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두번 사는 절대기억능력자-176화 (176/301)

두번 사는 절대기억능력자 176화

176화

"어때요? 맛있나요?"

"으음, 정말 괜찮아요. 야채만으로 이런 맛을 낸다는 것이 신기해요."

아멜리아가 토끼처럼 두 눈을 귀엽게 뜨고는 말했다.

"정말이야. 이거 채식주의자인 우리 엄마가 정말 반길 만한 음식이야."

다나 역시 연신 맛있다를 연발하며 채식주의자들이 좋아할 음식이라며 기뻐했다.

"맞아, 한국 음식이 좋은 게 진짜 야채들이 많다는 점이야."

아멜리아가 맞장구쳤다.

그녀의 말대로 고기 하나를 먹어도 야채와 함께 먹는다는 점이 한식의 특징 중 하나가 아닌가?

옆에서 첸과 헐리는 연신 야채에 불고기를 싸서 맛있게 먹고 있는 중이었다.

이 역시 먹는 법을 모르는 두 사람을 위해 강혁이 알려준 것이었다.

불고기 먹는 법 역시 아멜리아와 다나는 서로 시연하며 서로의 모습을 영상으로 촬영했다.

"그런데 두 사람도 페이스북을 하고 있죠?"

강혁이 슬쩍 운을 뗐다.

"그럼요. 요즘 페이스북 없는 십대들은 없는 걸요."

다나와 에밀리아가 웃으며 말했다.

"조금 전 영상도 찍었던데."

"아, 맞아요. 그게 아쉬운 점이지."

다나가 아멜리아를 바라보며 말했다.

아멜리아 역시 수긍한다는 표정이다.

"응? 뭐가 아쉬운데?"

두 사람의 말에 최승호가 물었다.

어쨌든 최승호는 페이스북의 최고 책임자가 아닌가?

고객이 아쉽다는 표현을 하니 격하게 궁금증이 일었다.

자신의 페이스북에 아직 부족한 점이 있다는 것 아닌가?

"응, 사실 사진만 올리는 게 아니라 동영상 같은 것도 올릴 수 있으면 좋겠거든."

다나가 말했다.

"맞아, 사실 오늘 같은 경우도 그래."

아멜리아가 재빨리 지원 사격에 나섰다.

"……?"

"쌈 싸먹는 법이라든가, 비빔밥 비비는 법 같은 걸 사진으로 소개하려면 번거롭거든."

"맞아, 그리고 얼마나 맛있는지 알려주고 싶은 때 최고는 역시 먹을 때 표정 같은 거잖아."

강혁은 아멜리아와 다나의 말에 연신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지. 그래서 회귀 전 역사에서는 유튜브에서 먹방 방송들이 유행했지.'

"흠, 기술적으로 불가능한 건 아니지."

아멜리아와 다나의 말에 최승호는 잠시 생각에 잠겼다.

그리고 곧 웃으며 대답했다.

"알았어. 카메라 영상도 페이스북에 올릴 수 있도록 해볼게."

"히히, 확실히 우리가 친구를 잘 뒀다니깐. 그렇지 아멜리아."

"맞아, 나에겐 억만장자 친구가 둘이나 있는 거잖아."

아멜리아가 다나를 보며 웃으며 말했다.

"어머, 그렇긴 하지만 초이는 좀 다르지. 무려 페이스북 창업자잖아."

두 사람은 뭐가 그리 좋은지 서로 대화를 나누며 또 꺄르르거린다.

십대 여자애들은 다 저런가 보다.

강혁은 두 사람을 보며 저절로 딸인 경아의 생각이 떠올랐다.

'휴우, 경아야. 제대로 컸다면 너도 저런 시기를 보냈을 텐데.'

마음속이 다시 어지러워지자 강혁은 마음을 다잡았다.

'진정하자. 지금은 사업에 집중할 때야.'

몰래 마음속으로 한숨을 내쉰 강혁은 차분히 입을 열었다.

"페이스북에 영상을 올린다는 생각은 확실히 괜찮아 보여. 하지만 용량이……."

강혁은 넌지시 스티브 첸과 채드 헐리 쪽을 바라보았다.

"예, 맞아요. 분명히 가능하겠지만 용량 문제가 있겠네요."

스티브 첸이 고개를 주억거리며 재빨리 대답했다.

"음, 그건 그렇겠네."

채드 헐리 역시 동조했다.

"아, 그래요?"

두 사람의 말에 아멜리아와 다나는 금세 실망한 표정이다.

"얘들아, 너무 걱정하지 마. 저 분들 말대로 용량 문제는 있겠지만 오늘 찍은 영상 정도는……."

"맞습니다. 다나양, 아멜리아양, 그 정도 용량은 충분히 가능할 거예요."

스티브 첸이 즉시 대답했다.

"그럼요. 우리 실력이라면… 삼사 일이면 충분하죠. 그지 첸?"

"물론이지."

스티브 첸 역시 즉시 대답했다.

그런 두 사람을 보며 강혁이 씩 웃었다.

"이봐, 승호 두 사람이 아무래도 회사를 페이스북으로 옮기고 싶은가 본데?"

"예? 하하 곧 그런 건 아니에요. 다만 우리가 할 수 있다는 걸 어필한 거죠."

스티브 첸이 초이를 보며 살짝 윙크를 했다.

누가 뭐래도 최승호가 자신들의 직속상관이니 말이다.

"그건 그렇고. 승호. 이야기하다 보니 떠오른 생각인데 말이야."

강혁의 말에 승호는 입에 넣던 불고기를 재빨리 삼켰다.

신경을 집중시키기 위해서다.

승호는 강혁과 함께 지낸 시간이 오래다 보니 한 가지 깨달은 것이 있었다.

종종 지금처럼 갑자기 떠오른 생각이라며 입을 뗄 때 뭔가 큰 건이 쏟아졌던 것이다.

지금 승승장구하고 있는 온라인 결제 시스템도 그렇게 만들어지지 않았던가?

"오! 뭔가요. 형."

승호는 벌써 기대어린 눈으로 강혁을 바라보았다.

'크, 녀석. 감 잡은 거냐.'

강혁은 속으로 웃으며 천천히 입을 열었다.

"차라리 이번에 동영상 공유 플랫폼을 한번 만들어 보는 것은 어때?"

"동영상 공유 플랫폼이라고요?"

"그래, 누구나 쉽게 자신이 만든 동영상을 올릴 수 있고, 그걸 한순간에 수백만 명이 볼 수 있는 전 세계적인 플랫폼 공간을 만드는 거야."

"와우! 난 완전 찬성이에요."

강혁이 말에 다나가 바로 들뜬 표정으로 자신의 생각을 말했다.

"맞아요. 정말 획기적인 생각이세요. 대체 어떻게 그런 생각을 하신 거예요."

아멜리아 역시 양손을 가슴 앞에 모으며 두 눈을 토끼처럼 떴다.

"대박! 꼭 좀 만들어 주세요."

두 사람의 적극적인 반응에 최승호도 확 뭔가 느끼는 바가 있었다.

강혁은 너스레를 떨며 이어서 말했다.

"누구나 무료로 자신이 찍은 동영상을 아―주 쉽게 올릴 수 있게 하는 거야."

"……!"

"그걸 온 세계 사람들이 볼 수 있는 만드는 거지."

"오― 오― 오!"

다른 사람들의 반응도 좋았다.

스티브 첸이나 채드 헐리도 뭔가 충격을 받은 표정이다.

"히야, 확실히 괜찮은 생각이에요."

두 사람은 서로 얼굴을 마주보았다.

마치 뭔가 뒤통수를 해머로 맞은 것 같은 표정이었다.

저런 생각을 어떻게 했는지 놀란 얼굴이다.

강혁은 계속해서 자신의 생각을 말했다.

"재미있는 영상을 올린 경우는 추천을 하거나, 반대로 비추천을 하는 기능도 있어야 해."

"오! 그건 꼭 넣어야 해요."

다나가 활짝 웃으며 말했다.

"페이스북처럼 자신이 올린 동영상은 자신이 관리할 수 있으면 좋겠어요."

아멜리아가 대뜸 이어서 말했다.

"흠, 공개하고 싶은 영상, 친구에게만 공개할 영상 등 구분도 가능하게 말이지?"

최승호가 되물었다.

"맞아, 바로 그거야."

대화를 나누다 보니 여러 가지 의견들이 나왔다.

가만히 듣고 있던 스티브 첸과 채드 헐리도 몇 가지 의견을 덧붙이다 보니 그럴듯한 얼개가 되었다.

"형, 이거 진짜 괜찮을 거 같은데요?"

"그렇지? 내가 돈을 댈 테니 네가 한번 만들어봐."

강혁이 말했다.

"알았어요. 그럼 팀을 두 개 만들어야겠네요. 블록체인 하고 동영상……."

"유튜브라고 해."

"유튜브요?"

"그래, 미리 생각해두었던 이름이야."

"알겠어요."

최승호가 고개를 끄덕이자 두 사람도 이내 말을 꺼냈다.

"그거 재미있을 것 같은데 저희가 참여해도 될까요?"

"그렇게 합시다. 안 그래도 오늘 여기 온 건 새로운 TF팀에 필요한 기술자를 모으려는 거니깐 말이에요."

"그래요? 혹시 조금 전에 말했던 블록… 뭐시기 말인가요? 그게 뭐죠?"

스티브 첸이 궁금하다는 표정으로 물었다.

강혁은 그런 첸을 재미있다는 듯이 바라보았다.

"설명해 드리죠. 우선 이걸 처음 생각했던 건 말이죠."

강혁은 스티브 첸과 채드 헐리에게 간단히 개념을 설명해주었다.

설명이 끝나자 첸과 헐리 두 사람은 그야말로 헉하는 표정을 짓고 있었다.

아무리 생각해도 자신들의 머리에서는 나올 것 같지 않은 아이디어였다.

하지만 만일 실현된다면 세상을 바꿀 기술이 될 것 같았다.

천성이 연구자이며 엔지니어인 두 사람으로서는 눈앞의 강혁이 새롭게 다가왔다.

갑자기 스티브 첸이 강혁의 두 손을 덥석 잡았다.

"존경합니다. 회장님. 부디 저희도 이 일에 참여하게 해주세요."

채드 헐리 역시 마찬가지 반응이었다.

"저도요. 회장님. 회장님과 함께 세상을 바꿔 놓고 싶습니다."

강혁은 자신을 향해 두 눈을 빛내는 첸과 헐리를 바라보며 회심의 미소를 지었다.

'자, 그럼 작업 들어가 볼까?'

강혁은 두 사람이 언젠가는 회사를 떠나 독립하려고 한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하지만 그들을 붙들어 둘 자신이 있었다.

바로 엔지니어로서 그들이 가지고 있는 야망과 호기심을 끊임없이 충족시켜주는 것이다.

"물론이죠. 저도 두 사람 같은 인재가 필요하답니다."

"회, 회장님."

강혁의 말에 두 사람의 눈빛이 반짝거렸다.

그들의 눈에 강혁은 그야말로 신세계를 개척한 콜럼버스처럼 보였다.

강혁과 함께 있다면 자신들도 그 역사의 한 페이지를 장식할 수 있을 것 같았다.

"자, 유튜브를 할지 블록체인을 할지는 정해야 하겠지만 아무튼 두 사람의 참여는 환영합니다."

"감사합니다. 회장님."

두 사람은 강혁의 손을 붙잡고 자신들의 손으로 세계를 바꿀 기술을 만든다는 생각에 감동했다.

그때 강혁의 품에 있던 핸드폰이 울렸다.

'무슨 일이지?'

강혁은 핸드폰의 폴더를 열고 귓가로 가져갔다.

"무슨 일이야. 이리나."

―회장님, 알파팀에서 긴급 연락이 왔습니다. 사무실로 오셔야겠어요.

"알겠어. 이리나."

강혁은 전화를 끊고 모두를 향해 말했다.

"갑자기 급한 일이 생겨서 먼저 가봐야겠군요. 아멜리아양, 다나양 만나서 반가웠어요."

"저희도요. 회장님. 만나서 반가웠어요."

아멜리아와 다나가 웃으며 말했다.

강혁은 스티브 첸과 대니 헐리와도 인사를 나눈 후, 최승호에게 뒤를 부탁하고 재빨리 자리를 떠났다.

"무슨 일이지? 이리나?"

강혁은 회의실로 들어서며 기다리고 있던 이리나에게 물었다.

"회장님, 이걸 좀 보세요."

이리나의 말에 강혁은 회의실 내에 설치되어 있는 대형 스크린을 바라보았다.

거기에는 위성에서 내려다보고 있는 지형지물이 펼쳐져 있었다.

강혁은 이미 며칠 전부터 비슷한 지형지물들을 위성으로 지켜보고 있었다.

"박 팀장."

―예, 회장님.

회의실에는 강혁과 이리나밖에 없었다.

하지만 강혁의 말에 어디선가 박정철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브리핑하게."

―예, 현지 시각으로 30분 전. 사우디아라비아의 아피프에서 C.I.A 요원 한 명이 실종됐습니다.

아피프는 사우디 아라비아의 작은 도시다.

"좋아, 다른 곳에 있는 우리 요원들은 모두 철수시키고, 바로 구출작전에 들어가세요."

―알겠습니다. 회장님.

박정철의 말을 끝으로 통신이 끊어졌다.

강혁은 스크린 아래로 펼쳐져 있는 이국의 도시를 바라보았다.

'부디 모두들 무사하세요.'

강혁은 알파팀이 아무런 희생 없이 이번 작전을 성공시키기를 바랐다.

"좋아, 시작하지."

박정철은 위성전화를 끊은 후, 작전실에 있는 알파팀 요원들과 작전팀들을 바라보았다.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