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번 사는 절대기억능력자 243화
243화
#64장 강혁의 덫
태우 전자 기술 개발부.
사장 이하 몇몇 임직원과 기술 개발부 소속 핵심 연구원들이 모두 한자리에 모였다.
"사장님, 이제 관계자들은 모두 다 왔습니다."
이 전무의 말에 오한준 사장은 주변을 쭉 둘러보았다.
대부분 무슨 일로 자신들을 불러 모았는지 궁금해하는 표정이었다.
이 자리에 모인 사람들 면면이 하나같이 회사의 파워맨들이라 긴장한 기색이 역력했다.
오한준 사장은 한 사람, 한 사람 얼굴을 살펴보더니 닫혀있던 입을 뗐다.
"모두들 잘 들어요. 오늘 이 자리에서 본 것은 절대 누구에게도 발설해서는 안됩니다."
"……?"
오 사장의 말에 이어 이 전무가 사람들에게 말했다.
"모두 비밀유지각서에 서명하세요."
이 전무의 말이 떨어지자 연구원들은 일제히 일어나 서약서에 이름을 적고 사인을 했다.
다들 무슨 일 때문에 이러는지 궁금해하는 표정이다.
지금까지 자신들이 개발한 신제품을 가져와 사장과 전무 앞에서 시연한 적은 있었다.
하지만 이번에는 반대로 오 사장이 자신들을 부른 것이다.
평소와는 반대로 된 상황에서 기술개발진은 모두들 의아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다들 오 사장이 왜 이러는지 영문을 모르겠다는 표정이었다.
"사장님, 다 걷었습니다."
이 전무의 말에 오 사장이 고개를 끄덕였다.
"다들 내가 왜 여러분들을 불렀는지 궁금하실 겁니다."
"……"
"다들 아시겠지만 우리 태우 전자는 이제 새롭게 골든 그룹의 일원이 되었습니다."
"……"
"강 혁 회장님께서는 태우 전자가 위기에 빠졌던 우리 회사를 정상화시키는데 선봉장이 되어주길 바라고 있습니다."
"……!"
오 사장의 말에 기술진들은 모두 굳은 표정이 되었다.
그럴 만도 했다.
다들 태우 그룹이 왜 부도 위기에 빠졌는지 언론보도를 통해 들었기 때문이다.
지금 회사는 천문학적인 부채를 지니고 있었다.
상당부분 탕감된 것으로 알고 있지만 여전히 갚아야할 부채가 남아 있었다.
자신들은 그게 어느 정도인지는 모르지만 적지 않은 돈일 것이다.
부도 위기 가운데서도 태우 전자는 나름 선전을 하고 있었다.
하지만 회사를 위기로 몰아넣은 부채를 갚으려면 지금까지의 성과를 넘어서야 했다.
그런데 정작 그럴 만한 뾰족한 수는 그들도 없었다.
"혹시 신제품을 개발하라는 말씀이십니까?"
모여 있는 핵심 연구원 중 한 사람이 넌지시 물었다.
"아닙니다."
"……!"
오 사장의 말에 모두들 웅성거렸다.
"그게 무슨 말씀이십니까? 신제품 개발 때문에 모인 게 아닌가요?"
연구원 중 또 다른 사람이 오 사장에게 질문을 던졌다.
"신제품 때문에 모인 건 맞습니다."
"……?"
"다만 새로 기술을 개발하거나 신제품을 만들라는 말이 아닙니다."
"……?"
"다들 아시는지 모르겠지만 우리 골든 그룹에는 이미 첨단제품 개발 연구소가 있습니다."
"……!"
오 사장의 말에 연구원들을 자신도 모르게 침을 꿀꺽 삼켰다.
자신들의 위치와 관련해 문제가 될 수 있는 부분이었기 때문이다.
웅성웅성.
오 사장의 말에 연구원들은 눈에 띄게 동요했다.
'올 것이 왔구나.'
'이제 우리 밥줄 끊기는 거 아냐?'
오 사장은 연구원들이 당황해하는 것을 보며 속으로 혀를 찼다.
'쯧쯧, 이 양반들 벌써부터 자신들 밥그릇 걱정을 하는군. 뭐, 이해하지 못할 건 아니지만.'
오 사장은 당황하는 연구원들을 다독였다.
"아, 벌써들 걱정부터 하는데 너무 염려하지 않아도 될 겁니다."
"……?"
"여러분들은 우리 태우 전자가 자랑하는 최고의 브레인들 아닙니까? 오히려 이게 기회가 될 수도 있어요."
"기회가 된다고요?"
"그렇습니다. 회장님 말씀이 우리 개발 부서를 연구원 수준으로 격상시키고 규모를 키우시겠다고 합니다."
"……!"
"대우도 훨씬 높이고, 투자도 엄청나게 하시겠답니다."
오 사장의 말에 근심스러워하던 연구원들의 얼굴이 활짝 폈다.
"그… 그게 정말입니까? 사장님?"
"하하, 정말입니다. 제가 회장님께 직접 들은 말입니다."
"오오!"
"역시 우리 회장님이야."
"내가 그럴 줄 알았다니까!"
불안해하던 연구원들의 분위기가 금세 반전되자 오 사장이 허허하고 웃었다.
"자, 이제 안심이 좀 됩니까?"
"예, 사장님."
"그럼 계속 이야기를 진행해 봅시다. 이번에 미국에서 온 신제품을 소개해드리죠."
오 사장의 말에 연구원들의 눈이 초롱초롱 빛났다.
과연 어떤 제품일까?
미국에 홀홀단신으로 건너가 대기업을 이룩한 강 회장이었다.
게다가 한국에서 영웅대접 받던 최승호 역시 알고 보니 강 회장이 키운 사람이라고 한다.
그런 사람이 태우 전자를 다시 일으켜 세울 제품이라면서 보내온 것이다.
모두의 기대감이 두 눈에 어려 있었다.
잠시 후 선글라스를 끼고 정장을 입은 젊은 사내가 네모난 상자를 들고 들어왔다.
보아하니 신제품을 보호하기 위한 경호원으로 보였다.
이번 제품에 대해 회사가 어떤 태도로 대하고 있는지 여실히 느껴지는 순간이었다.
모두가 앉아 있는 회의실 중앙에 놓여 있는 작은 테이블 위에 상자가 놓였다.
오 사장이 다가가 직접 케이스를 열었다.
그러자 은색으로 빛나는 네모난 신제품이 모두의 눈에 공개되었다.
"이… 이것은?"
연구원 중 하나가 신제품의 겉모양을 보고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
"이게 대체 뭡니까? 사장님?"
"하하, 왼쪽에서부터 한분씩 살펴보세요. 하나가 더 있으니 그것도 가져다주세요."
오 사장의 말에 왼쪽에서부터 한 명씩 신제품을 자세히 살펴볼 수 있었다.
모두는 화면을 켜자 등장하는 아이콘과 손가락으로 화면을 터치하자 움직이는 다양한 기능에 놀라고 있었다.
"이… 이럴 수가?"
신제품의 다양한 기능과 획기적인 기술을 확인하며 연구원들은 하나같이 놀란 표정을 지었다.
그야말로 시대를 앞서나가는 디자인과 획기적인 기능들이었다.
"MP3와 카메라 기능에 웹 서핑까지 동시에 되는군."
"손가락으로 스크린 화면을 터치하면 전화가 걸려. 이게 대체 어떻게 가능한 거지?"
하나같이 시대를 십년은 앞서가는 기술들이었다.
연구원들은 자신들의 두 눈을 의심할 지경이었다.
"내일 기술 개발부로 미국에서 이 신제품을 개발한 팀이 오기로 했습니다."
연신 감탄성을 내뱉는 연구원들에게 오 사장이 말했다.
"그럼, 저희들에게 기술 이전을 하는 겁니까?"
"그렇습니다. 그리고 앞으로는 여러분들이 후속작들을 만들어주길 기대하고 있습니다."
오 사장의 말에 연구원들은 금세 진지한 표정이 되었다.
시대를 십년은 앞서나가는 물건.
그들같은 연구원들에게는 그야말로 꿈과 같은 물건이었다.
그런데 그런 물건의 후속작을 만든다?
연구원들은 자신도 모르게 흥분되고 손이 떨려왔다.
비롯 자신들이 직접 초기작을 만든 것은 아니지만 적어도 그 후속작에 참여한다!
자신도 모르게 흥분되는 것은 어쩔 수 없었다.
"한 번 해보겠습니다. 사장님."
태우 전자 신제품 기술 연구원들은 일제히 흥분된 얼굴로 말했다.
"하하, 열의가 대단하시네요. 회장님께서도 이 사실을 아시면 매우 흡족해 하실 겁니다."
"저희 개발부를 연구소로 확장도 시켜주시고, 앞으로 투자도 엄청하신다면서요."
"한 번 해보죠. 뭐. 저희라고 꼭 못하리라는 법은 없죠."
"암, 까짓것 태어나서 한번 죽지 두 번 죽나? 죽기 살기로 해보자고 우리."
연구원들은 모두 이구동성으로 후속작 개발을 해내겠다고 열의를 드높였다.
"이 신제품이 시장에 나가면 틀림없이 세계적인 반향을 일으킬 겁니다."
오사장의 말에 모두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의 말대로 눈 앞에서 목도한 이 신제품을 그야말로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제품이었다.
나오기만하면 세계 시장을 휩쓸어 버릴 것이 분명했다.
"그렇게 되면 우리 태우 전자는 세계적인 명성을 지닌 기업으로 올라서게 될 겁니다."
"……!"
태우 전자는 탄생 이후, 지금까지 엄청난 성장을 거듭해온 회사였다.
하지만 그 것도 대한민국 내에서의 이야기지 아직 세계적인 명성까지는 거리가 먼 이야기였다.
그러나 그들의 눈 앞에 보인 저 제품은 그걸 가능하게 해 줄지도 몰랐다.
"부디 회장님의 기대를 저버리지 말고, 후속작은 반드시 우리 연구소에서 개발해 내십시다."
"예, 사장님. 반드시 기대를 저버리지 않겠습니다."
연구원 모두는 오 사장의 손을 마주 잡고 결의를 다졌다.
그렇게 3개월 후, 전자의 공장에서 생산된 첫 번째 시제품이 강혁의 눈앞에 놓였다.
"이건가요? 오 사장님."
"그렇습니다. 회장님. 한국 공장에 생산 설비를 갖추고 만들어낸 첫 번째 작품입니다."
강혁은 박스를 개봉했다.
그러자 골든 타워의 마크인 황금탑이 뒷면에 선명하게 새겨진 스마트폰이 눈앞에 있었다.
"으음, 마침내."
강혁은 자신도 모르게 팔이 부르르 떨리는 것을 느꼈다.
이 스마트폰은 여러 가지 의미를 지니고 있는 제품이었다.
현재 미국 애플사에서는 스티브 잡스가 회사에 다시 복귀해 새로운 기술개발에 열중하고 있었다.
그 결과물은 앞으로 몇 년 후, 아이팟이란 이름으로 결실을 맺게 된다.
그것을 시작으로 애플의 재도약은 날개를 달게 되고, 아이폰으로까지 이어져 제2의 전성기를 맞이하는 것이다.
하지만 강혁이 10년 앞서 아이폰을 대체할 스마트폰을 내놓게 된다면 그런 역사 자체가 의미가 없게 되는 것이다.
초기술 격차라고 할 수 있을 정도로 현재의 핸드폰과 스마트폰 사이에는 차이가 있는 것이다.
"이것이 우리 회사에서 만든 첫 번째 마이 폰."
강혁은 태우 전자에서 만들어 낸 스마트 폰의 명칭을 마이 폰이라고 명명했다.
앞으로 세상을 바꾸어 놓을 엄청난 기술 혁신이었다.
말 그대로 10년 후에나 등장할 물건을 지금 내놓은 것이다.
강혁은 이것이 회귀전의 역사를 어떤 식으로 바꾸어 놓을지 감히 예상할 수 없었다.
하지만 이미 돌이킬 수 없었다.
역사는 자신이 회귀했을 때 이미 변하기 시작했다.
강혁의 자신의 의지를 반영하기 위해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다하기로 이미 오래전에 마음을 먹었다.
10년은 빠른 스마트 폰의 등장은 앞으로 모든 것을 바꾸어 놓을 것이다.
자기 개인은 물론 나라의 운명까지도.
강혁은 대한 민국을 세상 어떤 나라보다도 강하고 부요하며 살기 좋은 나라로 만들어 낼 생강이었다.
눈앞의 마이 폰은 그런 대한민국을 위한 거대한 한 걸음이었다.
그리고 개인적으로는 신상현에 대한 경제적 타격을 가할 오랜 야심작이었다.
강혁은 미래에 대한 지식을 최대한 이용해 그동안 투자 회사를 골라왔었다.
그래서 지금까지 엄청난 수익을 거둬왔다.
그런데 유독 애플에 대한 투자만은 많이 하지 않고 있었다.
그나마도 이번 작전을 수립하면서 모두 회수한 상태였다.
그 모든 것이 바로 오늘을 위한 것이었다.
이제 골든 그룹에서 마이 폰을 세상에 공개하면 애플은 그동안 심혈을 기울여 개발해왔던 모든 프로젝트를 접어야 할 것이다.
현재 애플은 스티브의 진두지휘하에 아이팟 개발을 위해 총력을 기울이고 있었다.
앞으로 몇 년 후면 스티브 잡스는 아이팟을 세상에 내놓으며 재기를 성공한다.
하지만 이번 발표로 아이팟은 시작도 하기 전에 세상에서 사라질 운명이었다.
강혁이 마이 폰을 발표하면 그런 사실을 누구보다도 빨리 깨달은 사람이 세상에 단 한명 있었다.
바로 신상현이다.
"흐흐, 똥줄이 꽤나 타겠지. 그리고 그걸 깨달았기 때문에 너는 지옥행 열차를 타게 될 것이다."
강혁은 입가에 고소를 머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