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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번 사는 절대기억능력자-230화 (230/301)

두번 사는 절대기억능력자 230화

#230화

강혁은 본사 건물 로비를 지나 엘리베이터로 향했다.

본사 사원들이 여기저기서 나와 강혁과 일행들을 훔쳐보았다.

강혁과 더불어 경호원인 스티브의 건장한 체격과 강렬한 포스.

비서로 보이는 이리나의 요정같은 빼어난 외모.

줄줄이 늘어서서 강혁의 뒤를 따르는 태우의 사장단.

이 모든 것이 태우 그룹의 본사 사원들에게 큰 화젯거리였다.

이런 모든 요소들이 이들의 중심에 있는 강혁을 돋보이게 만들었다.

한편 기다리던 엘리베이트 문이 열리며 강혁과 일행들이 들어섰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강혁 일행과 사장단이 타자 더 올라서지 않았다.

그런데 평범한 일반 사원처럼 보이는 남성 한명이 엘리베이터에 올라탔다.

"이 봐. 자네?"

갑자기 엘리베이트 안에 뛰어든 남성에게 황당함을 느끼며 마동현 실장이 제재하려 할 때였다.

"하하, 급한 일이 있는가 본데 그냥 두세요."

강혁이 웃으며 말했다.

"아, 그 …그게. 알겠습니다."

마 실장은 살짝 그 남자를 째려보았지만 더는 아무 말 하지 않았다.

♪?

핸드폰에서 알람 소리가 울렸다.

강혁은 자신의 핸드폰이란 사실을 알고, 핸드폰을 꺼내 문자를 확인했다.

[회장님, 결국 한국에 오셨군요.]

강혁은 문자를 보고는 빙긋이 웃었다.

[선배님, 오랜만입니다.]

[그게 중요합니까? 그렇게 만류했는데도 한국행을 하시다니!]

[하하, 죄송합니다.]

[휴, 회장님 때문에 제 간이 다 녹는다니까요. 아무리 만류해도 듣질 않으시니.]

강혁은 문자를 바라보며 웃었다.

지금 강혁이 보고 있는 문자는 방금 마지막으로 엘리베이터에 탄 남성이 보낸 것이다.

그 남성의 정체는 바로 이규철이었다.

사실 이번 한국 방문을 이규철을 비롯해서 많은 사람들이 말렸다.

대한일보를 잃은 신상현이 강혁에게 무슨 짓을 할지 모르는 상황이었기 때문이었다.

미국에 있을 때와는 달리 한국은 신상현의 세력이 집중되어 있는 곳이다.

위험도가 미국에 있을 때와는 비교할 수가 없었다.

언제 적들이 나타나 강혁에게 위해를 가할지 몰랐다.

그래서 강혁이 한국으로 오는 것을 만류한 것인데 강혁의 고집을 꺾을 수 없었다.

[하하, 하지만 역시 한국으로 나오니 숨어 있던 쥐새끼들이 머리를 내밀지 않던가요?]

[저한테는 그딴 것보다 회장님이 더 중요합니다.]

[하하, 항상 고맙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

엘리베이터가 멈추었다.

문이 열리며 태우그룹 삼인방과 강혁 일행이 내렸다.

마동현은 고개를 돌려 강혁과 일행을 바라보았다.

"그럼, 저를 따라오시죠."

고개를 돌려 강혁과 일행들을 회의실로 인도했다.

그때 마동현의 머리 속으로 조금 전 마지막에 엘리베이터에 올라 탄 남자가 떠올랐다.

반사적으로 고개를 돌린 마동현의 얼굴에 의아한 표정이 떠올랐다.

남자가 어느 샌가 사라졌지 때문이다.

마동현은 고개를 갸우뚱거리며 모두를 회의실로 인도했다.

*     *     *

"흐흐, 강 형사님이 한국에 오셨다고?"

"예, 그렇습니다. 도련님."

박광수가 신상현을 바라보며 말했다.

다른 사람들과 달리 박광수도 노집사처럼 신상현을 도련님이라고 불렀다.

"저희 쪽 사람들이 이미 움직이고 있습니다."

"그렇군."

신상현은 박광수의 말에 고개를 끄덕이며, 말을 이었다.

"모든 자원을 총동원해서 어디를 가는지 어디서 묻는지 누굴 만나는지 철저히 조사하도록!"

"알겠습니다. 도련님."

"필요하다면 블랙 요원도 동원하도록."

신상현의 말에 박광수의 얼굴에 살짝 놀란 표정이 떠올랐다.

"그 놈을 죽일 겁니까?"

"필요하다면… 하지만 아직은 아니야."

신상현의 말에 박광수의 얼굴에 기묘한 표정이 떠올랐다.

뭔가 복잡한 표정이다.

아쉬워하면서도 안도하는 표정이었다.

'그래, 벌써 죽여버리는 건 아니지. 크크큭.'

박광수는 존 강 회장의 정체를 알고 깜짝 놀랐다.

자신에게 씻을 수 없는 치욕과 상처를 안겨준 남자.

천직으로 생각했던 군대에서 쫓겨나게 만든 남자.

그리고 대수술 끝에 자신은 더 이상 고통을 느낄 수 없는 몸이 되었다.

무통!

사실 자신과 같은 남자에게 무통은 어쩌면 하늘이 준 선물일지도 몰랐다.

아니, 하늘이 아니다.

틀림없이 지옥의 사신이 준 선물이었다.

자신에게 아픔을 안긴 강혁에게 복수를 하라고……

강혁이 한국에 등장한 이래로 박광수는 가슴이 뛰고 있었다.

하루라도 빨리 그의 손발을 찢고, 마지막으로 숨통을 끊어 놓고 싶었다.

하지만 맛있는 음식은 아껴뒀다가 마지막에 먹는 법이 아닌가?

박광수의 눈빛이 붉게 변했다가 다시 가라앉았다.

자세한 사정은 모르지만 자신의 주인도 강혁에게 특별한 감정을 가지고 있는 것 같았다.

불쌍하게도… 겉으로 보기에는 아름다운 미소년으로 보이지만…….

자신의 어린 주인은 괴물이었다.

자신같은 자들보다 훨씬 더 지옥에 가까운…….

그리고 그게 더 마음에 들었다!

크크큭!

이런 두 사람 앞에 공동의 먹잇감이 나타났다.

강 혁.

치 떨리게 사랑스러운 먹잇감이 아닌가?

당장이라도 달려들어 온 몸을 산산이 찢어주고 싶었다.

하지만 이런 먹잇감을 금세 끝내는 것도 아쉬운 건 사실이다.

가능하다면 극도로 즐기고 싶었다.

주인도 그걸 원하는 것 같았다.

하하!

역시 마음에 드는 주인이다.

끝은 아주 화려한 피의 잔치가 될 것이다.

[놈들이 포착됐습니다.]

[빠짐없이 체크하도록 해요.]

[알겠습니다. 이 실장님.]

이규철은 여러 명칭이 있었다.

대진건설 전무이사.

보통 일반인들을 만날 때 자주 사용하는 명함이었다.

실버울프팀을 이끌 때는 전술팀 팀장으로 불렸다.

현재 작전실은 더욱 확장되어 실버울프사의 한국지부 센터가 되었다.

박정철은 센터장으로 임명되었고, 신소희는 부센터장이었다.

신소희는 이규철을 부를 때 항상 실장님이라고 불렀다.

실버울프사의 실세로 박정철과 자신을 입사시킬 때 직함이 실장이었기 때문이다.

실질적인 실버울프사의 2인자가 바로 이규철이었다.

한편 신소희는 이규철과의 통신을 마치고 대형 스크린을 바라보았다.

이전에 작전실이라 불리던 곳은 사람들을 보충하고 시설을 확충하면서 명치도 바뀌었다.

통칭 작전 통제 상황실.

줄여서 상황실로 부르게 된 옛 작전실 전면에 있는 중앙 스크린에 사람들의 사진이 올라왔다.

[고유성.

32세.

국정원 국내파트. 산업기업부 소속.]

[이신윤.

29세

국정원 국내파트. 군수산업부 소속.]

"산업스파이와 군사기술스파이를 잡는 친구들이 왜 우리 회장님을 감시하고 있는 것일까?"

박정철이 스크린을 바라보며 말했다.

"그만큼 국정원에 신상현의 하수인들이 숨어 있다는 뜻이겠죠?"

"지금은 신상현이지만 원래는 일진회 소속이라고 봐야겠지."

"그렇죠."

"일일이 증거 기록해둬. 나중에 일괄 국정원 원장에게 넘길 테니까."

"알겠습니다. 센터장님."

"회장님을 감시하는 게 국정원만은 아닐 거야."

박정철의 말에 신소희가 고개를 끄덕였다.

"모두 소집해!"

"알겠습니다."

박정철의 지시가 떨어지자 지하 상황실 요원들이 모두 모였다.

이들은 하나같이 박정철이 스카우트한 유능한 정보요원들이었다.

대형 스크린 앞에 모여든 십수명의 요원들을 바라보며 박정철이 말했다.

"모두들 잘 들어!"

"……."

"지금부터 우리는 해방 이후 우리 사회를 갈아 먹어왔던……."

"……."

"암적 세력과 대결을 앞두고 있다."

"……!"

"알다시피 회장님을 감시하기 위해 총동원령이 내려졌다."

"……!"

"경찰, 기무사 모두 동원될 수 있어. 이번 기회에 일진회의 손발을 모두 끊어주자고."

"알겠습니다. 센터장님."

박정철의 말에 모두들 단호한 목소리로 응답했다.

이들 모두 나름의 사연이 있는 자들이었다.

다들 이곳에서 만족스러운 대우를 받고 있지만 사실 누구보다 사명감이 있는 사람들이었다.

모두가 한때는 국가 기관에서 봉사했던 사람들이었다.

하지만 이들은 하나같이 모종의 이유로 국가 기관을 떠나게 되었다.

어떤 사람은 국가가 저지른 범죄행위를 고발했다는 이유로.

어떤 사람은 자신이 국가가 아닌 권력자의 사익을 위해 움직였다는 사실을 깨닫고.

어떤 사람은 국가 권력을 일진회가 사익을 위해 사용하고 있다는 사실을 깨닫고 그들과 싸우기 위해.

이런저런 이유로 직을 내려놓고 방황하던 사람들을 박정철은 모은 것이다.

이들은 모두 전의에 불타오르고 있었다.

국가의 암적인 존재인 일진회.

그리고 그들의 손발이 되어 움직이는 자들.

이제 어둠 속에서 그들이 모습을 드러낸 것이다.

결코 꼬리만 자른 채 도망치게 할 수 없었다.

이들이 무슨 짓을 했는지 무슨 짓을 할 자들인지 모든 증거를 모아 한꺼번에 일망타진할 것이다.

이들은 결의를 다지고 자리로 돌아가 작업을 하기 시작했다.

"휴, 회장님 생각대로 일이 돌아가기 시작했지만… 너무 위험한 일이야."

"너무 걱정마세요. 저희들이 지켜보고 있잖아요."

"그렇기는 하지만 걱정되는 건 어쩔 수 없군."

"후후, 다들 회장님 걱정하시지만 그분이 사실 보통 사람은 아니잖아요."

"……."

"여차하면 직접 저놈들 한둘을 쉽게 제압하실 걸요?"

"그러다 다치기라도 하면 큰일 아니냐? 그러니 걱정하는 거지."

"…하긴 그렇네요."

지금같은 시기에 강혁이 다치거나 죽는다면?

어떤 일이 벌어질지 상상도 하기 싫었다.

모두의 구심점인 강혁이 사라진다면 자신들은 뿔뿔히 흩어질 것이 분명했다.

"반드시 지켜야 하겠군요."

"그렇지."

박정철이 굳은 의지를 담은 목소리로 대답했다.

*     *     *

"자, 다들 자리에 앉으세요."

태우 그룹 회의실에는 길고 커다란 회의테이블이 있었다.

강혁의 말에 십여 명에 달하는 사장들이 모두 자리에 착석했다.

"자, 시작하기 전에 간단히 말씀 드리죠."

모두들 강혁을 향해 긴장된 표정으로 시선이 향했다.

"다들 복잡한 심정일 겁니다."

"……."

"저는 오늘 모든 것을 다 결정하지는 않겠습니다."

"……."

"그리고 제가 직접 확인하기 전까지는 어떤 선입견도 가지지 않겠습니다."

강혁의 말에 사장들 중 몇이 한시름 놓는 듯한 표정을 지었다.

"하지만 제가 보기에 회생이 불가능하다고 생각되는 기업은……."

"……!"

"아쉽지만 저희와 함께 가기는 어려울 겁니다."

당연한 말이지만 강혁의 말에 몇몇 사장들은 식은 땀을 흘렸다.

강혁이 인수해주지 않는다면 그 회사는 사실상 파산하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

당장 사장이하 사원 전원이 실직할 각오를 해야 했다.

"그러니 오늘 있을 발표는 정말 중요한 겁니다."

"……!"

"앞으로 회사를 어떻게 다시 살릴지 구체적인 안을 발표하기로 했으니 말입니다."

"그러면 시작하시죠."

강혁의 말을 끝으로 마동현 실장이 일어나 사회를 보기 시작했다.

모두들 긴장한 표정이 역력했다.

제일 먼저 나선 사람은 태우 그룹의 간판격 회사인 태우 전자의 오한준 사장이었다.

"그럼, 회장님. 브리핑을 시작하겠습니다."

전면에 하얀색 스크린이 내려오고, 회의실 불이 꺼지자 프리젠테이션이 시작되었다.

'흐흠, 태우 전자라? 사실 전자는 반드시 가져와야 하겠고.'

강혁은 태우 전자는 인수할 생각이었다.

나름 다시 회생시킬 복안이 있었기 때문이다.

아직 스마트 폰이 등장하지 않은 시대였다.

이제 막 폴드 폰 시대가 시작되었으니 당연하다면 당연한 일이었다.

강혁은 태우 전자를 인수해서 본격적으로 스마트폰 개발에 나설 생각이었다.

'그런 그렇고. 박 센터장이 쥐새끼들은 잘 추적하고 있겠지?'

강혁은 자신이 한국에 직접 오게 된 이유 중의 하나를 생각하며 오 사장의 브리핑을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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