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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번 사는 절대기억능력자-199화 (199/301)

두번 사는 절대기억능력자 199화

199화

이 국장의 말에 정일환은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

"그 말은 결국 제 뜻을 따르지 않겠다는 뜻인가요?"

"……!"

이덕규는 장시간의 침묵 후 다시 입을 열었다.

"…사표를 쓰겠습니다."

"삼촌, 그러실 필요는 없어요. 하지만 조금만 더 절 믿고 기다려 주세요. 반드시 성공시켜 보일 테니까."

정일환의 말에 이 국장은 내심 안타까웠다.

자신이 아끼던 조카가 예전처럼 대한일보 사장실로 달려가 굴욕을 당하는 모습이 눈에 선했던 것이다.

"네 뜻이 정녕 그렇다면 할 수 없지."

"삼촌."

"휴, 네가 다시 대한일보 사장실로 달려가야 할 때가 되면 나도 불러라. 함께……."

"그럴 일은 만들지 않을 겁니다."

"……."

"삼촌, 절대로 그런 굴욕을 당하게 하지 않을 거예요. 절 믿어주세요."

정일환은 이 국장의 어깨에 양손을 올리며 그의 두 눈을 바라보았다.

이덕규는 그런 정일환의 두 눈을 바라보자 왠지 불안감이 사라지는 느낌을 받았다.

"휴, 그래. 알았다. 알았어. 나도 널 한 번 믿어보마."

"감사합니다. 삼촌."

이덕규의 두 눈을 바라보며 정일환 사장은 씨익 하고 웃었다.

"뭐야? 고려 일보가?"

"예, 그런데 여기만 그런 게 아닙니다."

"……?"

대한일보 사장 서인태는 한 국장의 말에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

"더 있다는 말이야?"

"그렇습니다."

"거기가 어디야?"

"동보 일보하고 경향 데일리입니다."

"하! 이거 꼴뚜기가 뛰니 망둥이도 덩달아 뛰는 것이군."

"아무래도 서울 데일리의 영향을 받은 것 같습니다."

서인태는 콧방귀를 뀌더니 이내 지시를 내렸다.

"이런 것들은 싹이 올라오자마자 밟아 줘야 해. 다시는 대들지 못할 정도로 힘껏!"

"맞습니다. 사장님. 아주 혼쭐을 내줘서 본보기로 삼아야 합니다."

"서울 데일리와 마찬가지로 광고 건부터 시작해."

"알겠습니다. 하지만 그러면 광고 지면이 부족……."

"중앙 데일리와 조국 일보 쪽이 도와 줄 거야."

"그렇습니까?"

"이렇게 되면 단순히 우리 대한일보만의 일이 아니야. 우리 카르텔 전체의 일이다."

"지당하신 말씀입니다."

한 국장은 서 사장의 말에 고개를 조아리며 연신 맞는 말이라며 맞장구를 쳤다.

중앙 데일리와 조국 일보는 모두 대한 일보와 한 배를 탄 사이다.

이런 일이라면 단일 대오에 써 줄 것이다.

"중요 광고주들한테는 내가 전화를 돌리도록 하지. 그쪽은 신경 쓰지 않아도 돼."

"알겠습니다. 사장님."

한 국장이 고개를 숙이며 힘차게 대답했다.

사장실 밖으로 한 국장이 나가자 서 사장은 삼강과 TG 등 대기업 회장에게 전화를 걸었다.

이들은 재계의 큰 어른들이라 많은 기업들에게 영향력이 컸다.

이들이 한마디 하면 큰 밥줄이 될 수 있는 기업들 대다수가 광고를 끊을 것이다.

서 사장은 입가에 비릿한 미소를 지었다.

쾅― 하는 소리와 함께 고려일보 사장실 문이 열렸다.

문을 열고 들어 온 사람은 광고마케팅 담당 팀장이었다.

"사장님, 큰일 났습니다."

"무슨 일이에요?"

정일환은 갑자기 문을 열고 들어온 광고마케팅부의 차 부장을 보고 놀랐다.

얼굴 전체에 땀이 가득한 것이 급히 뛰어온 모양이다.

"광…광고가… 다음 주부터 나갈 광고가 모두 캔슬됐습니다."

"뭐라고요? 아니, 그게 무슨 소리예요. 다음 주 광고는 이미 계약금이 입금되지 않았어요?"

"입금됐습니다."

"그런데도 광고를 끊어요?"

"계약금 돌려줄 필요 없다면서… 무조건 광고 끊는다고만."

"거기가 어디에요?"

"…전…전부 다예요. 사장님. 이제 어쩌죠?"

차 부장의 말에 정일환은 올 것이 왔다는 느낌이었다.

"알았어요. 차 부장은 일단 나가서 일 보세요. 이 건은 제가 처리할 테니."

"알겠습니다. 사장님."

차 부장이 사장실 문을 닫고 나가자 헐레벌떡 이 국장이 뛰어 들어왔다.

"일환아― 아니 사장님. 광고가 다 끊겼다면서요?"

"하하, 그렇게 됐네요. 이제 시작인가 봅니다."

"이제 어쩌실 겁니까?"

"어쩌긴요. 광고가 끊어졌으니 대체할 걸 찾아 봐야죠."

"……."

"일단 지면이 많이 남을 것 같은데 이 국장님이 수고 좀 해주셔야겠어요."

"알, 알겠습니다. 그건 걱정 마십시오."

"그럼 전 좀 나갔다 오겠습니다."

"어딜 가시려고요?"

"발등에 불이 떨어졌으니 불부터 꺼야죠."

"알겠습니다."

정일환은 이 국장을 향해 씩 웃으며 사장실을 나섰다.

그때 그의 핸드폰이 울렸다.

"어, 지태냐? 말도 마라. 난리가 났다."

―너도냐? 우리 회사도 지금 발칵 뒤집혔다. 광고 다 떨어졌어.

"하하, 역시나. 근데 예상보다 좀 빠르네."

―그러게. 그래도 좀 시간이 있을 거라고 생각했는데.

"신환이한테 전화해서. 바로 만나자고 해. 거기도 정신없을 거다.

―알았어.

정일환은 전화를 끊고 바로 주차장으로 내려갔다.

"더움의 사장 이재학입니다. 만나서 반갑습니다."

이재학은 웃으며 사장실로 들어선 언론사 사장들을 맞이했다.

오늘의 만남은 약간은 갑작스럽게 잡혀졌다.

이재학은 그동안 온라인 뉴스 서비스에 대해 이들과 서로 의견을 주고 받아왔었다.

그래서 조만간 만나기로 했었지만 갑자기 이들의 요청으로 일정이 당겨진 것이다.

"모두들 생각보다 젊으시군요."

"하하, 그렇죠. 저희들 다 나이대가 비슷합니다. 그래서 서로 친구 먹었죠."

고려 일보 사장 정일환이 웃으며 대답했다.

"반갑습니다. 동보 일보의 김신환입니다."

"경향 데일리의 이지태라고 합니다."

"반갑습니다. 여러분."

이재학은 젊고 유연한 사고방식을 가진 2세 경영자들을 만나 흥이 났다.

인터넷의 가능성을 알아보고, 먼저 연락을 준 것에 대해서도 점수를 주고 있었다.

안 그래도 강혁의 지시로 더움에 대대적으로 온라인 뉴스 서비스를 실시하려고 준비 중이었던 것이다.

"여러분의 선택이 앞으로 언론의 새로운 장을 만들어 나가게 될 거라고 확신합니다."

이재학은 세 사람을 격려했다.

그리고 이들과 깊은 대화를 나누기 시작했다.

이 날의 만남은 향후 한국 언론계의 지형을 바꾸어 놓는 대전환의 시작이었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서울 데일리와 함께 세 신문사의 기사가 더움 홈 화면에 올라오기 시작했다.

본격적인 인터넷 뉴스의 신호탄을 쏘아 올린 것이다.

"휴, 일단 한 걸음은 내걸었는데, 이걸로 잘 해결될지 모르겠다."

동보 일보 사장 김신환이 정일환과 이지태를 바라보며 말했다.

세 사람은 이재학과의 만남 후, 인근의 커피숍에서 대화를 나누고 있었다.

"넌 얼마나 버틸 수 있어?"

정일환이 걱정스런 표정으로 물었다.

"간당간당하다. 이 일로 광고 다 떨어지면 버티기 힘들어."

"너도 그래?"

경향 데일리의 이지태가 한숨을 쉬며 대답하자 정일환이 동병상련의 눈빛으로 반문했다.

"역시 우리가 믿을 건 너밖에 없다. 김신환."

"쩝, 나도 그렇게 사정이 좋은 건 아니라고."

"그래도 넌 장인어른이 은행장이시잖아."

"그래, 나도 지태도 어찌 보면 다 너희 장인어른을 믿고 이 일을 벌인 거 아니냐."

"하아― 내가 그걸 모르냐?"

김신환이 두 사람을 보며 말했다.

"온라인 서비스가 자리 잡힐 때까지만 버티면 돼. 앞으로 반년이면 자리 잡힐 거다."

정일환의 간절한 표정으로 김신환을 향해 말했다.

그런 정일환을 향해 김신환은 손사래를 쳤다.

"알았다. 알았어. 나도 인터넷 뉴스의 미래에 동의했으니까 여기까지 온 거지."

"그럼, 대출 해주는 거지?"

"그래. 이 녀석들아. 이미 장인어른께 말씀드려 놓았으니깐. 전화드려 봐."

"고맙다. 신환아.

정일환과 이지태는 연신 김신환에게 고맙다며 어깨를 두드렸다.

이들 세 사람은 모두 당분간 한신은행에게서 장기 대출을 받을 생각이었다.

그걸 자금으로 그동안 더음과 함께 손을 잡고 온라인 뉴스 시장을 선점해서 수익을 창출할 생각이었다.

"그건 그렇고, 이재학 사장과 만나 본 감상은 어때?"

"음, 다른 건 모르겠고. 상당히 샤프하더라."

"그렇지? 난 마음에 들더라."

"나도 뭐랄까? 왠지 여유가 넘치고 뭐든 해낼 수 있다는 오라같은 것이 느껴지더라고."

"흐흠, 다들 의견이 비슷한 것 같네. 나도 그런 느낌이 들더라고."

세 사람은 처음 만난 이재학에게 상당히 감명을 받은 느낌이었다.

대한민국에서 최초로 토종 포털 사이트를 개발한 사람답게 자신감과 함께 긍정적인 오라가 뿜어져 나오는 사람이었다.

이재학과 함께라면 온라인 뉴스 서비스는 분명 대박이 날 것이라는 확신이 생기는 만남이었다.

사실 이들이 그렇게 여길 수밖에 없었다.

정일환을 비롯한 이들 3인방의 머릿속에 있는 것들은 이미 강혁이 모두 구상을 마친 후였던 것이다.

강혁은 한국의 언론 환경을 바꿔 놓기 위해 인터넷을 적극적으로 활용할 생각이었다.

이미 김현중 대통령과의 대화를 통해 국가 예산 20조를 투자해 전국에 광케이블을 깔고 있었다.

이 일은 회귀 전, 김 대통령이 빌 게이츠와 일본의 손의정 회장을 만난 후, 실제로 한 일이었다.

다만 이번에는 강혁이 조언을 했다는 사실이 이전과는 다른 점이었다.

강혁과의 깊은 대화를 통해 김 대통령은 새정부의 기조 중 하나를 IT산업 육성으로 삼았다.

이것은 강혁이 한국에 유치하려는 대규모 데이터 센터 건설과도 일치하는 부분이었다.

강혁은 김현중 대통령에게 한국이 앞으로 먹고 살기 위해 해야 할 일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첫째도 인터넷, 둘째도 인터넷, 셋째도 인터넷입니다."

원래는 일본의 IT기업 사업가 손의정 회장이 한 말이지만 강혁의 말에 김 대통령은 큰 인상을 받았던 모양이다.

대국민 연설과 언론 지상에 강혁이 한 이 말이 여러 차례 회자되었던 것이다.

그래서 전국의 학교에 컴퓨터와 TV가 교실마다 들어가고, IT교육이 의무화되었다.

이제 얼마 후면 착공을 끝마칠 인터넷 광케이블은 전 국민을 인터넷 사용자로 만들 것이다.

이에 발맞추어 더움과 페이스북, 구글이 온라인 뉴스 서비스를 대대적으로 실시할 생각이었다.

이미 모든 것이 계획되어 있는 상태에서 이재학 사장의 자신감과 여유는 어찌 보면 당연한 것이었다.

"자, 어디 보자."

대한일보 사장 서인태는 사장실에 비서가 갖다 놓은 전국 일간지들을 살폈다.

"옳지 여기 있군."

서인태는 씨익 웃으며 서울 데일리를 골라냈다.

"푸후훗, 역시 그렇군."

일면 하단에 있어야 할 광고가 보이지 않았다.

당연하다면 당연한 일이었다.

이제 모든 광고가 끊어졌을 테니 광고를 실은 지면이 존재할 수 없었다.

"크크큭! 여기 사장 이름이 뭐였지? 아, 장기옥이라고 했던가? 지금쯤 똥줄깨나 타겠군."

서인태는 며칠 지나지 않아 장기옥이 자신을 찾아와 무릎을 꿇고 한번만 살려달라고 하는 그림을 상상했다.

생각만 해도 입꼬리가 올라가는 일이었다.

"크크큭, 자기 분수를 모르는 놈들은 한 번 당해봐야 정신을 차리는 법이지."

서인태는 일면 신문을 넘겼다.

혹여 자신의 경고를 무시하고 광고를 올린 회사가 있는지 찾아보기 위해서였다.

그런데 신문을 넘기자마자 두 눈이 휘둥그레 떠졌다.

"이…이게 뭐야?"

서인태는 깜짝 놀라 입이 다물어지지 않았다.

신문 한 면 전체를 차지하는 대형 광고가 있었던 것이다.

그것도 이탈리아의 명품 자동차 람보르기니의 신차 모델 선전이었다.

멋들어진 빨간색 스포츠카의 양옆에 두 명의 미인 여배우가 멋진 포즈를 취하고 있었다.

헐리웃 여배우로 이름을 날리는 아멜리아 패닝과 아시아 남자들의 로망 천려시였다.

"이…이게 대체 어떻게 된 거야?"

서인태는 서울 데일리를 들고 부들부들 떨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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