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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번 사는 절대기억능력자-238화 (238/301)

두번 사는 절대기억능력자 238화

238화

강혁은 태우 중공업 사장과 노조 대표가 웃는 얼굴로 회장실을 나서자 만족스런 표정을 지었다.

만일 처음부터 태우 중공업의 인수를 진행했다면 일이 이렇게 잘 풀리지는 않았을 것이다.

회사를 정상화시키기 전에 노사 분규부터 해결해야 했을지도 몰랐다.

국내외로 해야 할 일이 산적해있는 강혁으로서는 피해야 할 일이었다.

"태우 자동차도 이렇게 잘 해결이 되어야 할 텐데."

강혁은 태우 자동차의 대규모 공장에서 테슬라의 전기 자동차가 만들어지는 것을 꿈꿨다.

그렇게 된다면 앞으로 다가올 전기차 시대를 한국이 이끌 수 있었다.

생각만 해도 가슴이 벅찬 일이 아닐 수 없었다.

회귀 전 세계가 어떻게 변해 가는지 지켜보았던 강혁이다.

지금이야 아직도 화석 연료로 가는 자동차가 대세이지만 전기 자동차의 시대는 필연이었다.

그뿐이 아니다.

강혁은 태우 중공업에도 많은 기대를 걸고 있었다.

"항공모함과 잠수함. 그리고 4세대 아니 5세대 전투기까지."

강혁의 두 눈에 기이한 빛이 떠올랐다.

처음 회귀했을 때는 개인적인 복수를 하기 위해 살았다.

하지만 힘을 가지게 된 지금.

강혁은 더 큰 목표를 가지게 되었다.

"내가 가진 힘이라면 이루지 못할 목표는 아니야."

강혁은 미국에서 많은 인맥을 쌓고 있었다.

정재계에 긴밀하게 연결된 그들과 자신이 가진 재력이라면 못 이룰 꿈은 아니었다.

미국에서 기술을 가진 회사와 기술자들을 영입하고 미국 의회가 용인한다면 가능한 일이었다.

이미 이 일을 위해 미국에서는 골든 브릿지가 관련 회사들과 기술자들을 영입하고 있었다.

전투기의 경우 유럽의 중형 항공기 제작 회사를 이미 구입한 상태였다.

물밑에서 이미 많은 일들이 이뤄지고 있는 중이었다.

그 중에서도 가장 큰 진전을 보이고 있는 일 중 하나가 바로 미사일이라고 할 수 있었다.

바로 상업 로켓 회사 스페이스X.

이미 내년에 첫 시험발사를 계획하고 있었다.

이를 위해 로켓을 우주로 쏘아 올려 보낼 기술은 이미 확보하고 있었다.

로켓 기술은 그 자체로 미사일 기술로 전용될 수 있었다.

태우 그룹에는 태우 정밀이라는 군사 무기 개발 회사가 존재했다.

이번에 태우 그룹을 인수하면서 언론에 크게 알려지지 않은 회사가 몇 개 있었는데, 그 중 하나가 바로 태우 정밀이다.

강혁은 그 동안 미국에서 개발한 많은 첨단무기 기술들이 있었다.

대량 생산할 공장이 없어서 자체 생산능력에 한계가 존재했지만 이제는 달랐다.

지시만 내리면 얼마든지 찍어 낼 수 있는 거대한 생산 공장을 가지게 된 것이다.

미국에 있는 첨단무기 개발 연구소에는 지금도 수많은 인재들이 스카웃 되고 있었다.

무한한 자본과 인재, 그리고 이들을 활용해서 대량생산을 할 수 있는 공장.

여기에 걸림돌이 될 수 있는 미국 정부와 정치권도 강혁에게는 방법이 있었다.

지금도 미국 정부와 정치권에 강력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지만 앞으로 그 정도는 더 강해질 것이다.

911테러 이후, 미국은 더욱 강혁에게 의지하게 될 것이다.

강혁은 자신의 존재가 미국 안보에 필수적인 요소 중 하나가 되게 만들 생각이었다.

그리고 한국을 우방국으로서 지금보다 훨씬 더 중요하고 필요한 존재로 만든다면…….

진정한 의미에서 자주 국방으로 가는 길을 활짝 열어 놓을 수 있을 것이다.

"전작권도 하루 빨리 회수해야지. 언제까지 작전권을 미군에게 맡겨둘 순 없으니 말이야."

꿈은 컸지만 갈 길은 아직 멀어 보였다.

어떻게 보면 긴 여정의 한 걸음을 이제야 뗀 건지도 몰랐다.

한동안 의자에 앉아 자주 국방에 대한 원대한 꿈을 되새겨보던 강혁은 자리에서 일어났다.

"이제 다른 일을 해결해보러 가볼까?"

강혁의 눈빛이 일별했다.

조금 전 박 사장과 이 위원장을 만날 때와는 전혀 다른 사람처럼 보였다.

그때의 강혁이 관대하고 사려 깊은 보스의 눈이었다면, 지금은 전사의 눈이었다.

*     *     *

장건후는 눈을 뜨자 자신이 어딘가에 감금되어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온 사방이 하얀 색으로 칠해진 방이었다.

그는 의자에 묶인 채 앉아 있었다.

몸통과 팔이 의자에 벨트로 단단히 묶여 있었다.

"흐흥, 재미있는 곳이군."

적에게 잡혔는데도 장건후는 그다지 긴장된 모습을 보이지 않았다.

방구석에 있는 반원형의 CCTV 카메라를 발견하고는 질끈 윙크까지 했다.

"회장님, 정신이 돌아 온 것 같습니다."

"그렇군요."

강혁은 카메라 너머로 보이는 장건후의 익살스런 모습에 피식하고 웃었다.

"보통 놈이 아니에요."

이규철이 한쪽 입꼬리를 올리며 인상을 썼다.

"우리에게 잡혔던 국정원 두 사람도 같은 말을 하더군요."

"블랙엔젤!"

함께 있던 박정철이 말했다.

붙잡혔던 국정원 요원 두 사람이 알려줬던 장건후의 코드명이다.

"어떻게 저 친구에 대해 좀 알아 보셨습니까?"

강혁이 물었다.

"지문으로 검색을 해봤습니다. 없는 사람이더군요."

"……?"

"지문으로 검색이 안 됩니다. 다시 말해 세상에 존재하지 않는 유령 같은 놈이란 소리죠."

박정철의 말에 이규철이 끼어들었다.

"H.I.D쪽에 그런 경우가 좀 있다고 들었습니다만."

박정철이 고개를 끄덕였다.

"고아 출신으로 죽어도 찾을 피붙이가 없는 경우 저렇게 기록을 지우는 경우가 더러 있습니다."

"고아라는 말인가요?"

"가족이 있다고 해도, 죽은 걸로 알고 있을 겁니다."

"그렇군요."

"국정원 쪽에서는 뭐라고 하던가요?"

강혁이 다시 물었다.

국정원 원장 최길룡에게 장건후에 대해 알려주고 협조를 요청했던 것이다.

"여기 있습니다."

박정철이 노란색 봉투를 건네주었다.

"아직 안 보셨나 봐요?"

"마침 보려고 할 때 회장님이 오셨죠."

"하하, 때맞춰 온 거군요. 그럼 함께 볼까요."

강혁은 두 사람 앞에서 서류를 꺼내들었다.

방 한쪽에 있는 문이 열렸다.

그리고 블랙 슈츠를 입은 남자 둘과 양복을 입은 한 남자가 나타났다.

블랙 슈츠를 입은 남자 둘이 장건후의 양 옆에 섰다.

"흐흠, 이제 나타나셨군."

"내가 일이 많아서 말이야. 기다렸다면 미안하군."

양복을 입은 남자가 웃으며 말했다.

"당신이 여기 보스인가?"

"그렇다고 볼 수 있지."

장건후는 유심히 강혁이 입은 옷을 살펴보더니 입을 열었다.

"진짜 골든 그룹의 강 회장이 맞나보군."

"그래, 맞아."

"요즘 사업가는 총도 쏘고 싸움도 하나보지?"

"몰랐나보군. 707특임대 출신이네."

강혁의 말에 장건후가 고개를 끄덕였다.

"역시나, 군출신이군. 그 친구들 꽤하는 편이지."

"흐흠, 그러는 자넨 북파공작원이었나?"

강혁의 말에 장건후는 그저 웃으며 고개를 으쓱거렸다.

"코드명 블랙엔젤. 국정원 소속 블랙요원."

강혁의 말에 장건후는 아무 말 없이 그저 빙글빙글 웃기만 했다.

"블랙요원이 되기 전의 공식기록은 모두 말소된 것 같더군."

장건후가 어깨를 으쓱거렸다.

하지만 강혁의 다음 말에 장건후의 얼굴이 일그러졌다.

"15살 때 아버지의 음주 폭행으로 어머니가 사망했군. 그리고 아버지가 감옥에 있는 동안 고아원에 있다가 사고를 치고 잠적."

"……."

"왜 그랬지?"

"원장 놈이 변태였거든."

"……!"

"어린 원생들을 한번 씩 원장실로 불러서 그 짓을 했지. 죽여 버렸어야 했는데."

강혁은 자신이 봤던 기록을 떠올렸다.

"거의 비슷하게는 했더군."

강혁의 말에 장건후는 씨익 웃었다.

"그 후 그 사람을 만난 건가?"

"아? 아?"

장건후는 대답되신 말을 얼버무렸다.

"자네 양아버지가 엄청난 사람이더군."

강혁의 말에 장건후의 얼굴 표정이 꿈틀거렸다.

"왜? 양아버지 얘기는 하고 싶지 않나?"

"그렇게 좋은 기억은 아니었거든."

"하긴. 그렇겠군. 그 사람에게 사람을 죽이는 기술을 배웠으니 말이야."

"크흣, 그게 그렇게 되나?"

강혁의 말에 장건후는 크큭하며 웃었다.

뭔가 잠시 생각하는 것 같던 장건후가 웃으며 말했다.

"아냐, 그건 그렇게 나쁘지만은 않았어."

"그래?"

"뭐, 나라고 사람 죽이는 게 좋겠냐만은… 뭐, 사람에게는 적성이라는 게 있나보더군."

"……?"

"나한텐 사람 죽이는 게 적성에 맞나봐."

"……!"

"이렇게 말이지."

장건후는 갑자기 바닥을 발로 박차며 묶여 있는 의자 채로 맴을 돌았다.

그 바람에 의자 뒤에 있던 두 사람이 장건후에게 부딪치며 충격을 받고 넘어졌다.

장건후는 그대로 쓰러진 사람의 몸 위를 덮치고는 블랙 슈츠에 장착한 나이프를 입으로 꺼내 다리의 줄을 풀었다.

그리고 달려드는 남은 한 사내의 얼굴을 걷어찼다.

장건후는 입의 나이프로 남은 팔의 끈을 잘라내고는 다시 묶인 곳을 모두 잘랐다.

얼굴을 걷어차인 사내가 다시 일어나더니 자세를 취하고는 장건후에게 달려들었다.

하지만 얼마 가지 않아 바닥에 쓰러졌다.

순식간에 일어난 일이었다.

어느새 방 안에는 강혁만 남아 있었다.

"덤벼!"

강혁은 장건후를 보고 씩 웃었다.

"그 전에 한 가지 내기를 하지 않겠나?"

"……?"

"만일 자네가 이기면 여기서 자넬 무사히 나가게 해주지."

"……!"

"대신 자네가 지면 내 수하가 되는 거야."

강혁의 말에 장건후는 어이가 없는 표정이었다.

"왜 질 것 같은가 보지?"

강혁이 웃으며 말했다.

"뭐라 지껄이는 거야?"

그 말이 장건후의 자존심을 건들인 모양이었다.

장건후는 그대로 나이프를 바닥에 버리더니 강혁에게 달려들었다.

지난번에 나이프를 사용하고도 강혁에게 졌었다.

지금은 오히려 나이프를 던지고 맨몸으로 강혁에게 덤벼드는 것이다.

강혁에게 졌던 것이 깨나 자존심이 상했던 모양이다.

"그 입으로 다시는 나와 붙자는 말은 못하게 해주지."

휘익?

엄청 빠른 주먹이 강혁의 안면을 향해 날아들었다.

보통 사람이라면 기가 질릴 정도로 엄청난 기세가 실려 있었다.

만일 일격을 허용한다면 그대로 얼굴이 박살날 정도의 위력이었다.

하지만 강혁은 조금도 당황하지 않고 간발의 차이로 주먹을 피했다.

살짝 고개를 숙여 어깨 위로 주먹을 흘린 것이다.

하지만 그 순간 장건후의 입술이 묘하게 움직였다.

콰?앙!

강렬한 타격음이 울렸다.

주먹을 날린 장건후의 몸이 고무인간이라도 되는 듯이 기묘하게 뒤틀렸다.

허리가 말도 안 되는 각도로 뒤틀리며 뒷발차기가 그대로 강혁의 몸통을 강타한 것이다.

얼마나 강력한 충격이 가해졌는지 몸통이 기역자로 굽어져 있었다.

강혁의 몸이 허공을 1, 2여 미터 날아갔다.

"회장님?!"

신소희가 깜짝 놀라며 소리쳤다.

경호원들이 당장이라도 강혁에게 가려고 상황실을 뛰어 나가려했다.

장건후가 감금되어 있는 곳은 트레이딩 센터 지하 7층이었다.

강혁은 계속해서 비밀 기지를 확대했고, 지금은 지하 10층까지 기지를 확장시켜 놓고 있었다.

"잠깐, 좀 더 기다려보지. 우리 회장님이 그렇게 간단히 쓰러질 분은 아니라고."

이규철이 사람들을 진정시키며 말했다.

"휴우, 이리나 양을 데리고 오지 않은 것이 다행이군. 저 모습을 보기라도 했다면……."

경호 책임자인 스티브가 손수건으로 땀을 닦으며 말했다.

"난리가 났겠지."

이규철이 고개를 좌우로 흔들며 대답했다.

"그러고 보니 이리나 양은 왜 안 따라 오신 거죠?"

신소희가 물었다.

보통 강혁이 가는 곳에는 항상 이리나가 함께 했었다.

"회장님이 시킨 일이 있었어. 아마도 일이 이렇게 진행될 줄 알고 있었나봐."

이규철의 말에 신소희가 고개를 끄덕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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