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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번 사는 절대기억능력자-242화 (242/301)

두번 사는 절대기억능력자 242화

242화

"시 형님, 축하드립니다."

―이게 다 자네 덕분이네.

시진풍은 크게 웃으며 강혁에게 말했다.

두 사람은 전화로 서로 안부를 주고받으며 덕담을 건넸다.

이번에 시진풍이 강혁에게 전화를 한 것은 시진풍이 갑작스럽게 중앙 정계에 진출하게 되었기 때문이다.

강혁은 이미 짐작하고 있었지만 시진풍에게는 너무도 뜻밖에 날아온 소식이었다.

―하하, 이게 다 자네가 우리 푸젠성에 대규모 투자를 해줬기 때문이 아니겠나?

시진풍의 말에 강혁은 웃으며 앞으로도 시진풍이 승승장구하게 될 거라고 말했다.

"그게 다 형님이 평소에 쌓은 공덕 때문 아니겠습니까?"

―아이고, 아니네. 이게 다 동생 덕분인지 내가 모르겠나?

시진풍은 정말로 강혁에게 감사하고 있었다.

지난 번 한국 언론에서 강혁과 골든그룹을 대대적으로 공격했을 때의 일이었다.

시진풍은 중국 관영 언론을 통해 푸젠성에서 골든 그룹의 새 공장을 유치하겠다고 말했다.

강혁이 한국 언론을 압박하기 위해 부탁한 일이었지만 실제로도 푸젠성에 골든그룹이 대규모 투자를 단행했다.

이와 함께 강혁의 조언을 받은 시진풍은 푸젠성 내부에 대대적인 정풍 운동을 일으켰다.

부패가 만연하던 푸젠성의 보조리들을 일소하는 대대적인 숙청이 일어났다.

이 일은 중국 대륙 전체에 큰 반향을 일으켰다.

푸젠성 부서기에 불과했던 시진풍이 일약 전국적 유명세를 떨치는 대사건이 된 것이다.

이 일로 시진풍은 중앙정계에서 일약 중국의 다음 세대를 이끌 재목으로 주시하게 되었다.

그와 동시에 강혁의 부탁으로 객가 네트워크가 물밑으로 움직이기 시작했다.

갑작스러운 시진풍의 중앙 정계 진출은 강혁이 시작부터 끝까지 주도한 대규모 프로젝트였던 것이다.

"형님, 앞으로도 지금처럼 청렴한 관리로 평가 받을 수 있도록 자기관리를 철저하게 하십시오."

―하하, 걱정 말게. 자네 말대로 철저하게 조심하고 있네.

"형님만이 아니라 주변 사람들 관리도 잘 하셔야 합니다. 그렇게만 하시면 큰 기회가 올 겁니다."

―내 명심하지. 걱정 말게.

강혁은 시진풍에게 재삼재사 부패에 연류되지 말도록 당부했다.

현재 중국 중앙 정계에서는 시진풍을 새로 등장한 인재로 보고 있었다.

지금 당장은 대권 도전과는 전혀 상관없는 신진 인물에 불과한 것이다.

"앞으로 형님은 후진타오와 친하게 지내셔야 합니다."

강혁은 시진풍에게 다음 번 중국의 주석은 후진타오가 된다고 말해주었다.

시진풍 역시 등소평이 장쩌민에게 자신의 자리를 물려주는 대신 장쩌민의 후계자로 후진타오를 지명했다는 건 알고 있었다.

―으음. 하지만 장쩌민 주석이 진짜 그분에게 자리를 내 놓을까?

권력의 속성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는 시진풍은 의심스런 심정을 토로했다.

약속을 했다고는 하지만 과연 권력을 쥐고 있는 장쩌민이 순순히 내놓겠느냐는 말이었다.

그런 생각을 하는 건 시진풍 만이 아니었다.

그래서 현재 장쩌민에게는 믿을 만한 사람이 많이 부족한 상태였다.

게다가 장쩌민은 천량위를 다음 번 주석으로 밀고 있었다.

―동생이 아마 모르고 있나본데 다음 번 주석은…….

"천량위 말씀이시군요."

―그… 그래, 동생도 알고 있었군.

"물론이죠. 하지만 그 사람은 형님의 라이벌이 될 겁니다."

―……?

"차기가 아니라 차차기를 노리게 될 거라는 말이지요."

―휴, 자넨 정말 내가 중국의 주석이 될 거라고 철석같이 믿고 있군.

"하하, 형님은 분명히 중국의 주석이 될 겁니다."

강혁의 말에 시진풍은 기분이 좋아지는 한편으로 더더욱 가슴이 불타올랐다.

정말로 자신이 중국 주석이 될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가슴이 부풀어 올랐다.

중국 공산당의 원로인 자신의 아버지가 탄핵을 받아 낙향했을 때 얼마나 큰 고통을 받았던가?

지금은 비롯 복권했다고는 하지만 그때의 아픔은 아직까지 남아 있었다.

그런 자신이 중국의 주석이 된다?

시진풍은 부르르 몸을 떨었다.

―후, 말만 들어도 몸이 떨려오는군.

강혁은 시진풍의 말에 고소를 머금었다.

"하하, 언젠가 형님과 함께 오늘 나누었던 이야기를 안주 삼아 술을 마실 날이 오겠지요."

―말만 들어도 즐거운 일이로군. 그때가 되면 내가 제대로 한 번 대접하겠네.

"그말 꼭 지키십시오."

강혁은 짐짓 웃으며 말했다.

―물론이지. 절대 잊지 않겠네.

"하하하."

두 사람은 크게 웃었다.

잠시 후 시진풍이 다시 물었다.

―자네 말대로라면 다음 번 국가 주석은 결국 후진타오 그분이 된다는 뜻이군?

"예, 틀림없습니다. 하지만 권력의 절반은 여전히 장쩌민 주석이 쥐고 있으려고 하겠죠."

―그게… 무슨 말인가?

"장쩌민 주석이 주석 자리는 내놓겠지만 중앙군사위 주석 자리는 내놓지 않을 겁니다."

―……?

강혁의 말에 시진풍은 깜짝 놀랐다.

설마하니 그렇게 되면 권력을 이양받은 장쩌민으로서는 짜증날 일이었다.

권력은 총구에서 나온다는 옛말처럼 여전히 장쩌민이 권력의 반을 쥐고 내놓지 않을 것이라 뜻이니 말이다.

―그… 그게 사실인가?

"두고 보시면 아시겠지만… 그렇게 될 겁니다."

―……!

강혁의 말에 시진풍은 깜짝 놀랐다.

설마하니 그렇게까지 노욕을 부릴 거라는 생각은 하지 못했던 것이다.

잠시 강혁의 말을 곱씹어 생각하던 시진풍이 물었다.

―그렇다면 지금 후진타오 그분과 가까이 지내기보다는 여전히 장쩌민 주석쪽에……….

"아닙니다. 형님. 결국에는 후진타오 그 분이 모든 권력을 이어받게 될 겁니다."

―…그, 그래?

"예, 틀림없습니다. 그러니 지금이야말로 후진타오에게 가까이 다가갈 수 있는 기회라는 말이지요."

―……!

시진풍은 강혁이 하고자하는 말을 금세 이해했다.

―알겠네. 동생이 무슨 말을 하려고 하는지 말이야.

강혁은 이미 후진타오에게도 상당히 정성을 들이고 있었다.

아직 자신이 확실히 권력을 이양 받게 될지 불안한 후진타오의 입장에서 강혁의 지원은 천군만마와 같은 것이었다.

"후진타오 그 분에게 충성을 다하십시오. 그러면 반드시 기회가 올 겁니다."

―알, 알겠네. 그런데 그러다 장쩌민 주석의 눈 밖에 나지는 않을까?

"하나를 얻으면 하나는 잃을 각오를 하셔야죠."

―…으음.

"장쩌민 주석의 반대쪽에 서게 되는 것이 걱정되시겠지만 위기는 곧 기회입니다."

강혁의 말에 시진풍은 침을 꿀꺽 삼켰다.

"어차피 지금 장쩌민 주석 아래에 들어간다고 해도 후계 구도는 이제 정해진 상태입니다."

―그… 그건 그렇겠지.

"그러니 후진타오인 겁니다. 확실하게 그 분 눈에 들도록 하십시오. 형님."

―알, 알겠네.

실제로 회귀 전의 역사 속에서도 장쩌민이 밀던 그의 후계자들은 모두 부패 혐의로 낙마하게 된다.

장쩌민이 밀고 있던 천량위도 시지라이도 말이다.

조용하고 관리형 리더로 생각되던 시진풍이 결국 대권을 쥐게 되는 것은 일종의 어부지리와도 다름이 아니었다.

그런 역사를 알고 있기에 강혁은 시진풍이 부패에 연류되지 않도록 관리시켰다.

―그럼, 다음에 또 연락하도록 하지.

"그렇게 하십시오. 형님."

회장실에 있던 강혁은 시진풍과의 통화를 끊고, 상황센터로 영상 통화를 연결했다.

잠시 후, 회장실 한쪽 벽면에 설치된 대형 스크린을 통해 박정철의 모습이 등장했다.

"박 센터장님."

[예, 회장님.]

"작전은 어떻게 되어 가고 있습니까?"

[예, 그 친구가 저희들 계획대로 신상현에게 투자 정보를 던져 준 것이 확인됐습니다.]

"실제 움직임은요?"

[이틀 전부터 대량의 자금이 움직인 것이 확인됐습니다.]

박정철의 말에 강혁은 고소를 머금었다.

강혁의 투자사 골든 타워는 전 세계 애널리스트의 주목을 받고 있었다.

골든 타워가 투자하면 90%에 가까운 수익을 올리는 것으로 유명했다.

사실 그나마 90%의 수익도 강혁이 자사의 직원들이 재량으로 움직일 수 있는 자금을 줬기 때문에 일어난 손실이었다.

만일 100% 투자를 강혁이 통제했다면 투자 성공률이 100%가 됐을 것이다.

강혁은 투자 성공률을 앞으로는 80%까지 더 내릴 생각이었다.

그 정도만 해도 세계 최고의 투자 기업이라는 평가를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오히려 지금의 성공률은 너무 비인간적이어서 여러 관계 기관의 의심을 받고 있었다.

그러니 천천히 성공률을 낮춰갈 생각이었던 것이다.

앞으로 자신이 모르는 미래가 닥춰 왔을 때를 대비한 것이기도 했다.

서서히 강혁의 미래 지식이 아닌 회사 자체 내의 역량을 키울 생각이기도 했다.

사실 강혁은 자신이 모르는 미래가 닥쳐와도 엄청난 투자 수익을 거둬낼 자신이 있었다.

현재 개발되고 있는 인공지능과 빅테이터의 활용과 정보의 수집과 통제.

미래 사회에서 가장 중요시 여겨지는 기술들의 선점을 통해서 말이다.

아무튼 신상현에게 달려간 전 청와대 경제 수석은 자신이 원하는 대로 움직여 주었다.

평소 친분이 있는 애널리스트에게 넘겨 받은 골든 타워의 내부 자료였다.

전 경제 수석은 신상현에게 그 정보를 자신이 입수해서 분석한 자료처럼 말했지만 말이다.

하지만 그 내부 자료는 강혁이 만든 가짜 정보였다.

신상현이 깜쪽같이 속여 넘어갈 정도로 정밀하게 설계된 가짜 투자 정보인 것이다.

만일 이대로 움직인다면 엄청난 손해를 입을 수밖에 없도록 조작된 자료들이었다.

강혁은 이번 작전으로 신상현이 가지고 자금줄에 큰 타격을 입힐 생각이었다.

게다가 그를 믿고 따르는 무리들에게 또 한 번의 큰 경제적 타격을 줄 카드였다.

그렇게 된다면 조직에 내분이 일어나 신상현은 큰 어려움을 겪게 될 터였다.

이미 언론을 장악하고 있던 신상현의 한쪽 날개는 꺾어 논 상태였다.

여기에 은밀히 진행되고 있는 블랙요원의 색출이 끝나고, 경제적 능력마저 꺾어 놓는다면!

그리고 일진회 조직에 내분을 일으킨다면!

강혁은 슬며시 입가에 고소를 머금었다.

조금씩 조금씩 신상현의 숨통을 조여가고 있었기 때문이다.

모든 계획이 성공하고, 마침내 그의 손발을 모두 끊어놓게 되면 강혁은 그를 직접 대면할 생각이었다.

'신상현! 언제가 되면 네 면상을 눈 앞에서 볼 수 있을까?'

지금의 신상현은 강혁의 기억 속에는 없는 모습이었다.

이제 중학생인 신상현의 모습은 낯설었다.

하지만 강혁은 하루라도 빨리 신상현을 대면하고 싶었다.

뿌드득―

강혁은 자신도 모르게 손가락 마디에서 소리가 날 정도로 주먹을 꽉 쥐었다.

'그 날이 오면, 네 면상에 주먹부터 날려주지.'

강혁은 한 차례 숨을 깊이 들이 마시며 감정을 다스렸다.

순간적으로 분기가 끌어 올랐기 때문이다.

자신도 모르게 다시 과거의 기억 속으로 소환되는 것을 막기 위해 안감힘을 다했다.

[회장님?]

박정철은 약간 상태가 이상해 보이는 강혁을 향해 걱정스런 표정을 지었다.

"아, 전 괜찮습니다. 잠깐 어지러워서요."

[저런 너무 무리하신 것 아닙니까?]

"하하, 조금 그랬던 것 같군요. 괜찮아요. 조금 쉬고 나면 아무렇지 않을 겁니다."

박정철은 강혁의 말을 들으며 몰래 이리나에게 연락을 취해 강제로 휴식을 취하게 만들어야겠다고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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