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번 사는 절대기억능력자 190화
190화
"이…이게 대체 어떻게 된 거야?"
김 의원은 신문을 보며 깜짝 놀라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신문에는 구글의 R&D센터 부지에 대한 기사가 실려 있었다.
기대하던 마음으로 신문을 보던 김 의원은 신문에 적혀 있는 기사를 보고 놀랄 수밖에 없었다.
자신이 신상현에게 들었던 정보와는 전혀 다른 위치의 부지가 선정되었던 것이다.
그런데 아예 멀리 벗어난 곳은 아니었다.
다만 자신이 산 땅과는 제법 멀리 떨어져 있었다.
이 땅을 사기 위해 여기저기에 손을 벌렸던 김 의원으로서는 땅을 칠 일이었다.
"아니, 대체 왜 이런 일이? 분명히 그분께서 시키는 대로 했는데?"
김 의원은 신문을 들고 부들부들 떨었다.
완전히 뒤통수를 얻어맞은 느낌이었다.
지금까지 이런 일은 없었다.
신상현을 알고 난 후, 그의 조언은 언제나 정확했다.
거의 빗나가는 일 없이 100%의 확률로 그에게 돈을 벌게 해주었다.
하지만 이번에는 오히려 그에게 큰 손해를 끼쳤다.
김 의원은 양손으로 신문을 구겨서 바닥에 내동댕이쳤다.
"빌어먹을! 이 개자식이 날 엿먹였어―"
김 의원은 씩씩거리며 얼굴을 붉혔다.
"도련님, 어떻게 할까요?"
노집사가 근심어린 얼굴로 신상현에게 물었다.
지금 신상현의 저택 전화기가 불이 나고 있었다.
골든 그룹의 한국 투자에 대비해서 자신과 자신의 부하들이 투자한 곳들이 모두 빗나갔기 때문이다.
분명히 정확한 정보였다.
청와대와 정부기관에 요청한 자료들을 바탕으로 한 것이라 틀릴 수가 없었다.
골든 그룹은 한국에 대규모 투자를 계획하고 많은 토지들을 사들일 계획을 가지고 있었다.
이를 위해 관련 기관들과 긴밀한 토의를 하고 있었고, 그 정보들이 속속들이 그에게 전달되었다.
"이번 일은 제가 아니라 장일환이 준 정보입니다. 내가 아니라… 그렇게 전하세요."
"알겠습니다. 도련님."
신상현의 말에 노집사의 단안경이 반짝거렸다.
비록 신상현의 이름으로 건네진 정보들이지만 정보의 소스는 경제특보인 장일환이었다.
신상현의 이번 일의 실패를 그의 탓으로 돌릴 셈인 것이다.
"조치하도록 하겠습니다."
노집사의 말에 신상현은 고개를 끄덕였다.
노집사가 거실을 나서자 신상현의 얼굴이 찌그러졌다.
평소의 미소년 같은 얼굴은 어디로 가고 악귀 같은 얼굴이 자리했다.
뿌드득!
이빨 가는 소리가 들렸다.
"…당했군!"
어떻게 알았는지 몰라도 골든 그룹은 정보가 유출되었다는 사실을 알아챈 것 같았다.
신상현은 회귀한 후 처음으로 열패감을 느껴야 했다.
이번 일은 작은 일이 아니었다.
자신을 따르는 많은 사람들이 정보를 받아 갔다.
게다가 신상현 자신도 많은 돈을 투자했다.
그랬는데 이런 일을 당한 것이다.
이번 일을 통해 자신의 새로운 추종자들을 유입하려고 했던 것에도 차질이 생겼다.
게다가 자신의 말에 대한 신뢰도에 금이 갈 수도 있는 일이었다.
결코 있어서는 안 될 일이었다.
그래서 애초에 신상현이 알려준 투자 정보라고 했던 것을 장일환에게 떠넘긴 것이다.
실제로 장일환이 가져다 준 정보이기도 했고 말이다.
하지만 이번 일로 타격이 없지는 않을 것이다.
겉으로 말은 안 해도 안에는 불만이 있을 수 있었다.
장일환 같은 이는 자신에게서 돌아설 수도 있었다.
그것만은 막아야 했다.
장일환은 상당히 많은 것을 알고 있는 자였다.
신상현은 아무래도 장일환을 처리해야겠다고 생각했다.
그렇게 결정하자 속이 쓰렸다.
장일환은 그동안 상당히 쓸모가 있는 패였던 것이다.
하지만 어쩔 수 없었다.
자신의 추종자들이 품었을 불만을 장일환에게 돌려야 했다.
"제기랄… 존 강이라고 했나? 하, 하핫하하하하핫!"
신상현은 악귀 같던 얼굴 표정을 거두고 허리를 잡고 웃었다.
"재미있군. 이렇게 되면 더 보고 싶어지는데?"
신상현은 자신 같은 자들이 있을 거라고 예상하고 한국 정부까지 속아 넘긴 배포에 놀랐다.
설마하니 정부기관에 다른 정보를 줄 것이라고 누가 생각했겠는가?
존 강이라는 사람에 대해 점점 더 흥미가 생겨났다.
마치 회귀 전 강혁에게 그랬던 것처럼 말이다.
"날 즐겁게 해줄 사람이 하나 더 늘어난 것 같군요. 강 형사님."
신상현은 피식 웃었다.
그러다가 문득 존 강의 성이 강혁과 같다는 생각이 떠올랐다.
"…설마?"
불현 듯 떠오른 말도 안 되는 생각에 신상현은 존 강에 대한 자료들을 다시 살펴보았다.
서류들을 살펴본 신상현은 가볍게 헛웃음을 웃었다.
"크큭, 그럴 리가 없지."
미국에서 존 강이 회사를 세울 시기에 강혁은 한국에 있었다.
한참 열심히 경찰시험을 준비할 때였던 것이다.
강혁이 어디서 고시 준비를 했는지는 알 수 없었지만 당시 강혁이 고시 준비를 하고 있었다는 것은 확실했다.
강혁의 부모님과 주변 사람들을 탐문해서 확인했던 사항이다.
"훗, 앞으로 만날 때가 있겠죠. 존 강 회장님. 과연 어디까지 절 즐겁게 해줄지 기대가 되는군요."
신상현의 얼굴에 뭐라고 형용하기 어려운 미소가 떠올랐다.
* * *
"대통령님, 그동안 감사했습니다."
장일환은 자리에서 일어나 김 대통령에게 깊이 허리를 숙이고는 집무실 밖으로 걸어 나갔다.
장일환은 김 대통령에게 사직서를 제출했다.
청와대 회의에서 논의되었던 내부 정보를 외부로 유출했다는 의심을 받고 사의를 표명한 것이다.
대체 무슨 일이 벌어진 것일까?
지금으로부터 3시간 전 대통령의 최측근인 비서실장이 경제 특보실을 방문했다.
그리고 그 자리에서 장일환은 내부정보를 빼돌린 혐의를 받고 있다는 말을 들었다.
장일환은 말도 안 되는 이야기라며 적극적으로 부인했다.
절대로 자신이 빼돌린 것이 아니라고 말이다.
하지만 비서실장이 내민 서류에서 나온 자료를 보고는 입을 닫아야 했다.
그 안에는 자신이 정보를 빼돌린 정황 자료들이 빼곡히 들어 있었다.
"긴말하지는 않겠어요. 장 특보. 먼저 사의를 표시하세요. 모양 좋게 끝냅시다."
"알, 알겠습니다. 비서실장님."
장일환의 얼굴에 땀방울이 방울방울 맺혔다.
그만큼 조금 전 비서실장이 내민 자료에는 상당히 자세한 유출 정황들이 들어 있었던 것이다.
만일 조금만 더 파고들면 신상현의 정체가 드러날 가능성도 있었다.
다른 건 몰라도 그것만은 반드시 막아야 할 일이었다.
자신의 목숨을 보존하기 위해서라도 말이다.
"누구에게 유출했는지는 굳이 따지지 않겠어요. 어차피 가짜 정보였으니 말이요."
"……!"
"가…가짜… 정…보라고요?"
장일환의 표정에 비서실장은 코웃음을 쳤다.
"왜? 땅이라도 좀 사놓으셨나 봐요?"
"아, 아닙니다. 실장님."
비서실장의 추궁에 장일환은 얼굴이 새파랗게 변하며 부인했다.
"흥, 차리리 다행인 줄 아시오."
"……."
"만일 가짜 정보가 아니었으면 사직서가 아니라 감옥에 가야 했을 테니 말이요."
대통령 비서실장이 사무실 밖으로 나가자 장일환은 그 자리에서 머리를 감싸 안았다.
"망…망했다."
장일환은 이번 정보를 철석같이 믿었다.
그럴 수밖에 없었다.
대통령까지 참여한 회의에서 나온 정보들이었다.
100% 확실한 정보인 것이다.
그래서 그동안 모아왔던 자금에 은행 빚까지 져서 전국적으로 땅을 사두었던 것이다.
물론 친척들의 명의를 빌린 차명거래로 말이다.
그런데 그게 가짜 정보라니?
얼마나 엄청난 손해를 봤을지 짐작도 가지 않았다.
대부분 논밭이나 농사도 짖기 힘든 맹지를 구입했던 것이다.
게다가 자기만 손해 본 것으로 끝나지 않는 것이 문제였다.
자신이 희희낙락하며 신상현에게 이번 정보를 주지 않았던가?
그리고 선심 쓰듯이 말했다.
'미륵불님, 이번 정보는 100% 확실한 정보입니다. 부디 이 정보를 써주십시오.'
신상현은 그런 자신을 기특하다는 듯이 바라보며 정보가 담긴 서류를 받아들었다.
틀림없이 멤버들에게 자료가 전달되었을 것이다.
자신들의 모임에서 미륵불 신상현의 신탁은 매우 중요한 통치 도구였다.
그런데 자신이 잘못된 정보를 넘긴 것이다.
'제…제기랄 X됐다.'
자신이 무슨 일을 벌인 것인지 깨달은 장일환은 몸을 부들부들 떨기 시작했다.
신상현이 가지고 있는 권력이 어느 정도인지 알고 있기 때문이다.
만일 신상현이 마음만 먹으면 자신은 쥐도 새도 모르게 죽을 수도 있었다.
경찰이 조사에 나서도 얼마 안 가서 내사 종결시켜 버릴 것이다.
'아…안 돼'
장일환은 머릿속이 노랗게 변했다.
"이번 일은 골든 그룹 측과 대통령님 사이에서 미리 의논해 두었던 일인 모양이요."
"……!"
"나는 사실 너무 과한 게 아닌가 생각했는데……."
비서실장의 얼굴 표정이 비릿하게 변했다.
"아니, 그게 아니었어. 당신 같은 쥐새끼들이 청와대에서 설치게 놔둘 순 없는 일이지."
비서실장은 장일환을 노려보듯 쏘아보고는 자리를 떠났다.
"망…망할 처음부터 덫이었어. 이제 어쩌지?"
장일환은 안절부절 마음을 진정하지 못했다.
이제 자신의 가짜 정보 때문에 큰 손해를 본 자들이 자신을 잡아먹으려 할 것이다.
여기에 신상현까지 나서는 날에는 꼼짝 없이 당해야 했다.
"아…아직까지는 시간이 있어."
자신이 건넨 정보가 가짜인 것이 밝혀지려면 아직 시간이 있었다.
언론에 골든 그룹의 투자처가 공표되기 전이었던 것이다.
가까스로 정신을 차린 장일환은 대통령에게 사의를 표하고 얼른 청와대를 나섰다.
자신이 건넨 것이 가짜 정보라는 사실을 신상현과 동료들이 알게 되기 전에 몸을 숨겨야 했던 것이다.
일주일 후 신상현의 저택.
"어떻게 됐어?"
"찾았습니다. 도련님."
신상현의 질문에 노집사가 대답했다.
"어디야?"
"강원도 야산에 있는 컨테이너 박스 안에서 숨어 지내고 있답니다."
"처리해. 깔끔하게."
"알겠습니다. 도련님."
이제 겨우 중학교 2학년의 입에서 가차 없는 명령이 떨어졌다.
하지만 노집사는 그런 신상현의 명령을 당연하다는 듯이 받아들였다.
아니 오히려 흡족한 표정이다.
노집사가 어디론가 핸드폰으로 연락을 취했다.
"도련님의 승인이 떨어졌다. 시작해."
―흐흐, 알았어. 영감.
검은색 SUV 안에서 누군가 노집사에게 대답했다.
쥐처럼 작은 눈에 상어턱을 가진 사나이가 양손에 장갑을 끼고 있었다.
사내는 조용히 차를 움직여 산길을 올라갔다.
"뭐라고요?"
―장일환 전 경제 수석이 저수지에서 익사체로 발견됐습니다.
"……!"
강혁은 위성통신을 통해 박 팀장이 전해준 말에 놀라고 있었다.
장일환은 얼마 전 청와대에 사직서를 제출하고 도망치듯 사라진 사람이었다.
강혁은 알파팀을 통해 장일환이 신상현과 접촉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
이번 일로 장일환을 청와대에서 쫓아낸 것까지는 좋았는데 설마 사체로 발견될 줄이야?
―사인은 익사로, 자동차에 탄 채로 빠져 있었다고 합니다. 차 안에서는 유서가 발견됐다고 합니다.
"…자살이라는 겁니까?"
―경찰 수사로는 그렇습니다.
박 팀장의 말에 강혁은 턱을 어루만졌다.
재빨리 머릿속으로 장일환에 대한 프로파일링을 시도했다.
'아니야. 장일환은 욕심도 야망도 많은 사내야. 일시적으로 손해를 봤다고 자살할 사람이 아니다. 그랬다면 처음부터 도망치지도 않았겠지.'
"박 팀장님, 알파팀은 지금부터 장일환 전 경제특보의 주변을 샅샅이 뒤지고 이번 사건의 내막을 파악하세요."
―알겠습니다.
통신을 끊은 강혁은 답답한지 주먹으로 책상을 쾅 하고 쳤다.
만일 자신의 예감이 맞다면 신상현이 다시 살인을 시작한 것이다.
'신상현… 네놈 짓이냐?'
강혁의 두 눈에서 시뻘건 불꽃이 일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