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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번 사는 절대기억능력자-219화 (219/301)

두번 사는 절대기억능력자 219화

#219화

"요즘 많이 힘들어 하더군."

"예, 미륵불님. 부디 도움을 주시기 바랍니다."

서성주와 홍익표, 박상혁 세 사람은 노구를 이끌고 신상현의 저택에서 무릎을 꿇고 빌었다.

세 사람은 대한일보, 대중일보, 대동일보의 사주들이었다.

신상현에게 있어서도 이들은 그가 가진 큰 힘의 한 축이었다.

한쪽 날개라고 해도 과한 것이 아니었다.

그러니 이들을 보호해 줄 필요가 있었다.

"알겠네. 이만 돌아가면 내가 가진 힘을 총동원해서 막아주지."

"감…감사합니다. 미륵불님."

세 사람은 모두 신상현 앞에 머리를 조아렸다.

다 늙어가는 노구를 이끌고 이곳까지 찾아와 새파랗게 어린 신상현에게 머리를 조아린 것이다.

하지만 이들 중 누구도 이를 수치스러워 하는 것 같지 않았다.

이제 중2쯤 되어 보이는 아이에게서 느껴지는 카리스마와 힘은 그들에게도 큰 위협이었다.

신상현이 마음만 먹으면 얼마든지 자신들을 파멸시킬 수 있다는 사실을 잘 알았다.

만일 그에게 반항이라도 할 성 싶으면 당장 오늘이라도 꼼짝 없이 사고사로 죽임을 당할 수 있었다.

아니 어쩌면 자살로 처리될 수도 있었다.

지금 같은 시점이라면 얼마든지 싶게 자살로 꾸밀 수도 있었다.

그러니 이들이 이런 태도를 보이는 것도 당연했다.

세 사람이 물러가자 노집사가 신상현에게 따뜻한 홍차를 건넸다.

신상현은 홍차를 마시며 잠시 생각에 잠겼다.

자신의 생각 이상으로 강혁이 가진 힘을 느낄 수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누가 뭐라고 해도 한국을 어둠 속에서 장악하고 있는 것은 자신이었다.

다른 곳도 아니고 한국에서 강혁에게 지는 것은 용납하기 힘들었다.

"모두에게 연락해! 모든 힘을 동원해서 최대한 외신 보도를 막고, 여론을 바꿔!"

"예, 도련님. 그대로 전달하겠습니다."

신상현은 자신이 가진 힘을 모두 동원해 여론의 방향을 바꿔 보려했다.

당장 야당 국회의원들이 우르르 방송국과 신문사를 찾아가 압력을 가했다.

다음 날에는 경찰들이 방송국과 신문사를 뒤집어 놓았다.

다음 날에는 일선 검사들이 찾아왔다.

가장 큰 압력은 기업들에게서 왔다.

광고를 통한 압력이 거세게 몰아친 것이다.

각 방송사와 언론사들은 뭔가 심상치 않은 것을 느끼고 일제히 몸을 사리기 시작했다.

하루를 멀다하고 외신을 보도하던 언론의 반응이 급속도로 식어갔다.

"이게… 그 꼬맹이가 가진 힘이란 말인가?"

대한 일보 사장 서인태는 사장실 소파에 앉아 부르르 떨었다.

중과부적으로 당하고만 있었던 자신들과 달리 신상현이 직접 나서자 상황이 반전되는 것을 보고 기가 막혔다.

평소 자신들을 따르던 대다수 언론들도 이번에는 진영을 이탈했었다.

이른바 대세를 따른다며 자신들을 공격하는 기사들을 실기 시작했던 것이다.

그러던 자들이 갑자기 숨을 죽이기 시작했다.

이번 일을 통해 신상현을 따르는 자들은 그가 가진 힘의 실체를 조금이나마 실감할 수 있었다.

서인태는 안도하는 한편으로 신상현이 크게 두려워졌다.

"아무튼 이제 드디어 해결책이 보이는군."

조세 포탈에 대한 선고 공판도 이제 조만간 재개 될 것이다.

신상현이 본인이 가진 힘의 일부인 자신들을 포기하지는 않을 것이다.

검찰이 내린 구형과 벌금이 너무 과도하다며 변호사들이 최선을 다해 변호하고 있었다.

여기에 재판부를 향해 비밀리에 압박과 회유도 진행되고 있었다.

이미 시나리오까지 모두 작성이 된 상태였다.

무죄 판결은 어렵겠지만 징역 2년에 집행유예 4년으로 풀려날 것이다.

대신 벌금은 깎는다고 해도 상당한 액수를 내야 하겠지만 말이다.

서인태는 안도의 한숨을 쉬며 술잔을 기울였다.

독한 위스키가 식도를 타고 위장으로 내려갔다.

오늘은 오랜만에 편하게 잠을 잘 수 있을 것 같았다.

*     *     *

[일본 수상, 미국 방문 중 골든 그룹 방문 강혁 회장 전격회동.

―서울 데일리―]

[일본 재무성 고위 관료들 골든 그룹의 투자 유치를 위해 미국행 비행기에 오르다.

―고려 일보―]

[골든 그룹의 대규모 투자 유치. 결국 어느 나라에? 미, 중, 일 일제히 구애. 한국은?

―동보 일보―]

[이제는 홍콩과 말레이시아다! 말레이시아 정부, 골든 그룹 전기자동차 공장 유치에 나선다.

―경향 데일리―]

[일부 언론 탓에 어부지리로 데이터 센터가 일본에 넘어가는가?

―서울 데일리―]

[언론이 골든 그룹을 때리는 사이 구글, 페이스북, 테슬라의 R&D센터 건립. 전 세계 유치경쟁.

―고려 일보―]

외신에 대한 후속 기사는 방송과 언론의 입을 막았지만 얼마 후 대형 사건이 터졌다.

그 시작은 일본이었다.

일본 수상과 재무성 관료가 노골적으로 강혁에 대한 구애에 나선 것이다.

[골든 그룹이 일본에 재투자 한다면 그 어떤 나라보다 더 나은 조건으로 공장을 유치하겠다.]

미국을 방문 중이던 일본 수장이 강혁을 만나 악수를 나누는 장면이 서울 데일리에 보도되었다.

여기에 미국 본사로 강혁을 만나기 위해 일본 재무성 관료가 출발했다는 기사가 떴다.

곧 이어서 홍콩과 말레이시아에서 난리가 났다.

각국의 정부 수장들과 경제 관료들이 연이어 골든 그룹의 전기 자동차 공장 설립의 구애에 나섰다.

여기에 구글, 페이스 북, 테슬라의 R&D센터 건립까지 유치 경쟁에 나섰다.

세계 각국에서 강혁과 골든 그룹에 대한 구애에 나서자 결국 국제 신용평가 회사가 폭탄을 터트렸다.

한국에 대한 신용등급 평가를 보류하겠다고 한 것이다.

골든 그룹이 한국에 대대적인 투자 계획을 발표한 후, 상향조정하려던 신용등급을 심지어 낮추려고까지 했다.

이 소식에 한국의 주가가 출렁거리고 환율이 다시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치솟아 올랐다.

TBS 9시 뉴스.

국민들 대다수가 시청하는 9시 뉴스에 도울 김용수가 출현했다.

평소 즐겨 입는 생활 한복 차림으로 뉴스 룸에 등장한 도울은 시작부터 사자처럼 포효했다.

[대한일보, 대중일보, 대동일보을 비롯해서 언론들이 무슨 짓을 했는지 보십시오!]

[미국에서 번 돈으로 한국에 투자하려고 했던 강혁 회장이 일부 언론들에게 무슨 소릴 들었습니까?]

[매국노 소릴 들었어요. 매국노 소리를!]

[그게 대체 말이 되는 소리입니까? 국민들이 정신을 못 차리니 이런 일이 벌어집니다.]

[애국자가 하루아침에 나라 팔아먹으려는 역적이 됐어요!]

[…이들 신문사 사주들이 대를 이어 내려온 친일DNA가 이런 일을 벌인 겁니다.]

[…지금 일본 정부가 하고 있는 일을 보세요. 관료들이 실제 골든 그룹 본사를 방문하고 있습니다.]

[우리 국민들이 이제 그만 정신을 차려야 합니다. 여러분!]

시민들은 전국에서 이 방송을 보고 있었다.

도울의 사자 같은 포호에 이어 미국에서 일어난 일은 분노에 기름을 붓는 격이었다.

미국 백악관에서 강혁이 정식으로 초대를 받았다.

클링튼 대통령과의 회담이 끝나자 미국 언론들은 일제히 다음과 같은 소식을 전했다.

골든 그룹이 미국에 30억 달러에 달하는 엄청난 규모의 투자를 약속했다는 것이다.

백악관에서 미국 대통령과 만나 서류에 사인을 하고, MOU계약 맺었다는 소식이 전 세계에 전해졌다.

이것만 해도 땅을 치고, 한탄을 할 일이었다.

그런데 미국의 한 유력 신문사가 다음과 같은 제목의 만평을 게재했다.

[한국 언론에게 매우, 매우 감사합니다. 땡큐 코리아!]

한국에게 갔을 투자를 한국 언론 덕에 미국이 받았다는 내용의 만평이었다.

이 사실이 9시 뉴스를 통해 한국에 보도 되었다.

서울 시내 어느 술집.

한 무리의 중년들이 술잔을 기울이고 있었다.

다들 한참 술이 들어 간 듯 보였다.

이들도 술 집 한 편에 켜 놓은 TV를 통해 해당 뉴스를 보고 있었다.

"이런 씨부랄― 언론에서 그렇게 매국노 소릴 해댔는데 강혁 회장이 조국에 투자하고 싶겠어?"

"이게 다 그놈의 대.중.동 때문이야! 개XXX놈들!"

"죽 써서 개줬네, 죽 써서 개줬어."

"며칠 전에 방송에서 도울 선생 한 말이 맞아. 우리 국민들 이제 그만 정신 차려야 해!"

"내 말이― 강혁 회장 같은 사람이 나오면 뭐해! 다들 조림돌림해서 죽여 버리는데 말이야."

분노한 국민들이 전국 방방곡곡에서 이와 유사한 이야기들을 나누고 있었다.

일본이 관료들을 미국으로 보내 강혁과 만났다는 소식.

미국이 결국 강혁 회장에게 투자를 받았다는 소식과 이를 조롱하듯 놀린 미 언론의 만평.

이 두 가지는 그야말로 전 국민들 속을 뒤집어 놓았다.

안 그래도 화가 나 죽겠는 사람의 가슴에 기름을 솥 채로 들이 부은 격이었다.

눈치를 보던 다른 언론사들도 전 국민이 공분한 이 상황을 보도하지 않을 수가 없었다.

아무리 외부의 압박이 있다고 해도 이 정도 대형 사건이라면 보도하지 않을 수 없는 것이다.

날이 갈수록 대한일보 등에 대한 비토 여론이 커지더니 광화문에 사람들이 모이기 시작했다.

인터넷의 보급으로 사람들의 여론을 모으는 것이 용의했다.

처음에는 작은 인터넷 커뮤니티에서 한 사람이 작은 댓글을 올린 것이 시작이었다.

[이번 사태에 분노하는 분들은 모두 X월X일 XX시에 광화문에서 모입시다.

항의의 표시로 붉은 색 옷을 입고 옵시다.]

이 댓글은 순식간에 페이스북과 각종 온라인 커뮤니티에 전파되었다.

그리고 실제로 이날 수만 명에 달하는 인파가 자발적으로 광화문에 모였다.

이 일은 엄청난 화제가 되어 TV방송에도 노출되었다.

그러자 다음 날 전날보다 두 배가량 늘어난 인파가 광화문에서 모이게 되었다.

그러자 누군가가 조직적으로 시위를 인도하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몇 차례 구호를 외치다가 연단을 세우고 시민들이 자발적으로 올라가 연설을 했다.

일찍이 없었던 일이라 사람들은 새로운 국민들의 자발적인 시위 양상에 환호하며 연일 사람 수를 더해갔다.

결국 삼일 째 되는 날 10만 명의 인원이 광화문에 모였다.

그 후로는 매일 1만 명씩 늘어나기 시작했다.

이렇게 되자 이번 일을 주도한 언론사 사주들에 대한 판결이 모두의 관심을 모으기 시작했다.

이 정도로 비토 여론이 큰 상황에서 재판에서 어떤 결정이 내려지느냐에 따라 국민 여론이 더 분노할 수도 있었기 때문이다.

그 정도로 이번 일의 파장이 컸다.

연일 방송에서 오늘은 몇 명이 광화문에 모였는지를 발표했다.

"젠…젠장, 일이 이렇게 될 줄이야!"

신상현은 TV를 보며 이를 갈고 있었다.

모처럼 강혁을 향해 반격을 가했는데 이런 식으로 당하게 될 줄은 몰랐던 것이다.

신상현은 국민 여론이 얼마나 무서운지 잘 알고 있었다.

회귀 전 광화문 시위로 대통령이 탄핵당하지 않았던가?

이번 일 역시 무시하기에는 너무나 많은 인파가 시위에 참여 하고 있었다.

어쩌면 겁을 먹은 판사가 원래 계획된 시나리오를 파기할 우려마저 있었다.

"강형우 판사에게 유치원에 다니는 막내딸이 있었지요."

"예, 늦둥이라 아주 귀여워한다고 하더군요."

노 집사가 단안경을 반짝이며 대답했다.

"아무래도 심상치가 않으니 준비를 해두도록 하세요."

"알겠습니다. 도련님."

백발의 노집사가 고개를 조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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