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번 사는 절대기억능력자 200화
200화
세계적인 명품 스포츠카의 대명사인 람보르기니의 신차 출품을 알리는 광고라니?
붉은색 도색과 다이나믹한 디자인.
사람들의 눈을 돌리지 못하게 만드는 마성!
슈퍼 차의 명성 그대로 입이 다물어지지 않는 엄청난 스펙.
누구나 일생에 한 번쯤은 가지고 싶어지는 마력을 뿜어내고 있었다.
그리고 양옆으로 눈이 돌아갈 정도로 아름다운 당대의 두 미녀가 차를 중심으로 서 있었다.
동양과 서양을 대표하는 미녀 두 사람이 섹시한 포즈로 사람들을 유혹했다.
광고를 보는 서 사장 본인도 눈을 떼지 못할 정도로 매혹적인 모습이었다.
차와 미녀!
남자들의 원초적인 욕구를 온통 자극하는 광고였다.
광고 모델료만도 엄청나게 썼을 것이 눈에 보였다.
두 사람 모두 현시점 지구상을 양분하는 대표 미인 여배우들이었던 것이다.
게다가 중앙에 떡하니 자리하고 있는 매혹적인 디자인의 슈퍼 카는 또 어떤가?
온 세계 부호들이 침을 질질 흘릴만한 스포츠카였다.
광고 그 자체만으로도 엄청난 화제가 될 만했다.
그런데 이런 광고가 왜 다름 아닌 서울 데일리에?
서인태 사장은 놀람과 경악, 그리고 쓰라린 감정이 동시다발적으로 떠올랐다.
장안의 화제가 될 만한 이런 엄청난 광고가 왜 대한일보가 아닌 서울 데일리에?
부들부들 떨리는 손으로 서인태는 다음 장을 넘겼다.
어떻게 요행으로 이런 엄청난 광고를 받았는지 몰라도 다음 광고들은 모두 캔슬되었을 것이다.
그런 기대감으로 다음 장을 넘겼다.
"이…이게 뭐야?"
다음 장을 넘긴 서인태의 입이 딱 벌어졌다.
신문 하단에 삼단으로 엄청난 광고가 들어가 있었다.
"메…메이저리그?"
광고는 메이저리그를 소개하는 광고였다.
신문 중앙에는 한국인 메이저리거 박찬우가 멋진 포즈로 공을 던지는 모습이 담겨 있었다.
현재 박찬우는 한국인을 대표해서 미국에서 활약하는 최고의 스포츠 영웅이었다.
박찬우로 인해 메이저리그가 한국의 안방에서 시청되었고, LA다저스는 한국의 국민 구단이 되었다.
I.M.F로 시름에 잠긴 한국인들을 위로하고, 다시금 그 자부심을 일으키는 큰 역할을 해주고 있었다.
광고를 넣은 쪽은 메이저리그 사무국이었다.
이 광고 하나로도 엄청난 화제가 될 것이 분명했다!
박찬호의 역동적인 투구폼과 땀방울이 멋들어지게 찍혀 있었다.
박찬호의 팬이라면 누구나 오려서 소장해두고 싶은 욕구가 드는 광고였다.
이 광고 하나만으로도 서울 데일리의 오늘 판매량이 짐작될 정도였다.
"대체 왜? 왜? 우리 대한일보가 아니라 서울 데일리야?"
서인태는 메이저리그 사무국이 도저히 이해가 가지 않았다.
이런 광고라면 당연히 대한민국 일등신문인 대한일보에 넣어야 했다.
누가 뭐라 해도 제일 많은 판매수를 자랑하는 신문이 아닌가?
"최소한 동시에라도 광고를 했어야지?"
서인태는 틀림없이 서울 데일리 측이 메이저리그 사무국에 어떤 수를 부린 거라고 생각했다.
그렇지 않다면 자신들 신문에 이런 광고가 실리지 않을 수 없었다.
"우리 놈들은 대체 뭘 하고 있는 거야. 이런 광고를 앉아서 놈들한테 뺏기고 있어!"
서인태는 머리끝까지 화가 났다.
메이저리그 사무국에서 이런 광고를 한국에 아무런 문의 없이 했을 리가 없다.
그런데도 광고를 뺏겼으니 당장 광고국 국장을 잘라 버려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가만히 않아서 월급만 받아 처먹는 무능한 놈들! 내 이것들을 다 잘라 버릴 거야!"
서인태는 씩씩거리며 광고 팀의 무능함을 질타하며 화를 냈다.
그리고는 어떻게든 람보르기니와 메이저리그 광고를 뺏어올 방안을 궁리했다.
둘 다 외국 기업과 외국 기관이라 한국 기업을 상대하는 것과 달랐기 때문이다.
한국에서야 자신들만의 이너서클을 통해서 서로 주고받는 것이니 어려울 것이 없었다.
하지만 외국 기업 같은 경우에는 인맥만으로는 안 되는 것이 있으니 말이다.
하지만 뭐라 해도 대한일보다.
자신들의 한국 내 영향력을 어필할 수만 있다면 광고를 유치하는 데 어려움이 없을 것이다.
뭐라 해도 광고라는 것은 최고의 효과를 낼 수 있는 방법을 찾기 마련이니 말이다.
그렇다면 역시 한국에서는 최고 발행부수와 영향력을 자랑하는 대한일보다.
문제는 자신들과 서울 데일리 양쪽에 동시에 광고를 넣을 경우였다.
"그건 안 될 말이지. 뭔가 방법을 찾아 봐야겠어."
몇 가지 방안이 급히 떠올랐다.
람보르기니는 역시 부자들이 구매자다.
당장 자신부터 새로 출품한 신형 람보르기니를 구입할 수 있었다.
여기에다 자신은 한국에서 진정한 부자라고 할 수 있는 사람들을 동원할 수 있었다.
이들이 적극적으로 람보르기니를 구입해서 타고 다니거나 입소문을 내겠다고 한다면?
선전 방법 중에 셀럽들이 직접 차를 구입해서 타고 다니는 것만 한 것이 없다.
이를 빌미로 해서 대한일보와 대한일보를 따르는 몇 개의 중앙지와 독점 광고를 하자고 하는 것이다.
모두 한국 언론과 재계와 연관된 곳이니 람보르기니 측에서도 환영할 것이다.
서인태는 어느덧 입가에 비릿한 미소를 지었다.
벌써 다 이루어진 듯한 미소였다.
'메이저리그 사무국도 가만 두면 안 되지.'
대한일보는 L.A 지역을 비롯해 미국 내에 교포들을 대상으로 한 자사 신문을 발행하고 있었다.
미국 한인 사회 내에서도 일정 정도의 영향력을 지니고 있었다.
'내가 가진 모든 영향력을 총동원해야겠군.'
람보르기니보다는 더 까다롭게 여겨졌다.
하지만 역시 뭐라 해도 광고의 생리는 달라지지 않는다.
더 영향력이 높은 신문사가 유리한 법이다.
하지만 독점 광고를 노리려면 다른 인센티브가 필요할 터였다.
아니면 뒤로 돈을 찔러 준다든지…….
영향력이 있는 인물을 섭외한다든지…….
서인태의 눈빛이 어느새 벌겋게 변했다.
일종의 독심을 품은 것이다.
어떻게든 서울 데일리에게서 광고를 빼앗아 버릴 태세였다.
이를 위해 필요하다면 무슨 짓이든 할 생각이었다.
"크크큭, 이놈들. 나 서인태가 반드시 네놈들 눈에서 피눈물을 흘리게 해주마."
서인태는 독심을 품은 마음으로 다음 장을 넘겼다.
"어…어억? 이 사람이 왜?"
서인태는 숨이 탁하고 막혀왔다.
생각도 하지 못한 아니, 상상도 하지 못한 광고가 등장했던 것이다.
그야말로 허를 찔린 느낌이었다.
그의 두 눈을 찌르듯이 등장한 광고는 남아공의 흑인 대통령 넬슨 만들라였다.
현시점에서 전 세계에서 가장 큰 존경을 받고 있으며 동시에 화제의 중심인 인물이었다.
이 사람의 단독 인터뷰는 신문사라면 누구나 원하는 것이다.
그런 인물이 놀랍게도 서울 데일리의 새로운 출발을 응원하는 메시지를 던지고 있었다.
[어두운 밤하늘에 빛나는 샛별처럼 나그네의 갈 길을 밝히는 언론이 되길 진심으로 기원합니다.]
광고 뒷면에는 넬슨 만들라와의 단독 인터뷰가 게재되어 있었다.
서인태는 자신도 모르게 신문을 손에서 턱하고 놓아버렸다.
넬슨 만들라가 어떤 인물인가?
현직 남아공 대통령이자 노벨 평화상을 수상한 세계적인 인물이다.
엄청난 사회 문화적 영향력을 지니고 있었다.
원한다고 이런 광고를 아무렇게나 따올 수 있는 인물이 아니었다.
이런 사람이 일개 신문사에게 응원의 메시지를 던지는 전면 광고를 넣었다.
어찌 보면 단독 인터뷰를 성사시키는 것보다 더 힘든 일이었다.
게다가 광고 다음 면에는 떡하니 단독 인터뷰가 게재되어 있지 않는가?
대한일보라도 원한다고 해낼 수 있는 그림이 아니었다.
하지만 그런 이성적인 생각은 곧 이어서 솟구치는 분노에 잠식되어 버렸다.
"이― 빌어먹을 밥벌레들~"
서인태는 바닥에 떨어진 신문을 들어 양손으로 쫙쫙 잡아 찢어 버렸다.
화가 머리끝까지 치솟아 올랐던 것이다.
감히 대한일보가 해내지 못한 일을 아니, 꿈도 꾸지 못한 일을 떡하니 해놓고 있으니 화가 폭발했다.
뭐라 해도 서울 데일리는 자기 발밑에서 놀아야 하는 신문사였다.
곧 사장과 편집국 국장이 달려와 자기 무릎 밑에 꿇어앉아 빌어야 하는 족속들인 것이다.
그런데 이런 신문사가 해낸 일은 자기 신문사는 못 했다.
아니 안 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모든 것은 밑에 놈들의 무능이 저지른 일이 분명했다.
무능하고 게을러서 자신들보다 훨씬 아래의 신문사도 해낸 일을 넋 놓고 있다가 놓친 것이다.
그런 생각에 서인태는 분노와 모멸감에 화가 솟구친 것이다.
"X새끼들아―"
"사, 사장님?"
서인태의 괴성에 여비서가 급히 문을 열고 사장실로 들어왔다.
서인태는 얼굴이 시뻘게진 채 김 비서에게 지시를 내렸다.
"김 비서, 당장 임원들 회의실로 집합시―켜!"
"알, 알겠습니다."
김 비서는 깜짝 놀라 급히 사장실을 나섰다.
"이놈들, 내 오늘 다 죽여 버리겠어."
서인태는 사장실 한쪽에 놓여 있는 골프채를 들며 씩씩거렸다.
퍽―퍽―퍽―
골프채 소리가 연이어 들려왔다.
하지만 회의실에 모여 있던 임원들을 찍소리도 하지 못했다.
자칫 잘못해서 자신들에게 불똥이 떨어질까 겁이 났던 것이다.
"일어서!"
서 사장의 말에 광고국 양 국장이 벌떡 일어났다.
"잘못했습니다. 사장님."
"가서 앉아!"
"예, 사장님."
광고국 양 국장이 절뚝거리며 자리로 돌아가 앉는 동안 회의실은 쥐 죽은 듯이 조용했다.
"양 국장!"
"옙, 사장님."
"내가 원래 오늘 양 국장을 이 자리에서 바로 잘라 버리려고 했어."
"……."
"그런데 내가 왜 이걸로 끝낸 줄 알아?"
양 국장은 입을 꾹 다물고 고개를 숙였다.
그저 내가 죄인입니다, 하는 표정이었다.
"한 국장이 말리더군. 한 번만 더 기회를 주자고 말이야."
"감, 감사합니다. 사장님."
"한 국장 말대로 한 번 더 기회를 주지. 하지만 다음번에도 이런 식이면 넌 이거야! 알겠어?"
"예, 옙 사장님. 알겠습니다."
양 국장은 손으로 목을 긋는 사장의 말에 급히 대답했다.
"다들 주목해요!"
"옙, 사장님."
"우리 대한일보에게 감히 맞서는 신문사들이 생겼어요. 다들 알고 있죠?"
"예, 알고 있습니다."
회의실에 모인 임원들이 일제히 대답했다.
"앞으로 이들과는 전사적으로 대응할 생각입니다. 첫 번째 타킷은 서울 데일리입니다."
서 사장은 임원들에게 어떻게 서울 데일리의 광고를 뺏어올지 대략적인 전략을 설명했다.
그러자 여기저기서 감탄성이 터져 나왔다.
"틀림없이 성공할 수 있을 겁니다. 사장님."
"역시 사장님이야."
임원들의 칭찬에 서인태는 한껏 취하면서 구체적인 방안들로 보안해 보라고 지시했다.
한참 서울 데일리를 공략할 방법들에 대한 의논이 끝나자 한 국장이 자리에서 일어났다.
"사장님, 말씀하신 대로 준비하면 서울 데일리를 무너뜨리는 것은 어렵지 않을 것 같습니다."
"……."
"그런데 문제는 서울 데일리를 따라 우리에게 대응하는 조무래기들이 있다는 겁니다."
"고려 일보 말이로군."
"예, 고려일보, 동보일보, 경향 데일리 등이 눈에 띄게 도발하고 있습니다."
"거기 광고 다 끊어지지 않았어요?"
사회부 국장이 의아한 표정으로 물었다.
"맞습니다. 하지만 의외의 복병이 숨어 있더군요."
한 국장은 의아한 표정을 짓는 서 사장과 임원들에게 자세한 설명을 하기 시작했다.
설명을 모두 들은 임원들이 고민하고 있을 때 서 사장이 말했다.
"뭐, 은행 한둘이야. 걱정할 필요 없어. 거긴 내가 알아서 하지. 다른 사람들은 신경 꺼―"
"사장님, 대책이 있으신 겁니까?"
"한 국장, 은행 하나 움직이는 데 대책이 필요할 것 같아? 나 서인태야, 서인태!"
"실, 실례했습니다. 사장님."
한 국장은 고개를 깊이 숙였다.
사실 한 국장이 모르는 바가 아니었다.
다만 이렇게 한바탕 연극을 함으로써 서인태의 허영심과 영웅 심리를 채워주는 것이다.
"그럼 고려, 한보, 경향 이 세 놈들은 금세 일망타진할 수 있겠군요? 사장님."
정치부 국장이 만면에 한껏 미소를 띠고 과장되게 물었다.
서인태의 자존심을 한껏 세워주기 위해서였다.
"물론이지. 내가 누구야. 이 떨거지들은 한꺼번에 치우고 우린 서울 데일리와의 싸움에 집중한다."
"옙, 알겠습니다. 사장님."
서인태의 말에 일제히 임원들이 대답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