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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번 사는 절대기억능력자-217화 (217/301)

두번 사는 절대기억능력자 217화

#217화

서 회장의 말대로 다음 날부터 대대적인 반격이 시작되었다.

거의 모든 신문에서 이번 조치가 정부의 언론 길들이기 작업이라며 비난의 목소리를 높였다.

방송에는 대표적인 야당 논객들이 나와 민주주의를 말살하는 언론탄압 정책이라며 정부를 공격했다.

방송과 신문이 똑 같은 목소리로 언론탄압을 외치기 시작한 것이다.

그러자 천문학적인 조세포탈은 점점 잊혀져가고, 언론 탄압만 국민들이 머릿속에 남기 시작했다.

나치의 선전부장 게벨스가 말했듯이 말이다.

'선동은 단 한 문장으로도 가능하다.'

하지만 그것을 해명하고 증명하려면 수십 장의 문서와 증거가 필요하다.

그러나 그것이 잘못 되었음을 밝혀냈을 때 이미 대중은 선동되어 있는 상태다

거짓말은 처음에는 부정되고, 그 다음에는 의심받지만, 되풀이 하면 결국 모든 사람이 믿게 된다.

여기에 대표적인 언론개혁 논객인 신영훈이 가세했다.

평소 대, 중, 동이라면 이를 가는 신영훈이 이번 일에서만은 그들의 편에 섰다.

그러자 모든 언론이 이를 주목하고 신영훈의 발언을 대서특필했다.

[나는 언론 개혁을 주장했지 언론 탄압을 지지 하지 않았다.

이번 일은 모든 수단을 동원해 정부를 비판하는 언론의 입을 막겠다는 반민주적 횡포이다.

사주까지 구속했으니 언론에게 알아서 기어라는 소리 아니냐?]

연일 같은 말을 반복하다보니 대중은 어느새 세모를 동그라미라고 믿기 시작했다.

그와 함께 정부를 향한 여론이 급속도로 나빠지기 시작했다.

"흠, 이건 상당히 흐름이 나빠졌군."

강혁은 눈앞에 놓여 있는 여론 조사 표를 보며 턱을 쓰다듬었다.

"지금쯤 대통령이나 각료들 똥줄이 좀 타고 있겠군."

특히 이번 일을 주도한 문화관광부 박지웅 장관의 속이 까맣게 타들어갈 것이다.

국회에서는 야당이 연일 박 장관을 불러 호통을 치고 있었다.

야당이 국회의 과반을 점유하고 있기에 어쩔 수 없는 일이기도 했다.

아직 입법부는 야당이 점유하고 있었다.

"그럼, 우리 쪽에서도 움직여 볼까?"

강혁은 회장실 한쪽으로 이동했다.

밖에서 보면 회장실을 기품 있게 꾸미기 위한 평범한 진열대다.

강혁이 진열대 한쪽 구석을 만지자 스르륵 옆으로 이동했다.

그러자 강철로 된 문과 한쪽 구석에 보안장치로 보이는 곳에 붉은 빛이 점등했다.

강혁은 붉은 빛을 발하는 곳에 오른쪽 안구를 내밀었다.

그러자 강철 문이 스르륵 열렸다.

안구 인식 보안 장치였다.

98년 현 시점에서는 세계 최첨단 보안 장치라고 할 수 있었다.

지금까지는 기껏해야 지문을 이용한 보안장치가 대부분인 상황에서 안구 인식 보안 장치는 획기적인 발명품이었다.

강혁은 회귀 전의 기억을 바탕으로 자신이 인수한 첨단 무기 개발 회사에 해당 장치의 계발을 지시했다.

계발은 성공적으로 이뤄져서 현재 강혁이 가장 먼저 시범적으로 사용하고 있는 중이었다.

계발을 주도한 연구소의 임원 말로는 국방성과 관련 기관에서 관심을 보이고 있다고 한다.

조만간 보안 장치의 관련 계약이 이뤄질 전망이었다.

강혁의 입장에서는 매우 중요한 계약이었다.

미 국방성과 관련 국가 기관에 강혁의 보안 회사가 첫 계약을 맺는 것이기 때문이다.

앞으로 강혁은 미 국방성을 시작으로 국가 기관 전체의 보안 시스템 계약을 맺을 포부를 가지고 있었다.

지금은 안구 인식 장치이지만 블록체인 기술이 개발되면 미국의 안보 시스템 전체를 장악할 수도 있었다.

이미 해당 기술의 개발은 최승호가 기술자들을 모아 착착 진행되고 있었다.

계발이 완료되면 세상의 어떤 해커라고 해도 뚫지 못하는 철의 보안 시스템이 완성되는 것이다.

미국, 아니, 전 세계의 모든 보안관련 시스템 시장을 장악하고도 남았다.

이것이 얼마나 큰 시장이냐 하면 온라인 금융시스템 전체와 관련된 일이었다.

현재는 물론이고, 앞으로 세계가 어떻게 변하게 되는지 알고 있는 강혁에게 블록체인 기술은 황금알을 낳는 거위였다.

현 시점에서는 물론이고 먼 미래에도 가장 강력한 보안 기술이니 시장 독점은 시간 문제였다.

게다가 블록체인 기술을 개발하면서 자신만은 마음대로 보안을 뚫고 넘나들 수 있는 장치를 마련해 두었다.

그런 사실은 최승호 외에는 아무도 몰랐는데, 개발을 주도하는 해당 기술자들 역시 몰랐다.

최승호가 개발 임무를 부여할 때 해당 기술을 조각조각 내서 파편들만 맡겼기 때문이다.

최종 설계를 오직 최승호가 담당했기 때문에 이들은 절대 전체적인 조감을 알 수 없었다.

이것은 블록체인 기술 자체의 보안을 위해서도 필요한 조치였다.

전 세계의 암호 보안 시장에 매우 민감한 기술이었기에 기술자들도 모두 수긍하고 넘어갔다.

이 기술이 완성되면 지금보다 더 강력한 힘을 강혁은 손에 쥐게 될 터였다.

"아이린!"

강혁의 목소리에 전면에 있는 거대한 스크린에 여성의 얼굴을 한 인공지능 프로그램 아이린이 등장했다.

[강 혁 회장님, 안녕하세요. 오랜만에 접속해 주셨네요.]

"그렇군. 미안해. 일이 너무 바빠서 말이야."

[호호, 앞으로는 더 자주 와주세요. 그건 그렇고. 오늘은 무슨 일을 시키실 건가요?]

"아이린, 지난번에 화제 지속 프로그램을 구동한 적이 있었지?"

[특정 주제와 관련된 기사를 일정 기간 지속적으로 화제가 되게 만들었죠.]

"이번에도 비슷한 일이야."

강혁은 아이린에게 서울 데일리와 몇몇 언론사에서 작성한 기사들을 보여주었다.

그리고 관련 주제와 관계된 기사들 중 우호적인 기사들을 골라 화제 지속 프로그램을 구동시켰다.

"모든 온라인 소셜 프로그램과 페이스북, 포털사이트, 검색창에서 관련 기사들을 화제가 되게 해."

[알겠습니다. 회장님.]

아직 딱딱하지만 아이린의 말투는 점점 진화하고 있었다.

페이스북 등 온라인상에서 이뤄지는 대화들을 보며 지속적인 학습이 이뤄지고 있기 때문이다.

아이린의 개발은 자율 주행 자동차의 개발을 위해서도 필수적이었다.

회귀 전의 역사에서는 먼 미래에 비로소 개발 단계에 있는 자동차이지만 강혁은 이미 시작했다.

일론 머스크와 함께 전기 자동차에서 더 나아가 자율주행 자동차의 미래를 꿈꾸고 있었던 것이다.

한편 아이린은 골든 그룹의 아시아―호주 서버를 이용해 작업을 시작했다.

이제 일정 기간 동안 강혁이 알려준 기사와 주제들이 지속적으로 상위에 검색될 것이다.

꾸준히 해당 기사가 온라인에서 검색되면 여론의 향방이 다시 바뀔 것이다.

현재 한국은 전 세계에서 가장 빠르게 온라인의 생활화가 이뤄지고 있었다.

심지어 원래 회귀 전의 역사보다도 그 진행 속도가 빨랐다.

여기에는 최승호라는 한국인이 개발한 페이스북의 등장이 큰 역할을 해주었다.

한국인이 만든 세계 1등 기업이라는 타이틀은 일종의 애국심 마케팅 역할을 해주었다.

현재 한국인치고 페이스북을 하지 않는 사람이 드물 정도로 전 국민이 가입해 있었다.

여기에 구굴과 더움이라는 포털 사이트가 본격적인 온라인 뉴스 서비스를 시행하고 있었다.

이제 화제 지속 프로그램을 통해 전 국민이 해당 기사를 소비하게 될 것이다.

다만 아직까지 종이 신문을 신봉하는 사람들의 숫자도 만만치 않았다.

신문물에 대한 적응력도 세대 간에 따라 달랐다.

이번 일로 한국 사회가 본격적인 세대 간 갈등이 대두 될 가능성도 높았다.

실제 회귀 전의 역사에서도 세대 갈등은 시대를 관통하는 키워드 중 하나가 되었다.

이번 사건은 그런 여론의 분화가 본격적으로 눈에 띄게 드러나는 계기가 될 수 있었다.

"흠, 어르신들의 여론이 문제군. 어떻게 한다?"

잠시 생각에 잠겼던 강혁의 머릿속으로 한 가지 아이디어가 떠올랐다.

"옳아! 그분들에게는 이게 직빵이지."

좋은 생각이 떠오른 강혁은 누군가에게 전화를 걸었다.

―오! 존. 반갑네. 하하. 내게 전화를 다 주다니 자네도 내 매력을 알아봤나 보군 그래.

"하하, 터너 회장님. 잘 계셨습니까?"

―아무렴 나야 잘 있지. 하하하.

테드 터너는 24시간 뉴스를 방송하는 CNN을 만든 언론 재벌이었다.

지난번 자선 파티를 통해 강혁은 테드 터너를 직접 만나게 되었다.

그런데 몇 마디 말을 나누어 보니 서로 상당히 의기투합할 수 있었다.

당시에는 테드 터너와만 말을 나눌 수 없어서 그리 오랜 시간을 보내지는 못했었다.

하지만 뒤에 들어보니 테드 터너가 강혁을 상당히 마음에 들어 했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그런데 무슨 일인가? 지난번처럼 재미난 일이면 좋겠군.

"하하, 실망하시지 않을 겁니다. 사실은 말이죠. 한국에서 재미난 일이 벌어지고 있답니다."

강혁은 한국 정부가 언론사에 정기 법인세 조사를 했던 일을 말해주었다.

―오 마이 갓! 세상에 언론사라는 것들이 세금을 떼먹고 있었다는 말인가?

"그것도 한국을 대표하는 언론사들이 앞장 서서 그랬죠."

―그것들이 아주 언론인 망신은 다 시키고 있었군.

터너는 강혁의 말을 들으며 벌써 씩씩거리고 있었다.

테드 터너는 언론의 사회적 소명의식에 대해 자주 공개적인 발언을 했던 사람이다.

그러니 강혁의 이야기를 듣고 분노했다.

"문제는 이 사람들이 정신을 못 차리고 또 여론 조작에 나섰다는 겁니다."

―뭐야? 그건 또 무슨 이야긴가?

강혁은 현재 한국에서 벌어지고 있는 일들을 설명해주었다.

―맙소사! 그러니깐 그 놈들이 나치의 괴벨스같은 짓을 벌이고 있다는 말이군.

"그렇습니다. 터너 회장님."

―회장님은 개뿔, 존 앞으로는 내게 형님이라고 부르게.

"예? 형님이라고요?"

―왜 싫은가?

"아뇨, 싫을 리가요. 저도 평소 터너 형을 존경하고 있었습니다."

―그, 그런가? 역시 내가 사람 보는 눈은 있단 말이야. 크하하핫.

테드 터너는 강혁의 말에 크게 웃으며 기뻐했다.

―좋아, 이 형님이 한 번 손 좀 봐줘야겠군.

"감사합니다. 형님."

―크큿, 감사는 내 쪽이 해야지.

"예?"

―아, 아니네. 흠. 이런 일은 언론인으로서 넘어갈 수 없지. 걱정 말게.

"……?"

―어흠, 내가 진짜 언론인이 무엇인지 보여주지. 당장 이번 일을 우리 CNN에서 책임지고 보도하겠네.

강혁은 자신이 예상했던 대로 터너가 움직이자 회심의 미소를 지었다.

테드 터너가 움직이면 라이벌인 머독이 가만히 있을 리가 없었다.

머독은 전 세계에 걸쳐 미디어 제국을 이루고 있었다.

아시아 전역을 아우르는 홍콩의 스타 TV가 뒤를 이울 것이다.

아니 머독이 소유한 미국의 폭스 TV가 뒤질 새라 포문을 열 것이다.

두 라이벌이 앞서거니 뒤서거니 하면 다른 언론도 뒤를 따를 것이 눈에 선했다.

그렇게 되면 외신 보도라는 이름으로 공영 방송과 서울 데일리 등 한국 언론이 보도한다.

그걸 다시 온라인에서 화제 지속 프로그램을 돌리면 여론을 뒤집을 수 있었다.

특히나 미국이라면 사족을 못 쓰는 중장년 층 이상의 노년 층 여론까지도 잡을 수 있었다.

아직 외신이라면 그대로 믿는 노년층이 많았다.

노인들의 그런 심리를 이용하면 승산이 높았다.

―그건 그렇고. 자네 이번에 L.A다저스를 인수했다며?

"하하, 그렇게 됐습니다."

―자네가 아는지 모르겠지만. 나도 한때 왕년의 구단주였다네.

"당연히 알고 있죠. 애틀란타 브레이브스를 운영하셨죠?"

―맞아. 하하. 알고 있었군.

강혁은 테드 터너와 함께 L.A에서 야구를 관람하기로 약속을 하고 전화를 마쳤다.

애기를 나눠볼수록 테드 터너는 마음이 맞는 구석이 있었다.

"재미있는 양반이야. 대뜸 형이라고 부르라니. 큭!"

강혁은 테드 터너와 앞으로 한국에서 진행될 일들을 생각하며 입가에 미소를 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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