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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번 사는 절대기억능력자-178화 (178/301)

두번 사는 절대기억능력자 178화

178화

#47장 강혁, C.I.A를 훔치다

BBC는 방송을 통해 부시 가문과 빈라스 가문의 유착관계를 자세히 설명하고 있었다.

부시 부자는 9.11테러 이전에 모두 방산회사인 칼라일사의 자회사에서 근무하고 있었다.

비록 9.11테러 후, 빈라스 가문이 칼라일사의 지분을 모두 매각했다고는 하지만 말이다.

내용이 공개된 F.B.I의 비밀 문서와 정부기관의 고위 소식통은 여러 가지 사실들을 밝혔다.

예를 들면 미국 내에서 오사마의 친척 두 명이 테러조직과 연계되어 있다는 의혹이 있었다.

정보당국은 오랫동안 이들에 대해 은밀히 조사하고 있었다.

그런데 부시가 대통령이 된 후 이들에 대한 수사중단 명령이 내려온 것이다.

이전부터 사우디인들을 수사할 때는 항상 어려움을 겪었다.

하지만 부시가 대통령으로 취임한 후에는 더 큰 어려움에 봉착했기 때문에 수사관들은 분통을 터트렸다.

2001년 11월 6일 BBC의 뉴스나이트에서 이와 같은 내용을 주장했었다.

강혁은 이런 사실들을 생생하게 기억하고 있었다.

지금은 클링튼 정권이지만 여전히 미국 국내에 대한 알카에다의 대규모 공격은 생각 못하고 있었다.

그런데 부시 정권이 되면 어떻게 될까?

C.I.A에서는 이미 알카에다 등의 테러에 대한 경고를 8월에 했었다.

하지만 부시 정권과 그 내각은 결과적으로 테러 경고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그렇다면 강혁이 미리 9.11테러에 대해 알려준다고 해도 믿지 않을 가능성이 높았다.

그래서 강혁은 차선책을 택했다.

만일 자신의 말을 믿지 않는다고 해도 그런 사실을 이용해서 그들의 신뢰를 얻는 것이다.

그리고 지금부터 시작해서 정보기관 사람들의 신뢰를 얻는 것이 좋겠다고 판단했다.

정권은 계속해서 바뀌지만 정보기관은 그대로 유지된다.

그 내부 사람들이 강혁을 신뢰하게 된다면 큰 힘이 되어 줄 것이다.

특히 그들의 의견이 무시당할 때 그들의 편에 서 준다면 어떨까?

강혁은 그들에게 강력한 우군으로 받아들여질 것이다.

결정을 내린 강혁은 재빨리 움직였다.

당시 자신이 본 다큐멘터리에는 98년도에 납치된 한 요원에 대한 이야기가 있었다.

당시 이 요원은 사우디아라비아에 파견되었고, 알카에다에 대한 경고를 여러 차례 했었다고 한다.

놀라운 것은 당시 정보당국에 보고했던 내용 중 상당수가 사실에 가까웠다는 것이다.

그때 그의 의견이 받아들여졌다면 9.11테러는 일어나지 않았을 수도 있었다.

안타까운 것은 그가 알카에다에 대한 조사 중 실종되었다는 것이다.

실종 무렵 그는 알카에다의 테러 계획에 대한 구체적인 증거를 찾고 있었다고 전해졌다.

강혁은 그를 구해내기로 했다.

문제는 실종된 사람이 누구인지 정확히 알지 못한다는 것이었다.

아는 것이라고는 실종된 시기 정도뿐이었다.

그래서 강혁은 먼저 C.I.A의 중앙 서버를 해킹했다.

그리고 사우디아라비아에 파견된 현장요원의 정보를 빼냈다.

그들이 파견된 지역을 확인한 강혁은 박 팀장에게 그들을 감시하다가 납치될 때 구출하도록 명령을 내린 것이다.

다시 한 달 후, 사우디아라비아의 작전실.

박 팀장은 강혁의 지시가 내려지자 우선 다른 지역에 파견된 감시팀의 철수를 명령했다.

이들은 현장요원을 감시할 수 있는 곳에서 그의 일거수일투족을 감시하고 있었다.

대부분이 강혁의 지시로 오래전부터 훈련받은 박 팀장의 수하들이었다.

이들은 다양한 인종으로 구성되어 있었는데, 박 팀장이 삼중 사중으로 신원 체크를 한 사람들이다.

이들 중에는 구 체코의 용병출신들도 있었고, 고아 출신 등 어려운 환경의 사람들이었다.

모두들 가족의 생계를 위해 강혁과 박 팀장에게 목숨이라도 바칠 수 있는 사람들이었다.

박 팀장은 이들로 팀을 만들어 퇴역한 C.I.A와 모사드 출신들에게 훈련을 맡겼다.

국정원의 해외작전팀 출신인 박정철로서도 이들의 훈련 상태는 상당히 만족스러웠다.

알파팀도 이미 여러 차례 재훈련을 받아 팀 전체의 역량이 지속적으로 상승했다.

여기에 각종 첨단장비들을 공급했기 때문에 이들의 작전능력은 상당한 수준에 올라 있었다.

강혁이 회귀 전의 기억들과 천문학적인 비용을 들여 장비들을 개발했기 때문이다.

C.I.A나 모사드 같은 첩보기관들도 아직 사용하지 않는 장비들이 상당수 있었다.

강혁은 이런 장비를 개발하는 회사를 따로 만들어 두었다.

이런 장비 개발 회사는 강혁이 그리고 있는 큰 그림의 하나였다.

강혁은 앞으로 미 정부와 의회, 그리고 정보기관의 신뢰를 얻어 이런 장비들을 팔 생각이었다.

궁극적으로는 미국이 자국의 안보를 위해 강혁을 모든 면에서 의지하는 형태로 만들고 싶었다.

오늘의 구출 작전은 그런 큰 그림의 완성을 위한 일환이었다.

작전실 속 거대한 스크린에 각 지역에 파견되어 있는 감시팀의 팀장들 얼굴이 분할되어 나타났다.

―철수 완료했습니다.

"다음 작전 계획에 따라 움직이도록."

박 팀장의 지시가 떨어지자 한사람씩 스크린에서 모습이 사라졌다.

잠시 후, 대형 스크린에 지형지물의 모습이 등장했다.

위성에서 지상을 내려다보고 있는 것이다.

화면 속에는 C.I.A요원이 납치된 집의 모습이 보였다.

잠시 후, 누군가가 다람쥐처럼 집을 올라가고 있었다.

마치 스파이더맨을 연상시키는 모습이었다.

'흑장미, 대단하군.'

벽을 타고 오르고 있는 사람은 알파팀의 류수정이었다.

소리도 없이 감쪽같이 집 안으로 침투했다.

심지어 류수정이 타고 올라간 것은 배관이 아니었다.

그쪽 루트는 이미 알려져 있어 처음부터 피했다.

류수정은 상대가 상상하기 힘든 곳으로 벽을 타고 올라갔다.

그야말로 신기에 가까운 파쿠르 솜씨였다.

다시 얼마의 시간이 흘렀을까?

집 안에서 총격이 울렸다.

박 팀장은 얼굴을 굳혔다.

혹시 있을지 모를 피해를 걱정한 것이다.

저택 바깥에는 작전팀과 알파팀이 대기하고 있었다.

스크린이 세 화면으로 분할되며 집 밖에서 대기하고 있는 작전팀과 알파팀의 모습이 나타났다.

작전팀은 긴장된 모습으로 총기를 겨누고 있었다.

박정철의 귓가로 현재 작전팀을 이끌고 있는 이규철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707특임대 출신으로 강혁의 오른팔인 그가 사우디에 파견되어 있었던 것이다.

―박 팀장, 들어갈까요?

"아직 기다려요."

박 팀장의 말이 끝나자마자 문이 덜컥 열리며 흑장미와 백인 남자가 나타났다.

그와 동시에 차량 하나가 나타나더니 두 사람을 태웠다.

"출발―해!"

뾰족한 목소리가 다급하게 울렸다.

부르릉 하는 소리와 함께 방탄 장치가 달려 있는 차량이 황급히 자리를 떠났다.

그와 동시에 집 안에서 총기를 가진 사람들이 쏟아져 나왔다.

그러자 대기하고 있던 이규철의 팀이 총알세례를 퍼부었다.

뿌다다다다다닷!

자동소총의 총기소리가 울리자 주변 집들의 불빛이 켜지고, 사람들의 놀란 목소리가 들리기 시작했다.

"빨리 빠져나와요."

박 팀장의 말에 이규철의 작전팀도 차량으로 이동했다.

이규철의 팀이 차량을 이용해서 빠져나가자 집 안에 있던 자들도 차량을 이용해 뒤쫓기 시작했다.

이들의 차량이 골목길을 빠져나올 때였다.

갑자기 그들 앞을 사우디아라비아의 경찰차가 가로막았다.

이들의 표정에서 급격히 당황하고 있음을 알 수 있었다.

경찰차 안에 있는 남자 경관이 물었다.

"이봐, 당신들 어딜 이렇게 급히 가는 거야?"

경관이 굵직한 목소리로 물었다.

차 안에 있는 남자들이 당황한 표정을 지었다.

"아, 저기 제 아내가 갑자기 아프다고 해서 급히 의사를 모시러 가고 있는 중입니다."

"그래? 우리가 데려다 드리지. 집이 어디야?"

"아닙니다. 바쁜 경관님께 그런 부탁을 드릴 수 있나요."

"무슨 소리야. 아프다며? 우리가 데려다 드린다니깐? 집이 어디야?"

"아하하, 아니 괜찮습니다. 경관님. 그럼. 이만 가보겠습니다."

운전자는 경찰차가 앞을 가로막았기 때문에 차를 뒤로 빼서는 길을 돌아갔다.

여기서 돌아나가면 도로까지 상당히 멀리 돌아가야 했다.

운전자는 몹시 화가 난 얼굴로 멀리서 경찰차 안에 있는 경관을 쏘아보았다.

이들이 다시 차를 빼서 골목을 벗어난 것은 그로부터 10여 분이 더 지난 후였다.

도망친 차량을 쫓으려 했지만 이미 종적이 모연한 상황이었다.

차량 안에 있던 아랍인들이 화를 내며 바닥을 쳤지만 이미 버스는 떠난 뒤였다.

"오케이, 한 건 끝났고."

아랍인 경관의 입에서 갑자기 한국어가 튀어나왔다.

"요한, 조심해. 아직 끝난 게 아니야."

옆자리에 앉아 있는 남자 경관의 목소리에서는 아리따운 여성의 음성이 한국어로 흘러나왔다.

대체 어떻게 된 일일까?

이들은 경찰차를 몰고 골목을 빠져나와서는 인적이 없는 곳에 세웠다.

"어휴, 드디어 끝났다."

아랍인 경관이 얼굴 가죽을 잡더니 벗어 던졌다.

그러자 놀랍게도 최요한의 얼굴이 드러났다.

그리고 목에는 달려 있는 통신기기에서 박 팀장의 목소리가 들렸다.

―수고들 했어.

"이거 신통하던데요?"

최요한이 웃으며 말했다.

그의 능숙한 아랍어는 요한이 말한 것이 아니었다.

상황을 눈앞에서 보듯이 알고 있던 작전실의 요원이 대신 말한 것이었다.

최요한은 그저 입을 움직여 립싱크를 한 것이다.

옆자리에 앉아 있던 남자 경관도 얼굴을 벗었다.

그러자 단발머리에 세련된 용모가 드러났다.

알파팀의 부팀장이자 전 정보 경찰 출신인 신소희였다.

도주 차량을 뒤쫓던 알카에다의 차를 막아선 것은 최요한과 신소희였던 것이다.

"타겟은 무사히 구출했다. 둘 다 빨리 빠져나와!"

"옛썰. 캡틴!"

요한이 웃으며 대답했다.

이들은 재빨리 차를 빠져나와 다른 차로 갈아타고는 도시를 빠져나왔다.

이들이 세워둔 경찰차는 또 다른 사람들이 나타나 어딘가로 이동시켰다.

모든 흔적들을 깨끗이 지워버리는 청소팀이 움직인 것이다.

박 팀장은 이 모든 일들을 위성을 통해 살펴보고 있었다.

앤더슨은 도망치는 차 안에서 자신을 구출한 사람을 바라보았다.

그는 아직 얼굴에 검은 스키마스크를 쓰고 있었다.

그런 그가 얼굴에 뒤집어쓴 마스크를 벗어 던지며 머리카락을 흔들었다.

'…여, 여자였나?'

검은 스키마스크를 벗자 긴 머리카락과 강인해 보이는 눈빛에 아리따운 여성의 얼굴이 드러났다.

"당…당신들은 대체 누구요? 우리 동료들은 아닌 것 같은데?"

앤더슨이 류수정에게 물었다.

하지만 질문에 대한 답변은 듣지 못했다.

탈수 상태였던 앤더슨이 정신을 잃은 것이다.

"상태는 어때?"

차량을 운전하는 젊은 남자가 류수정에게 물었다.

검은 머리에 우수어린 눈빛.

잘 생긴 남자의 정체는 프로 레이싱 드라이버인 캐리 박이었다.

"으음, 그리 좋지 않아."

기절한 앤더슨의 몸 상태를 살피던 류수정이 말했다.

"오케이. 꽉 잡아. 누나."

캐리 박이 액셀을 강하게 밟았다.

그러자 방탄 차량이 쏜살같이 거리를 쏘아져 나갔다.

얼마 후, 차량은 사우디아라비아의 공항에 도착했다.

공항 인근에서 합류한 알파팀은 잠시 후 의사와 간호사의 모습으로 분장하고는 공항으로 들어갔다.

"무슨 일입니까?"

공항 검색대 경찰이 급히 환자수송용 캐리어를 끌고 가는 알파팀을 잡아 세우고는 물었다.

"긴급한 후송이 필요한 환자입니다."

미국인으로 보이는 의사가 서류를 보여주었다.

서류에는 아랍 부호의 얼굴과 출국 허가 서류가 구비되어 있었다.

경찰은 얼굴을 가린 시트를 벗겼다.

그러자 서류에 있는 아랍 부호의 얼굴이 보였다.

"실례했습니다. 서두르시죠. 저희가 도와드리겠습니다."

공항경찰은 동료들을 부르더니 아랍부호를 실을 개인 항공기까지 그들을 호위해 주었다.

잠시 후, 얼굴의 가면을 벗은 알파팀은 비행기 안에서 서로 자축하며 손바닥을 부딪쳤다.

앤더슨이 깨어난 것은 미국의 병원에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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