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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번 사는 절대기억능력자-225화 (225/301)

두번 사는 절대기억능력자 225화

#225화

―지금 무슨 짓을 하는 거요? 놈들이 아무에게도 알리지 말라고 했소! 만일…….

"강 판사님, 저희는 누가 한 짓인지 알고 있습니다."

―그건 나도 알고 있소. 대한 일보쪽 사람이겠지.

"맞습니다. 그러데 그들을 돕고 있는 건 현 정부에 불만이 있는 국정원 요원입니다."

―국…국정원 요원? 그…그럼 혹시 당신들도?

"거기에 대해서는 답변해 드릴 수 없습니다. 다만 아이를 꼭 찾겠다는 건 약속드리죠."

―…….

강 판사는 잠시 말이 없었다.

"강 판사님?"

―11시에 선거 공판이 시작되오. 최대한 늦춰줄 테니 그 전에 찾아 주시오.

강 판사의 말에 신소희가 고개를 돌려 박 팀장을 바라보았다.

박정철은 신소희를 바라보며 고개를 끄덕였다.

"알겠습니다. 판사님, 통신기를 빼지 마십시오."

―알겠소.

강판사와의 연락을 마친 박 팀장은 작전실 안에 있는 정보팀 사람들을 향해 외쳤다.

"모두들 들었지. 지금부터 아이가 어디에 있을지 모든 정보를 동원해서 찾아내!"

작전실 안에는 이미 수십 명의 인원이 자리에 앉아 대기 중이었다.

이들은 그 동안 강혁의 지시로 박정철과 신소희가 엄선해서 모집한 인재들이었다.

모두가 이중 삼중에 걸친 철저한 신원 확인을 걸친 사람들이었다.

이들 대부분이 미국과 한국의 전직 정보 계통 사람들이었다.

골든 그룹과 강혁에게 큰 도움을 받은 사람들로 충성심이 대단했다.

가족들에게 엄청난 보상을 약속했기에 강혁을 위해서라면 목숨도 바칠 수 있었다.

이 모든 것이 지난 몇 년 사이에 이룩한 것들이었다.

처음에는 강혁의 손발로 움직일 수 있는 기동부대로서 알파팀을 만든 것이 시작이었다.

지금은 그들을 시작으로 미국 정부와 협약을 맺은 당당한 민간 군사기업으로 커가고 있었다.

강혁은 자신이 설립한 민간 군사기업의 이름을 실버울프라고 지었다.

계기가 된 것은 콜롬비아에서 있었던 군사 작전때 실버울프팀이 명성을 날린 것이 계기가 되었다.

"엘리스 정, C.I.A쪽을 파봐. 아는 게 있는지 알아보라고."

"예, 박 센터장님."

깔끔하고 빈틈없어 보이는 양복차림의 여성이 대답했다.

엘리스 정은 전직 C.I.A 출신으로 화려한 경력을 쌓은 사람이었다.

그녀가 왜 자신의 커리어를 마감하고 골든 그룹으로 왔는지 아는 사람은 강혁과 박정철 뿐이었다.

박정철은 한국 지부의 규모가 커진 지금 알파팀 요원외의 사람들에게 센터장이라 불렸다.

신소희는 부센터장이라 불렸다.

"지금 한국 부지부장이 제 예전 부하에요. 아는 게 있는지 물어보죠."

"부탁해. 그리고 김 팀장."

"예, 센터장님."

하얀 와이셔츠 차림에 넥타이를 하고 은색 안경을 낀 30대 중반의 남자가 대답했다.

"자네는 국정원 쪽 부탁하네."

"알겠습니다. 국내 쪽은 현재 서 과장이 아는 게 있을 겁니다. 그쪽 안전가옥일 가능성이 있어요."

김인수 팀장은 실버울프 한국지부에서 현재 정보 분석팀을 이끌고 있었다.

국내에서 수집한 다양한 정보들을 분석하는 것이 주된 일이었다.

원래 김인수 팀장은 국정원에서도 명성이 높은 뛰어난 정보 분석가였다.

다만 이것도 대외적으로 알려진 것에 불과했다.

박정철은 해외에서 극비 작전을 지휘하던 중 김인수를 현장 요원으로 만난 적이 있었다.

평소 김인수를 아는 사람이라면 깜짝 놀랐을 것이다.

인텔리에 약간 어수룩하고 머리만 쓸 것 같은 남자가 김인수다.

그런데 박정철이 현장에서 만난 김인수는 180도로 다른 사람이었다.

그가 한번 움직이면 주변에는 시체가 산처럼 쌓이는 그런 사람이 김인수였다.

김인수는 사실 국정원에서 특별 관리하는 블랙요원이었다.

그런 사람이 국정원을 떠나 강혁과 함께 하기로 한 것이다.

"신소희, 팀원들과 함께 백화점 주변 CCTV영상 분석 부탁해."

"알겠습니다."

박정철은 지시를 마치고 전면의 거대한 스크린을 바라보았다.

거기에는 납치된 아이의 사진과 프로필이 적혀 있었다.

[이름: 강유선

나이: 5세

학력: 햇빛 유치원 유채반]

자신의 딸보다 더 어린 강유선의 환하게 웃는 사진을 보며 박정철은 마음이 시렸다.

'이젠 시간과의 싸움이야.'

박정철은 스크린 한쪽에 표시되고 있는 디지털 시간을 확인하며 마음을 조렸다.

*     *     *

오전 10시 30분.

"아직 아무 쓸만한 정보가 없나? 공판 개시 30분 전이야!"

"C.I.A쪽에서 파악하고 있는 국정원 안전가옥에는 현재 사용하고 있는 사람이 없답니다."

엘리스 정이 대답했다.

"안전가옥에 없다고?"

"C.I.A쪽에서 파악하지 못한 안전가옥도 있지 않을까요?"

신소희가 박정철을 바라보며 말했다.

"그런 곳도 존재하지만 흔치는 않지."

박정철이 김인수를 바라보며 말했다.

"그쪽으로 다시 한 번 알아보죠."

김인수가 대답했다.

"부탁해. 시간이 없어."

"저도 다른 각도로 한 번 알아볼께요."

엘리스 정이 말했다.

"팀장님, 지나가던 차량을 해킹한 CCTV에 이 장면이 찍혔습니다."

신소희가 스크린에 화면을 띠웠다.

백화점 주변을 지나던 차량을 하나하나 해킹해서 해당 화면을 찾아 낸 것이다.

"그 놈이군."

박정철의 말에 신소희도 고개를 끄덕였다.

화면에 등장한 남자.

샤크란 별명을 가진 사나이. 박광수였다.

박광수는 자신들이 감시하고 있는 신상현의 집을 드나드는 남자였다.

정보팀에서는 박광수를 신상현의 행동대장 격을 여기고 있었다.

상당히 위험한 인물로 보인다는 것이 김인수 팀장의 판단이었다.

그런 박광수가 수면제에 취해 잠이든 강유선을 안고 차에 올라타고 있었다.

결국 이번 일의 배후에 신상현이 있다는 사실이 드러난 것이다.

정보팀 김인수 팀장의 분석에 의하면 이미 신상현은 일진회를 손에 넣었다고 결론짓고 있었다.

일진회.

현재 그에 대해 파악된 것만으로도 엄청난 규모와 파워를 조직이었다.

현재 실버 울프 국내 지부에서 수집하고 있는 정보 대부분이 이들에 대한 것이었다.

처음부터 이들이 일진회란 조직을 추적하기 시작했던 것은 아니다.

하지만 대한민국에서 일어나고 있는 은밀하고 수상한 사건들의 배후에는 어김없이 그들이 존재했다.

신소희 역시 이들에 대해 알고 나서는 약혼자의 죽음에 이들도 얽혀 있는 것이 아닌지 의심하고 있었다.

"이번에도 결국은 그들이군요."

화면에 들어난 박광수를 바라보며 엘리스 정이 말했다.

"그런 것 같군."

박정철이 음울한 표정으로 대답했다.

"일진회와 신상현이라… 불길한 조합이죠."

김인수 팀장이 은빛 안경테를 반짝 거리며 말했다.

투명한 안경알 뒤에 그의 눈빛에는 숨겨져 있는 야수가 으르렁거렸다.

그런 사실을 작전실 안의 누구도 알지 못했지만 말이다.

박정철은 흘낏 김인수를 바라보았다. 그들의 눈빛이 서로 잠시 부딪혔다.

'김 팀장, 그 일을 생각하고 있는 건가?'

'그놈들의 목숨은 내가 처리한다는 약속 잊지 않았겠죠?'

'때가 되면 자네 마음대로 해.'

두 사람은 언제 눈이 마주쳤냐는 듯이 고개를 돌렸다.

김인수는 자신의 동료를 죽음에 넘겼던 자들을 떠올렸다.

그 자들과 그 배후에는 일진회 소속 사람들이 있었다.

김인수가 국정원을 떠나 실버울프에 들어오게 된 이유였다.

김인수는 강혁과 손을 잡고, 일진회를 무너뜨리는 일에 협조하기로 했다.

대신 동료의 죽음에 책임이 있는 자들은 자신이 직접 단죄한다는 것이 조건이었다.

"차량 번호를 조회했습니다. 시내 CCTV를 통해 어디로 갔는지 분석하겠습니다."

"좋아, 빨리 부탁해! 시간이 부족하다."

"아르테미스에 접속 허가 부탁드려요."

"허락하지. 코드 넘버는 여기있어."

박정철이 1시간 마다 바뀌는 코드 넘버가 나오는 기계를 건넸다.

신소희는 재빨리 코드 넘버를 넣어 시스템에 접속했다.

아르테미스는 인공지능 아이린의 열화버전으로 제한적으로 사용하는 인공지능이었다.

대신 아시아 호주 서버의 대부분을 사용할 수 있어서 연산 속도가 슈퍼컴퓨터급이었다.

"분석결과 나왔어요."

서울 시내 교통 시스템의 CCTV를 분석한 결과 박광수가 탄 차가 도착한 인근 지역이 나왔다.

"이곳 근처에요."

스크린에 한 블록에 해당하는 지도가 떴다.

"팀원들을 보내지."

박정철은 바로 알파팀에게 연락했다.

"국정원 요원들이 지키고 있을 겁니다. 전술팀을 보내야 합니다."

김인수의 말에 박 팀장도 고개를 끄덕였다.

"전술팀도 인근에 대기시켜. 알파팀이 찾으면 전술팀이 진압한다."

박정철은 스크린 한쪽에 있는 디지털 시계를 바라보았다.

시계는 10시 59분을 가리켰다.

이제 곧 11시다. 선거 공판이 시작된다.

*     *     *

"모두 자리에서 기립해 주십시오."

방청객들이 일어서자 판사들이 재판석에 들어섰다.

강형우는 입안이 바짝 말랐다.

이제 선거 공판이 시작되었지만 아무런 연락이 없었다.

'이대로 이 판결문을 잃어야 하는 걸까?'

강형우는 흘깃 서류철 안에 들어 있는 판결문을 바라보았다.

서류철 안에는 두 개의 판결문이 들어 있었다.

하나는 법원 행정차장에게 건네받은 판결문이었다.

또 하나는 자신이 심혈을 기울여 쓴 판결문이었다.

양심은 자신이 쓴 판결문을 읽고 유죄를 선고하는 것이었다.

그것도 검찰측에서 내린 징역형과 벌금 그대로 말이다.

징역 7년에 벌금 130억.

그것이 대한 일보 회장 서성주와 서인태가 받아야 할 법의 심판이었다.

하지만 그렇게 되면 자신의 딸은 영원히 볼 수 없게 된다.

그놈들은 보복으로 딸을 죽일 가능성이 있었다.

강형우는 자신도 모르게 손이 떨려왔다.

'그것만은 안 돼.'

'제발 그 아이를 구해줘.'

자신의 귀에서 들려왔던 여성의 음성.

지금 강형우 판사에게 희망은 그들이 자신에게 약속한대로 딸을 구출해주는 것이었다.

"모두 자리에 착석해 주십시오."

선고 공판이 시작되었다.

강 판사는 고개를 들고 변호인과 피고 측을 바라보았다.

서성주와 서인태.

두 사람은 이미 뭔가 알고 있는 듯 자신을 의미심장하게 바라보았다.

"선고 전에 다시 한번 이번 사건의 증거들을 확인해보고 싶군요."

강 판사가 말했다.

"예? 아니, 판사님. 대체 왜?"

사건을 담당한 한서희 검사가 놀란 표정으로 되물었다.

오늘은 선고 공판이다.

최종 변론은 지난 재판에서 이미 끝난 것이다.

그런데 이제 와서 다시 증거를 살펴보자니? 말도 안 되는 일이었다.

"선고를 내리기 전에 다시 한 번 증거를 꼼꼼하게 살펴보자는 겁니다."

한 검사는 자신의 승리를 확신하고 있었다.

불법을 저지른 정황과 증거는 확실했다.

그러니 이제는 법에 따라 유죄를 선고하기만 하면 되는 일이다.

그런데 갑자기 증거들을 다시 확인하자니?

혹시 법정증거물의 증거능력에 의혹을 가할 생각일까?

"말도 안 됩니다. 판사님."

"경고합니다, 한 검사. 증거목록을 가져와서 다시 한 번 처음부터 검토해봅시다."

강 판사의 단호한 대답에 한서희는 당황했다.

그동안 재판에서 만나온 강 판사는 이런 사람이 아니었다.

"하, 알겠습니다. 아무래도 오늘 재판은 오후를 넘기겠군요."

"뭐, 최대한 빨리 빨리 검토해보도록 하죠. 저도 잘못된 판결을 내리고 싶지는 않으니까요."

강 판사가 대답했다.

한 검사가 물러나자 변호사가 걸어왔다.

서성주의 변호사는 강형우 판사가 새끼 판사일 때 부장 판사였던 이종수 변호사다.

천천히 다가온 서성주가 말했다.

"왜 판결을 내리지 않는 겁니까? 판사님."

그리고 쓱 하고 강 판사에게 바라보더니 쪽지 하나를 건넸다.

[헛튼 수작을 부리면 딸은 영원히 못 만나.]

쪽지를 본 강 판사의 두 눈이 크게 떠졌다.

알고 보니 자신의 상관이었던 이 변호사도 딸의 납치 사실을 알고 있었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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