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번 사는 절대기억능력자 204화
204화
"대, 대체 어느 정돈데 그러는 거야? 한 국장."
"놀라지 마십시오. 골든 타워 아니, 골든 그룹은 미국 대통령도 움직일 수 있는 회사입니다."
"……!"
한 국장의 말에 서 사장은 깜짝 놀랐다.
"그…그게 무슨 말이야? 한 국장. 누굴 움직인다고?"
"미국 대통령 말입니다. 사장님. 미국 대통령도 움직인다고요."
"……!"
98년도의 한국이었다.
서방 자유세계를 움직이는 종주국이라 할 수 있는 미국의 대통령은 세계의 대통령이라고도 불렸다.
그런 미국 대통령의 파워가 어느 정도인지는 어림짐작이 가지 않는가?
이 시절 미국이 기침을 하면 한국은 독감에 걸린다고 할 정도로 경제가 종속되어 있었다.
그러니 한 국장이 이렇게 놀라는 것도 당연하다면 당연한 일이다.
"뭐…뭐라고? 그게 무슨 소리야? 한 국장. 미국 대…통령?"
한 국장의 말이 도저히 믿기지 않는지 서 사장은 한차례 더 되물었다.
"확실합니다. 사장님. 제가 미국 정부 관계자에게서 확실히 들었습니다."
"말…말도 안 돼!"
한 국장의 말에 서 사장은 머리가 복잡해졌다.
"그…그런데 서울 데일리가 그 회사의 자…자회사였습니다."
"뭐야? 투자만 받은 게 아니었어?"
"예, 제가 분명히 확인했습니다. 사…사주가 골든 그룹 회장 본인입니다."
쿵!
한 국장의 말에 서인태는 경악한 표정을 지었다.
그 말은 자신이 지금까지 미국 대통령을 움직일 수 있는 사람과 겨뤄 왔다는 뜻이 아닌가?
서인태는 망연자실한 표정으로 제자리에서 주저앉았다.
정신을 차리기 위해 냉수를 한 잔 마신 후 서인태가 다시 물었다.
"다시 말해봐. 한 국장. 그러니까, 람보르기니가 골든 그룹 계열사라고?"
"맞습니다. 뉴욕 특파원으로 가있는 고일석 기자가 알아낸 겁니다. 확실하다고 하더군요."
"휴우, 그러니 별의별 수를 다 써도 안 통했던거군?"
"그렇습니다. 사장님."
서인태는 명품 이미지를 가진 람보르기니 광고를 꼭 따내고 싶었다.
최고 신문에만 등장하는 명품 자동차 광고.
사람들이 그 차를 사지는 않더라도 기업 이미지 상승에 큰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이다.
그래서 자신은 물론이고, 친우들과 인맥이 있는 사람들에게 람보르기니 선전을 하고 다녔다.
광고를 따내기 위해 할 수 있는 것은 다 해볼 생각이었다.
한국에서 진짜 장사를 하고 싶다면 당연히 자신을 통해야 한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었다.
그렇게 애를 썼는데도 불구하고 반응이 냉담했던 이유를 이제야 깨달았다.
"젠장, 그 사주 녀석. 날 머저리로 봤겠군."
서인태는 인상을 찌푸렸다.
대충 한 국장의 말을 들어보니 골든 그룹은 단순히 금융투자 회사가 아니라 여러 계열사를 거느린 대기업이었다.
게다가 미국 내에서 엄청난 파워를 지니고 있다는 것이다.
그래서 골든 그룹 사주와 인맥이 있는 사람이나 기업들이 광고를 넣어주고 있다는 것이다.
"휴우, 그런 거물이 뭐가 아쉬워서 한국 같은 작은 시장에 발을 들이려는 거지?"
"그게 골든 그룹 회장이 한국인라고 합니다."
"뭐? 그게 사실이야?"
"그렇습니다. 사장님."
"알고 있는 걸 자세히 말해봐. 한 국장. 제일 중요한 걸 빠뜨리면 어떡하나?"
"죄, 죄송합니다."
한 국장은 서슬 퍼런 서 사장의 질책에 자라목이 되었다.
"이름은 존 강. 나이는 믿기지 않지만 이제 겨우 20대 중반이라고 합니다."
"뭐? 이제 겨우 20대 중반이라고?"
"그렇습니다. 사장님."
"결혼은 했나?"
"아닙니다. 아직 미혼이라고 합니다."
"거참 대단하군. 그 나이에… 그게 가능하기나 한 일인가?"
믿기지 않는다는 표정이었다.
하긴 누가 들어도 어디서 소설 쓰냐는 반응이 나올 법한 이야기였다.
보통 사람들이라면 이제 막 대학에 복학하거나 졸업하고 취업을 준비할 나이였다.
그런데 대기업 회장이라니?
회사를 물려받은 것도 아닌데 어떻게 그런 일이 가능했을까?
"그런 대단한 인물이 어떻게 아직도 안 알려진 거지?"
"본인이 그동안 자신의 신상을 철저하게 비밀에 붙여왔던 모양입니다."
"음…그래?"
"원래 낯을 좀 많이 가리는 스타일이라고 합니다."
"……."
"그 나이에 연애도 안 하고 거의 회사에서 숙식을 하면서 일만 한다고 하더군요."
"허허, 거참 젊은 사람이 대단하군."
하긴 그 정도는 되어야 그런 대기업을 일굴 수 있겠다 싶었다.
"게다가 사람 보는 눈이 장난이 아니라고 합니다."
"……?"
"최승호 아시죠?"
"이 사람이 장난하나? 당연히 알지. 한국인치고 그 친구 모르는 사람이 어디 있나?"
"그 최승호를 알아보고 미국으로 유학시킨 자선사업가가 바로 존 강 회장이라고 합니다."
"……!"
이번에는 진짜 깜짝 놀랐다.
서인태의 얼굴에는 놀란 표정이 적나라하게 드러나 있었다.
"그…그게 사실인가?"
"사실입니다. 사장님. 최승호 그 친구가 페이스북을 어떻게 일으켰는지 아십니까?"
"……?"
"존 강 회장 집에서 숙식을 함께하면서 어느 날 생각난 아이디어였다고 합니다."
"그…그래서?"
"다른 사람 같으면 그냥 일개 고등학생이 떠올린 아이디어라고 치부했을 일이지요."
"……."
"존 강 회장은 듣자마자 성공을 예감하고 그 자리에서 거금을 투자했다고 하더군요."
"허…허어!"
"영웅은 영웅을 알아본다지 않습니까? 페이스북의 성공스토리에는 그런 이면이 있었던 겁니다."
서인태 사장은 한 국장의 말에 자신도 모르게 고개를 끄덕였다.
페이스북은 현재 한국 시장은 물론이고, 전 세계에 소셜미디어 열풍을 이끌고 있었다.
얼마 전에도 최승호가 20대 나이로 억만장자가 되었다는 보도가 TV와 언론에서 자자했다.
대한일보에서도 특집 칼럼을 쓰기도 했었다.
현재 박찬우와 함께 한국에서 가장 유명한 한국인라고 해도 무방했다.
최승호는 경제난으로 시름에 빠진 한국인을 위로하는 영웅적인 인물이 되어 있었다.
자수성가한 인물 중 세계에서 가장 어린 부자라는 타이틀로 기사를 쓴 매체도 있었다.
어느덧 페이스북이 구글과 함께 세계 최고의 IT기업 중 하나가 되어 있었던 것이다.
한창 닷컴열풍이 불고 있는 와중에 페이스북의 주가는 매일처럼 상한가를 치고 있었다.
주식에 손을 대고 있는 한국 사람들 중에 페이스북에 투자를 안 한 사람이 없을 정도였다.
그런데 그런 엄청난 기업이 탄생하는 데에 존 강이란 자가 산파 역할을 한 것이 아닌가?
"최승호란 친구가 정말 대단한 친구인 건 분명한데 알고 보면 존 강 회장이 더 대단한 거 아닙니까?"
"…엉?"
"최승호란 천재를 미리 알아보고 과감한 투자를 결정하고 결과적으로 엄청난 성공을 거둔 것 아닙니까?"
"그러고 보니 자네 말도 일리가 있군."
서 사장이 고개를 끄덕였다.
"최승호 군이 페이스북의 사장이라고는 하지만 실제 소유자는 사실 존 강 회장인거지요."
"그…그게 그렇게 되나?"
그동안 최승호란 이름값에 가려져 미처 생각하지 못했던 사실을 깨닫는 서 사장이었다.
한 국장의 말대로라면 골든 그룹은 세계 최고의 회사 중 하나를 계열사로 하고 있다는 뜻이다.
자신이 어떤 사람과 맞붙었는지 그제야 좀 더 실감이 나기 시작했다.
"이건 우리 혼자서 감당할 수 있는 사람이 아니군."
"맞습니다. 사장님. 존 강 회장이 한국 언론계에 진출하기로 한 이상 우리도 힘을 합쳐야 합니다."
그동안 서울 데일리에 대한 제재는 어느 정도 대한일보 단독으로 움직인 면이 있었다.
물론 강고한 언론 카르텔이 뒤에서 지지를 해주고 있었지만 말이다.
하지만 서울 데일리의 힘을 어느 정도 알게 된 지금 대한일보 단독으로 움직일 일이 아니었다.
"알겠네. 오늘 저녁에라도 만나서 대책을 논의해보도록 하지."
"예, 사장님. 그럼 저는 이만 나가 보겠습니다."
"알겠네. 수고 했어. 그럼 그만 가보게."
"예, 사장님."
한 국장이 고개를 숙인 후, 밖으로 나가보려고 할 때였다.
"잠깐, 한 국장."
"예?"
"혹시 뭐, 더 해줄 말이라도 있나?"
"……?"
"오늘 다른 언론사 사주들과 만날 때 말이야. 골든 그룹에 대해 해줄 말이 더 없겠느냐는 말이지."
"아, 예. 아참. 그러고 보니. 존 강 회장이 말입니다."
"그…그래. 존 강 회장이……."
서 사장은 상체를 움직여 한 국장을 향했다.
뭔가 요긴한 이야기를 하나라도 더 알고 싶은 표정이었다.
"존 강 회장이 이번에 메이저리그 구단을 인수했다고 합니다."
"그…그래?"
"그것도 LA다저스를요."
"L…LA다저스?"
"맞습니다. 그 LA다저스입니다."
서 사장은 잠시 말을 잇지 못했다.
LA다저스가 어떤 구단인가?
현재 한국 국민들의 눈과 귀는 메이저리그 아니, 정확히는 LA다저스를 향해 있었다.
그야말로 국민 구단이란 말을 듣는 것이 당연할 정도로 전 국민적 인기를 구가하고 있었다.
한국인들이 가장 많이 살고 있는 지역이기도 해서 박찬우의 경기마다 구름 인파가 몰려들었다.
그런 구단을 한국인이 인수했다는 말이다.
이런 사실이 한국에 알려지면 엄청난 화젯거리가 될 것이 분명했다.
"대…대단하군. 정말 대단해."
"저희 측도 이번 일에 대해 기사를 작성 중입니다."
"허허! 그러면 존 강 회장이 한국에도 알려지겠군."
"아마 최승호 이상으로 유명해질 겁니다."
"그…그렇겠지."
한 국장의 말에 서 사장은 고개를 끄덕였다.
"메이저리그 광고가 어떻게 실렸는지 알 만하군."
"그렇습니다. 사장님. 그 문제는 저희 측이 아무리 매달려도 소용이 없을 겁니다."
"으음."
"그럼 이만 나가……."
"아, 잠깐만. 한 국장."
"……예?"
"존 강 회장이 평소 어디에서 머물고 있는지 알고 있나?"
"……?"
서 사장의 얼굴에 드러난 표정은 뭐라고 설명하기 어려운 표정이었다.
대체 무슨 생각을 하는 건지 알 수 없었지만 한 국장은 서 사장의 말에 대답했다.
"예, 알려진 바로는 저택은 맨허튼의… 그리고 회사 주소는 엠파이어 빌딩……."
"그…그렇군, 알겠네. 그럼 이만 나가보게."
한 국장은 다시 허리를 숙여 인사를 하고는 사장실을 나섰다.
이번에야말로 더 이상 서 사장에게 붙잡히지 않고 사장실을 나설 수 있었다.
한 국장은 이번에 골든 그룹과 존 강 회장에 대해 알아낸 일들을 가지고 기사로 내보낼 생각이었다.
이를 위해서 미국에 특파원을 몇 명 더 파견할 생각이었다.
현지에 거주하면서 기사거리를 더 파낼 생각이었던 것이다.
사실 한 국장이 골든 그룹과 강 혁에 대해 알게 된 일들은 모두 강혁이 공개를 허락한 내용들이었다.
자신의 정체를 신상현이 알게 된 이상 더 이상은 감출 이유가 없었던 것이다.
게다가 앞으로는 자신을 드러내야 더 유리한 고지를 점할 수 있었다.
자신의 말 한 마디 한 마디에 여론의 향방이 바뀔 정도로 국민들의 마음을 얻어 놓을 필요를 느꼈던 것이다.
한편 한 국장이 사장실을 나가자 서 사장은 어딘가로 전화를 걸고 있었다.
―어머? 웬일이에요. 삼촌. 미국까지 전화를 주시네?
전화기 너머로 아리따운 젊은 여성의 음성이 들려왔다.
"아, 예리야. 오랜만이지. 지금 통화 가능하냐?"
―음… 삼촌이 오랜만에 전화하셨는데. 시간을 내야죠, 뭐.
"그…그래. 예리야. 다름이 아니라 말이다."
―……?
"너, 남자 좀 만나볼래?"
―…남자요?
"그…그래."
―하아, 어떤 사람인데 그래요?
"들어보면 너도 좋아할 거다."
―흐흠, 대체 어떤 인물이길래. 미국에 있는 이제 겨우 22살인 조카한테 전화를 하셨을까?"
전화기 너머로 꽤 미인인 젊은 대학생이 쾌활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