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두번 사는 절대기억능력자-179화 (179/301)

두번 사는 절대기억능력자 179화

179화

"이번 일에 대해서는 감사하다는 말씀을 먼저 드려야겠군요."

"별말씀을요."

자신에게 감사의 말을 건네는 C.I.A의 중동지부장에게 강혁은 고개를 내저었다.

잭 해리스는 C.I.A의 중동지부 지부장이다.

아랍 급진 테러조직에 대한 최고 전문가 중 한 사람이기도 했다.

이번에 구출된 조지 앤더슨은 그가 직접 C.I.A로 끌어들여 훈련시킨 아끼는 부하였다.

비록 알카에다의 미국 본토에 대한 대대적인 테러공격이라는 과도한 상상을 하는 녀석이기는 했지만 말이다.

만일 그런 일이 실제로 발생한다면 그 조직은 이 지구상에서 존재하기 어려웠다.

지구상의 그 어떤 나라도 감히 하지 못할 생각이었다.

일반적으로 아랍 급진 테러조직들은 모두 아랍국가의 비호를 받고 있었다.

그런 상황에서 누군가 그런 테러를 벌인다면 그 조직을 비호한 국가는 멸망각이었다.

그런 사실을 누구보다도 더 잘 아는 잭 해리스이기에 앤더슨의 보고는 상부로 올라가지 못했다.

잭 해리스가 앤더슨을 무시해서가 아니었다.

그런 보고를 올려봐야 자신도 망신만 당하고, 능력을 의심받을 것이다.

정보국의 높은 사람들이나 국방부나 행정부 관료들 누구도 그런 첩보를 진지하게 받을 리 없었다.

눈에 보이는 명확한 증거가 없이는 말이다.

그러나 그런 점만 제외하고 본다면 조지 앤더슨은 매우 우수한 요원이었다.

자신이 그동안 직접 발탁한 수많은 요원들 중에서도 자질이 뛰어났다.

장래에 우수한 요원이 될 것이라 믿어 의심치 않았기에 그가 납치되었던 사실에 충격을 받았다.

다행히 무사히 구출되어 미국 본토에서 치료를 받고 있지만 말이다.

그런데 모든 사실을 알게 된 후, 잭 해리스는 존 강과 그가 움직인 구출부대에 대해 의문을 가졌다.

대체 평범한 사업가에 불과한 존 강 회장이 어떻게 중동에 있는 C.I.A요원을 구출한 것일까?

처음부터 모든 것이 의문 투성이었다.

오늘 잭 해리스가 그의 회사가 있는 엠파이어 스테이트 빌딩을 찾은 것은 그 이유를 알기 위해서였다.

혹시나 미국 정부에 위해를 가할 자는 아닐까?

그러한 걱정이 들었다

중동에서 미국까지 한달음에 비행기를 타고 뉴욕까지 온 것은 그런 이유에서였다.

잭 해리스 지부장은 신기하다는 듯 강혁을 바라보았다.

"그건 그렇고. 존 회장님은 참 신기한 분이시군요."

"……."

"실례가 안 된다면 어떻게 저희 요원이 납치됐다는 걸 아셨는지 알려주실 수 있습니까?"

잭 해리스의 말에 강혁은 가볍게 웃었다.

하지만 잭 해리스의 표정을 보아하니 그냥 넘어갈 생각은 없는 것 같았다.

그럴 만도 했다.

아무래도 정보부 쪽 사람이니 이런 일은 민감한 것이다.

강혁 입장에서도 그들을 감시하고 있었다는 사실을 들켜서 좋을 것은 없었다.

그래서 누가 어디에서 납치되었는지를 알자마자 감시팀을 철수시킨 것이기도 했다.

강혁은 잭 해리스 지부장을 지그시 바라보았다.

지금은 중동지부장에 불과하지만 9.11 테러가 일어날 5년 후에는 다르다.

그때는 부국장 자리에 오를 사람이다.

"사실은 그게 말입니다……."

강혁은 쑥스러운 듯 얼굴을 붉혔다.

그리고 차분히 하나씩 이야기를 해주었다.

그렇게 모든 이야기를 마친 후 강혁은 잠잠히 잭 해리스를 바라보았다.

"…믿기 어렵겠지만 모두 사실입니다."

"……!"

강혁의 말을 모두 들은 잭 해리스는 놀란 표정을 감추지 않았다.

아니 아주 황당한 소리를 들은 표정이었다.

"솔직히… 믿기 어려운 이야기군요."

"그렇겠지요. 저도 이해합니다."

강혁은 씩 웃으며 약간은 허탈한 표정으로 말했다.

마치 그럴 줄 알았다는 표정이라 잭 해리스도 살짝 미안한 마음이 들었다.

하지만 너무나 당연한 일 아닌가?

그런 소릴 눈앞에서 듣는다면 누구나 이런 표정을 지을 것이다.

'직접 눈으로 그런 일이 일어난다는 것을 봤다고?'

잭 해리스는 조금 전 강혁이 한 말을 다시 떠올렸다.

'제 눈으로 봤습니다.'

'……?'

'조지 앤더슨 그 친구가 납치되어 죽는 모습을요.'

'……!'

잭 해리스는 좌우로 머리를 흔들며 다시 강혁에게 물었다.

"그럼, 미리 알고서 그 친구를 구출할 준비를 하셨던 겁니까?"

잭 해리스는 마치 기묘한 생물이라도 바라보는 것 같은 눈으로 강혁에게 물었다.

강혁은 그런 그의 태도에도 그저 가만히 고개를 끄덕였다.

마치 자신도 이해한다는 듯한 모습이다.

"사실은… 저도 고민이 많았습니다. 어떻게 해야 할지. 처음에는 당신 같은 분께 말할까 했지만……."

"……."

"제 말을 믿어 주실 것 같지가 않더군요."

"그…그렇겠죠."

"그냥 무시할까 하는 생각도 했지만… 그게 잘 안 되더군요. 사실 몇 번이나 고민했어요."

"……!"

"그냥 내버려두자. 아니야, 그래도 인간으로서 어떻게……."

"……?"

"대통령께 말씀드릴까도 했지만… 그 분도 바쁠 거라는 생각이 들더군요."

"대…대통령님께요?"

잭 해리스의 반문에 강혁이 고개를 끄덕였다.

"사실 한 사람의 목숨으로는 중요하지만 어떻게 보면 일개 요원 한 명이라……."

"……?"

"그런 사람이 떠오를 때마다 말씀드리면… 대통령도 너무 힘들 거라는 생각이 들더군요."

"…하아?"

"그래서 제가 직접 용병을 구했죠. 그 친구를 구해줄 수 있는 사람들로요."

"……!"

잭 해리스는 잠시 아무 말을 하지 못했다.

어디서 어디까지 사실로 받아들여야 할지 정하기도 어려웠다.

"아무튼 그렇게 된 겁니다."

강혁은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럼, 저는 이만 가보죠. 만나서 반가웠습니다."

"아, 예. 존 회장님. 저도 만나서 반가웠습니다."

잭 해리스는 조금 어떨떨 한 표정으로 말했다.

강혁에게 믿기 어려운 이야기를 들었기 때문인지 강혁을 어떻게 대해야 할지 갈팡질팡하는 표정이다.

"참, 조금 전 들으신 이야기는 아무에게도 말씀하지 말았으면 하는군요."

"아, 예. 알겠습니다. 다만 보고서로는… 하긴 누가 믿을까 이런 이야기를……."

잭 해리스의 말에 강혁은 살짝 웃음을 터트리며 말했다.

"하하, 중동지부장이라고 하셨죠?"

"아, 예. 맞습니다."

"연락이 갈 겁니다. 백악관에서요."

"예? 백, 백안관요?"

벙찐 얼굴을 하고 있는 잭 해리스를 바라보며 강혁은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럼, 좋은 하루가 되시길."

강혁은 손가락 두 개를 모아 이마에 붙였다 떼며 자리를 떠났다.

잭 해리스는 그런 강혁의 뒷모습을 바라보며 중얼거렸다.

"저 사람, 왜 말도 안 되는 소릴?"

잭 해리스.

그는 모르지만 지금 이 순간부터 24시간 지구 위를 돌고 있는 수백 개의 첩보 위성을 통해 감시를 당하게 되었다.

강혁은 전 세계에 수백만 개에 달하는 서버를 소유한 사람이었다.

구글과 페이스북의 전 세계 서비스를 위해 대규모 서버센터를 만들면서 생긴 힘이었다.

여기에 미래 세계의 해킹프로그램이 합쳐지자 막강한 파워가 발생했다.

현재 지구상에서 강혁이 해킹하지 못하는 곳은 존재하지 않았다.

강혁은 이미 미국만이 아니라 세계 각국의 각종 위성들을 그들도 모르게 통제하고 있었다.

휴대전화, e―메일은 기본이고, 온라인에 존재하는 모든 정보와 출입하는 장소 등 일거수일투족이 감시 대상이 되었다.

강혁이 미리 설정해놓은 몇몇 단어들을 언급하게 되면 자동으로 분석해서 강혁에게 전달된다.

미국 내에서 강혁의 정체를 알고 있는 사람들 모두에게 이런 감시 작업이 이뤄지고 있었다.

혹시나 있을 수 있는 일에 대한 대비책으로 강혁이 마련해 놓은 것이다.

구글과 페이스북의 서버들 중 평소에는 사용하지 않는 서버들을 이용해서 작업을 하는 것이다.

이런 프로그램들은 모두 강혁의 지시로 최승호가 만들고 있었다.

최승호는 세르게이의 협조를 얻어 구글과 페이스북에 있는 천재적인 프로그래머들을 모았다.

그리고 그들에게 종종 프로젝트를 맡겼는데 그중에 이런 것들이 하나씩 있었다.

다만 보안을 위해 최승호는 부하직원들에게 부분적인 작업만 내려주었다.

따로 따로 작업을 하기 때문에 그들로서는 자신들이 어떤 프로그램을 만드는지 알 수 없었다.

그들이 작업한 것들을 모두 모아야 비로소 알 수 있는 것이다.

이런 식으로 최승호는 강혁이 원하는 프로그램들을 만들고 있었다.

강혁이 최승호에게 지시한 것은 일종의 빅테이터 수집 분석 프로그램이었다.

이것만이 아니다.

강혁은 최승호에게 일종의 인공지능 프로그램의 개발도 지시해 놓은 상태였다.

최승호는 강혁의 지시에 따라 팀을 만들어 개발을 시작한 상태였다.

구글과 페이스북의 명성은 전 세계의 컴퓨터 천재들을 유혹하고 있었다.

구글과 페이스북은 그들이 꿈꾸는 최상의 직장이 되어가고 있었다.

그래서인지 세르게이와 최승호의 명성에 이끌려 전 세계의 천재들이 몰려들었다.

최승호는 그런 천재들 중에서도 한 단계 위의 천재들을 골랐는데 내부적으로 그들을 S급으로 칭했다.

특별히 어려운 작업들은 최승호도 그들에게 맡겼다.

이렇게 강혁은 세상 사람들 모르게 온라인 세계를 장악할 작업들을 진행 중이었다.

그때, 핸드폰이 울리는 소리가 들렸다.

"응?"

핸드폰이 울리자 해리스 중동지부장은 전화기를 꺼내들었다.

폴더를 열고 귀에 가져갔다.

낯익지만 직접 들어본 적 없는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잭 해리스?

전화기에서 상당히 낯익은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하지만 누군지 선뜻 알 수 없었다.

해리스는 기억을 떠올리려 노력하며 물었다.

"예, 맞습니다. 그런데 누구시죠?"

―대통령이요.

"…예?"

―오늘 존 회장을 찾아간 것 같던데 맞나요?

"맞, 맞습니다. 대통령님."

―그렇군. 지금 당장 백안관으로 오시오.

"알, 알겠습니다."

전화를 끊은 잭 해리스는 멍한 눈으로 엘리베이터로 걸어가는 강혁을 바라보았다.

"예? 그, 그럼. 그 존 회장 말이 모두 사실이란 말입니까?"

잭 해리스는 클링튼 대통령의 말에 깜짝 놀라고 있었다.

지금 백악관 대통령 집무실에는 잭 해리스만 있는 것이 아니었다.

새로 임명된 2기 행정부의 국무장관, 국방부장관, C.I.A국장, F.B.I국장이 함께 있었다.

"음, 그렇소. 듣자하니 그 친구가 내게 직접 말하기 미안했나본데……."

"존 회장 생각도 일리가 있습니다. 대통령님께 그런 사안 하나하나마다 다 연락하는 것은 아무래도……."

패리 국방장관이 클링튼의 말에 끼어들었다.

아무래도 그가 직접 말하는 것보다는 자신이 대신 말해주는 것이 나은 사안이었다.

대통령은 누구의 생명도 무시할 수 없지만 그렇다고 모든 사람의 생명을 지켜 줄 수도 없었다.

하지만 정치적으로는 민감할 수 있는 이야기라 눈치 빠른 패리가 대신 말한 것이다.

"그래서 내가 당신들을 부른 거요."

클링튼이 모두를 바라보며 말했다.

"앞으로 존 회장이 하는 말은 적어도 내가 자리에서 물러나기 전까지는 절대로 무시하지 마시오."

"……!"

"이번 일을 직접 봤으니 알겠지. 그가 예지력으로 우리 요원을 구했소."

"……!"

"사실 이런 일들이 한둘이 아니에요. 내가 여기서 다 말하지는 않겠지만."

"……!"

클링튼이 모두의 얼굴을 주시하며 말했다.

"만일 당신들 중에 그 알량한 현대인의 상식을 가지고서 존의 말을 무시해서……."

"……."

"구할 수 있는 생명을 구하지 못하다거나 하는 일이 발생하면 내 맹세코 말하건데……."

"……."

"우리 내각에서 함께 일할 생각은 버리시오."

한마디로 잘라버리겠다는 선언이었다.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