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두번 사는 절대기억능력자-221화 (221/301)

두번 사는 절대기억능력자 221화

#221화

트레이드 센터 지하 작전실.

알파팀 부팀장 신소희가 컴퓨터 모니터 앞에 앉아 있었다.

그녀는 평소 알파팀이 맡은 국내 정보 수집과 분석을 하고 있었다.

전직 정보 경찰이었던 신소희에게 가장 알맞은 일이기도 했다.

그런데 그녀가 자정이 넘은 시간까지 하고 있던 일은 알파팀 업무가 아니었다.

그녀의 약혼자였던 마약계 형사 강인철.

강인철은 현직 국회의원 자녀의 마약 밀매 및 판매 사건을 조사하던 중 사망했다.

신소희는 그의 죽음을 파헤치다가 엄청난 음모가 숨어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하지만 그녀 역시 사건의 뒤에 숨어 있는 거대한 조직에 의해 함정에 빠졌다.

누군가가 심어 놓은 함정에 걸려 2년간 뇌물수수죄로 복역하게 된 것이다.

강인철의 죽음 뒤에는 경찰과 검찰 조직까지 움직이는 거대한 세력이 숨어 있었다.

자신만의 힘으로 상대하기에는 너무도 거대한 조직이었다.

신소희는 나름 잘나가는 엘리트 경찰이었다.

경찰 대학을 수석으로 졸업하고 뛰어난 능력을 십분 발휘하여 장래가 유망한 재원이었다.

윗선에서도 그녀를 좋게 보고 끌어주려는 사람도 많았다.

그런 그녀도 하루아침에 나락으로 떨어지게 만든 것이다.

2년의 세월을 감옥에서 보낸 신소희는 출옥 후 반 년 간 계속해서 사건을 쫓았다.

하지만 그녀의 힘만으로는 사건의 실체를 제대로 파악할 수 없었다.

누군지 모르지만 그들은 거대한 힘을 가지고 있었다.

엘리트 형사인 그녀를 함정에 빠뜨리고, 현직 형사의 죽음을 미궁으로 만들었다.

경찰과 검찰 조직에 그들의 끄나풀이 있는 것이 분명했다.

신소희는 약혼자의 죽음 이후 하루에 4시간 이상 잠을 잘 수 없었다.

그의 죽음의 이유를 알아내지 못하는 이상 그녀의 불면증은 사라지지 않을 것이다.

오늘도 그녀는 알파팀 업무를 끝낸 후 그 사건의 이면을 파헤치고 있었다.

자정이 넘은 지금도 그녀가 컴퓨터 모니터 앞에 앉아 있는 이유였다.

그런데 갑자기 컴퓨터 모니터에 새로운 창이 떴다.

내용을 확인한 신소희의 얼굴 표정이 일변했다.

"……이건?"

신소희는 급히 박팀장과 알파팀 요원들에게 연락을 취했다.

?♪♬♩?♪♬~

깜깜한 어둠 속에서 핸드폰 벨소리가 울렸다.

잠깐 잠이 들었던 박 팀장은 잠에서 깨어나 핸드폰을 들었다.

번호를 확인해보니 신소희의 번호였다.

"무슨 일이지?"

―팀장님. 사진 확인하세요.

띠롱―

작은 알람소리와 함께 박 팀장의 핸드폰으로 새로운 창이 떴다.

신소희의 컴퓨터 모니터 화면에 뜬 창과 같은 내용이었다.

알파팀은 전원 강혁의 연구실에서 지급해준 특수한 핸드폰을 소지하고 있었다.

그들은 아직 모르지만 몇 년 후에나 등장하게 될 스마트폰의 원형이라 할 수 있는 기계였다.

강혁의 지시로 첨단군사무기 연구소에서 만든 핸드폰이었다.

다만 아직 대중화하기에는 너무 비싼 제품이었다.

98년도에 볼 수 있는 일반적인 핸드폰의 스펙이 아니었다.

미래에 개발될 기술들이 많이 적용되어 있었다.

게다가 첩보용이라 미래에 등장할 스마트폰과는 여러모로 다른 점도 많았다.

"이건?"

박정철은 핸드폰 화면에 뜬 내용을 확인했다.

[당신 딸은 우리가 데리고 있다.]

[건네준 판결문 그대로 선고해.]

선고가 끝나면 딸을 돌려주지.]

*     *     *

"팀장님, 강형우 판사 핸드폰으로 온 문자입니다."

신소희는 강형우 판사의 핸드폰을 해킹해서 통화 내용과 문자를 모두 볼 수 있었다.

강형우에게 새로운 문자 메시지가 발송되자 말자 신소희의 컴퓨터로 내용이 전송된 것이다.

알파팀은 핸드폰 해킹을 통해 그에게 엄청난 압력이 사방에서 오고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

98년도에는 아직 세상 어디에도 핸드폰 해킹 기술이 존재하지 않던 시절이었다.

그래서 비밀스런 대화에 핸드폰으로 통화하는 것이 선호되기도 했다.

보안에 대한 염려가 없기 때문이었다.

그래서 강형우 판사에게 핸드폰으로 여러 가지 압력이 들어 온 것이다.

하지만 강혁은 이미 핸드폰 해킹기술을 개발해 놓은 상태였다.

알파팀은 강형우의 핸드폰을 해킹해서 그에게 압력을 가한 사람의 명단을 강혁에게 넘겼다.

이를 통해 강혁은 법조계 고위직에 있는 일진회 명단을 확보할 수 있었다.

"이거 큰일이군."

"아무래도 오늘 있을 선거 공판이 우리 예상대로 안 될 수도 있겠어요."

알파팀을 해킹을 통해 강형우 판사에게 가해진 압력을 알고 그를 감시하고 있었다.

그런데 다행히 강형우 판사는 자신의 의지대로 판결문을 작성하고 있었다.

그런 사실을 알고 난 후 이번 선거 공판에 대해 안심하고 있었던 것이다.

"아이를 데리고 간 자들은 파악이 됐나?"

"위성 영상을 확인하고 있습니다."

"영상 확인되면 신원 확인하고, 팀원들 보내. 바로 그곳으로 가지."

"예, 팀장님."

박 팀장은 침대에서 일어나 작전실로 갈 차비를 했다.

신소희는 위성에서 촬영된 영상을 컴퓨터 모니터로 확인했다.

혹시 모를 사태를 대비해 위성으로 강형우 판사 집을 감시한 것이 주효했다.

차량은 용의주도하게도 CCTV가 없는 사각에 위치하고 있었다.

영상 시간대를 문자가 발송된 시간 전으로 돌렸다.

차량에서 스키 마스크를 쓴 남자들 몇이 나오는 모습이 포착되었다.

차량에서 나온 남자들은 몇 분 후 잠든 아이를 데리고 다시 차량으로 돌아왔다.

이들은 얼굴에 스키 마스크를 썼지만 차량에 도착하자 다시 벗었다.

주변에 CCTV가 없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방심한 탓이다.

"이놈들이군."

신소희는 화면에 나온 사내들의 얼굴을 캡처한 후, 안면인식 시스템에 올렸다.

강혁의 회사에서 천문학적인 자금을 들여 개발한 프로그램이었다.

아직 알파팀 외에 세상 어떤 곳에서도 존재하지 않는 시스템이었다.

캡처한 사진이 올라가자 얼마가지 않아 일치하는 주민등록상의 사진과 주소지가 올라왔다.

"빙고!"

신소희는 이들의 신원과 주소를 팀원들의 핸드폰으로 전송했다.

그리고 SUV차량의 차량번호를 조회했다.

"가짜 번호군. 하지만 방법이 없는 건 아니지."

신소희는 재빨리 컴퓨터를 조작하기 시작했다.

강혁은 사설 정보팀을 만들면서 미래에 등장할 첨단기술과 감시 프로그램의 개발을 시도했다.

천문학적인 자금과 강혁의 미래 지식이 그것을 가능하게 만들어 주었다.

신소희는 정부의 중앙교통통제시스템을 접속했다. 그리고 차량등록번호를 조회했다.

그러자 얼마 안가 등록된 차량이 지나간 곳의 CCTV 영상이 확보되었다.

"추적 맵을 작동 해볼까?"

작전실 중앙의 대형 스크린이 켜졌다.

차량이 지나는 곳의 도로 지도가 나타났다.

그리고 빨간 점이 나타나며 도로 위를 이동했다.

"수정 언니, 화면 전송해요."

―알았어!

핸드폰 너머로 류수정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들었지. 출발해!"

류수정의 말에 운전대를 잡은 캐리 박이 말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엑셀을 밟자 엄청난 속도로 도로 위를 달리기 시작했다.

류수정은 보조 운전석 자리에 앉아서 캐리 박에게 방향을 알려주었다.

프로 레이서인 캐리 박의 운전 솜씨는 그야말로 발군이었다.

여기에 개조 차량의 엄청난 스피드는 납치범들의 차량을 빠른 속도로 따라 잡고 있었다.

"어떻게 돼가고 있어?"

"팀장님! 오셨군요."

류수정은 박정철에게 대략의 상황을 브리핑해주었다.

"좋아, 필요할 수 있으니까. 지원팀에 연락하고, 가동 자원 모두 준비시켜."

"알겠습니다."

*     *     *

한밤중에 도로 위를 검은색 SUV가 질주하고 있었다.

도로에서 교통 순찰을 하던 경찰차의 눈에 이 차량은 금세 눈에 띠었다.

"저건 뭐야?"

"왜요? 이 경사님."

잠시 차량을 세워두고 음료를 마시던 김 순경이 물었다.

하지만 왜 그런 말을 했는지 깨닫는 것은 금세였다.

방금 자신의 순찰차 옆을 엄청난 속도로 쏜살같이 지나갔기 때문이다.

경보등이 켜지며 순찰차가 검은색 SUV차량의 뒤를 쫓아 달렸다.

"이런, 짭새가 따라 붙었다."

뒷좌석에 앉아 있던 최요한이 백미러를 보며 말했다.

"들었지? 해결해줘."

"잠깐만 기다려요."

납치 차량을 뒤쫓고 있는 중이라 속도를 늦출 수는 없었다.

류수정은 급히 컴퓨터를 조작했다.

띠요띠요띠요―

경보등을 울리며 차량을 쫓던 순찰차는 인근에 대기 중인 경찰차에 상황을 전파하고 있었다.

그런데 갑자기 무선이 들려왔다.

―XX방면 순찰 차량에게 알린다. XX방면 순찰 차량에게 알린다.

"뭐지?"

―과속 차량 단속에 나선 순찰차는 지금 당장 복귀하라.

이 경장은 낯익은 목소리에 마이크를 들어 물었다.

"박 경위님, 저 이경수 경장입니다. 과속차량 단속 중인데 무슨 일입니까?"

―그만 하고 복귀해. 정부쪽 차량이야. 임무 수행 중이란다.

"그, 그래요?"

―그래, 인마. 뻘짓 그만하고 돌아와.

"알, 알겠습니다."

"이 경장님, 무슨 일일까요?"

금세 속도를 늦춘 김 순경이 의아한 표정으로 물었다.

무슨 일이기에 이 시간에 정부차량이 저런 속도로 달리는 것일까?

"몰라, 간첩이라도 잡으로 가는건가?"

"우와, 사실이라면 스릴 넘치겠는데요? 우리 지원은 필요없나?"

"훗, 꿈깨 이 사람아. 저 친구들은 우릴 개 무시 한다고."

"그래요?"

"그래, 그만 돌아가자."

순찰차량들이 방향을 돌리며 근무지로 돌아갔다.

멀리서도 그들이 차를 돌리는 것이 보였다.

"이제 돌아가는데?"

뒷좌석에 앉아서 뒤를 살피던 최요한이 말했다.

"굿잡― 신소희 수고했어."

―뭘요. 그건 그렇고. 곧 마주칠 거예요. 준비하세요.

"알았어."

신소희의 말대로 얼마 안 있어 차량의 뒷꽁무니가 보였다.

―속도 줄이고. 눈치 못 채게 뒤를 쫓아.

차량에 설치된 위성 무전기로 박 팀장의 목소리가 들렸다.

캐리 박은 납치 차량이 눈치채지 못하게 멀찍이 떨어져서 뒤를 따랐다.

그렇게 30분여를 더 달리자 마침내 납치 차량이 빌딩 공사장 앞에서 멈췄다.

공사가 반 정도 진척이 된 듯한 건물이었다.

"잠시 사람 숨기기에는 안성맞춤인 듯한 곳이군."

차량이 멈추고 사람들이 내렸다.

여자 아이는 사내 한 명이 안고 나왔는데 여전히 깊이 잠들어 있었다.

"아이에게 수면제라도 먹인 것 같군."

위성으로 상황을 살피고 있던 박 팀장이 말했다.

"미동도 없는 걸 보니 그런 것 같네요."

신소희가 대답했다.

"경찰에 연락할까요?"

"아니, 일단 좀 더 지켜보도록 하지."

"알겠습니다."

신소희는 널찍히 떨어진 곳에 차량을 세운 알파팀원들에게 말했다.

"수정 언니. 몰래 잠입해서 카메라하고 도청 장치 설치하세요."

―오케이.

류수정은 차량에서 나와 건물 뒤편으로 몰래 접근했다.

주위에는 어둠이 깔려 있고, 사람들의 기척이 느껴지지 않았다.

주변을 살피고 사람이 지나다니지 않은 것을 확인한 류수정은 건물을 타고 올라가기 시작했다.

눈으로 보지 않고서는 믿기 어려운 파쿠르 솜씨였다.

마치 거미 인간이라도 되는 듯이 건물에 튀어 나왔거나 들어간 곳들을 잡고 벽을 탔다.

아직 공사 중인 곳이라 나름 잡을 만한 곳이 많이 있었다.

류수정은 얼마 가지 않아 벽을 타고 건물 안으로 몰래 들어가는 데 성공했다.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