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번 사는 절대기억능력자 237화
237화
서울 역 앞 태우 그룹 본사.
강혁을 태운 차가 본사 건물 앞에 섰다.
차에서 내리자 마동현 실장이 기다리고 있었다.
"회장님, 어서 오십시오."
마동현 실장이 깍듯이 고개를 숙였다.
강혁은 회사를 인수하면서 마동현의 실장의 처우에 대해서 나름 생각하는 바가 있었다.
현재 태우 그룹의 전반적인 사정에 대해서 가장 잘 아는 사람이 마동현 실장이었다.
그리고 각 계열사 사장들의 성향과 능력에 대해서도 누구보다 정확히 꿰뚫고 있었다.
그런 점을 감안해서 강혁은 마동현 실장을 앞으로 함께 할 사람으로 생각하고 있었다.
"마 실장님, 앞으로는 이렇게 나와서 기다리지 마십시오."
"예, 회장님. 그렇게 하겠습니다."
"그럼 갈까요?"
이전과는 달리 오늘은 회사를 정식으로 인수하기로 결정한 후였기에 뭔가 달라보였다.
눈앞에 보이는 거대한 빌딩과 그곳에서 근무하는 수백 명의 사원들을 생각하자 뭔가 다른 기분이 들었다.
강혁의 뒤를 비서인 이리나와 스티브 등 경호원이 따랐다.
잠시 후 계단을 오르자 본사 직원들이 강혁을 박수로 환영했다.
"회장님, 감사드립니다!"
"회장님, 어서 오십시오!"
"사랑해요. 강 회장님!"
뜨거운 환영의 박수가 출근길 직원들 사이에서 쏟아져 나왔다.
하루 하루 마음 졸이던 일이 끝나고 이제 드디어 회사의 생존이 결정되었기에 한결 마음이 편해진 얼굴들이었다.
"하하, 여러분 모두 앞으로 열심히 해봅시다."
"예, 회장님. 열심히 하겠습니다!"
"여러분만 믿습니다. 하하하."
강혁은 본사 건물로 들어서는 사원들과 격의 없이 이야기하며 로비를 지나갔다.
마동현 실장은 그런 강혁과 본사 사원들을 흐믓한 표정으로 바라보았다.
"회장님, 이게 대체 뭡니까?"
태우 전자 사장 오한준은 눈 앞에 놓여 있는 은색으로 빛나는 물체(?)를 보고 경악하고 있었다.
"뭐 같아 보이십니까?"
"그…글쎄요. 잠시만 봐도 되겠습니까?"
오 사장의 말에 강혁은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지금 강혁은 기획 실장 마동현과 이리나와 함께 태우 전자 사장실에 있었다.
오한준은 조심스럽게 눈 앞에 있는 기물을 살폈다.
"이건 대체?"
손가락이 투명한 유리창에 닿자 화면이 바뀌며 갑자기 음악이 흘러나왔다.
"……!"
"하하, 뮤직 아이콘을 누르셨군요."
"엠…엠피쓰리인가요?"
"맞기고 하고 아니기도 합니다."
강혁의 말에 오한준 사장은 어리둥절한 표정을 지었다.
"거기 전화기처럼 생긴 그림이 보이시죠?"
"아, 예. 사장님."
"통신 연결이 안되어 있으니 기능을 사용할 수 없지만 그걸 누르면 전화가 걸립니다."
"예? 이게 혹시 휴대폰인 겁니까?"
오한준의 물음에 강혁은 입가에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스마트 폰이라고 부를 겁니다."
"스…스마트 폰?"
"그렇습니다. 오 사장님."
강혁은 오한준 사장에게 앞으로 세상을 영원히 바꾸어 놓을 신기술을 하나씩 설명하기 시작했다.
"그럼, 이게 카메라도 되고, 엠피쓰리 기능에 인터넷도 된다는 말씀입니까?"
"그렇습니다."
강혁은 만면에 미소를 띠며 오 사장을 바라보았다.
자신도 모르게 마동현 실장은 스마트 폰 기기로 다가갔다.
그리고 오 사장에게서 스마트 폰을 넘겨 받고는 이리저리 살펴보았다.
손으로 아이콘을 눌러 보기도 하고 인터넷을 실행해보기도 했다.
"아직 안된다고 뜨는군요?"
"하하, 그럴 겁니다. 기지국을 세우고 무선 인터넷이 되는 환경을 만들어야 하지요."
강혁의 말에 오 사장이 우려스런 표정을 지었다.
"신기술이 많이 적용되어서 그런가 아직 100% 활용할 수 있는 기기는 아니군요?"
"그 부분은 걱정하지 마십시오."
강혁이 웃으며 말했다.
"……?"
"우리나라는 현재 전 세계에서 가장 인터넷 환경이 좋은 나라로 탈바꿈되고 있는 중입니다."
강혁의 말은 사실이었다.
이미 전국에 인터넷 고속망을 구축하기 위해 광케이블을 깔고 있었다.
미래 사회의 먹거리를 마련하기 위한 김현중 대통령의 의지는 매우 강했다.
전국의 초.중.고 학교에 교실마다 컴퓨터와 멀티플랙스TV가 설치되고 있었다.
학교 현장에서는 설치된 컴퓨터와 TV를 활용해서 수업이 이뤄지기 시작했다.
IT수업이 각광받기 시작했고, 교과목에도 컴퓨터와 IT관련 내용이 등장했다.
가히 혁명적인 변화가 사회 전반에서 일어나고 있는 와중이었다.
강혁은 스마트 폰의 생산과 발맞추어 무선 인터넷 기술을 공유할 생각이었다.
이미 몇 개 회사를 선정해서 물밑에서 협상이 진행되고 있었다.
이것은 태우 그룹 인수와 관계없이 진행하고 있던 일이라 오 사장은 당연히 모르고 있었다.
하지만 이제 정식으로 태우 전자가 골든 그룹과 함께 하게 되었으니 무선 인터넷 사업의 최우선 대상자가 되었다.
"전국에 무선 인터넷이 가정과 회사, 그리고 공공기관에 깔리게 될 겁니다."
"……!"
"이미 기술 개발은 끝났습니다. 한국에서 무선 인터넷 사업을 함께할 회사도 선정해 둔 상태입니다."
강혁이 꺼내 놓는 말마다 놀라움 투성이었다.
"회장님 말씀대로 된다면 정말 엄청난 일이 되겠군요."
마 실장과 오 사장은 강혁의 말에 놀라며 고개를 끄덕였다.
하지만 이들은 완전히 이해하고 있지는 못했다.
앞으로 스마트폰의 보급이 가져올 혁신을 말이다.
"미국에서 스마트폰을 개발한 기술자들이 올 겁니다."
"알겠습니다. 회장님."
"태우 전자 기술자들이 충분히 이해하고 기술을 습득할 때까지 있을 겁니다."
강혁의 말에 오 사장은 눈을 반짝거렸다.
"바로 사내에 TF팀을 만들겠습니다."
오 사장의 말에 강혁은 고개를 끄덕였다.
"공장에서 시제품이 나오는데 얼마나 걸릴까요?"
"3개월 정도면 가능할 것 같습니다."
"알겠습니다. 가능한 빨리 서둘러주세요."
"그렇게 하겠습니다. 회장님."
오 사장은 두 눈을 빛냈다.
마음 속으로 최대한 기간을 당기겠다는 결의가 엿보였다.
"계획대로 된다면 올 연말에는 세상에 스마트폰을 선보일 수 있겠군요."
강혁의 말은 그대로 오 사장에게 신이 한 말씀이 되었다.
오 사장은 반드시 연말까지 공장이 가동될 수 있도록 준비시키겠다는 결의를 세웠다.
마 실장은 강혁에게 스마트폰의 출시에 맞춰 전 세계 태우 그룹 매장에서 팔릴 수 있도록 계획을 세우겠다며 열의를 불태웠다.
"하하, 잘 부탁합니다. 마 실장."
"예, 회장님. 걱정 마십시오."
대답을 하는 마 실장의 두 눈에서 불꽃이 일고 있었다.
마 실장은 스마트폰의 외양과 혁신적인 기술을 보면서 마음 속으로 확신하고 있었다.
강혁의 말대로 세상을 뒤바꿀 만한 엄청난 기기라고 말이다.
"반드시 성공시키겠습니다. 스마트폰은 분명 세상을 변혁시킬 겁니다."
"마 실장님만 믿겠습니다."
"분골쇄신하겠습니다. 회장님."
틀림없이 성공할 수 있을 것이다는 확신이 있었다.
제대로 된 판매 전략과 유통망이 있다면 말이다.
마 실장은 당장 본사로 돌아가 전략을 짤 생각이었다.
"회장님, 어쩌면 세계 시장을 장악하는 것도 꿈은 아닐 겁니다."
마 실장의 말에 오 사장이 그를 바라보았다.
현재 핸드폰 시장은 노키아가 세계 시장을 장악하고 있었다.
"마 실장, 노키아를 이길 수 있겠습니까?"
"이거면 가능합니다. 오 사장님. 여기에 제대로 된 판매 전략과 세계적인 유통망이 있다면!"
"……!"
태우 그룹이 다른 국내 기업에 비해 강점을 가지고 있든 것 중 하나가 바로 이 부분이었다.
바로 전 세계에 태우 그룹의 현지 지사가 있다는 것.
세계 경영을 부르짓었던 전임 회장이 전 세계에 걸쳐 지사를 세웠던 덕을 볼 수 있었다.
다르게 말하면 핸드폰 시장의 세계 제패를 위한 모든 조건이 다 갖춰져 있는 것이다.
나만 잘하면 된다.
마 실장의 생각이었다.
다르게 말하면 만일 실패한다면 자신의 탓이었다.
도전 정신이 끌어 올랐다.
'반드시… 반드시 해내고 만다.'
마 실장은 스마트폰으로 세계 시장 점유율 1위를 해내겠다는 결의를 다졌다.
* * *
강혁은 이리나와 함께 다시 본사로 돌아왔다.
"회장님, 지금 태우 중공업의 박시형 사장님과 노조 위원장이 회장실 앞에서 기다리고 있다고 합니다."
이리나가 전화를 받더니 강혁에게 말했다.
"그 사람들이 무슨 일이지?"
강혁이 말했다.
"호호, 사실은 아시면서……."
이리나가 강혁의 말에 웃으며 말했다.
"들켰나?"
"후훗, 어서 가자고요. 회장님."
강혁은 이리나가 자신의 속을 꿰뚫어 보자 웃으며 말했다.
잠시 후 두 사람은 본사 건물에 있는 회장실 앞에 도착했다.
회장실 앞 소파에 두 사람이 앉아 있는 것이 보였다.
"오래 기다리셨나요? 박시형 사장님, 그리고 이덕수 위원장님."
강혁이 노조 대표의 이름을 말하자 이덕수 위원장은 깜짝 놀랐다.
설마 강혁이 자신의 이름까지 알 줄은 몰랐던 것이다.
"처음 뵙겠습니다. 강 회장님. 태우 중공업 노조 대표인 이덕수입니다."
"강혁입니다."
강혁은 고개를 숙이며 정중하게 이덕수와 악수를 나누었다.
"그럼 들어가시죠."
강혁의 인도를 따라 박 사장과 이 위원장이 회장실 안으로 들어갔다.
"그래요?"
강혁은 두 사람의 말에 놀란 표정을 지었다.
"그렇습니다. 회장님. 저희들은 앞으로 노사분규가 없는 회사를 만들기 위한 협약을 체결했습니다."
"호오, 그건 정말 놀랍군요. 쉽지 않은 일이었겠어요."
강 혁의 말에 박 사장과 이 위원장이 웃으며 서로를 바라보았다.
"서로 그만큼 절박했다는 뜻이기도 하지오."
"처음부터 이랬다면 제가 태우 중공업을 이번 인수 협정에 넣었을텐데 말입니다."
강혁의 말에 박 사장과 이 위원장은 역시 그랬구나 하는 표정을 지었다.
"그럼… 태우 자동차 역시?"
박 사장의 말에 강혁은 고개를 끄덕였다.
"맞습니다. 저는 노사간에 그렇게 서로 양보하지 않고 자기 고집만 주장하는 회사는……."
강혁은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어느 한쪽이 일방적으로 이기고 지는 그런 게임이 아니지 않습니까?"
"그…그렇죠."
"저는 서로 위기는 게임. 윈?윈 게임을 좋아하죠."
강혁이 입가에 미소를 지으며 두 사람을 바라보았다.
"두 분이 아니 사측과 노조가 함께 이런 협정을 마련한 만큼 잘 지켜지면 좋겠군요."
"회장님, 반드시 지키겠습니다."
박 사장이 절박한 표정으로 말했다.
"예, 회장님. 믿어 주십시오."
이 위원장도 절실한 표정을 지었다.
강혁은 두 사람 앞에서 팔짱을 끼며 고민하는 표정을 지었다.
그리고는 한참을 고민하는 표정으로 침묵했다.
박 사장과 이 위원장은 그런 강혁을 지켜보며 침을 삼켰다.
차 한잔을 마실 정도의 시간이 흐른 후 강혁이 고개를 들었다.
"흠, 알겠습니다."
"……!"
"두 분의 결단을 믿어보죠."
강혁이 두 사람을 바라보며 미소를 짓자 박 사장과 이 위원장은 서로를 마주보며 기뻐했다.
"위원장님!"
"사장님!"
두 사람은 서로 팔을 마주잡고 크게 웃었다.
그러면서 치열했던 지난 날의 기억이 떠올랐다.
마치 원수라도 되는 듯 서로 못잡아 먹어서 싸워왔던 날들이 갑자기 부끄러워졌다.
"처음부터 이랬다면 좋았을텐데요."
박 사장이 후회스럽다는 듯이 말했다.
"저희도 잘한 건 없다는 생각이 드네요."
이 위원장 역시 너무 무리한 요구로 회사를 곤란하게 만들었던 옛 일을 떠올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