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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번 사는 절대기억능력자-210화 (210/301)

두번 사는 절대기억능력자 210화

210화

얼마 전부터 한국 신문에 이탈리아의 명품 슈퍼카 광고가 올라오기 시작했다.

바로 람보르기니의 새로운 슈퍼카 광고였다.

신문에 등장한 람보르기니의 신차는 혁신적인 디자인과 성능으로 사람들을 놀라게 했다.

돈만 있다면 구입하고 싶은 생각이 절로 들게 하는 매력적인 차였다.

게다가 가격은 또 얼마나 비싼가?

진정한 부자가 아니면 구입할 엄두를 내기 힘든 가격이었다.

하지만 그게 또 하나의 매력 포인트였다.

누구나 원하지만 아무나 가질 수는 없는 명품 자동차.

사람들의 선망의 대상이 되기에 충분했다.

그런데 알고 보니 강혁이 람보르기니의 사주라고 하지 않는가?

이탈리아 명품 자동차의 새로운 주인이 강혁이라고 알려지자 또 한차례 큰 충격을 주었다.

한국을 대표하는 자동차 회사 현주.

국민들의 자부심이 된 자동차 회사였다.

하지만 현주 그룹 역시 외환위기의 과정에서 흔들리고 있는 시점이었다.

게다가 현주 자동차는 대중적인 자동차에 강점을 가지고 있었기에 슈퍼카를 만들지는 않았다.

그런 쪽으로는 아직 명함도 내밀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었다.

그런데 갑자기 등장한 한국인이 그런 명품 자동차 회사의 주인이라고 하니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막연히 엄청난 부자다 하는 것보다 더 국민들이 실감할 수 있게 하는 내용이었다.

사람들은 매일같이 강혁의 새로운 이야기에 놀라고 흥분했다.

혈혈단신으로 미국으로 건너가 대기업을 세우고 이제는 한국의 경제 회생을 위해 투자를 한다.

강혁의 입지전적인 스토리는 애국주의와 결합하며 대중을 열광시켰다.

그런데 여러 언론 중 강혁에 대해 가장 심도 있는 내용을 싣는 곳은 당연코 서울 데일리였다.

사람들은 강혁에 대한 새로운 이야기들을 보기 위해서라도 서울 데일리를 찾았다.

그 덕에 서울데일리는 매일같이 발행부수가 늘어났다.

다른 신문들 역시 강혁에 대한 하찮은 이야기라도 싣는 날에는 신문이 잘 팔려나갔다.

강혁이 얼마나 국민들의 관심을 받고 있는지 알 수 있는 대목이었다.

강혁의 이야기가 실리는 날에는 신문의 발행부수가 달라질 정도이니 말이다.

대한민국에 새로운 영웅이 탄생한 것이다.

*     *     *

대한일보, 대중일보, 대동일보.

흔히 대.중.동이라하여, 보수언론을 상징하는 대명사처럼 불리는 이름이다.

이들 세 언론사의 2세 경영인들이 한자리에 모여 모임을 가지고 있었다.

"아무래도 이런 기세면 우리도 위험해지는 거 아냐?"

"그러게 말이야. 서울 데일리의 발행부수가 날이 갈수록 늘고 있어.

"덩달아 이쪽에 가세하는 피라미들도 늘고 있고 말이야."

언론사들의 기조가 대.중.동의 대척점에 서는 중소언론사들이 늘어나는 방향으로 흘러가고 있었다.

이들은 서울 데일리의 논조와 비슷한 목소리는 내는 경우가 많았다.

아직 이들의 숫자가 많지는 않지만 장기적으로 보면 위협이 될 수 있었다.

"어르신께서는 뭐라고 하셔?"

대중일보의 사장 허동완이 서인태에게 물었다.

"아버지 말씀으론 너무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고 하셨다는군."

"그래?"

서인태의 대답에 대동일보의 사장 이정환이 살짝 놀란 표정을 지었다.

자신들이 생각해도 지금 서울 데일리의 위세가 커졌기 때문이다.

이들이 바쁜 스케줄에도 이렇게 모두 모인 것도 서울 데일리 때문이었다.

지금까지 자신들에게 도전했던 언론사 중 서울 데일리와 같은 언론사는 없었다.

광고를 막아도 아무런 소용이 없었다.

기껏 국내 광고를 막아도 더 유명하고 세계적인 기업이 광고를 넣어 버렸다.

그러다 보니 막아두었던 다른 국내 회사의 광고들이 다시 서울 데일리로 들어가버렸다.

자신들 광고가 사람들의 주목을 끄는 외국 유명 회사 광고와 함께 나오길 바란 것이다.

게다가 서울 데일리는 자신들이 공격한 중소 언론사들의 방패막이가 되어 주고 있었다.

그러다 보니 대.중.동에 반기를 든 언론들이 서울 데일리를 중심으로 뭉치고 있었다.

이런 상황에 위기감을 느낀 대한일보의 회장 서성주는 직접 신상현에게 물었다.

서울 데일리의 등장으로 인해 대.중.동의 미래가 어떻게 될지 말이다.

그에 대한 신상현의 답변은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는 것이었다.

"믿어도 될까?"

대중일보 사장 허동완이 걱정스런 표정으로 되물었다.

"너도 알잖아. 그분이 어떤 분인지?"

서인태가 아무도 없는데도 불안한지 주위를 한번 살피더니 조심스럽게 대답했다.

"하지만 다들 너무 그 어린 것을 믿는 거 아냐?"

"쉬―이. 말조심하는 게 좋아. 허 사장."

대동일보 사장 이정환이 허동완을 바라보며 주의를 시켰다.

하지만 그런 이정환의 태도가 오히려 허동완에게 불을 붙인 행세다.

잠시 멈칫하던 허동완이 한차례 코웃음을 치더니 거칠게 입을 열었다.

"흥, 사실 난 전부터 맘에 들지 않았어."

허동완의 말에 서인태와 이정환은 움찔했다.

허동완이 그들 사이에 금기시 되는 말을 할 기세였기 때문이다.

그런데 두 사람의 걱정을 아는지 모르는지 한번 물꼬가 풀리자 허동완의 입은 거침이 없었다.

이미 오래 전부터 불만이 쌓였던 모양이다.

"다들 그 어린 것을 진짜 신불이라도 되는 양 떠받들고 있잖아."

"……음."

이정환이 아무 말 없이 가슴에서 담배를 찾아 입에 물었다.

그도 사실 이 상황이 너무 답답했던 것이다.

눈앞에서 자신들의 아성을 무너뜨리려는 연합군이 생기고 있는 중이었다.

힘을 합쳐서 그들을 견제해도 쉽지 않을 시기에 그다지 걱정하지 말라는 말을 들었으니 말이다.

윗사람들의 현실 인식이 안이하다는 생각이 들었던 것이다.

하지만 그렇다고 그런 생각을 입 밖에 낼 수는 없었다.

왜냐하면 지금 그들 기득권 세력들은 모두 신상현을 중심으로 뭉치고 있었기 때문이다.

"사실은 이 사장도 그렇게 생각하잖아. 안 그래?"

허 사장의 말에 이정환은 아무 말 없이 담배를 피웠다.

그러다 입을 열었다.

"지금까지 한 번도 틀린 적이 없다잖아."

이정환의 말에 허 사장이 말했다.

"그 말이 과연 사실일까? 난 지금에 와서는 회의감이 들어."

"…으음."

이제 중학생인 신상현이 이들 무리에게 미륵불로 받아들여진 것은 빙의와 예언의 신비함 때문이었다.

일제와 독재 정권 시절을 거쳐 그들에게 부역하며 성장한 자들의 모임인 일진회.

이들은 서로 혈연과 학연으로 얽혀 있고, 각종 이권을 나눠 먹는 사이였다.

일진회에는 장로라고 불리는 사람들이 있었다.

신상현이 일진회를 장악한 것은 최영혜를 만나러 장로들이 자택을 방문했을 때였다.

초등학생에 불과한 신상현이 장로들을 보고는 대뜸 반말로 그들을 꾸짖었다고 한다.

그리고 이어지는 말들은 장로들을 기겁하게 만들었다.

아무도 모르는 그들 자신만의 비밀들을 모두가 보는 앞에서 끄집어냈던 것이다.

누구도 알지 못하고 자신들만 마음속에 간직하고 있던 개인적인 치부들이었다.

게다가 신상현은 정확히 자신들의 정체를 알고 있었다.

바로 외부적으로 알려져 있는 신분만이 아니라 일진회의 장로라는 비밀의 신분을 말이다.

일진회는 광복 후, 친일파 청산이라는 광풍 속에서 살아남은 후 만들어졌다.

언제든 자신들의 목숨이 위태로워질 수 있고, 재산을 뺏길 수 있다는 사실은 그들을 단합하게 만들었다.

철두철미한 비밀주의와 사익으로 똘똘 뭉친 이들 일진회는 대를 이어 대한민국의 권력을 행사해왔다.

그런데 세월이 흐르면서 민주화가 이뤄지자 이들은 전에 없던 위기감을 느끼고 있었다.

이날 최영혜를 방문한 이유도 그런 위기감을 해소하기 위한 방편으로 그녀를 이용하기 위해서였다.

그런데 최영혜는 그 존재를 알지 못할 일진회와 자신들의 신분을 그 입으로 밝혔던 것이다.

어린아이의 장난으로 생각하기에는 너무 스케일이 큰 장난이었다.

게다가 자신들을 처음 만나는 어린아이가 어떻게 자신들의 이름과 함께 감춰진 치부를 알겠는가?

더 놀라운 것은 그 모든 것을 지켜보고 있던 최영혜 본인도 신상현을 미륵불의 화신이라고 인정했다는 것이다.

자신이 운영하는 보육원에서 만난 어린 아이를 직접 입양했다는 최영혜의 말에 장로들은 놀람을 금치 못했다.

최강수 대통령의 정치적 유산을 물려받은 최영혜는 자신들에게 최후의 보루나 다름이 없었다.

일진회 장로들은 민주화 과정에서 약해져 가던 자신들의 기득권을 유지하기 위해 최영혜를 찾은 것이었다.

최영혜를 대통령으로 만들어 다시 한 번 정권을 되찾고, 지금까지처럼 권력의 단맛을 빨려했던 것이다.

그런 그들에게 신상현의 등장은 행운인지 불행인지 알 수 없었다.

어안이 벙벙한 일진회 장로들을 향해 신상현은 다음과 같이 말했다.

'최영혜는 장차 대통령이 되어 우리 민족을 위대하게 만들 것이다.'

'너희들이 가진 모든 것을 바쳐 최영혜를 돕는다면 사후 세계에서도 지금과 같은 위치에 있을 것이다.'

'만일 최영혜를 배신한다면 다시는 윤회를 거치지 못하고 영원히 지옥불에 고통을 당할 것이다.'

신상현의 말에 장로들은 까무라치게 놀랐다.

두려워하는 그들에게 신상현은 다음과 같이 말했다.

'내 말을 믿지 못하겠다면 5월23일을 기억해라. 그날 이철수란 북한군 공군 대위가 미그기를 타고 귀순할 것이다.'

신상현은 그들에게 돌아갔다가 예언이 맞아 떨어지는 날 다시 찾아오라고 했다.

당시에 그들은 모두 반신반의하며 돌아갔다.

그리고 운명의 날.

서울 상공에 미그기가 떴다.

공습경보가 울렸고, 훈련이 아닌 실제 상황이라는 소리가 서울 광장을 뒤덮었다.

예언이 사실이 된 것이다.

일진회 장로들은 긴급히 다시 모여 최영혜의 집을 찾았다.

그렇게 일진회는 신상현을 미륵불의 화신으로 모시고, 그 세를 더 늘려 나갔던 것이다.

지금에 와서 일진회는 이전보다 훨씬 더 강하고 거대한 세력이 되어 있었다.

그 모든 것이 바로 신상현이란 초월적 존재가 구심점 역할을 했기 때문이다.

그런데 허 사장과 이 사장이 의구심을 품고 있는 것이다.

잘못하면 큰일이 생길 수도 있겠다는 생각에 서인태가 말했다.

"아버님께서는 서울 데일리가 지금은 잘 나가지만 이 기세가 오래가지는 못할 거라고 하시더군."

"그건 왜?"

이정환이 물었다.

"그분께서도 말씀하셨지만 강혁 이슈도 결국은 가라앉을 거라는 거야."

"……."

"그렇게 되면 결국 사람들은 신문에서 뭘 보겠어?"

서인태의 말에 두 사람은 조금씩 고개를 끄덕였다.

뭐라 해도 두 사람은 대형 신문사를 운영하는 사장들이다.

자신들의 신문과 다른 신문사의 차이가 어떤 것인지 잘 알고 있는 것이다.

우선 정보의 빠름과 정확성이다.

왜곡된 정보를 주는 것도 사실이지만 빠르고 정확한 정보를 전달하는 경우가 더 많았다.

둘째는 매우 다양한 내용과 구성들을 가지고 있다는 점이다.

지금 강혁에 대한 정보들을 서울 데일리가 독점하는 것 이상으로 자신들은 많은 취재원들이 있었다.

만일 다른 이슈들이 발생하면 경쟁에서 이기는 건 다름 아닌 자신들이었다.

문화면, 예술면, 사회면, 과학면 등 거의 모든 분야에서 양질의 기사들을 보도할 자신이 있었다.

"그러니 아버님 말씀이 결국 이기는 건 우리가 될 거라는 거야."

"흐흠, 틀린 말은 아니군."

허 사장이 말했다.

가장 불만이 많던 그의 말에 이정환도 고개를 끄덕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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