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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번 사는 절대기억능력자-185화 (185/301)

두번 사는 절대기억능력자 185화

185화

#49장 신의 사자

지상은 순식간에 불바다가 되었다.

장갑차와 지프는 터져나갔고, 밀림과 수풀은 화염에 휩싸였다.

공대지 미사일의 폭풍파편형 탄두는 지상에 서 있던 사람들의 온몸을 찢어발겼다.

사방에서 사람들의 살이 타는 냄새가 진동했다.

톰캣에서 날아온 대전차 고폭탄은 장갑차의 강철을 종잇조각처럼 찢어발긴 후 폭발하며 주변까지 폭발에 휘말리게 만들었다.

그리고도 연이어 남은 폭탄들로 지상을 강타하고는 두 대의 톰 캣은 사라졌다.

"으으으으윽!"

오스카는 머리에서 피를 흘리며 몸을 일으켰다.

겨우 목숨을 건졌지만 살아남은 부하들은 거의 보이지 않았다.

그때 그의 귀로 헬기의 모터소리가 들려왔다.

"뭐, 뭐지?"

머리 위로 십여 대의 블랙호크 편대가 지나가는 것이 보였다.

"저, 저 곳은?"

헬기 부대가 가는 곳은 파블로의 성채가 있는 곳이다.

아직 그곳에는 남아 있는 군사들이 있지만 대부분의 전력이 이곳에 모여 있었다.

"아, 안 돼!"

오스카는 주먹을 움켜쥐고 바닥을 쳤다.

완전히 미군에게 농락을 당한 것이다.

"크읏! 빌어먹을 양키놈들~"

*     *     *

"대통령님, 그놈을 잡았습니다."

"오오! 그게 사실입니까?"

클링튼은 국방장관의 말에 크게 기뻐했다.

단순히 마약수사국 요원을 구출한 것을 넘어 파블로까지 잡아냈다는 말에 절로 미소가 지어졌다.

파블로가 움직이는 마약 카르텔은 남미 최대의 규모를 자랑했다.

미국에 몰래 반입되는 마약의 80% 이상이 파블로의 메데인 카르텔에서 넘어온 것이었다.

지금까지 여러 차례 콜롬비아 정부에 카르텔의 소탕을 부탁했지만 성공한 적이 없었다.

부패한 콜롬비아 정부로서는 절대로 불가능한 일이나 다름없었던 것이다.

그래서 미국 정부는 직접 파블로를 상대하려고 의회가 법까지 바꾸었다.

자칫 주권 국가의 내정을 간섭하는 일이 될 수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아직까지 파블로를 잡아 올 제대로 된 증거가 없었는데, 강혁의 덕분에 칼로소 요원의 행방을 알게 되었다.

설마 멕시코에 있던 그가 메데인 카르텔에게 잡혀 갔을 거라고는 생각도 못했던 것이다.

그런데 칼로소가 잡혀 있는 곳의 위치를 정확하게 강혁이 알려주었다.

당시 미국 최고의 정보기관들도 알지 못했던 정보였다.

강혁의 말을 들은 정보기관의 수장들도 처음에는 아무도 믿지 않았다.

하지만 사우디아라비아에서의 실적이 있었다.

C.I.A요원을 구출할 당시에도 강혁은 자신이 직접 두 눈으로 봤다고 말했다.

결국 반신반의하던 정보국 수장들이 직접 마약수사국 국장을 불렀다.

하지만 당시 멕시코에서 칼로소를 찾고 있던 국장은 강혁의 말에 크게 반대했다.

칼로소가 절대 콜롬비아에 있을 리가 없다고 강혁하게 주장했다.

'저는 그 누구보다도 칼로소에 대해 잘 알고 있습니다. 그가 누굴 만났고, 어떤 작전을 수행하고 있었는지 제가 제일 잘 압니다.'

'칼로소를 납치한 자들은 멕시코의 하데스 카르텔입니다. 지금도 많은 요원들이 칼로소를 찾기 위해 고생하고 있습니다.'

'콜롬비아에 잡혀 있다고요? 말도 안 되는 소리입니다!'

'대체 어떤 자가 무슨 근거로 그런 헛소리를 하는 겁니까?'

클링튼은 강혁을 믿었지만 마약수사국 국장에게 강혁이 예언자라는 소리는 할 수 없었다.

여전히 반신반의하는 정보기관의 수장들을 설득하는 것도 쉽지 않았다.

클링튼 대통령은 모든 상황을 조용히 지켜보았다.

보아하니 새로 임명된 C.I.A와 F.B.I국장은 아직 강혁에 대한 신뢰가 높지 않았다.

그렇다면 장기적으로 보아 억지로 대통령의 지시라며 따르게 하는 것은 낮은 수였다.

사우디아라비아에서 실종된 C.I.A요원을 강혁이 구출했을 때가 떠올랐다.

그때 클링튼은 국가안전보장회의 멤버들에게 강혁의 말을 신뢰하라고 소리쳤다.

당시에는 국방장관과 국무부장관, C.I.A와 F.B.I국장 등 모두가 자신의 말을 따를 것처럼 했다.

하지만 지금 보아하니 그때는 분위기상 자신의 말에 모르는 척 그냥 넘어갔던 모양이다.

'아무래도 이 사람들 한번 겪어 봐야 정신을 차릴 모양이군.'

강혁을 깊이 신뢰하고 있는 클링튼은 이번에는 나서지 않고 침묵을 지켰다.

클링튼이 아무 말 없이 그저 듣고만 있자 정보국 수장들은 더욱 활개를 쳤다.

자신들도 마약수사국 국장의 말에 신뢰가 간다며 말이다.

결국 마약수사국 국장의 말은 강혁의 주장에 힘을 잃게 만들었다.

그들은 지금 당장 구출부대를 보내야 한다는 강혁의 말에 그저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미국 정부가 한낱 예언 같은 말을 듣고 군대를 움직일 수는 없다며 말이다.

"그렇다면 제가 직접 그 사람을 구출해서 보여드리지요!"

"뭐라고요? 존 회장?"

"제가 용병이라도 구해서 그 사람을 구출해 오겠습니다."

"이것 보세요. 존 회장, 거기가 어딘지 알고 하는 말입니까?"

"메데인 카르텔은 아무나 건들 수 있는 곳이 아니요!"

클링튼을 비롯해서 모두가 강혁을 말렸다.

그들은 누구보다도 파블로와 그의 군대에 대해 잘 아는 사람들이었다.

사실 기회만 되면 파블로를 콜롬비아에서 잡아올 준비를 해오고 있었던 것이다.

"사우디아라비아의 떨거지들과는 차원이 다른 자들이요."

"맞아요. 그들은 거의 군대나 다름이 없어요."

"만일 제가 해낸다면, 그때는 절 믿어 주시기 바랍니다."

"이, 이봐요? 대체 왜 이렇게까지 하는 겁니까?"

누군가가 강혁에게 물었다.

사실 강혁은 자신들과 같은 미국인도 아니지 않은가?

염연히 그의 국적은 대한민국이었다.

냉정히 말하면 그는 그저 미국에서 사업을 하는 사업가에 불과했다.

그런데 왜 이렇게까지 하는 것일까?

"칼로소는 나라를 위해 헌신한 사람입니다."

"……!"

"저의 할아버지처럼 말입니다".

강혁의 말에 모두가 조용해졌다.

강혁의 신상에 대해서는 대통령이하 정보기관의 수장들은 모두 알고 있었다.

일제 강점기 시절 대한민국의 독립을 위해 헌신했던 사람이다.

"그런데 그런 사람의 생명이 위협당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저는 그걸 두 눈으로 봤고요."

강혁이 자신의 눈을 가리켰다.

"하늘이 제게 주신 사명이라고 생각합니다."

"이, 이봐요. 존 회장."

결국 가만히 지켜보던 클링튼이 나섰다.

만일 강혁이 증거를 찾아내면 미국 정부가 나서겠다고 말이다.

그리고 오늘 강혁은 증거와 함께 덤으로 파블로까지 잡을 수 있는 기회를 주었다.

처음 강혁의 말을 들었을 때 얼마나 놀랐는지 모른다.

단순히 구출부대만 보내달라는 줄 알았는데, 이번 기회를 이용해 파블로까지 잡을 작전을 세워두었다니?

그리고 실제로 이제 파블로를 잡아서 미국으로 압송 중이었다.

이일은 자신의 치적 중 하나가 될 것이다.

클링튼은 자신의 입을 다물지 못하고 싱글벙글거렸다.

"하하하, 거 보란 말입니다. 존 회장은 하늘이 우리 미국에게 내린 큰 선물이에요!"

클링튼의 말에 국가안전보장회의에 모인 모든 정보수장과 국방장관의 얼굴에 무안함이 떠올랐다.

"잘 들이시오. 앞으로는 존 회장이 한 말이라면 모든 정보수단을 동원해서 사실관계를 확인하도록 하시오!"

이전 회의에서는 그저 마약수사국 국장을 불러 그의 의견을 들어보는 것에서 끝났던 일을 상기시켰다.

"알, 알겠습니다."

클링튼의 말에 정보 수장들이 얼굴을 붉히며 대답했다.

사실 클링튼은 C.I.A요원을 구출했을 당시 자신들에게 엄포를 놓았지 않았던가?

강혁의 말을 믿지 않아서 구할 수 있는 생명을 잃으면 같이 일할 수 없다고 말했었다.

그렇게 했는데도 불구하고, 이번에는 강혁의 말을 다 함께 씹지 않았던가?

만일 강혁이 나서서 칼로소를 구출하지 않았다면 자신들은 자리에 앉은 지 얼마 안 가 퇴직했을 것이다.

강혁에 대해 어느 정도 정보를 가지고 있었던 F.B.I국장은 자신의 멍청함을 탓했다.

이번에 강혁의 편에 서서 그의 말을 지지했다면 내각에서 대통령의 신뢰가 높아졌을 것이다.

다른 사람들보다 한발 앞설 수 있는 절호의 기회를 놓쳤다.

'크, 그 정보가 맞았다니? 정말로 존 회장의 힘으로 납치사건들을 해결한 거였어!'

자신의 집무실에서 보았던 자료들이 떠올랐다.

거기에는 도저히 믿기 힘든 일들이 많았다.

만일 자료의 내용이 모두 사실이라면 강혁은 정말로 대단한 수준의 영능력자였다.

당시 클링튼 대통령은 아무 말 없이 자신들의 의견을 듣기만 했었다.

보아하니 일이 이런 식으로 흘러갈지 알고 있었던 모양이다.

새 국무장관을 비롯하여 모두는 지난 일을 돌이켜 보며 마음속으로 후회하고 있었다.

이전에는 미국 정부가 일개 개인의 예언에 따라 움직일 수는 없다며 반대했었다.

하지만 이번처럼 눈에 보이는 실적이 계속되니 어안이 벙벙했다.

"우리 미국 정부가 이번에도 존 회장에게 큰 빚을 졌어요!"

클링튼이 각료들을 향해 진지한 표정으로 말했다.

마치 반대하는 놈이 있으면 잘라버리겠다는 표정이었다.

"맞습니다. 대통령님, 존 회장에게 진 빚이 큽니다."

패리 국방장관이 고개를 끄덕이며 강혁에 대해 크게 감탄했다.

처음 사우디아라비아에서 실종된 요원을 구했다는 말을 들었을 때는 그런가 보다 했다.

하지만 이번에는 정말로 깜짝 놀랐다.

패리 국방장관의 마음속에 강혁이 크게 들어오는 순간이었다.

이런 생각을 하는 사람은 그만이 아닌 듯했다.

국가안전보장회의에 참석하는 대부분의 사람들이 강혁의 능력에 크게 감탄하고 있었다.

클링튼은 각료들의 표정을 보며 회심의 미소를 지었다.

지난번에 반대했을 일 때문에 강혁에 대해 더 미안해하는 표정이었다.

C.I.A국장이 말했다.

"정말 존 회장의 능력은 제 두 눈으로 보고도 믿기 힘들 정도군요."

"하하, 그래요?"

"그렇습니다. 대통령님. 왜 존 회장을 그렇게 신뢰하는지 이해가 갑니다."

"맞습니다. 게다가 존 회장은 사리사욕도 추구하지 않는 사람입니다."

"정말 그렇네요. 기껏해야 표창장 하나 때문에 군대를 사서 구출작전을 벌일 사람은 없지요."

"정말 대단한 사람이에요. 이렇게 사심이 없을 수가?"

사람들이 한마디씩 할 때 패리 국방부장관이 갑자기 의미심장한 말을 했다.

"제 생각에는 말입니다."

"……?"

"어쩌면 존 회장은 정말로 신이 미국을 위해 보낸 사자 같은 분일지도 모릅니다."

"……!"

"지금까지 한 일들을 생각해보세요! 어디 하나 자신을 위한 일이 있었습니까?"

"그…그건 그렇지요."

사람들이 패리의 말에 고개를 주억거렸다.

"대통령님 말마따나 존 회장은 정말로 우리에게는 선물 같은 존재입니다."

"……!"

강혁은 이번에 분명 큰 희생을 치렀다.

그것도 자신과는 일면식도 없는 사람을 위해서.

단지 국가를 위해 헌신했다는 이유만으로 말이다.

국가안전보장회의에 참석하는 대통령 이하 모든 각료들의 마음이 뭉클했다.

세상에는 이런 사람도 있구나 싶은 것이다.

클링튼 2기 정부의 핵심 파워맨들이 강혁에 대해 깊은 존경과 신뢰감을 형성하는 순간이었다.

그리고 그들 중에는 강혁을 신의 사자쯤으로 생각하는 사람들도 생겨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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