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번 사는 절대기억능력자 175화
175화
강혁과 최승호 두 사람은 같은 뉴욕 맨허튼 거리에 있는 페이팔 본사를 찾았다.
그런데 두 사람이 회사에 도착했을 때는 마침 저녁 식사 시간이었다.
두 사람의 발걸음은 자연스레 페이팔의 구내식당으로 향했다.
"마침 오늘 백 사장님이 페이팔에도 한식 코너를 설치하신 날이에요."
"흐흐, 사실은 그래서 온 거야. 새로 온 분 실력이 좋다고 하던데."
"하하, 형도 참."
강혁의 너스레에 최승호가 웃었다.
두 사람이 엘리베이터 앞에 섰을 때였다.
"어머, 초이. 아? 존 강 회장님."
두 사람이 고개를 돌리자 낯익은 얼굴이 보였다.
최승호의 동급생인 다나 무어였다.
"다나? 여긴 웬 일이야?"
최승호가 깜짝 놀라 물었다.
"응? 그건 오히려 내가 물을 일인데?"
다나 무어가 어리둥절한 표정을 지었다.
"반가워요. 무어양. 저희는 여기 초이가 사장으로 있는 회사에 온 겁니다."
"아, 존 회장님. 오랜만이에요."
다나가 웃으며 강혁에게 미소를 보냈다.
그때 또 다른 낯익은 목소리가 들려왔다.
"다나, 내가 늦었지."
고개를 돌리자 아멜리아 패닝이 있었다.
"엇, 초이, 존 회장님."
"반가워요. 패닝양."
강혁이 아멜리아에게 웃으며 인사를 건넸다.
"오랜만입니다. 존 회장님."
네 사람은 갑작스런 만남에 당황했지만 반갑게 인사를 건넸다.
한국에서 강혁은 두 사람을 딱 한 번 만났다.
하지만 다나와 아멜리아 두 사람은 좋아하는 최승호가 강혁을 존경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
그리고 이전 납치 사건 때 강혁이 어떤 활약을 했는지 전해 들었기에 은인으로 여기고 있기도 했다.
자연스럽게 강혁을 대하는 태도가 정중하고, 부드러웠다.
"두 사람은 무슨 일로 오신 거죠?"
강혁이 궁금스런 표정으로 물었다.
페이팔 회사가 입주해 있는 빌딩은 컨티넬탈 빌딩으로 맨허튼의 고급 고층 빌딩이었다.
많은 회사들이 입주해 있는 곳이라 항상 사람들로 북적거리는 곳이었다.
하지만 오피스 빌딩이라 즐길거리는 없었다.
그런 곳에 젊은 두 사람이 온 이유가 궁금했던 것이다.
강혁의 물음에 에밀리아가 다나를 바라보았다.
강혁은 금세 다나에게 질문의 답이 있나는 것을 깨닫고 그녀를 바라보았다.
"그게 사실 이 빌딩 주인이 저예요."
다나가 두 사람을 보며 배시시 웃었다.
'아하, 그러고 보니 다나 무어는 아메리카 헬스 그룹의 상속녀였지?'
아메리카 헬스 그룹은 미국 전체에서 10위 안에 드는 대기업이었다.
뉴욕 맨허튼의 고층 빌딩 주인이라는 말에 쉽게 수긍이 갔다.
"그런데 맙소사, 초이 네 회사가 우리 빌딩에 입주했니?"
"맞아, 집주인 아가씨, 월세는 꼬박꼬박 내고 있어."
최승호가 씨익 웃으며 대답했다.
"세상에, 대단해 초이. 회사가 여기에 있다고? 여기 월세가 장난 아니라던데?"
최승호의 말에 아멜리아가 놀란 표정을 지었다.
"무슨 소리를 하는 거야? 아멜리아. 얘가 아직 세상 물정을 모르는구나?"
"응?"
다나의 말에 아멜리아가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
"페이스북이 얼마나 잘나가는지 몰라? 이미 사용자가 전 세계에 걸쳐 있다고."
"그, 그래?"
다나의 정색에 아멜리아는 상당히 놀라는 표정이었다.
"아빠 말로는 올해 안에 억만장자가 될 것이 확실하다고 하던데?"
다나가 고개를 돌려 최승호를 바라보며 말했다.
"아하하, 좋게 봐주셔서 감사한데 아직 그 정도는 아니야."
"승호, 무슨 소리야? 이제 곧 페이스북도 주식 상장을 하기로 했잖아."
이미 구글은 얼마 전에 주식 상장을 했다.
그날 세르게이 브린과 래리 페이지는 억만장자 대열에 올라섰다.
회사의 실제 주인인 강혁 역시 두 사람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엄청난 부를 얻었다.
한편 강혁의 말에 최승호는 당황했다.
"그렇긴 하지만 꼭 잘된다는 보장은 없잖아요. 형."
승호의 말에 오히려 다나가 단호하게 말했다.
"존 회장님 말이 맞아. 이제 곧 너도 억만장자 대열에 들어갈 거야."
"……."
"틀림없어. 우리 아빠도 그렇게 말했는걸."
"아하하, 그, 그래?"
승호는 다나의 말에 여전히 얼떨떨한 표정이었다.
한국에서 미국으로 온 지 이제 만으로 2년이 되어가는 중이었다.
그런데 억만장자라니?
물론 지금도 충분히 부자가 된 건 사실이다.
자신의 사업체를 두 개나 거느리고 있었다.
하지만 억만장자라니?
쉽게 상상이 가질 않았다.
"그건 그렇고, 사실 아멜리아와 나는 오랜만에 둘이서 저녁 먹으려고 모인 거야."
"아, 그래?"
"우린 내 사무실에 들렸다가 외식하러 갈 건데 초이나 존 회장님은 저녁 어쩌실 건가요?"
다나의 말에 아멜리아도 거들었다.
"저희와 같이 식사하시는 건 어때요? 안 그래도 한국에서 신세도 많이 졌는데 저녁 사드릴게요."
두 사람의 말에 강혁과 최승호가 서로 마주보았다.
사실 두 사람 모두 저녁부터 먹을 생각이었던 것이다.
"저기 그러면 이렇게 하는 건 어때요?"
강혁이 웃으며 아멜리아와 다나를 바라보았다.
"한식 코너요?"
아멜리아가 눈을 동그랗게 뜨고 말했다.
"맞아요. 승호 회사의 구내 식당에 한식 코너가 새로 오픈하는 날이거든요."
"그, 그래요?"
강혁의 말에 다나 무어의 눈빛이 흔들리는 것이 확연했다.
"혹시 불고기도 있나요?"
"불고기? 오! 불고기를 아나요?"
"한국에서 먹었어요. 존 회장님."
아멜리아의 말에 강혁이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하하, 그랬군요. 불고기도 있습니다."
강혁의 말에 아멜리아와 다나가 서로 눈을 마주쳤다.
"그럼, 오늘은 얻어먹을게요."
"하하, 두 분 같은 미인이라면 언제든 환영입니다. 함께 가시죠."
강혁은 아멜리아를 보며 속으로 과연 명성 있는 여배우답게 참 예쁘다는 생각을 했다.
'승호와 이런저런 소문이 있던데… 두 사람이 잘됐으면 좋겠군.'
그런데 표정을 보아하니 다나 무어도 최승호에게 확실히 관심이 있다는 걸 간파할 수 있었다.
강혁은 회귀 전 평생 혼자 살았던 최승호에게 관심을 주는 미인이 둘이나 있다는 사실에 혀를 내둘렀다.
'이 녀석. 잘하네?'
강혁은 남몰래 최승호를 바라보며 피식 웃었다.
아멜리아와 다나는 럭셔리한 회사 내의 구내식당을 보며 잠시 놀랐다.
처음 들어설 때 뉴욕의 별 3개짜리 레스토랑에라도 들어 온 것 같았던 것이다.
다나는 특히 현대적이면서도 동양적인 멋이 살아 있는 인테리어에 감탄했다.
"판―타스틱!"
다나는 연신 입을 다물지 못했다.
한국의 전통 문양들이 모던한 분위기에 잘 어우러져 특색 있는 인테리어가 되었다.
"여기가 구내식당이라고요? 세상에?"
아멜리아 역시 놀란 표정이 확연했다.
두 사람은 디지털 카메라를 꺼내 연신 사진을 찍었다.
페이스북의 유행과 맞물려 디지털카메라가 많은 뉴욕커에게 사랑받고 있었다.
"초이, 페이스북에 올려도 되지?"
다나가 물었다.
"물론이지. 집주인은 프리패스야."
"초이, 그럼 나는?"
아멜리아가 물었다.
"우리 여배우님도 마찬가지. 홍보 많이 해주세요."
승호의 너스레에 두 사람은 까르르 웃으며 연신 서로의 사진을 찍어주었다.
네 사람은 곧 한식 코너로 가서 아름다운 문양이 그려져 있는 커다란 둥근 접시에 밥과 불고기를 담았다.
"여기 야채들도 같이 담아."
승호는 두 사람 모두의 접시에 자상하게 채소들을 담아 주었다.
"저기 자리가 비었네."
네 사람이 자리에 앉았다.
"어머? 존 회장님. 그건 뭔가요?"
다나가 두 눈을 반짝거리며 강혁이 가지고 온 음식을 바라보았다.
"아? 이건 비빔밥이라는 거예요."
"비빔밥?"
"참, 색깔이 예뻐요."
아멜리아가 감탄을 터트렸다.
다나나 아멜리아나 비빔밥은 처음 보는 듯했다.
황금색 그릇의 밥 위에 올려져 있는 다양한 색깔의 야채들은 두 사람의 눈에 신기하게만 보였다.
"보기에만 좋은 게 아니라 맛도 별미랍니다."
"남겨도 되니깐 비빔밥도 먹어봐."
최승호가 두 사람에게 웃으며 말했다.
"그래도 될까?"
"물론이지."
승호의 말에 다나와 아멜리아는 벌떡 자리에서 일어나 다시 한식 코너로 뛰어갔다.
잠시 후, 두 사람은 모두 비빔밥을 한 그릇씩 가지고 테이블로 돌아왔다.
찰칵찰칵.
두 사람 모두 정신없이 비빔밥에 핸드폰을 들이댔다.
강혁은 그런 두 사람의 모습을 바라보며 회심의 미소를 지었다.
"두 사람 모두 페이스북을 하고 있나 보죠?"
"물론이죠. 존 회장님. 요즘 저희들 또래는 페이스북이 일상이라고요."
강혁의 물음에 다나가 웃으며 대답했다.
맞는 말이었다.
두 사람은 오늘 집으로 돌아가면 당장 컴퓨터를 켜고 페이스북에 사진을 올릴 것이다.
요즘 젊은이들에게 페이스북은 그야말로 열광적인 유행의 중심에 있었다.
자신들의 일상을 페이스북에 올려 서로 공유하는 것은 뉴욕의 새로운 라이프 스타일이었다.
그리고 뉴욕에서 시작된 이 열풍은 지금 전 미국을 강타하며 세계의 유행을 선도하고 있었다.
페이스북은 새로운 문화 현상으로까지 대두되고 있었다.
그런 상황에서 아멜리아와 다나가 한식을 즐기는 모습이 페이스북에 올라간다면?
강혁은 상상만 해도 기분이 좋았다.
앞으로 진행될 한식당과 신라 치킨의 미국 진출에 엄청난 영향을 줄 터였다.
"아, 저기 혹시 아멜리아양 아니신가요?"
낯선 남자의 목소리에 모두의 시선이 그를 향했다.
"스티브 첸, 채드 헐리!"
최승호가 말하자 말을 건네 사람과 그 사람 옆에 있던 남자가 최승호에게 인사했다.
"엇, 초이 사장님. 오랜만입니다."
"앗, 존 회장님. 안녕하세요."
'호오, 안 그래도 만나려고 했는데 잘됐군.'
강혁은 스티브 첸과 채드 헐리를 보고는 씨익 웃었다.
사실 강혁이 페이팔에 온 것은 두 사람을 만나기 위해서였다.
최승호에게 블록체인 기술의 아이디어를 준 것처럼 두 사람에게는 유튜브에 대한 아이디어를 줄 생각이었던 것이다.
"식사하러 온 거예요?"
승호의 질문에 첸이 대답했다.
"아, 예. 사실은 그래요."
첸이 손으로 뒷머리를 쓰다듬으며 말했다.
"식당에 들어왔는데 엄청 예쁜 여자 두 분이 보여서 깜짝 놀랐죠."
첸 옆에 있던 채드 헐리가 너스레를 떨었다.
"그런데 한 분이 아멜리아양과 너무 많이 닮아서 혹시나 하고 와봤는데… 와우! 진짜시네요."
채드 헐리가 웃으며 말했다.
"두 사람 모두 여기 앉아요. 같이 식사나 합시다. 다나, 아멜리아, 그래도 될까요?"
강혁의 물음에 두 사람 모두 살짝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요. 괜찮아요. 회장님."
"아우, 영광입니다."
첸과 헐리는 동경하던 여배우인 아멜리아와 그에 못지않게 미인인 다나 무어와 함께 앉게 되자 크게 기뻐했다.
두 사람은 곧 이런저런 음식들과 함께 비빔밥을 가져왔다.
그런데 모두 한식이었다.
"두 사람 모두 한식을 좋아하시나요?"
강혁이 의아한 표정으로 물었다.
"아뇨, 오늘이 처음입니다. 헤헤."
"다들 한식을 가져오셨고, 저희도 오늘 오픈한 음식에 대해서 기대가 있어서요."
두 사람의 말에 강혁은 고개를 끄덕였다.
"좋아요. 그럼 모두에게 내가 비빔밥 먹는 법을 알려드리죠."
"예? 그냥 먹는 거 아닌가요?"
아멜리아가 살짝 놀라며 물었다.
"흐흐, 대부분 그렇게 생각하죠."
강혁은 안 그래도 다나와 아멜리아가 야채만 입에 가져가는 것을 보고는 속으로 웃고 있었다.
"저기 그러면 잠깐만요. 동영상으로 찍을게요."
"아, 저도요."
다나 무어와 아멜리아가 급히 디지털 카메라를 꺼냈다.
강혁은 그런 다나와 아멜리아를 슬쩍 바라보며 회심의 미소를 지었다.
'마침 잘됐군.'
강혁의 눈은 이내 스티브 첸과 채드 헐리를 향했다.
두 사람은 동영상 플랫폼 유튜브를 만든 사람들이다.
오늘 굳이 강혁이 이곳을 찾은 진짜 이유기도 했다.
"자, 이렇게… 이렇게……."
강혁은 모두의 앞에서 밥을 맛있게 비볐다.
그리고는 한 수저를 떠서 입가에 가져갔다.
"으음, 역시 맛있군."
강혁은 매우 만족한 표정을 지었다.
그러자 모두 서둘러 강혁처럼 밥을 비비기 시작했다.
강혁은 그들의 모습을 바라보며 씨익 웃었다.
"와― 이럴 수가?"
잘 비벼진 비빔밥을 한 입 먹어 본 아멜리아가 감탄을 내질렀다.
정말 순수하게 마음에서 우러나온 반응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