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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번 사는 절대기억능력자-215화 (215/301)

두번 사는 절대기억능력자 215화

#215화

"이상하군?"

서인태 사장은 여론 조사 기관에 의뢰한 보고서를 보고 고개를 갸우뚱거렸다.

보고서에는 강혁과 골든 그룹에 대한 한국인들의 의식조사 내용이 적혀 있었다.

지난 일주일간 거의 모든 신문이 강혁과 골든 그룹을 공격했다.

대, 중, 동으로 일컬어지는 보수 일간지를 중심으로 외국 자본이 한국 기업을 사냥한다는 특집기사를 올렸던 것이다.

그러니 직전 한국의 영웅처럼 떠 받들어졌던 강혁과 구세주처럼 등장한 골든 그룹에 대한 여론에 반전이 일어나야 했다.

그런데 보고서에는 여전히 강혁과 골든 그룹에 대한 이미지가 상당히 좋았다.

그런데 자세한 분석결과를 보니 세대별로 결과가 나눠진 면이 있었다.

50대 이상으로는 강혁과 골든 그룹에 대한 이미지가 많이 나빠져 있었다.

다만 젊은 세대를 중심으로 강혁과 골든 그룹에 대한 이미지는 여전히 상당히 좋았다.

"큰일이야. 그분께서 뭐라고 하실지……."

서인태는 신상현을 떠올리자 자신도 모르게 몸이 부들부들 떨렸다.

이번 일은 신상현이 직접 지시를 내린 사항이었다.

그런데 생각지도 못한 결과가 나온 것이다.

비록 서울 데일리나 일부 신문이 해명 기사를 실기는 했다.

하지만 압도적인 물량의 기사들이 나간 터라 금세 묻혀버렸다.

그런데 어떻게 이런 결과가 나온 것일까?

그리고 왜 세대별로 다른 결과가 나온 것일까?

서인태 사장은 이해할 수가 없었다.

그럴 만도 했다.

지금까지 한국 사회의 여론 형성은 종이 신문이 주도하고 있었다.

사람들은 매일 하루를 시작할 때 신문을 보았고, 신문을 통해 세상을 이해했다.

그런데 사회가 급격하게 변하기 시작했다.

I.M.F이후, 한국은 급격하게 정보화 사회로의 탈바꿈을 이뤄내고 있었다.

전 국토에 광케이블이 깔리고 학교의 모든 교실에 TV와 컴퓨터가 깔렸다.

IT교육과 정보화 사회가 교육의 중점이며 화두였다.

새로운 세대를 중심으로 여론의 형성이 종이신문에서 온라인으로 바뀌고 있었다.

서인태 사장은 아직 구습에 젖어 그런 시대의 변화를 미처 감지하지 못하고 있었다.

하지만 앞으로는 모를래야 모를 수 없게 될 것이다.

종이 신문을 기반으로 한 대한일보의 영향력이 급속도로 줄어들 테니 말이다.

"끄응, 아무래도 지난 번 기사로는 모자랐던 모양이군. 앞으로 좀 더 푸시하면……."

꽝―

갑자기 사장실 문이 열리는 소리에 서인태 사장은 놀라 고개를 돌렸다.

"무슨 일이야? 왜 노크도 없이……."

"사, 사장님, 큰일 났습니다!"

"……?"

"대체 무슨 일인데 그래?"

문을 열고 들어 온 것은 비서실의 남자 직원이었다.

"갑자기 세무 조사가 들어왔습니다. 지금 1층 로비에 사람들이 쫙 깔렸습니다."

"뭐라고? 세무 조사?"

서인태는 깜짝 놀라 자리에서 일어났다.

세무 조사라니?

지금까지 대한일보는 세무 조사를 받아 본 적이 없었다.

게다가 세무 조사가 있을 거라는 기미가 있었다면 미리 사전에 전화가 온다.

물론 당연히 불법이지만 대한일보가 한국 사회에서 가지고 있는 권력의 힘이란 그런 것이다.

딱히 시키지 않아도 공무원들이 알아서 기었다.

잘못하면 자신들이 어떤 일을 당하는지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런 기습적인 세무 조사라니?

대체 어떤 놈이 이런 짓을 꾸민 것일까?

"사장님, 어떻게 할까요?"

"일단 중요한 자료부터 숨기라고 해!"

"알, 알겠습니다."

대한일보는 세무 조사를 하면 걸릴 것이 많았다.

지금까지 단 한 번도 세무 조사를 받아 본 적이 없으니 세금을 정확히 낼 필요가 없었던 것이다.

어떤 정권도 지금까지 언론사에게 세무 조사를 시행한 적이 없었다.

굳이 언론사가 정권에 적대적이게 만들 필요가 없었기 때문이다.

"사장님, 큰일입니다. 이미 세무서에서 관련 부서에 들이닥쳤다고 합니다."

비서가 다시 달려와 말했다.

"그, 그래?"

서인태는 비서의 말에 깜짝 놀랐다.

"끄…응… 어떤 놈인지 두고 보자!"

서인태 사장은 씩씩거렸다.

대한민국에서 감히 대한일보를 건들다니. 누군지는 몰라도 주모자를 찾아 작살을 낼 작정이었다.

전격적으로 세무 조사를 벌인 주모자는 곧 드러났다.

박지웅 장관이 TV를 통해 직접 이번 언론사 세무 조사에 대해 인터뷰를 진행했던 것이다.

박지웅은 문화관광부 장관으로 김현중 대통령이 발탁하여 정치에 입문한 사람이었다.

김현중 대통령의 핵심 측근으로 분류되는 상당히 강직한 인물이었다.

TV인터뷰를 보는 내내 서인태는 씩씩거렸다.

[…이번 세무조사는 해방 이후 단 한 번도 정기적인 세무조사가 이뤄지지 않았던 언론사들을 대상으로…….]

'끄응…너였냐? 어디 두고 보자, 박지웅!'

서인태가 소리쳤다.

"당장 이번 사태에 대한 관련 기사를 내!"

"예, 사장님. 알겠습니다."

대한일보 편집국 국장 한일주는 연신 고개를 주억거렸다.

서인태의 심기가 상당히 불편하다는 것을 느끼고 있었기 때문이다.

"김현중 정권이 세무조사를 방편으로 언론 길들이기를 한다, 이런 기조로 기사를 써."

"옛, 사장님."

"두고 보자!"

씩씩거리던 서인태는 한일주가 사장실을 나가자 당장 전화기를 들었다.

그리고 자신이 알고 있는 국회의원들에게 전화를 돌렸다.

당장 똥줄이 탄 것이다.

그럴 수밖에.

이번 세무 조사가 잘못되면 엄청난 벌금을 물어야 할지도 몰랐다.

그뿐이 아니다. 잘못하면 자신이 실형을 살 수도 있었다.

―아, 서 사장. 안 그대도 전화가 올 줄 알았네.

"예, 최 의원님. 대체 이게 다 뭡니까?"

최 의원은 대한국당의 문광위 소속 의원이었다.

―글쎄 말이야. 나도 깜짝 놀랐어. 돌아가는 꼴이 심상치가 않아.

"아니 박 장관은 대체 어쩔 생각이랍니까?"

―뻔하지. 자네들 길을 들이겠다. 이거 아니겠나?

"크, 이것들이……."

―아무튼 우리 문광위 의원들이 박 장관을 국회로 불러들여 이번 사태에 대해 호되게 꾸짖겠네.

"부탁드립니다. 의원님."

서인태는 최 의원 이외에도 평소 끈이 닿는 모든 의원들에게 연락을 했다.

그 중에는 여당 의원도 있었다.

"……그러니까 강혁 회장 때문이라고요?"

―그래, 이 사람아. 그러니까 적당히 좀 하지.

"……!"

―강혁 회장이 김 대통령한테 어떤 의미인지 몰라?

"그…그게……."

―대통령은 지금 다망가진 국가 경제를 회복시키는 일에 모든 것을 거신 양반이야.

"……."

―그 일에 강혁 회장과 골든 그룹이 얼마나 큰 역할을 하는지 몰라서 그래?

입이 열이라도 할 말이 없는 지적이었다.

사실 한국 경제가 얼마나 빨리 살아나느냐는 골든 그룹의 투자가 제대로 선행되느냐에 달려 있었다.

그런 시국에 보수 언론지들이 대대적으로 강혁과 골든 그룹을 공격한 것이다.

―안 그래도 대한, 대중, 대동 모두 우리한테 적대적인 언론 아닌가?

"그…그건 그렇지만 앞으로 얼마든지 달라질 수 있는… 그런……."

―글쎄, 대통령께서는 그렇게 생각하시지 않는 것 같더군.

"그…그게 무슨 말씀이십니까?"

―이번 일에 대통령께서 정권의 명운을 거실 모양이야.

"……!"

―조용히 넘어가기는 글렀어. 나도 도와주기 어렵네.

달칵―

전화가 끊어졌다.

서인태는 잠시 망연자실해졌다.

아무래도 그냥 넘어갈 태세가 아닌 모양이었다.

방금 통화를 나눈 김석현은 여당의 4선 의원이었다.

대통령의 흉중을 잘 알고 있는 사이로도 알려져 있었다.

그런 사람이 한 말이니 틀림이 없을 것이다.

서인태는 김석현이 한 말이 계속 귀에 맴돌았다.

'대통령께서 정권의 명운을 거실 모양이야'

"이…이제 어쩌지?"

서인태는 양 손으로 머리를 감싸 안았다.

그리고 떨리는 손으로 신상현의 전화번호를 찾아 천천히 눌렀다.

―…서 사장?

"큰…큰일났습니다."

―……!

신상현은 서인태 사장의 다급한 전화에 뭔가가 잘못되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     *     *

세무 조사는 대한일보만이 아니라 거의 모든 중요 일간지를 대상으로 실시되었다.

하지만 그 중심에는 역시 대한, 대중, 대동 일보가 놓여 있었다.

한 달 간의 세무 조사 끝에 발표된 자료는 전 국민을 놀라게 만들기에 충분했다.

언론사들이 천문학적인 탈세를 벌여왔다는 사실이 공개되었기 때문이다.

언론사들에게 추징될 탈세 금액만 모두 합쳐서 5천억을 넘겼다.

이 중 가장 악질적이고, 탈세 금액도 큰 세 언론사는 검찰에 고발 조치를 당했다.

보수 일간지로 여론 형성의 중심에 서 있던 대한, 대중, 대동 일보였다.

이 세 일간지는 연일 정부의 이번 조치에 대한 항의성 기사들이 도배되었다.

야당 의원들도 문광위 소속 의원들을 중심으로 이번 조치에 항의했다.

정권의 비판 언론 말살 정책이라는 것이다.

연일 이번 언론사 세무 조사가 비판 언론에 타격을 가하기 위해 각본에 의해 치밀하게 진행된 일이라는 것이다.

하지만 여론의 향방은 야당과 언론사의 기대대로 흘러가지 않았다.

오히려 온라인을 중심으로 이번 조치에 대해 정권이 해야 할 일을 했다는 여론이 중심을 이뤘다.

게다가 검찰은 대한 일보 사장 서인태에게 징역 7년에 벌금 130억을 구형했다.

다른 두 개 언론사 사주들 역시 대동소이했다.

이 일은 신상현 측에 큰 충격을 주었다.

신상현으로서는 미처 예측하지 못한 일이었다.

김현중 대통령과 박지웅 장관이 언론사를 대상으로 이런 일을 벌일 것이라고는 생각도 못한 것이다.

사실 회귀 전의 역사 속에서도 이 일은 일어났던 일이었다.

하지만 신상현은 당시 중 2의 나이에 불과했고, 커다란 저택에 유폐되어 있던 기간이었다.

신상현은 대학생이 되어서야 비로소 세상의 빛을 봤었다.

그러니 이런 과거에 일어났던 언론사 세무 조사에 대해서는 미처 알지 못했던 것이다.

그러나 강혁은 모든 것을 기억하고 있었다.

"축하드립니다. 대통령님."

"하하, 이 모든 것이 다 강 회장 조언 덕분이요."

"아닙니다. 제가 한 것이 뭐가 있다고요."

"물론 실행은 우리가 했지만 아이디어를 준 건 강 회장이 아니오."

"그렇기는 하지만 저도 이 정도로 썩어 있을 줄은 몰랐으니까요."

"하긴, 나도 어느 정도 규모는 예상했지만 이 정도일 거라고는 생각도 못했지."

김 대통령은 탈세 규모를 생각하며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그들은 지난 세월 그야말로 법 위에 서 있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언론사의 지위를 이용 군사정권에 협력하며 누구나 내야 하는 세금을 그토록 오랜 기간 탈세를 자행했던 것이다.

"아무튼 앓던 이를 뺀 것처럼 아주 시원하오. 하하하."

김현중은 오랜만에 크게 웃었다.

그도 그럴 것이 김현중 역시 오랜 기간 동안 이들 언론사에게 박해를 당해왔던 과거가 있었다.

과거 군사독재 정권에 맞서 싸워왔던 김현중은 최강수 대통령의 최대 정적이었다.

독재정권에 빌붙었던 언론들은 대중들에게 김현중을 북한이 보낸 간첩이라는 여론을 만들어왔다.

지금까지도 김현중을 빨갱이라며 욕하는 국민들이 존재할 정도였다.

그러니 이번 일이 얼마나 통쾌하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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