모가 커지고 있었기 때문에 구내식당을 운영하고 있었는데 한식코너를 개설한 것이다.
이는 강혁이 백정원과 함께 계획한 것으로, 미국에 한식당 진출을 염두에 둔 포석이었다.
"그 본사 말인데 이제 슬슬 자기 건물로 시작해야지."
강혁의 말에 세르게이와 최승호가 고개를 끄덕였다.
"회장님 말이 맞습니다. 안 그래도 초이와 함께 부지를 알아보고 있는 중이었습니다."
세르게이가 말했다.
"맞아요. 세르게이 사장님과 의견을 나누어 봤는데 저흰 좀 다르게 하려고요."
"다르게 한다고?"
강혁의 질문에 세르게이가 답했다.
"뭐랄까? 이런 고층 빌딩이 아니라 캠퍼스형 기업은 어떨까 해서 말이죠."
강혁은 이미 회귀 전 구글과 페이스북 본사 건물이 어떤 것인지 알고 있었다.
그래서 세르게이가 말하는 것을 대번에 이해했다.
구글과 페이스북의 본사 건물들은 더 넒은 부지에 캠퍼스처럼 여러 건물들로 이뤄져 있었다.
세르게이는 강혁의 회귀 전처럼 대학 캠퍼스를 연상시키는 본사 건물을 지을 생각이었다.
거기에 최승호 역시 캠퍼스형 본사 건물을 생각하는 모양이었다.
만일 정말로 그렇게 된다면 한식당도 구내식당의 한식당 코너가 아니라 건물에 입점할 수 있을 것이다.
다양한 한식당이 페이스북과 구글의 본사 건물에 들어서는 셈이다.
"뭐 그것도 좋겠죠. 뭐든 원하는 데로 하세요. 최삼우 사장님이 최대한 의견대로 해드릴 겁니다."
강혁의 말에 세르게이가 최삼우를 바라보았다.
"빅 초이 사장님, 잘 부탁드려요. 흐흐."
"하하, 맡겨만 주십시오. 뭐든 원하시는 대로 해드리죠."
최 씨가 두 명이라 세르게이가 최삼우 사장에게 빅 초이라고 말했다.
안 그래도 최삼우 사장의 덩치가 동양인치고는 상당히 큰 것도 한몫했다.
재기하려고 건설판에서 몸을 굴렸을 정도로 나름 한 덩치 하는 최삼우 사장이었다.
마침 옆의 백정원도 곰 같은 인상이다.
두 사람 모두 그런 체형이니 나란히 앉아 있는 모습이 묘했다.
마치 순진한 백곰 두 마리가 나란히 앉아 있는 것 같은 느낌인 것이다.
"앞으로 대진건설 쪽에서 하실 일이 많을 겁니다. 일감이 한둘이 아니네요."
강혁의 말에 최삼우가 고개를 끄덕였다.
"계획대로 태우건설을 인수한다고 해도 상당히 많은 인력과 장비가 필요할 겁니다."
"인력 문제는 금방 충원되지 않겠습니까?"
강혁의 말에 최삼우가 고개를 끄덕였다.
"현재 한국에 수십만 명의 실업자들이 양산되었으니 필요 인원은 금세 충원되겠지요."
"좋습니다. 그분들 생계에도 도움이 되겠네요."
어차피 태우건설이나 대진건설 사람만으로 모든 공사를 할 수는 없다.
많은 하청 업체들이 함께하게 될 것이다.
그렇게 되면 실업자들에게도 많은 도움이 될 것이다.
그런 사정에 훤하기 때문에 최삼우는 내심 강혁의 말에 심금이 울었다.
한국 국내에 수많은 R&D 센터를 만드는 이유도 왠지 강혁이 실업자 대책으로 하는 것 같았다.
최삼우는 새삼 이전 자신이 노가다 십장으로 있을 때 강혁이 자신을 찾아왔던 때가 떠올랐다.
'…회장님.'
백정원 역시 최삼우와 다르지 않았다.
이번 미국 진출과 관련해서 강혁이 했던 말이 있기 때문이다.
"백 사장님, 요즘 한국에서 어려운 상황에 처한 분들을 많지 않습니까?"
"그렇죠. 안 그래도 신라 치킨 가맹점이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난 것도 그런 분들이……."
"그런데 그분들 한국에서만 있으면 결국 서로 경쟁하는 상황이 될 겁니다."
"안 그래도 저도 그게 제일 걱정입니다."
"그래서 말인데요. 그분들 미국 진출을 적극적으로 돕는 건 어떨까요."
"미국 진출을 돕는다고요?"
당시 자신에게 했던 강혁의 제안을 따라 이번 미국 진출에도 한국에서 지원자들을 모집했다.
현지에서도 알바생이나 직원을 뽑아야 하지만 점주들은 한국에서 데리고 온 것이다.
지금 엠파이어 빌딩에 있는 골든 타워의 사내 식당에 있는 한식 코너가 그렇다.
한식 코너 담당자는 이번에 한국에서 신라가 올린 공고를 보고 온 사람이었다.
한때 서울에서 자기 식당을 운영하다가 외환위기에 폐업을 한 사람이었다.
앞으로 미국 전체에 제대로 백정원의 신라 외식 업체가 진출한다면 이런 사람들을 우선적으로 채용하게 될 것이다.
백정원 역시 강혁의 마음을 손닿을 듯 알 것 같아서 마음이 짠했다.
"그럼, 국내에서 하실 일이 많아서 여기 회의에 참석하지 못한 분을 한번 만나 볼까요?"
강혁의 말에 모두의 시선이 회의실 한쪽으로 향했다.
그곳에는 화상 회의를 위한 스크린이 설치되어 있었다.
"장 사장님, 들어오셨나요?"
"아, 회장님. 예, 보입니다."
스크린에는 장기옥 사장의 모습이 비쳤다.
잠시 장기옥 사장과 사장단들의 상호 소개 시간을 다시 가졌다.
"하하, 저 같은 사람이 여러분들과 함께 하는 게 맞는지 지금도 헷갈리는군요."
장기옥 사장의 자조 섞인 말에 강혁이 말했다.
"자신을 가지세요. 장 사장님. 사장님은 제가 선택한 사람입니다."
강혁의 말에 장기옥은 고개를 끄덕였다.
"예, 회장님."
강혁의 격려에 장기옥은 긴장했던 얼굴을 폈다.
장기옥은 사실 자신이 한국인의 영웅이 된 최승호와 같은 자리에 선 것에 긴장하고 있었다.
최승호가 누군가? 10대 후반에 이미 세계적인 기업을 세운 사람이었다.
그뿐이면 모르겠는데 세계 최고의 IT기업이라는 구글의 세르게이.
마블 사장과 유니버셜의 영화사 사장.
자신도 사용하고 있는 국내 최대 포털 사이트 더움의 사장 등이 한자리에 있었다.
세계적인 거물들이 즐비하니 더욱 가슴이 떨려왔던 것이다.
하지만 자신의 은인과 같은 강혁이 격려해줬다.
이 자리에 있는 사람들도 처음부터 지금과 같은 자리에 있었던 것이 아니라 들었다.
모두 강혁이 직접 뽑았고, 지금의 위치에 있도록 도와주었다.
사실 처음에는 믿기지 않는 이야기들이었지만 말이다.
"장 사장님, 서울 데일리는 지금 어떻게 진행되고 있습니까?"
"예, 회장님. 저희 회사의 암적인 존재들은 모두 해임시키고 믿을 만한 사람들로 채웠습니다."
장기옥의 말에 강혁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다른 언론사들에서 해임된 제대로 된 진짜 기자들을 모두 채용했습니다."
"잘 하셨습니다. 장 사장님."
강혁의 격려에 장기옥의 얼굴이 밝게 빛났다.
미리 강혁에게 의사를 내비췄던 것이지만 지금은 외환위기 상황이었다.
다른 신문사들은 인력을 줄이고 있는 중이었다.
그런 상황에서 오히려 인력을 충원했으니 말이다.
"걱정하시는 부분이 뭔지는 잘 압니다. 하지만 걱정 마세요. 자금은 충분합니다."
강혁의 말에 장기옥은 약간 안심하는 표정이다.
여전히 걱정되는 부분이 있었던 것이다.
"예, 회장님. 걱정 안 하겠습니다."
"앞으로 대대적인 지원이 있을 겁니다. 자금 걱정 마시고 일하십시오."
"예, 회장님."
"그리고 앞으로 회사를 크게 키울 생각입니다. 본사 건물도 새로 지을 겁니다."
"……!"
"여기 계신 최삼우 사장님과 그 부분은 의논하십시오."
"아, 예. 회장님."
"부지 선정도 하세요. 건물을 새로 올리려면 지금이 적기입니다.
강혁의 말은 금세 이해했다.
최근 급속도로 부동산 가격이 떨어지고 있었던 것이다.
덩달아 인건비도 싸졌으니 돈만 있다면 새로 건물 올리는 것은 지금이 좋았다.
"예, 회장님."
장기옥은 조금 얼떨떨했지만 가슴이 뛰었다.
서울 데일리가 완전히 환골탈태할 수 있는 길목에 선 것을 직감했다.
"그리고 앞으로 이재학 사장님이 많은 도움이 될 겁니다."
"이재학 사장님."
"예, 회장님."
"서울 데일리에서 좋은 양질의 기사가 많이 나갈 겁니다. 포털 뉴스 신경 써주세요."
"그 말씀은?"
"아, 걱정 마세요. 공정한 경쟁을 할 수 있도록만 해주시면 됩니다."
"예, 회장님."
이재학은 설마 강혁이 여론 조작을 하려는가 했다가 그제야 안심했다.
강혁 역시 포털 뉴스 순위의 중요성을 잘 알고 있었다.
서울 데일리가 경쟁력 있는 기사만 써준다면 된다고 생각했다.
그러면 알아서 메인에 올라갈 수 있도록 공정하기만 하면 된다.
요는 다른 언론사와 경쟁을 통해 좋은 기사가 양성되도록 포털 뉴스 환경을 만드는 것이다.
"이재학 사장님, 가짜 뉴스에 대한 포털 자체의 심의 및 징계 원칙을 세워두세요."
"아주 강력한 것으로 마련하고 있습니다. 걱정 마십시오."
이재학은 강혁의 조언을 이해하고, 회사 법무팀과 함께 가짜 뉴스에 대한 자체 징계 원칙을 세우고 있었다.
예를 들면 명백히 의도적인 가짜 뉴스의 경우는 다음과 같다.
가짜 뉴스 배너에 해당 기사를 박제하고, 팩트 체크한 내용을 같이 싣는 것이다.
여기에 포털사이트 자체 법무팀이 해당 기사를 쓴 기자에게 소송을 건다.
기사 내용에 따라서는 일반 독자들에게 광고를 해서 소송단을 모집, 집단 소송을 건다.
그리고 가짜 뉴스를 양산하는 언론사의 경우 기사 신뢰도 평가를 그래프로 포털에 내거는 것이다.
그렇게 해서 독자들이 알아서 언론사에 대한 신뢰도 평가를 매일 볼 수 있게 하는 것이다.
반대로 기사 신뢰도가 놓은 언론사에 대해서도 평가지수를 배너에 걸어 두는 것이다.
언론사뿐 아니라 기자 개인에게도 명예의 전당 등 다양한 기사 평가 정책을 마련하고 있었다.
팩트 체크를 소홀히 한 뉴스 등 각각의 기사에 대해 기사 옴보즈맨 제도를 포털 자체에서 만들어 운영할 계획이었다.
이를 위한 자문단과 법무팀을 만들어 두고 준비 중이었다.
강혁의 회귀 전 언론사들이 가짜 뉴스로 여론을 호도하고 나라를 어려움에 빠트렸던 것에 대한 방비책이었다.
국내 최고 포털이 이렇게 한다면 다른 후발 주자들도 따라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