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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번 사는 절대기억능력자-189화 (189/301)

두번 사는 절대기억능력자 189화

189화

#50장 드러나는 정체

최승호에 대한 자료를 건넨 자는 국정원 2차장인 한상훈이었다.

신상현이 국가 정보기관의 넘버3에 해당하는 실력자까지 손에 넣은 것이다.

전 삼강물산 사장이자 현 대통령 경제 특보인 장일환이 연결시켜 준 사람이다.

원래 연결되었던 해외파트의 최 국장이 신상현을 소개시켜주었다.

한상훈은 오래지 않아 신상현 측에 붙었다.

이것이 가능할 수 있었던 이유는 새 정권이 정보기관 개혁을 시도했기 때문이다.

사실 국가정보원의 어두운 과거는 그대로 현대사의 어두운 과거가 되었다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김현중 대통령 본인이 국정원의 과거 용공조작, 사찰, 감시의 대상이기도 했다.

그래서 김현중이 대통령이 되자 전 안기부는 자신들의 치부가 될 각종 자료들을 소각, 폐기시키기도 했다.

현재 김현중은 '국가안전기획부'라는 이름을 '국가정보원'으로 바꾸고, 각종 개혁 작업을 시도 중이었다.

하지만 이 와중에 이전 대공분야에서 일하던 많은 요원들이 불만을 가지게 되었고, 이들이 신상현에게 포섭되었다.

정재계, 사법부, 경찰과 군부에 이어 국정원까지 신상현의 손길이 안 닿은 곳이 없었다.

현재 대한민국에서 신상현은 그야말로 밤의 대통령이라 해도 과언이 아닐 권력자였다.

"그럼 전 이만 가보겠습니다."

한상훈의 말에 신상현은 씨익 웃으며 잘 가라는 손짓으로 인사를 대신했다.

국정원 2차장인 한상훈이 저택 밖으로 나가자 신상현은 혼자 골똘히 생각에 잠겼다.

그의 앞에는 최승호에 대한 자료들이 놓여 있었다.

따딱― 따딱―

손가락이 의자 손잡이를 두드리는 소리가 연이어 일어났다.

아무리 생각해도 이상한 일이었다.

페이스북을 창시했다는 최승호!

조사한 자료에 의하면 집안은 평범했지만 아이큐가 180이 넘었다.

한마디로 천재라고 할 수 있는 사람이다.

하지만 다른 사람은 속여도 신상현만은 속일 수 없는 팩트가 있었다.

그것은 바로 페이스북의 창시자가 누구인가 하는 것이다.

분명히 회귀 전의 역사 속에서는 마크 저크버그란 미국인이었다.

서울대 의대생으로 복학했었고, 삼강이란 대기업의 전무이기도 했던 신상현이다.

그런 기본적인 상황을 모르려 해도 모를 수가 없었다.

그래서 최승호에 대한 조사를 진행시켰다.

그러던 중 충격적인 사실을 하나 더 알게 되었다.

최승호가 설립한 회사 페이스북이 골든 그룹이라는 회사의 일개 계열사라는 사실이었다.

대외적으로는 아직 잘 알려져 있지 않은 일이었지만 분명한 사실이었다.

믿기지 않는 이야기였다.

페이스북이 어떤 회사인가?

회귀 전 시가총액 1조 달러를 달성하면서 미국의 다섯 번째 기업에 오른 회사였다.

당시 한화로 약 500조에 달했던 삼강전자의 시가 총액을 두 배나 넘어섰던 회사다.

그런 메가 기업이 일개 계열사에 불과하다는 것은 말도 안 되는 이야기였다.

그런데 조사 결과를 보니 이해가 가는 점이 있었다.

알고 보니 창업 당시 대다수의 자금을 골든 그룹의 회장이 투자했다고 한다.

한마디로 말해서 최승호는 개발만 하고, 투자 자금 전부를 골든 그룹 측에서 한 것이다.

최승호가 미국에서 명문 고등학교를 다니며 유학을 할 수 있었던 이유도 골든 그룹 회장이란 자의 지시였다.

이런 사실도 해외파트의 최국장이 조사해 온 내용이었다.

그가 보내온 자료에는 골든 그룹에 대한 더 엄청난 사실들이 들어 있었다.

페이스북을 능가하는 대기업 구글 역시 골든 그룹의 계열사였던 것이다.

말도 안 되는 이야기였다.

구글은 페이스북조차도 능가하는 세계적인 IT기업의 대명사였다.

신상현의 회귀 전, 세계에서 시총이 1조600억 달러로 미국의 세 번째 기업 순위를 자랑했다.

두 회사만 합쳐도 시가 총액 1위인 애플을 훌쩍 넘어서 버린다.

한마디로 말해서 골든 그룹은 다가올 미래에 미국 최고의 기업이 된다는 뜻이었다.

미국 최고라는 건 다시 말해서 세계 최고의 기업이란 뜻이다.

게다가 두 회사가 다가 아니었다.

원래 골든 그룹은 골든 타워라는 투자 회사에서 시작된 회사였다.

한국에도 지부가 있는 이 회사는 현재 세계 최고의 투자 회사라는 명성을 가지고 있었다.

윌가의 전설이라 불리는 사람들조차도 골든 타워의 다음 투자처를 궁금해 할 정도였다.

골든 그룹의 가장 중추적인 회사로 현재로서는 가장 큰 자본금을 지닌 회사였다.

공식적으로 알려진 자본금만 500억 달러.

작년 한 해의 매출액이 365억4,600만 달러였다.

여기에 작년 순이익만 82억 달라에 달했다.

조사한 자료에 의하면 전 세계에 걸쳐 공격적인 자산 매입으로 실제 자산 규모는 추정 불가였다.

아직 구글과 페이스북이 회귀 전의 규모가 아닌 상태에서 골든 타워가 캐시―카우인 회사였던 것이다.

여기까지만 해도 눈이 돌아갈 정도였다.

지금 당장은 아니어도 앞으로 세계 최고가 될 기업.

대체 어떻게 이런 일이 가능할까 하는 생각이 절로 들었다.

그런데 더 놀라운 사실들은 이제 막 새로 계열사로 등록된 회사들의 면면에 있었다.

[전기 자동차 회사 테슬라]

[스페이스 X]

[전자 결제 회사 페이팔]

[유니버셜 영화사]

[마블 코믹스]

[토종 인터넷 포털 회사 더움]

[신라 프랜차이즈]

"이건 대체?"

회귀 전에 있었던 일이다.

당시 재계에서 화제가 된 일이 있었다.

바로 전기 자동차 회사 테슬라에 대한 이야기였다.

삼강전자 역시 관계가 없다고 할 수 없는 회사였다.

테슬라에 들어가는 자동차 반도체와 2차 전지, 배터리 등과 관련해서는 한국 기업들도 관심이 많았다.

어떻게든 협력 회사가 되면 큰 이익을 얻을 수 있을 것이라는 전망이 파다했다.

당시 테슬라 역시 시총 5,700억 달러로 전미 랭킹 8위에 랭크되었다.

그런 회사까지 골든 그룹에 속한 것이다.

여기에 최초의 상업용 로켓회사인 스페이스X.

전자 결제 회사 페이팔과 공전의 히트를 기록한 마블 유니버스의 세계 등.

일일이 나열하기 힘들 정도로 대단한 회사들이 아닌가?

앞으로 황금알을 낳을 거위들이 줄줄이 나열되어 있었다.

"나 같은 회귀자인가?"

신상현은 아무래도 그런 의심이 들었다.

그렇지 않고서야 어떻게 이런 라인업이 가능하다는 말인가?

빠드득!

신상현이 이빨을 부드득 갈았다.

왠지 분한 마음이 들었던 것이다.

상대가 만일 자신과 같은 회귀자라면 정말 대단한 능력자가 아닐 수 없었다.

자신이 한국에서 이룬 것도 대단했지만 존 강이란 자는 말 그대로 세계적으로 해먹은 것이다.

자신이 이룬 것에 비해 훨씬 대단해 보였다.

"누군지 한번 만나보고 싶군."

이번에 다시 한 번 존 강이란 인물에 대해 국정원 2차장에게 조사를 지시한 이유였다.

이미 최 국장이 많은 자료들을 보내주었지만 여전히 부족한 것이 많았다.

존 강의 사진 한 장 얻는 것도 쉽지 않았던 것이다.

조사를 부탁했던 당시에는 존 강이 거의 회사에도 모습을 드러내지 않던 시기였다.

게다가 워낙 훈련받은 경호원들이 많이 있어서 주변에 접근하는 것조차 쉽지 않았다.

그렇다고 대외적으로 활동이 많은 것도 아니었다.

집과 회사만 왔다 갔다 하는 그런 사람이었다.

집이나 회사 모두 보안이 장난이 아닌 곳이라 사진 한 장 건지지 못했다는 후문이다.

아예 작정하고 달려들면 사진 하나 건지지 못하겠는가 하지만 말이다.

최 국장 역시 윗선의 눈치를 보느라 작전 팀을 오래 빼내는 데는 한계가 있었다.

하지만 이제는 국정원 2차장이 자신의 편이었다.

C.I.A에도 연줄이 있는 자라 이번에는 존 강에 대해 더 많은 것을 알 수 있을 터였다.

신상현은 미지의 회귀자를 생각하며 앞으로 자신이 어떤 행보를 보여야 할지 생각했다.

지금 회귀자일지도 모르는 자가 한국에 대대적인 투자를 벌이려 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요즘 청와대는 골든 그룹의 대대적인 한국 투자를 환영하며 매일같이 회의 중이었다.

어떻게 하면 골든 그룹의 대한민국에 대한 투자를 최대한 이익이 되게 만들 것인지 궁리 중이었던 것이다.

신상현 역시 이번 기회에 돈을 좀 만져 볼 생각이었다.

"그건 그렇고. 한씨 음식 솜씨가 좋았는데 아쉽군."

신상현은 내일 휴가를 떠나기로 한 한씨를 생각하며 입맛을 다셨다.

그녀가 내일 휴가를 떠나면 다시 돌아올 일은 없을 것이다.

왜냐하면 일주일간 고향에 휴가를 떠난 한씨는 불행한 사고를 당할 것이기 때문이다.

상현은 불현듯 며칠 전 맛봤던 피맛이 떠올랐다.

몸속에서 피가 들끓었다.

가능하다면 한씨의 처리를 자신이 직접 하고 싶다는 생각마저 들었다.

하지만 아직은 때가 아니었다.

이런 일은 수하들에게 시키면 깔끔하게 끝을 내 줄 것이다.

사실 이번 사건도 아주 돌발적인 것이었다.

만일 그녀가 우연히 거리에서 신상현을 만나지 않았다면.

그리고 그녀가 신상현의 이름을 부르지 않았다면.

그렇게 가까이 무방비한 상태로 다가오지 않았다면.

몇 년은 더 기다릴 수 있었을 터였다.

하지만 그녀는 포식자에게 너무 무방비한 상태로, 너무 가까이 다가갔다.

그렇게 되면 누구라도 끝이었다.

맹수의 무자비한 이빨이 살갗을 찢어발기는 법이다.

미술 학원을 다니던 내내 그녀는 신상현의 눈앞에서 얼쩡거렸다.

당시 그녀는 중학교 2학년이었다.

신상현은 처음 그녀를 학원에서 본 순간부터 욕구를 느꼈다.

탐스러운 머리카락과 하얀 목덜미.

어머니를 닮은 하얀 얼굴과 기다란 손가락.

얼마나 갖고 싶었는지 모른다.

신상현은 후회하지 않았다.

회귀 후 첫 번째 살인이었다.

신상현은 씨익 웃었다.

피가 들끓어 올랐다.

*     *     *

"흐흐, 여기로군?"

서울에서 내려온 중년의 남자가 땅을 두리번거리며 쳐다보았다.

그의 주변에는 비서로 보이는 젊은 남자와 땅을 보여주는 복덕방 사장이 함께 있었다.

"맘에 드십니까? 사장님."

"음, 맘에 들어. 딱 내가 원하는 곳이야."

"그래요? 아이고 아주 잘됐네. 여긴 맹지라서 진짜 쌉니다."

"내 다 알고 왔지. 자, 땅 주인 불러. 오늘 계약까지 하고 간다."

"아이고 마, 화끈하시네. 알겠습니다. 조금만 기다려 주세요."

복덕방 사장은 혹시라도 서울 사장이 마음을 바꿀까 부리나케 땅주인에게 달려갔다.

"흐흐흐!"

"의원님, 정말 넓네요. 여기라면 확실히 공장 부지로 딱입니다."

"맞아, 최 비서. 그러니 빨리 우리가 미리 선점을 해둬야 돼."

"그런데 정말로 여기에 구글의 R&D센터가 들어서는 게 맞습니까?"

"맞아, 그런데 왜 자꾸 물어보는 거야?"

김 의원이 되물었다.

김 의원은 대한국당의 국회의원이자 신상현의 추종자였다.

이곳에는 신상현에게 정보를 듣고 미리 땅을 사기 위해 온 것이다.

"아뇨, 사실 좀 믿기지가 않아서 말이지요. 구글이 어떤 회산데 한국에다가 연구센터라니?"

최 비서가 도저히 믿기지 않는다는 표정을 짓자 이번에는 김 의원이 의아해했다.

"아니 왜? 뭔가 미심쩍은 거라도 있는 거야?"

"아뇨, 그게 아니라. 사실 그렇잖아요. 구글은 세계 최고의 IT기업이라고요."

때는 바야흐로 98년도였다.

IT기업이란 말이 이제 막 사람들의 입에서 회자되기 시작하던 때였다.

"흠, 그래서 안 믿긴다는 거야?"

"그렇죠. 여기에 세계 최고 첨단 기업의 기술연구단지가 생긴다는 뜻이니까요."

"구글이란 회사가 그렇게 대단해?"

최 비서의 말에 김 의원이 오히려 되물었다.

"대단하냐고요? 의원님, 마이크로소프트사 아시지요?"

"이 친구 날 뭘로 보고. 아, 당연히 알지."

컴맹인 김 의원도 마이크로소프트는 알았다.

현재 세계 최고의 부자인 빌 게이츠가 만든 회사가 아닌가?

"구글은 제2의 마이크로소프트가 될 거예요. 그럼 이해가 가시나요."

"뭐? 그…그 정도야? 구글이란 회사가?"

"그렇다니까요. 그런 회사가 왜 연구센터를 한국에다 만드는 걸까요?"

"그…그걸 내가 어떻게 알아? 뭐 그쪽에도 이익이 되니까 하는 거겠지."

"그렇겠죠?"

"……."

김 의원은 확실한 대답을 하지 못했다.

그럴 수밖에 없는 게 여기에 온 것도 그저 신상현의 말을 듣고서 온 것이었다.

그러니 뭐가 어떻게 이익이 되는지 아는 게 없었다.

뭐 어떤가? 돈만 벌면 됐지.

하지만 이때만 해도 김 의원은 몰랐다.

자신이 뒤통수를 거하게 얻어맞게 될 줄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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