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번 사는 절대기억능력자 214화
#214화
"하하! 반갑네, 반가워. 이제 우리도 이웃사촌이니, 앞으로 잘 지내보세."
"예, 어르신. 앞으로 잘 부탁드립니다."
"잘 부탁드려요. 어르신~"
"허허, 젊은 각시가 예쁘기도 하네. 자네 결혼 참 잘 했구만."
"하하, 아이고 아닙니다. 어르신."
젊은 부부가 웃으며 강일수와 대화를 나누고 있었다.
남자의 이름은 조명진, 여자의 이름은 성미래였다.
두 사람은 모두 30대 초반의 젊은 부부로 서울에서 사업을 접고 귀농했다고 한다.
이 젊은 부부는 강수일의 옆집으로 이사를 왔다.
원래 그 집에는 박 씨 부부가 살고 있었다.
이 부부가 갑자기 이사를 하게 되면서 집이 비게 되었는데, 때 마침 이들이 이사를 온 것이다.
박 씨 부부는 서울에서 사촌 형님이 하는 가게에 일손이 필요하다고 해서 갑작스런 이주를 결심했다.
한편 금판 마을에 새로운 식구가 생기자 동네 사람들이 마을 회관에서 잔치를 열었다.
강일수가 마을 이장에게 젊은 가정이 왔으니 다들 환영해주자고 한 것이다.
잔치를 열 돈도 듬뿍 손에 쥐어 주면서 말이다.
공짜 술에 공짜 밥이라 마을 주민들이 다들 기뻐했다.
안 그래도 젊은이들이 도시로 빠져나가는 탓에 농사 지을 사람들이 줄고 있었다.
그런 시기에 귀농을 한 젊은 가정이 왔으니 안 그래도 마을에 좋은 일이었다.
다들 강 회장이 오고 나서 좋은 일만 생긴다면 덕담을 나누었다.
"아이고, 다들 선남선녀네."
"그러게요."
"자자, 서 있지만 말고 여기들 앉아요."
마을 어른들이 조명진과 성미래를 데리고 좋은 자리에 앉혔다.
그리고 본격적인 마을 잔치가 벌어졌다.
"그래, 마침 우리 집 옆집이던데. 앞으로 잘 지내보세."
"예, 어르신."
"조 씨, 여기선 다들 강 회장님이라고 불러."
"예?"
"하하, 맞아. 여기 강 회장님 아들이 누군지 아는가?"
"모, 모릅니다만."
"흐흐, 알면 자네도 깜짝 놀랄걸? 골든 그룹 알지?"
"예? 당연히 알죠. 요즘 골든 그룹 모르면 한국 사람이 아니죠."
"크크, 그렇지. 골든 그룹 강 회장이 바로 회장님 아들이야."
"예? 그…그게 사실입니까?"
"진짜야. 물어봐."
마을 주민들이 웃으며 조명진에게 강일수에 대해 알려주자 강일수가 웃으며 말했다.
"하하, 아들 잘 둔 덕분에 말년에 회장님 소리 듣고 사는 늙은이야. 너무 부담 갖지 말게."
"그…그럼 정말입니까?"
"흐흐흐, 그렇다네. 자, 한잔 받게나."
강일수는 연신 기분 좋은 웃음을 터트리며 조명진에게 맥주를 한잔 가득 부었다.
"그…그럼 혹시 이 분은 경호원이신가요?"
조금 전부터 입에 술은 조금도 안 가져가는 덩치 좋은 남자를 보고 말했다.
"아, 양 군? 이번에 새로 왔어. 자네처럼 신입이지."
"양일석입니다. 회장님을 모시고 있죠."
"조명진입니다."
두 사람은 서로 악수를 나누었다.
본격적으로 잔치가 무르익자 사람들은 거나하게 취해갔다.
조명진도 마을 사람들이 건네는 잔을 사양하지 않고 넙죽넙죽 잘 받아 마셨다.
그렇게 밤이 무르익었다.
결국 잔치가 파할 무렵 조명진은 상당히 취하게 되어 몸을 가누지 못했다.
"어이쿠, 이 친구 많이 취했군."
강일수가 걱정스런 표정을 지었다.
"아무래도 안 되겠네. 양군."
"예, 회장님."
"수고스럽겠지만 자네가 양군을 집으로 데려다 주게나."
"아이고, 아니에요. 제가 데리고 갈게요."
성미래가 손사래를 치며 말했다.
"아닙니다. 많이 취한 것 같은데 제가 업고 가겠습니다."
"아뇨, 아뇨, 무슨 소리에요. 전 안취했습니다. 제 발로 갈게요."
그 와중에 조명진은 스스로 갈 수 있다며 몸을 일으키더니 금세 휘청거렸다.
"어이쿠, 이 사람아. 조심하게."
"제가 잡았습니다."
휘청하며 쓰러지려는 조명진을 양일석이 잡았다.
그리고는 마을 사람의 도움을 받아 조명진을 등에 업었다.
"그럼, 다녀오겠습니다."
"그렇게 하게."
양일석이 조명진을 등에 업고 마을 회관을 나섰다.
"그럼, 임자. 우리도 그만 집에 가세."
"그래요. 여보."
강일수는 아내와 함께 느릿느릿 움직이며 집으로 걸어갔다.
두 사람이 마을 회관을 나서자 금세 다른 경호원이 집에서 마중을 나와 있었다.
"어, 최 군. 자네가 나왔군."
"예, 회장님. 어서 집으로 드시죠."
마을 회관에서 강일수의 집까지 그리 가까운 거리는 아니었다.
저 멀리 양일석이 조명진을 업고 걸어가고 있었다.
"흠, 사람 그렇게 안 봤는데 그러니깐 양 군하고, 저 친구가 세작이란 말이지?"
"그렇습니다. 회장님. 하지만 아무 걱정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저희가……."
"하하, 걱정은 무슨… 자네들을 믿네."
"예, 회장님. 저희들이 철통같이 지켜드릴 테니 걱정 마십시오."
"그래, 그래."
강일수는 최 경호원과 함께 집으로 들어갔다.
잠시 강일수의 눈빛이 조명진 쪽을 향해 번득였다.
* * *
"하아― 정말 오랜 만의 휴가에요. 오빠."
"미안해. 미미, 약속은 파티 다음 날이었는데 생각 이상으로 시간이 걸렸군."
강혁은 천려시와 약속했던 휴가를 왔다.
"후훗, 아니에요. 얼마나 바쁜지 저도 잘 아는 걸요. 다만……."
천려시의 두 눈이 다른 방향을 향했다.
그곳에는 비서인 이리나와 최승호, 그리고 승호의 친구들이 있었다.
현재 이들은 남태평양의 무인도에 지은 빌라에 와 있었다.
이 섬은 강 혁이 사들인 곳으로 그림처럼 아름다운 곳이었다.
"에헷, 사실 오빠와 단 둘이 보낼 수 있다고 생각했었는데 그게 아니라 실망이긴 해요."
"미안해. 미미."
"후훗, 미안하긴요. 사실… 알고 있었어요."
"……?"
"절 받아주신 것 같지만… 항상 마지막까지 가지는 않잖아요."
"……그건."
천려시가 강혁의 콧잔등을 툭하고 건드렸다.
"아직 있는 거죠? 가슴 속에 그 분이?"
"……!"
"전 정말 부러워요. 누군지는 몰라도 오빠의 마음을 그렇게 사로잡았으니 말이에요."
"……미미."
"하지만 전 기다릴 수 있어요. 오빠가 절 향해 마음을 완전히 열 때까지 말이에요."
"후훗, 적어도 저 사람들한텐 안 질 거예요."
천려시의 시선이 멀리서 힐끗힐끗 자신들을 지켜보고 있는 이리나를 향했다.
이미 천려시는 안젤라를 파티에서 만난 적이 있다.
그날 천려시는 상당히 놀랐다.
미모에 있어서 천려시는 절대적인 자신감이 있었다.
하지만 안젤라 존슨은 단순히 미모만이 아니었다.
뉴욕 시민들의 사랑을 한 몸에 받는 스타 검사라지 않은가?
미모와 지성을 겸비한 팔방미인이었다.
자신만큼 강혁과 어울리는 여자는 없을 것이라 확신했던 천려시의 믿음이 깨지는 순간이었다.
안젤라 존슨은 어쩌면 자신만큼이나, 아니, 그 이상으로 강혁에게 어울리는 여자일지도 몰랐다.
파티 이후 개인적으로 안젤라 존슨에 대해 알아보았다.
안젤라 존슨은 미국에서 상당히 유명한 가문의 일원이었다.
어머니는 텍사스 석유 재벌의 상속녀로, 그녀의 재산은 안젤라 존슨에게 상속될 예정이었다.
거기다 아버지는 윌 존슨 상원의원으로 공화당의 실세 중의 실세로 불리는 정치인이었다.
미국에서 사업을 하는 강혁의 입장에서 큰 힘이 될 수 있는 집안이었다.
이런 사실들을 확인하고 나니 왠지 기분이 축 처졌다.
하지만 한 가지 사실을 확인하자 천려시는 기운을 차릴 수 있었다.
그건 강혁이 아직 그 누구에게도 자신의 마음을 다 연 것은 아니라는 걸 확인했기 때문이다.
안젤라 존슨도, 저기 요정처럼 아름다운 비서도 강혁의 마음을 온전히 얻지는 못했다.
강혁은 지금까지도 여전히 자신들은 모르는 누군가를 가슴에 품고 있었다.
그렇기에 강혁을 좋아하는 세 사람 중 누구도 온전히 그를 소유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그런 사실을 확인하고 나니 오히려 기분이 나아졌다.
"그러니까, 오빠. 지금은 휴가를 마음껏 즐기자고요."
"그래. 알았어."
자리에서 벌떡 일어난 강혁과 천려시는 모두가 모여 있는 해변으로 달려갔다.
"회장님, 알파팀 박 팀장에게서 전화가 왔습니다."
"그래요? 줘 보세요."
한참 물놀이를 즐기다 모래사장 위에 놓여진 선 비치에 누워 있던 강혁은 스티브가 건네는 위성 전화기를 받아 들었다.
"박 팀장님?"
―회장님. 휴가 중에 죄송합니다.
"아닙니다. 무슨 일이죠?"
―신상현이 움직였습니다.
"……!"
―지금 서울 데일리와 몇몇 언론을 제외하고 모든 언론이 저희를 공격하고 있습니다.
"뭐라고 공격하고 있는 거죠?"
―외국 자본이 한국에 들어와 토종 기업들의 씨를 말린다는 밑도 끝도 없는 비방 기사입니다.
"……!"
―서울 데일리에서 반박기사들을 쓰고 있지만 묻히고 있는 상황입니다.
"현재 여론은요?"
―아직은 반반인 것 같습니다.
"그렇군요."
―어떻게 할까요?
강혁은 잠깐 생각에 잠겼다.
그리고 이내 고개를 들어 전화기를 통해 지시를 내렸다.
"대대적인 반격 인터뷰를 서울 데일리와 우호 언론에 게재를 부탁하세요."
―이미 하고 있지만 다른 언론에 묻히는 감이…….
"그건 걱정하지 마세요. 제가 해결하겠습니다."
―알겠습니다. 회장님.
강혁은 전화기를 닫았다.
그리고 옆의 선 비치 의자에 누워 있던 최승호를 바라보았다.
"마침내 때가 왔다."
"무슨 말이에요. 혁이 형?"
"우리 둘이 함께 만든 프로그램 기억하니?"
"혹시, 알고리즘X 말인가요?"
"맞아."
강혁의 말에 최승호는 씩하고 미소를 지었다.
"드디어 때가 왔네요."
"그래, 한번 본때를 보여 주자고."
강혁이 최승호를 마주보며 웃었다.
두 사람은 선 비치 의자에서 일어나 리조트 형 별장 건물로 들어갔다.
"마침 이걸 가져 왔기에 망정이지 하마터면 뉴욕으로 돌아갈 뻔했어."
"그러게요."
강혁은 최승호와 함께 자신의 방으로 들어갔다.
그리고 침실에서 커다란 슈트케이트 가방을 꺼내 자신의 방 거실로 가져왔다.
"그럼 시작해 볼까?"
강혁은 슈트 케이트 가방을 열었다.
그러자 가방 안에 길다란 안테나가 달린 무선 통신 기기와 은색 재질의 노트북이 보였다.
그런데 노트북에 상호가 보이지 않았다.
흔히 볼 수 있는 노트북이 결코 아니었다.
강혁이 직접 컴퓨터 회사에 개인적으로 의뢰해서 수제 제작된 노트북이었다.
이 노트북을 만드는데 엄청난 비용이 들었을 정도였다.
전원을 켜고 암호를 입력하자 노트북 화면이 켜졌다.
강혁의 손가락이 자판 위에서 날았다.
그러자 남태평양 상공을 나는 상업 위성과 연결되었다.
강혁의 강력한 해킹 툴은 지구상에 있는 보안장치를 뚫을 수 있었다.
금세 상업위성을 해킹한 강혁은 미국 본사에 있는 거대한 서버와 연결시켰다.
그리고 얼마 후 노트북 위로 여성의 형상을 한 3D입체 화면이 떠올랐다.
"안녕, 아이린."
[안녕하세요. 주인님.]
노트북에는 나타난 여자 얼굴은 초기형 인공지능 아이린이었다.
"아이린, 지금부터 내가 지명하는 기사들의 화제성을 맥스로 만들 수 있겠니?"
강혁은 아이린에게 서울 데일리와 지지 언론들에게 작성한 기사들을 검색해 보여주었다.
[계산해 보겠습니다.]
잠시 후 아이린이 말했다.
[화제성 1위를 얼마나 지속시킬까요?]
"우선 일주일 간 1위를 부탁해."
[알겠습니다. 그러려면 아시아―호주 서버의 10% 정도를 이 일에 사용해야 합니다.]
"승인한다."
[승인하셨습니다.]
아이린이 대답했다.
강혁과 최승호를 서로를 마주보았다.
이제 한국의 온라인상에서 알 수 없는 알고리즘이 삼일 간 지속적으로 이들 기사를 노출시킬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