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번 사는 절대기억능력자 183화
183화
두드드드드!
무장 헬기들이 서치라이트를 켜고 밀림 사이에 숨어 있는 부대원들을 쫓고 있었다.
그들의 무전은 실시간으로 지상에서 실버울프를 쫓는 추격조에 전달되었다.
조그마한 흔적이라도 발견되면 순식간에 따라 잡힐 것이다.
나무 사이에 숨은 오메가 팀의 아이젝은 위성에서 보내오는 정보와 드론을 연동시켰다.
그리고 휴대용 대공 미사일을 소지하고 있는 팀원에게 수신호를 보냈다.
그의 신호에 대원들 두 명이 미사일 발사대를 어깨에 걸고 허공을 향해 겨냥했다.
잠시 후 허공을 향해 미사일 두 개가 쏘아 올려졌다.
밤하늘에 두 줄기의 하얀 연기가 피어오르더니 하늘을 날던 두 대의 헬기에 그대로 명중했다.
콰―아앙! 쾅!
순식간에 적군의 통신망에 고함과 비명 소리가 쏟아졌다.
그리고 하늘에서 중기관총이 지상으로 쏘아져 내려왔다.
로켓이 쏘아 올려진 지점을 향해 사격을 개시한 것이다.
하지만 이들이 공격하고 있는 곳은 엉뚱한 지점이었다.
드론의 유도를 받은 미사일이 곡선을 그리며 날아들어 쏘아올린 위치를 속인 것이다.
"좋아, 놈들에게는 충분한 교훈이 되었겠지. 지금처럼 쉽게 저공비행을 하지는 못할 거야."
아이젝의 말에 팀원들은 씨익 웃었다.
"남은 탄은 얼마지?"
"두 개씩 모두 네 발 남았습니다."
"좋아, 드론의 유지 시간이 한 시간도 채 안 남았어. 시간이 되기 전에 모두 소진시켜."
"롸져."
"탄을 소진하면 바로 다음 작전지점에서 모인다."
고개를 끄덕인 두 대원은 바로 흩어져 각자 표적을 선정하기 시작했다.
"우린 이대로 다음 위치로 이동한다."
아이젝은 남은 대원들과 함께 신속하게 이동하기 시작했다.
한편 칼로소를 데리고 이동하는 델타팀은 아무래도 걸음이 느릴 수밖에 없었다.
게다가 몸 여기저기에 상처가 나 있어서 적의 추격에 쉬운 표적이 되었다.
멀리서 그의 피 냄새를 따라 개를 몰고 오는 추격팀이 서서히 다가오고 있었다.
델타팀의 조장인 블레이크는 대원들에게 몸을 은폐시키고 다가오는 적을 공격하도록 지시했다.
델타팀은 조장의 명령대로 몸을 숨겼다.
그들의 시야에는 1km 밖에서 쫓아오고 있는 추격팀의 모습이 드론을 통해 보였다.
"우선적으로 적 지휘부와 개를 공격한다. 그 다음은 중화기 요원들 순이다."
블레이크의 지시가 떨어지자 드론을 조종하는 팀원이 노트북으로 표적들을 조작하기 시작했다.
모든 작업이 끝나자 대원들의 통신기로 음성이 들렸다.
"작업 끝."
"시작해!"
블레이크의 지시가 떨어지자마자 은폐한 숲속에서 수십 발의 스마트 탄이 날아올랐다.
밀림 숲을 헤치며 개떼를 거느린 한 무리의 병사들이 살기어린 눈으로 전진하고 있었다.
머리에는 붉은 베레보를 쓰고, 소련제 자동소총을 소지했다.
이들에게는 아무리 미군 특수부대라 해도 맛있는 먹잇감에 불과했다.
제 아무리 미군이라고 해도 수적 열세와 화력의 차이를 이길 수 없을 것이라 생각하기 때문이다.
그들의 머리 위로는 무장 헬기 10여 대가 따라붙고 있었다.
차량이 다니기 어려운 곳이지만 자신들이 포위하면 그대로 숲속에 헬파이어 로켓이 날아갈 것이다.
그렇게 되면 아무리 날고 기는 전사라고 해도 통구이 신세를 면치 못할 것이다.
"모두들 잘 들어라! 너희들에게 킹핀께서 특별히 포상금을 내리셨다."
"……!"
"너희들 중 누구든 미군을 죽여서 시체를 가져오면 큰 포상이 있을 것이다."
"……!"
"미군 시체 한 명당, 1만 달러다! 알겠냐?"
"우와아아아아앗!"
그들은 기뻐하며 허공을 향해 총을 쏘아댔다.
탕! 탕탕! 탕탕탕!
그때였다.
숲속에서 하얀 연기가 피어오르더니 폭음이 들리며 헬기가 불꽃에 휩싸였다.
콰아아앙!
콰―앙!
한두 대가 아니었다.
연이어 사방에서 로켓이 솟구치더니 헬기들이 계속해서 떨어졌다.
"뭐? 뭐야? 놈들이 어디서 공격하는 거지?"
미군의 뒤를 쫓는 파블로의 사병을 이끌고 있는 안드레아는 연이어 무장헬기가 폭격을 당하자 깜짝 놀랐다.
미군이 휴대용 대공 미사일을 쏘아 대고 있었다.
그런데 미사일이 날아서 허공으로 솟구치는 곳이 종잡을 수가 없었다.
사방에서 미사일이 날아오르고 있었다.
"이런 빌어먹을 양키 놈들!"
안드레아는 화가 바짝 올랐다.
아무래도 미군이 산개해서 공격하고 있었다.
안드레아는 두 눈을 부릅뜨고 미군의 소탕을 부르짖었다.
"모두들 잘 들어. 지금 즉시 놈들을……"
퍼―엇!
수박 깨지는 소리가 나며 살덩어리와 피가 사방으로 흩어졌다.
조금 전까지 기세등등하게 살기 어린 지시를 내리던 안드레아의 얼굴이 박살이 나 사방으로 흩어졌다.
"이, 이런 저격이다. 엎드려!"
퍼―억!
다음으로 지시를 내리던 안드레아의 부관의 머리가 사라졌다.
캥! 캐캥!
이들 다음에는 미군을 추격하던 개들이 죽어나갔다.
이들이 모두 살덩어리로 변하기까지 걸린 시간은 3초 남짓이었다.
거의 동시다발적인 공격에 파블로의 사병들은 몸을 납작 엎드리고 아무것도 하지 못했다.
하지만 이들도 적의 총알을 피하지는 못했다.
한 번 레이저 측정기에 조준을 당한 사람을 결코 스마트 탄의 추격을 피할 수 없었다.
곧 여기저기에서 수박 깨지는 소리와 함께 핏덩어리가 사방으로 흩어졌다.
파블로의 사병들은 대체 어디서 총알이 날아오는지 알 수 없었다.
분명히 나무와 돌 등 몸을 엄폐하고 있는데도 총알이 날아와 머리를 박살냈다.
"악! 악마다―! 이건 악마의 짓이야!"
사병들 중 하나가 공포에 질려 소리쳤다.
아무리 둘러보아도 적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하지만 똑같이 몸을 숨긴 아군은 보이지 않는 적의 저격에 머리가 박살이 나 죽어나갔다.
마치 악마의 저주라도 받은 것 같았다.
군대의 사기는 언제나 전투의 승부를 좌우하는 법이다.
한 번 기세가 꺾인 파블로의 사병들은 더 이상 전진하지 못하고 그저 몸을 바짝 붙여 살기만을 바랐다.
한편 델타팀의 블레이크는 드론을 통해 이런 상황을 그대로 보고 있었다.
"악마의 저주라! 크크크."
블레이크는 스마트 탄의 위력에 놀라 악마의 저주라며 겁에 질린 사병들을 보고는 득의만만했다.
자신들도 처음 스마트 탄으로 훈련했을 때가 생각났다.
조교로 나선 30대 중반의 동양인이 시범을 보였었는데, 블레이크는 그의 사격 솜씨에 크게 놀랐었다.
그런데 알고 보니 그게 다 스마트 탄을 사용했기 때문이었다.
이 스마트 탄이 있다면 적이 아무리 몸을 엄폐물에 숨긴다고 해도 유령처럼 찾아가 저격할 수 있었다.
사실 나중에 알고 보니 스마트 탄이 아니라고 해도 엄청난 사격술의 소유자였지만 말이다.
아무튼 스마트 탄은 그야말로 무적의 총알이라고 할 수 있었다.
다만 한 가지 단점이라면 돈이 많이 든다는 점이었다.
한 발에 1만 달러!
나중에 단가가 내릴지는 몰라도 적어도 지금의 가격은 그랬다.
그래서 총알이 아니라 휴대용 유도탄이란 말이 나도는 것이다.
"좋아! 이만하면 됐다. 스마트 탄을 아껴라!"
블레이크의 말에 모두 사격을 멈추었다.
"모두 몇 발이나 남았지?"
일반 총알이 아닌 스마트 탄을 말하는 것이다.
"저는 네 발 남았습니다."
"저는 다섯 발 남았습니다."
"저는 세 발 남았습니다."
조원들이 한 명씩 스마트 탄의 개수를 외쳤다.
"좋아! 이제 명령 없이는 스마트 탄 사용을 금한다."
블레이크는 부하들에게 다음 작전 지점으로의 이동을 지시했다.
"뭐야? 대체 무슨 소리야? 안드레아가 죽었다고?"
"예, 오스카 장군님. 안드레아 중령님이 돌아가셨습니다."
쾅―!
군복에 두 개의 별이 빛나는 갈색피부의 장군이 주먹으로 책상 위를 쳤다.
안드레아는 십 년 넘게 자신과 동고동락해 왔던 부하였다.
원래 두 사람은 모두 콜롬비아 군대에서 장군과 장교로 복무했었다.
지금은 파블로의 사병을 이끄는 처지가 되었지만 두 사람 사이는 각별한 점이 있었다.
오스카의 갈색 피부 위로 두 줄기 눈물이 흘러내렸다.
"안드레아― 이 원수는 꼭 갚아 주지."
오스카가 몸을 일으켜 거대한 성을 방불케 하는 파블로의 본채에서 걸어 나왔다.
그러자 그의 눈앞에 수백 병의 무장한 군인들이 열을 지어 대기하고 있었다.
모두가 이 거대한 성채를 방어하는 파블로의 호위 군대였다.
"파―블로!"
오스카는 육중한 몸매의 소유자였다.
상당히 거대한 몸에서 나오는 카리스마는 단연 압도적인 면이 있었다.
오래 전부터 더 이상 나지 않는 머리카락을 깨끗하게 밀어낸 대머리가 아침의 떠오르는 햇살에 번쩍거렸다.
오스카는 한 팔을 번쩍 쳐들고는 부하들 앞에서 파블로의 이름을 외쳤다.
그의 이름은 이곳 메데인 카르텔 사람들에게는 절대신의 이름이었다.
병사들 모두가 한쪽 팔을 쳐들고 그의 이름을 연호했다.
"파―블로! 파―블로!"
사방에서 파―블로를 외치는 소리가 그쳐질 때쯤 오스카가 말했다.
"파―블로님의 이름으로 적에게 죽음을!"
"와―아아! 적에게 죽음을!"
"모두들 탑승하라!"
오스카의 명령이 떨어지자 성채를 방어하는 최소한의 인원만 남겨두고 모두가 헬기와 장갑차, 오토바이, 지프, 험비 위에 올라탔다.
전차도 몇 대 있었지만 이들은 순수하게 성채를 방어하는 용도였다.
밀림에는 맞지 않는 용도라 이동에 좋은 탈 것들 위주로 2차 추격팀이 편성되었다.
"좋아, 출발한다!"
"와아아―"
오스카는 맨 뒤에서 최신형 소련제 장갑차에 올라탔다.
그리고 진군 명령을 내렸다.
"위대한 킹핀의 군대여! 전진하라!"
"와아! 킹핀 만세! 파블로 만세!"
이들은 모두 콘서트를 방불케 하는 열광적인 환호와 함께 밀림으로 출발했다.
그리고 그런 그들을 성채 바깥에 거주하는 주민들이 열렬히 박수를 쳐주었다.
이들은 모두 하나같이 파블로와 그의 카르텔의 돈으로 살아가는 사람들이었다.
파블로는 자신의 안위를 위해 지역 주민들에게 엄청난 돈을 쏟아붓고 있었다.
학교와 병원을 지어주기도 하고 지역의 치안도 담당했다.
때로는 식료품 등 의식주도 제공했다.
그런 사정이다 보니 이들에게 킹핀 파블로는 그야말로 자신들을 다스리는 왕과 같은 존재였다.
그리고 이들이 재배하는 코카인 등 마약류는 이들에게 생계를 위한 중요한 수입원이었다.
그런 사정이다 보니 지역 주민들은 미국이나 콜롬비아 정부에 대항하고 있었다.
그들은 생계를 위해서 파블로와 그의 마약이 필요한 사람들이었다.
그래서 이들에 대해 환호를 보내는 것이다.
"델타, 여기는 오메가. 우리는 새로 알려준 좌표에 도착했다. 그쪽은?"
―오메가, 여기는 델타, 우리도 30분 후에는 도착 예정이다.
"알았다. 델타. 서둘러 오도록."
실버울프팀 팀장인 아이젝은 박정철과 통신을 시도했다.
지지직! 지지직!
"여기는 오메가! 여기는 오메가! 캡틴 박. 들리는가?"
아이젝은 여러 차례 박정철을 불렀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통신이 되지 않았다.
"이상하군. 지금까지 이런 일이 없었는데?"
"아이젝 팀장님, 드론을 다시 띄울까요?"
"배터리가 얼마나 남았지?"
"보조 배터리로 교체했습니다. 앞으로 1시간은 날릴 수 있습니다."
"좋아, 당장 새로 띄우고 사방 경계한다."
"예, 팀장님."
드론이 하늘로 높이 치솟아 오를 때였다.
쉬이이이익!
콰―쾅!
하늘에서 새하얀 연기가 한 줄을 그리더니 드론이 폭음과 함께 불꽃에 휩싸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