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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번 사는 절대기억능력자-235화 (235/301)

두번 사는 절대기억능력자 235화

235화

#62장 치천사

"몸이 상당히 재빠른 친구로군."

강혁의 눈에 이채가 떴다.

그는 태블릿PC를 연상시키는 은색 패널을 가지고 있었다.

가는 곳곳마다 카메라를 부서뜨린 장건후가 이번에는 이규철과 상대하느라 카메라를 부수지 못했다.

그래서 강혁과 상황실은 이규철과 장건후의 대결을 속속들이 보고 있었다.

"선배가 이렇게 고전할 줄은 몰랐는데?"

강혁은 계단을 올라 복도를 지날 때마다 전투의 흔적을 바라보며 혀를 내둘렀다.

'적이지만 탐나는 친구로군.'

다행히 장건후에게 당한 실버 울프 대원들 중에 사상자는 없는 모양이었다.

대원들은 이미 옮겨져 치료를 받고 있는 중이었다.

강혁은 발걸음을 더욱 서둘렀다.

뿌드득. 뿌드득.

장건후가 손가락을 움직이자 마디에서 뼈 소리가 났다.

두 사람은 아무 말 없이 다시 서로를 마주보았다.

"좀 더 즐기고 싶지만 내가 시간이 없어서 말이야."

장건후가 처음으로 입을 열었다.

그의 손에는 한쪽에 날카로운 톱니가 달려 있는 단검이 들려 있었다.

살상용 단검으로 한번 살을 뚫고 들어갔다가 나오면 상대의 내장이 함께 달려 나왔다.

이런 단검에 당하면 수술을 해도 장기 내부가 지저분하게 잘려나가 봉합이 어려웠다.

출혈을 막기 어려워 상대를 확실히 죽음에 이르게 하는 단검인 것이다.

"훗, 의견이 일치하는군."

이규철이 말했다.

확실히 위험한 물건이었다.

하지만 다행스러운 것은 지금 이규철은 블랙 슈츠와 신형 프로텍터를 착용하고 있었다.

단검의 날이 날카로워 보이기는 했지만 어느 정도 방어력이 있는 상태에서 상대하는 것이다.

휘익?

일합이 날아왔다.

허파를 노린 날카로운 일격이었다.

이규철은 왼손으로 상대의 팔을 쳐내며 반대쪽으로 몸을 회전시켰다.

그리고 그대로 안면을 향해 발차기를 날렸다.

하지만 장건후 역시 상체를 숙여 그대로 발차기를 흘렸다.

그것이 시작이었다.

곧바로 두 사람 사이에 순식간에 공방이 오갔다.

두 사람 모두 근접 총격전에서 신기에 가까운 몸놀림을 보여주었던 것처럼 한 치의 틈도 없었다.

두 사람은 그야말로 누가 더 나은 가를 쉽게 가르지 못할 정도로 난형난제였다.

몇 차례나 날카로운 단검이 이규철의 전신 급소를 노리고 파고 들었다.

아무리 방호복을 입었다고 해도 막을 수 없는 곳을 향해 날카로운 단검이 날아들었다.

산전수전 다 겪은 이규철로서도 식은땀이 흐를 정도였다.

막 목덜미를 향해 날아드는 단검을 피한 후였다.

휘?익!

단검이 배를 가르고 지나갔다.

이규철은 급히 허리를 뒤로 물렸다.

그 순간 장건후의 발이 마치 전갈처럼 뒤로 돌아가 이규철의 정수리를 직격했다.

퍼?억!

생각지도 못했던 일격에 이규철은 그대로 머리를 얻어맞고 몇 걸음이나 뒤로 후퇴했다.

장건후는 절호의 기회를 맞아 뒤로 물러서는 이규철을 따라 붙었다.

그의 눈빛이 늑대처럼 빛났다.

장건후는 그대로 돌진해 이규철의 목에 단검을 박아 넣을 생각이었다.

이규철로서는 도저히 피할 수 없어 보이는 상황이었다.

그때였다.

피?이잉!

허공을 가르며 카드 한 장이 날아들었다.

"윽!"

장건후는 짧은 신음성을 삼키며 왼손으로 오른손 손목을 잡았다.

스페이스 에이스 문양이 새겨있는 카드 한 장이 그의 손목에 박혀 있었다.

단검은 이미 바닥에 떨어뜨렸다.

장건후는 고개를 돌려 카드가 날아온 방향을 바라보았다.

"선배, 괜찮으세요?"

이규철은 머리를 한 손으로 부여잡고 있었다.

하지만 무모하게 현장으로 나온 강혁을 향해 말했다.

"욱, 여긴 대체 왜 오신 겁니까?"

"저 친구를 한번 만나보고 싶어서 말입니다."

강혁이 이규철을 바라보며 말했다.

'누구지?'

장건후는 새로 나타난 강혁을 향해 눈을 번득였다.

강혁이 천천히 원을 그리며 장건후에게 다가섰다.

장건후는 즉시 강혁이 예사롭지 않다고 여겼다.

발걸음이 가볍고, 영활한데 움직이는 도중에도 조금도 자세가 흐트러지지 않았다.

원을 도는 것 같지만 조금씩 자신에게 다가오고 있었다.

장건후는 손목에 박힌 카드를 뽑아 던지고, 단검을 다시 들었다.

'종이였어. 그런데 어떻게 내 손목에 박힌 거지?'

이해하기 어려운 일이었다.

더 이해하기 어려운 일은 그 다음에 일어났다.

"……!"

장건후는 강혁에게 공격할 틈을 노리고 있었다.

그런데 먼저 파고들 틈을 발견할 수 없었다.

'이게 대체 뭐지?'

호흡, 자세, 보법.

마치 물이 흐르듯 자연스럽고 단절이 없었다.

'틈이 없다면 만드는 수밖에.'

타앗!

발 구름과 함께 장건후의 몸이 공간을 가로질렀다.

강력한 공세가 담긴 일격이 강혁의 몸통을 노리고 쇄도했다.

막든, 피하든 뭔가 해야 했다.

그렇게 되면 틈이 생길 것이다.

쇄애액?

날카로운 단검이 강혁의 몸통을 가르기 직전까지 강혁은 아무런 움직임이 없었다.

그런데 갑자기 강혁의 몸이 바닥으로 꺼지듯 사라졌다.

'억!'

예상치 못했던 동작이었다.

갑자기 강혁이 눈앞에서 사라진 것이다.

슛!

강혁의 손바닥이 갑자기 눈앞에서 나타나 턱을 쳐올렸다.

장건후는 상체를 급히 뒤로 제치며 바닥에 손을 짚었다.

"조심해요!"

이규철이 소리쳤다.

자신이 이미 한 번 당했던 기술이다.

몸을 뒤로 맴을 돌며 발차기를 차올릴 것이다.

펑?

가죽 북이 터지는 소리가 울리며 날아간 것은 장건후였다.

텅? 터엉!

2미터 가량은 날아간 장건후가 바닥에 나동그라졌다.

이규철은 두 눈을 크게 떴다.

무슨 일이 벌어진 것인지 똑똑히 본 것이다.

장건후가 강혁의 공격을 피해 상체를 뒤로 크게 제낀 순간이었다.

자신이 조심하라고 외치는 순간 강혁은 오히려 간격을 좁히며 통렬한 몸통박치기를 날린 것이다.

팔극권의 철산고 신법이었다.

강대한 타격을 온 몸으로 받은 장건후는 그대로 날아가 바닥에 부딪힌 것이다.

"크으읏?"

장건후는 스르륵 몸을 일으켰다.

"팔극권을 맞고도 다시 일어나다니? 놀라운 일이군."

강혁은 몸을 일으킨 장건후를 보며 놀라워했다.

팔극권은 파괴력만 따지고 본다면 자신이 익힌 무술 중 가장 강력한 무술이었다.

그런데도 불구하고 다시 일어서는 모습을 보며 강혁은 꽤 놀랐다.

퉤!

장건후가 바닥에 피가 섞인 침을 뱉었다.

단순히 입 안이 찢어진 것이 아니다.

조금 전의 일격에 내상을 입어 내부 장기 일부가 파열된 것이다.

"이제 2라운드야!"

장건후가 말했다.

강혁은 그런 장건후를 이채가 섞인 눈으로 바라보았다.

분명히 심각한 부상을 입었는데도 불구하고 투지를 잃지 않은 것이다.

'타고난 투견이로군.'

강혁은 속으로 감탄했다.

"훗!"

장건후는 입가에 비릿한 미소를 짓더니 한 걸음씩 천천히 접근했다.

휘익!

강혁을 향해 간격을 좁힌 장건우가 갑자기 앞발의 무릎을 다이나믹하게 내렸다.

동시에 시선과 주먹이 아래로 내려갔다.

훼이크다.

마치 주먹으로 복부를 칠 듯이 움직인 것이다.

그리고 이어서 왼쪽 어깨가 한차례 흔들렸다.

이것도 훼이크다.

왼손 스트레이트를 날릴 듯 보인 것이다.

그리고 팔이 움직였다.

휘리릭!

어깨의 페인트에 이어 한 템포 늦게 팔이 날아들어 강혁의 머리카락을 붙잡아갔다.

시간차 공격!

꽈?악!

왼손으로 단단히 강혁의 머리카락을 동여 잡았다.

이제 머리카락을 잡아당기며 칼로 목줄을 따버리면 끝이다.

퍼어억!

수박이 깨지는 소리가 들리며 장건후는 안면에 박치기를 얻어맞고 그대로 뒤로 쓰러졌다.

"하?"

놀란 이규철의 입에서 감탄성이 터졌다.

'말도 안 돼!'

이규철은 조금 전 강혁이 절체절명의 위기에 빠졌다고 생각했다.

생명의 은인이 자신의 눈앞에서 죽는 모습은 이규철로서는 견디기 힘든 일이었다.

하지만 이미 너무 늦었다.

찰나의 순간 강혁의 목에 칼이 쑤셔 박힐 것이다.

"안?돼!"

이규철이 외마디 비명을 질렀을 때였다.

강혁이 머리카락을 잡아당기는 장건후의 팔 관절을 잡아갔다.

그리고 그대로 관절에 팔을 갖다 대고는 그대로 눌러버렸다.

지렛대의 원리가 작동하며 강혁의 통렬한 박치기가 속절없이 장건후의 안면을 박살낸 것이다.

*     *     *

덜컹!

굳게 닫혔던 철문이 열렸다.

그리고 한 사내가 들어왔다.

순간 양 옆에 숨어 있던 이상수와 신동철이 사내를 향해 동시에 달려들었다.

순간 사내의 눈빛에 이채가 떠올랐다.

그리고 순식간에 세 사람 사이에 서너 합이 오갔다.

퍽, 퍼억!

두 사람은 어떻게 당한지도 모른 채 바닥에 나동그라졌다.

"흐흠, 나름 쓸 만한 사람들이군."

강혁의 목소리에 바닥으로 나동그라졌던 두 사람은 깜짝 놀랐다.

"강…강 회장?"

"이상수 씨, 그리고 신동철 씨죠?"

"……."

"두 사람에 대한 조사는 끝났습니다."

강혁의 말에 이상수와 신동철은 서로의 눈을 마주쳤다.

"그럼 우리 잠시 비즈니스를 좀 해볼까요?"

"……!"

강혁의 말에 두 사람은 어리둥절한 표정을 지었다.

잠시 후, 두 사람은 강혁과 함께 테이블 앞에 마주 앉았다.

"그럼, 우리보고 이중 스파이가 되어 달라는 거요?"

이상수의 말에 강혁이 고개를 끄덕였다.

"맞습니다."

강혁의 말에 이상수와 신동철은 아무런 말이 없었다.

"두 사람에 대한 조사는 끝났다고 했죠?"

"……."

"다른 자들과 달리 두 사람은 국정원의 기조에 불만이 있는 사람들은 아니더군요."

"……."

"오히려 국정원이 지금처럼 개혁되기를 바랐던 사람들이던데……."

강혁의 말에 이상수와 신동철은 강혁을 신기하다는 듯이 바라보았다.

어떻게 국정원 요원인 자신들의 신상에 대해 이렇게 자세한 정보를 알고 있는 것인지 모르겠다는 얼굴이었다.

사실 강혁은 이번에 노출된 국정원 내부의 스파이들의 신상정보를 여러 채널로 입수했다.

국정원과 C.I.A의 자료를 통해 이들에 대해 샅샅이 파악하고 있었다.

"사정이 있었소."

이상수가 담담하게 말했다.

"알고 있습니다. 두 분 모두 갑자기 큰돈이 필요하게 되셨더군요."

"……!"

"제가 그 문제를 해결해드리죠."

강혁의 말에 두 사람은 깜짝 놀랐다.

"이상수 요원님은 아내가 큰 병으로 아프시더군요. 미국으로 보내 치료시켜드리죠."

"……!"

"그리고 신동철 요원님은 좀 더 복잡하더군요."

"내 문제도 해결해 줄 수 있단 말이요?"

"중국에 억류되어 있는 가족들을 한국으로 무사히 데려와 드리겠습니다."

"그…그게 정말입네까?"

철저한 훈련으로 완전한 한국말을 구사하던 신동철이 자신도 모르게 이북 말투로 돌아왔다.

신동철은 탈북자 출신의 국정원 요원이었다.

북한 보위부 출신으로 몇 년 전 탈북한 후 국정원 요원으로 활동하고 있었다.

문제는 몇 달 전 일어났다.

신동철의 연락을 받은 가족들이 탈북을 시도했다가 중국에서 그만 공안에게 잡혀 버린 것이다.

신동철은 그들을 꺼내주기 위해 큰돈이 필요했다.

"그렇게만 해주신다면 내레 강 선생을 위해 목숨도 바칠 수 있시오."

"하하, 그거 고맙군요."

"내레 진심입네다."

"알겠습니다. 그 진심. 제가 사지요."

강혁이 신동철의 손을 부여잡고 두 눈을 바라보며 말했다.

"강 회장님, 정말 제 아내를 치료해 주시겠습니까?"

강혁은 이상수를 바라보며 고개를 끄덕였다.

"약속드립니다."

두 사람은 서로의 눈을 마주치고는 강혁을 보며 대답했다.

"그렇게 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두 분."

강혁은 웃으며 이상수와 신동철을 자신의 사람으로 받아들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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