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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번 사는 절대기억능력자-193화 (193/301)

두번 사는 절대기억능력자 193화

193화

#51장 신상현의 야욕

신철호 회장은 TV속의 신상현을 바라보며 놀라고 있었다.

그럴 만도 했다.

감쪽같이 사라져 버려 생사도 확인하지 못하고 있던 아들이 최영혜의 양자가 되어 있었으니 말이다.

처음에는 너무 믿기지 않아서 몇 번이나 사진과 실물을 비교했지만 너무 닮아서 다른 이라고 생각하기는 어려웠다.

김 비서 역시 당황하고 있었다.

신상현을 찾기 위해 그동안에 했던 노력이 무색하게 갑자기 등장한 것도 그렇지만 설마 최영혜의 양자라니?

"도…도련님?"

김 비서 역시 놀란 표정을 감추지 못하고 있을 때 TV 속에서 신상현이 입을 열었다.

"훌륭하신 어머님을 얻게 되어서 정말 기쁩니다. 부디 국민 여러분들이 많이 도와주셨으면 해요."

신상현은 수줍은 듯 미소를 지어보였다.

그 모습이 어찌나 눈부신지 TV를 보던 전국의 수많은 여자들의 마음에 불을 지폈다.

이제 소년의 모습을 갓 벗어나기 시작한 상현이었다.

남자가 되어가는 과정에 있는 덜 성숙한 앳된 미소년의 모습은 모성애를 자극하는 면이 있었다.

바야흐로 한국 정치계에 광풍을 몰고 올 모자지간 스타가 탄생하는 순간이었다.

"김 비서!"

"옛, 회장님."

"당장 영혜 아가씨에게 연락을 취해봐. 어떻게 된 일인지 정확히 알아봐."

"예, 알겠습니다. 회장님."

김 비서가 밖으로 나가자 신 회장은 손으로 의자 손잡이를 매만졌다.

뜻밖의 일이지만 어쩌면 나쁘지 않다는 생각이 들었다.

재계 1위의 삼강 그룹을 아직도 현역에서 진두지휘하는 신 회장이었다.

조금 전 TV로 방영된 두 사람의 모습이 국민들에게 어떻게 비춰질지 금세 파악하고 있었다.

"흐흐흐, 제 애미를 닮아서인지 얼굴값을 하는군. 나쁘지 않아. 나쁘지 않고 말고. 껄껄."

하루아침에 후계자를 잃고 상심했던 과거가 어제의 일 같은데 갑자기 어둠이 가시고 햇살이 비치는 느낌이었다.

어쩌면 자신이 이룩한 이 대제국을 물려줄 진정한 후계자가 나타난 것인지도 몰랐다.

만일 자신의 아들인 신상현이 미래의 대통령 아들이 된다면?

아니 신상현 본인이 장래 대통령이 될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자신과 삼강의 힘. 그리고 최영혜가 가진 정치적 자산이라면 충분히 가능한 일이었다.

"껄껄껄, 그래 호랑이 자식은 누가 뭐래도 호랑이인 법이지."

신철호는 그동안 신상현의 존재 자체를 인정하지 않고 살았다는 사실은 싹 무시하고 자신에게 유리한 부분만 생각하고 있었다.

자신의 아들이 자신에게 어떤 생각을 품고 있는지는 아랑곳하지 않는 듯했다.

커다란 거실 안에서 신철호의 웃음소리가 끊임없이 울려 퍼졌다.

*     *     *

뉴욕 프래스비테리언 병원의 VIP 병실

하얀 병실 안 침대 위에는 한 청년이 정신을 잃은 채 누워 있었다.

청년의 옆에는 상태를 확인하기 위해 각종 설비와 24시간 그를 간호하는 간호사가 있었다.

오늘도 간호사는 청년의 바이탈 체크를 하고 있었다.

차트에 면밀하게 수치를 적어가던 간호사는 침대 위의 청년에게로 고개를 돌렸다.

청년의 머리끝에서 발끝까지 이상 상태가 있는지 체크해나갔다.

그녀가 청년의 몸 상태를 살필 때였다.

꿈틀.

청년의 손가락이 살짝 움직이는 것 같았다.

간호사는 두 눈을 크게 뜨고 다시 한 번 손가락을 살폈다.

꿈틀.

손가락이 다시 움직였다.

그리고 청년의 눈꺼풀이 열리며 간호사를 향해 고개를 돌렸다.

"헉! 깨어났어!"

화들짝 놀란 간호사가 즉시 의사를 호출했다.

정신을 차린 청년은 멍한 눈으로 병실 천정을 올려다보고 있었다.

"여긴 대체 어디지?"

"정신이 좀 드시나요?"

고개를 돌린 청년이 의사를 향해 힘없는 눈으로 말했다.

"제가 사고를 당한 건가요?"

"흠, 아무 것도 기억이 안 나시는 건가요?"

"음, 그게… 뭔가 생각날 듯 말 듯 기억이 안개가 낀 것처럼 뿌옇게 아무 것도 생각이 안 나는 군요."

"흠, 그렇군요. 너무 걱정하지는 마세요. 사고로 인한 일시적인 현상일 수도 있으니 말입니다."

"……?"

"뇌사진도 살펴봤는데 아무런 이상은 없었습니다. 조만간 기억이 돌아올 거예요."

의사의 말에 청년은 고개를 끄덕였다.

"저기… 그런데… 퇴원은 언제나 가능할까요?"

"하하, 성질이 급하시군요. 당신은 대수술 끝에 오늘 겨우 의식을 되찾았어요."

"그…그런가요?"

청년은 머리를 끄적였다.

"아무튼 다른 곳은 전―혀 이상이 없는 것 같군요. 수술은 성공적이었어요."

의사의 말의 청년은 안도하는 모습이었다.

그때 병실 문 쪽에서 목소리가 들려왔다.

"그럼 잠시 면회 좀 가능할까요? 의사선생님?"

청년과 의사가 목소리 쪽으로 돌아보았다.

"…당신은?"

청년이 의아한 눈으로 바라보았다.

기억 속에 없는 얼굴이었던 것이다.

"존 강이라고 합니다. 한국 이름은 강혁이죠. 신석준씨."

강혁이 다가가서 손을 내밀었다.

신석준은 강혁이 내민 손을 바라보며 멍하니 되뇌었다.

"신…석…준? 그게 내 이름인가요?"

신석준의 말에 강혁은 의사를 바라보았다.

"아무래도 사고 당시 충격으로 인한 일시적인 기억상실증인 것 같습니다."

"기억상실증?"

강혁은 안타까운 얼굴로 신석준을 바라보았다.

"정말 아무 것도 기억을 못 하시는 겁니까? 신석준씨?"

"신석준… 그게 내 이름이 맞는 것 같군요. 낯설지 않아요."

신석준은 잠시 생각에 잠겨 있는 것 같더니 강혁을 바라보며 말했다.

"그런데 우린 서로 아는 사이인가요?"

"아뇨, 우린 오늘 초면입니다."

강혁이 씩하고 웃었다.

"아무래도 대화가 많이 필요할 것 같군요."

강혁의 말에 신석준은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

"뭐라고요? 제가 누군가의 사주로 목숨을 위협받고 있다고요?"

"그렇습니다."

강혁은 신석준에게 사진을 보여주었다.

사진 속에는 어떤 통장계좌에 큰돈이 입금된 기록이 있었다.

"…이건?"

당신의 차를 이 꼴로 만든 사람의 부인 계좌로 돈이 입금된 기록입니다.

강혁이 반파된 사고 당시 차량의 사진을 신석준에게 보여주었다.

누가 봐도 헉 소리가 날 정도로 파괴된 차량은 사고 당일의 처참한 흔적으로 보여주고 있었다.

신석준은 자신이 이렇게 큰 사고를 당한 줄 모르고 있다가 사진을 보고는 손으로 입을 가렸다.

반파된 승용차 옆에는 차를 치고 가드레일을 박은 거대한 화물차량이 있었다.

"그럼 이 사람이 절 죽이려고 돈을 받았다는 겁니까?"

신석준의 말에 강혁은 고개를 끄덕였다.

"대체 누가 그런 짓을?"

"당신 동생입니다."

"…동생이 한 짓이라고요?"

강혁의 말에 신석준은 어리둥절한 표정이었다.

"제게 동생이 있나 보죠?"

"정말 아무 것도 기억하지 못하시는군요."

원래 신석준이라면 아버지의 사생아에 대한 일을 알든 모르든 뭔가 확실한 말을 했을 것이다.

그런데 이런 반응이다 보니 확실히 기억을 잃었다는 사실을 알 수 있었다.

강혁은 신석준의 앞에 여러 가지 사진을 올려놓고는 하나둘씩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내가 삼강 그룹의 후계자?"

"뭐 생각나는 것 없나요?"

강혁의 말에 신석준은 고개를 흔들었다.

"하하, 이것 참."

"죄송합니다."

"아뇨, 당신이 죄송할 일은 아니죠."

강혁의 말에 신석준은 그저 머리를 끄적거렸다.

자신이 생각해도 지금의 상황이 답답한 모양이었다.

사진들 중에는 자신이 수술을 받고 있는 장소까지 찾아온 수상한 자들의 모습이 찍혀 있었다.

외양 자체가 상당히 섬뜩하고 무서운 느낌을 주는 사내가 수술실 문을 여는 사진을 보고는 심장이 벌렁거렸다.

"이 병원은 제가 운영하는 회사가 매년 엄청난 기부금을 내는 곳이라 협력을 받을 수 있었죠."

"……!"

"당시 수술은 무사히 끝났지만 의식은 돌아오지 않은 상태였어요. 모든 것이 너무 위험했죠."

"그…그랬나요?"

신석준의 말에 강혁은 고개를 끄덕였다.

"제 밑에 있는 친구가 수술 후 수술대 위에 올라가서 당신 역할을 했었죠."

"휴우, 누군가 정말로 제 목숨을 노리나 보군요."

사진들을 찬찬히 살펴보며 신석준은 가슴을 어루만졌다.

생각만 해도 끔직한 일이었다.

사진 속의 사내 같은 자들이 자신의 목숨을 노린다니?

신석준은 양손으로 머리를 감싸 안았다.

"이제 전 어쩌면 좋죠? 제가 살아 있다는 사실을 알면 또 절 노릴 텐데?"

강혁은 공포에 질려 있는 신석준의 어깨를 어루만졌다.

"제가 지켜드리죠."

"강, 강혁 회장님."

"나이도 비슷한데 그냥 강혁이라고 불러."

"강…강혁. 고마워."

"뭘, 당연한 거지."

"그…그런데 이런 말 도움을 받는 입장에서는 미안한데 왜 날 도와주는 거지?"

신석준의 말에 강혁은 조용히 입가에 미소를 지었다.

"네 동생이 좀 위험한 인물이거든. 모든 걸 아는 입장에서 그저 보고만 있을 수는 없었다고 할까?"

"……?"

"지금은 이해가 가지 않겠지만 시간이 지나면 알게 될 거야."

강혁의 말에 신석준은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여긴 아직 놈들의 시선이 미치지 않고 있지만 언제까지나 안심하고 있을 수는 없어."

"그, 그럼 어떡해?"

"곧 여길 떠나서 안전한 곳으로 이동해야 할 거야."

강혁의 말에 신석준은 긴장하면서도 강혁의 손을 꼭 잡았다.

"고…고마워 강혁. 날 도와줘서. 이 은혜는 꼭 갚을게."

"고맙기는. 오늘부터 우린 친구야. 그러니 그런 말 하지 마. 친구 사이에는 그런 말 하는 거 아니야."

"친…친구?"

"그래, 친구. 오늘부터 우린 친구야. 내가 네 자릴 꼭 다시 되찾아 줄 테니까. 걱정하지 마."

강혁이 신석준의 어깨를 두드리며 말했다.

그런 강혁의 태도에 신석준은 크게 감동을 받았다.

'친구라? 그래 고맙다. 친구야'.

신석준은 자신의 기억이 다시 온전히 돌아오는 날.

다시 자신의 자리를 되찾는 날.

반드시 이 마음의 빚을 갚으리라 다짐했다.

신석준의 병실에서 나온 강혁은 다시 차에 올라탔다.

그런데 멀리서 그런 강혁의 일거수일투족을 감시하는 자들이 있었다.

신상현의 사주를 받아 강혁을 감시하는 국정원 요원들이었다.

이들은 왜 자신들이 강혁을 감시하는지 알지 못하고 있었다.

사실 이들의 활동은 국정원 2차장의 단독적인 행동이었고 이들은 그런 사실을 모르고 있는 것이다.

찰칵! 찰칵!

고배율 망원 카메라로 강혁의 움직임을 촬영한 국정원 요원이 자리를 옮기려 할 때였다.

등 뒤에서 차가운 금속성 물체가 느껴졌다.

"손들어."

국정원요원은 천천히 손을 들었다.

등 뒤에서 느껴지는 포스가 있었다.

쉽게 상대할 수 있는 자가 아니라는 느낌이 있었던 것이다.

게다가 한 사람이 아니었다.

곧 여러 명의 상대에게 둘러싸여 국정원 요원은 저항을 포기했다.

그리고 재빨리 상대의 정체를 파악하려 했다.

상대는 자신을 바닥에 눕히고 몸수색을 시작했다.

'이들은?'

국정원요원은 상대가 아무래도 미국 정보국 요원들이라고 판단했다.

이들의 움직임과 수색 과정이 자신이 미CIA에서 수료했던 전술원칙과 같았던 것이다.

"이봐요. 당신들 CIA죠."

국정원 요원의 말에 아무도 대꾸하지 않았다.

"난 한국 대사관 직원이요. 면책특권이 있어요."

"말은 나중에 하지. 일단 따라와."

몸수색을 끝낸 이들은 국정원요원을 태워 어딘가로 데려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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