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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번 사는 절대기억능력자-216화 (216/301)

두번 사는 절대기억능력자 216화

216화

#57장 무너지는 대한일보

김현중 대통령은 강혁이 너무 고마웠다.

보수 언론은 어떻게든 김현중 정권을 공격할 기회를 호시탐탐 노렸다.

정권 초기 허니문 기간을 지나자 슬슬 시동을 걸고 있었던 것이다.

대표적인 것이 골든 그룹에 대한 이번 보도였다.

김현중 정권이 알짜 기업을 외국에 팔아넘긴다는 악의적인 보도가 연일 이어지고 있었다.

김 대통령의 입장에서는 부도가 난 기업을 그나마 살려 보려는 노력이었지만 비판은 매서웠다.

실제로 언론 보도가 아예 틀린 것도 아니었다.

기업을 인수한 후, 단맛만 빨아 먹고 내다 버리려는 외국 기업이 실제로 존재했다.

앞으로 그런 일이 벌어질 개연성은 분명히 존재했던 것이다.

그러니 정부 입장에서는 언론 보도가 무조건 틀렸다고 할 수 없는 상황이었다.

부실기업을 정리해서 회사를 정상화 시켜야 할 정부 입장에서는 진퇴양난의 상황이 연일 벌어졌다.

그런 와중에 강혁이 이끄는 골든 그룹이 한국에 대대적인 투자 계획을 발표했다.

대부분 외국에 있던 자사의 공장들을 한국으로 옮기거나 새로 짓는 계획이었다.

우리나라 입장에서는 쌍수를 들고 환영해야 할 일이었다.

그런데 뜻밖에 대한일보를 시작으로 대대적으로 언론이 투자 계획을 공격한 것이다.

대부분의 보도들이 이번 투자 계획을 외국 자본의 대대적인 한국 침공으로 묘사했다.

한국의 인프라를 외국 기업이 다 가져가 버리는 것으로 그럴듯하게 꾸몄다.

여기에 다른 외국 기업이 한국 기업을 인수하는 것과 연관시켜 이미지를 크게 왜곡시켰다.

사실 그 안을 들여다보면 '아' 다르고 '어' 다른 것이 대부분이었다.

하지만 교묘한 왜곡 보도는 사람들을 크게 헷갈리게 만들었다.

보도의 내용만 보면 강혁이야말로 현대판 이완용이요, 20세기 최고의 매국노였다.

언론 보도를 접한 김현중 대통령과 경제 관료들은 크게 분노했다.

새 정부는 국가 부도 사태로 인해 전 정부로부터 큰 짐을 넘겨받은 상태였다.

하루라도 일찍 IMF에 빚을 갚기 위해 전력을 다해 노력하고 있는 와중이었다.

그런 가운데 새로운 희망을 보여준 강혁과 골든 그룹에 대한 공격은 이런 노력에 찬물을 끼얹는 행태였던 것이다.

김 대통령의 눈에 이들 언론들은 나라가 망가지기를 바라는 자들처럼 보였다.

―감히 우리 강 회장을 공격하던 자들이에요.

김 대통령은 진심으로 화를 내고 있었다.

그만큼 김 대통령이 강혁을 아끼는 마음은 진심이었다.

"이번에 크게 당했으니 앞으로는 경고망동하지 못할 겁니다."

강혁의 말에 김 대통령은 잠시 침묵하다 우려를 표했다.

―음… 나도 그러기를 바라지만 사실 저들이 가진 힘은 생각 이상으로 뿌리가 깊어요.

"……."

―강 회장, 저들이 이대로 당하고만 있을 자들은 아니오.

"대통령님이 무얼 우려하고 계신지는 저도 알고 있습니다."

―이번 일은 정말 통쾌하지만 저들의 저력을 생각하니… 걱정이 되는구려.

전화기 너머로 김 대통령의 우려하는 마음이 느껴질 정도였다.

"너무 염려하지 마십시오, 대통령님. 저들이 어떤 공격을 해온다고 해도……."

―……?

"저와 골든 그룹은 당당히 맞서 싸울 겁니다. 걱정하지 마십시오."

―음… 나도 강혁 회장은 믿소만…….

김 대통령은 평생 언론의 공격에 시달려 온 사람이다.

그러다보니 아무래도 걱정이 앞섰다.

강혁은 그런 김 대통령을 마음을 이해할 수 있었다.

회귀 전의 역사에서도 실제로 김 대통령은 이후 언론과 야당의 대대적인 반격을 당했다.

그로인해 대통령과 정부여당에 대한 국민들의 지지도가 크게 떨어져 정치적인 타격을 입었다.

그러니 지금 대통령의 이런 걱정은 당연하다면 당연한 것이라 할 수 있었다.

하지만 강혁은 그런 역사들을 정확히 기억하고 있었다.

그렇기에 이미 대비책들이 모두 마련되어 있었던 것이다.

"걱정 마십시오. 대통령님. 대통령님께는 제가 있습니다. 반드시 제가 그들은 공격은 막아내겠습니다."

―강 회장… 정말 고맙소.

김 대통령은 강혁의 호언장담에 자신도 모르게 믿음이 갔다.

지금까지 강혁이 한 말 중 그대로 되지 않은 것이 없었지 않은가?

어쩐지 이번에도 강혁의 말대로 잘 될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강 회장이야말로 나와 우리 국민들을 위해 신이 보내신 사자 같은 기분이 드는군.'

김 대통령은 갈수록 강혁에 대한 믿음과 신뢰가 커지고 있었다.

쾅―!

대한일보 서성주 회장은 벽을 향해 와인 잔을 던졌다.

"빠가야로!"

어린 시절 몸에 익혔던 일본어 욕이 자연스럽게 튀어나왔다.

"이럴 수는 없어! 이럴 수는!"

서성주는 할아버지에게 물려받은 대한일보를 지금의 위치로 키운 사람이었다.

80년대 독재정권과 결탁해 대한일보를 급팽창시켰다.

발행유가부수 기준으로 대한민국 1등인 신문으로 만든 것이다.

하지만 그로인해 권언유착 의혹을 받으며 안티 대한일보 운동을 불러 오기도 했다.

밤의 대통령, 밤의 황제라는 별칭도 서성주에게 붙여진 칭호였다.

이런 서성주에게 이 정권이 벌인 세무조사는 커다란 치욕이었다.

아들인 서인태가 징역형을 구형받았고, 그 여파로 자신도 재판에 불려가게 되었다.

변호사는 이번 사태에 대해 회장으로서 서성주도 책임을 완전히 면할 수 없다고 했다.

조세포탈이 자신이 사장으로 재직 중일 때부터 내려온 관행이었다는 점도 중요한 기소 이유였다.

잘못하면 이 나이에 감옥살이를 할 수 있었다.

그것만은 피하고 싶었다.

"이대로 손 놓고 있을 순 없지."

서성주는 어딘가로 전화를 걸었다.

―서 회장님, 오랜만이군요.

"잘 지냈소? 페넬로페 회장."

―저야, 잘 지내고 있죠. 회장님은 어떠세요?

페넬로페 회장은 올해 50으로 멕시코의 언론인이자, 세계 언론협회의 회장이었다.

"사실 잘 지내고 있지 못하오. 전화를 한 것도 그 때문이지."

―……?

페넬로페 회장은 서성주가 뭔가 일이 있어 전화를 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무슨 일인가요?

"페넬로페 회장, 세계 언론협회에서 나서 주셔야겠소."

―……?

"대한민국 정부가 우리 언론사들을 탄압하고 있소. 날 감옥에 보내겠다는구려."

―……!

페넬로페 회장은 서 회장의 말에 깜짝 놀랐다.

―그런 일이? 어떻게 된 일인지 자세한 내용을 알려주시면 우리 협회차원에서 성명서를 내겠습니다.

"고맙소. 페넬로페 회장."

―참, 서 회장님. 지난번에 보내주신 기부금은 잘 받았습니다.

"허허, 그게 어디 내 개인을 위해 보낸 돈이겠소. 우리 언론인들이 서로 돕고 살아야지요."

―그럼요. 당연하죠. 성명서는 걱정하지 마십시오. 내가 책임지고 발표하겠습니다.

"고맙소. 우리 전처럼 뉴욕에서 만나 회포를 풀도록 합시다."

―저야, 서 회장님과의 만남이라면 언제든지 시간을 내 놓겠습니다. 하하하.

세계 언론협회 회장과 전화를 끊은 서 회장은 이번에는 언론 관련 시민운동가에게 전화를 걸었다.

잠시 후, 평소 자신들에게 적대적인 여론을 형성하던 시민운동가 신영훈이 전화를 받았다.

"잘 지냈나, 신 기자."

―아니, 회장님? 어쩐 일로 제게 전화를 다 주셨습니까?

"음, 사실은 내 그동안 묶여 두었던 빚을 돌려받으려고 전화를 걸었네."

―……!

신영훈은 서 회장의 말에 옛날 일이 떠올랐다.

당시 그는 기자로 활동하던 대한일보를 나와 언론 시민운동을 시작했던 시절이다.

하루아침에 직장을 잃은 자신을 아내는 탓하지 않았다.

오히려 당장 밥을 굶더라도 기자로서의 양심과 영혼을 팔지 말라며 자신을 격려했다.

그러던 아내가 어느 날 갑자기 일하던 회사에서 쓰러졌다.

놀랍게도 아내는 암이었다.

그것도 3기로 암이 상당히 진행된 상태였다.

의사는 당장 수술을 하지 않으면 위험하다고 말했다.

하지만 시민운동을 하던 자신에게 그런 돈이 있을 리가 만무했다.

신영훈은 그때처럼 무능한 자신이 원망스러웠던 때가 없었다.

그런데 어떻게 된 일인지 갑자기 대한일보 서성주 회장의 비서가 자신을 찾아왔다.

아내가 당장 수술을 해야 하는데 수술비가 없다는 사실을 알고 온 것이다.

서성주 회장의 비서는 아내의 수술비를 준비해 가져왔다.

그리고 앞으로 모든 치료를 마치고 병원을 나갈 때까지의 치료비 일체를 주겠다고 했다.

평소 언론계에서 가장 혹독하게 대한 일보를 비난하던 신영훈이었다.

신영훈은 서성주의 비서에게 당장 더러운 그 돈을 가지고 꺼지라고 호통을 쳤다.

'아빠, 안돼요. 엄마가 죽어도 좋아요?'

'혜, 혜지야?'

'신 기자님, 걱정 마십시오. 앞으로도 저희를 비판하는 기사를 쓰셔도 됩니다.'

'뭐라고요?'

'대신 딱 한 번. 신 회장님께서 부탁하실 일이 있을 겁니다.'

'……?'

'그때만 신 회장님의 부탁을 들어주시면 됩니다.'

'그…그게 무슨 말이요?'

'말 그대로입니다. 신 기자님은 지금처럼 저희를 비판하시는 일을 하십시오.'

'……?'

'대신 앞으로 딱 한 번.'

'……!'

'단 한 번만 서 회장님이 부탁하시는 것을 들어 주시면 됩니다.'

'……!'

'아, 아빠. 제발!'

눈물로 호소하는 고등학생 딸과 죽어가는 아내의 잠든 모습에 그만 신영훈은 승낙하고 말았다.

신영훈은 당시의 기억이 주마등처럼 다시 떠올랐다.

―서 회장님, 제가 뭘 하면 되겠습니까?

"음, 고맙네. 신 기자."

―이번 한 번입니다. 앞으로 제가 서 회장님 전화를 받을 일은 없을 겁니다.

"알고 있네. 이번 한 번으로 족하네."

―알겠습니다. 그럼 제가 어떻게 해드릴까요?

"음… 사실은 말이네……"

서 회장은 전화로 상세한 설명을 해주었다.

모든 이야기를 들은 신영훈은 한숨을 쉬며 말했다.

―사실 안 그래도 그 일로 전화를 하지 않을까 생각은 했습니다.

"……그랬군."

―약속은 지키겠습니다. 그럼.

달칵―

전화가 끊어졌다.

"흥, 건방진 녀석."

일방적으로 전화를 끊은 신영훈의 행태에 서 회장은 벨이 뒤틀렸다.

"이번 일만 끝나면 이 녀석도 처리해야겠군."

서성주의 음성에 날이 섰다.

신영훈은 대한일보와 반대편에 서 있는 사람으로 유명한 사람이었다.

그런 만큼 다름 아닌 신영훈이 자신의 편에 서서 이번 일의 부당함을 제기한다면?

틀림없이 여론의 향방이 바뀔 것이다.

그게 아니라도 이번 사태가 공정하지 않은 것이 아닐까하는 의심은 생길 것이다.

다른 누구보다도 신영훈은 이번 일에 영향력이 클 사람이었다.

그동안 자사의 언론 기사들을 혹독하게 비판한 신영훈을 그대로 둔 것은 신영훈이 귀여워서가 아니다.

이렇게 언젠가 한 번 써먹기 위해서 참고 기다렸던 것이다.

이번 일이 끝나면 더 이상 써먹을 일도 없었다.

그러니 더 이상 인내할 필요도 없다.

신영훈은 이제 죽은 목숨이나 다름이 없었다.

이 녀석의 목숨은 신상현의 부하들이 깔끔하게 처리해 줄 것이다.

이미 신상현에게는 이번 일의 반전을 위해 도움을 요청해 두었다.

일진회의 모든 이들이 자신의 편에 서서 움직이기도 이야기가 되어 있었다.

그러니 이번 일이 모두 끝나면 신영훈의 목숨은 더 이상 이 세상 사람이 아닐 것이다.

서 회장은 다시 국회의원들과 유명 논객들에게 전화를 돌렸다.

앞으로 며칠 후면 다시 세상의 여론은 손바닥 뒤집듯이 뒤바뀌게 될 것이다.

"클클클, 늙은 생강이 맵다는 사실을 알게 해주지. 김 대통령… 두고 봅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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