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번 사는 절대기억능력자 244화
244화
"어머, 샌디. 그거 혹시 마이 폰이야?"
"맞아, 아멜리아 패닝이 광고한 마이 폰."
뉴욕 거리를 걷고 있던 두 명의 십대 여자아이들이 대화를 나누고 있었다.
샌디가 꺼내든 핸드폰의 은색 커버 위에는 골든 타워의 황금 탑 마크가 선명하게 찍혀 있었다.
골든 타워 마크는 골든 그룹의 자회사가 되면서 태우 전자를 상징하는 마크가 되었다.
마이 폰이 출시된 이후, 온라인과 페이스북을 비롯한 소셜 미디어에는 온통 마이 폰 이야기였다.
마이 폰 열풍은 순식간에 전 세계를 휩쓸었다.
지금까지 생각해왔던 핸드폰의 상식을 훌쩍 넘어서는 최신 기능과 멋진 디자인.
무선 인터넷의 보급과 함께 집 안에서 무선으로 손 안에서 즐기는 인터넷 서핑의 시대가 열린 것이다.
강혁은 마이 폰의 출시와 함께 후속작으로 세계 최초의 탭북으로 알려질 마이북의 개발을 지시했다.
마이 폰에 이어 새로운 시장의 창출에 나선 것이다.
"형, 마이 폰은 진짜 대박이에요. 어떻게 이런 생각을 다 하신 거죠?"
최승호는 자신의 손에 들려 있는 마이폰을 보며 강혁에게 혀를 내둘렀다.
두 사람은 지금 화상으로 이야기를 나누고 있는 중이었다.
마이 폰의 출시는 최측근이라고 할 수 있는 최승호조차 몰랐던 일이었다.
그야말로 개발에 참여한 기술자들과 강혁 만이 아는 특급 프로젝트였던 것이다.
최승호는 연신 자신의 손에 들려 있는 마이폰을 보며 신기해하고 있었다.
"어때, 사용해보니까?"
"어휴, 완전 신세계예요. 화면에 터치하면 전화가 걸리고, MP3 기능과 카메라 촬영도 되잖아요."
"후후."
"이건 완전히 소셜 미디어를 위한 작품이라고요. 마이폰 덕분에 우리 페이스북 가입자들이 엄청 늘었어요."
최승호의 말에 강혁은 가볍게 웃었다.
"마이 폰같은 스마트 폰이 모든 사람들에게 보급되면 이용자들은 더욱 늘어나게 될 거야."
"안 그래도 서버 증설 대해 협의하고 있는 중이에요."
최승호의 말에 강혁이 고개를 끄덕였다.
"혁이 형, 그런데 업계에 이상한 소문이 들고 있는데 혹시 아세요?"
"……?"
"애플의 스티븐 잡스 사장 아시죠?"
"당연히 알고 있지."
최승호의 말에 강혁은 고개를 끄덕였다.
스티븐 잡스는 개인용 PC의 세상을 연 사람이었다.
하지만 독단적인 경영으로 자신이 설립한 회사에서 쫓겨나는 수모를 겪었다.
그러다 다시 경영에 복귀한 상태였다.
"이번에 우리 회사에서 마이 폰을 출시하면서 애플 내부에서 엄청난 내홍을 겪고 있는 모양이에요."
"그래?"
강혁은 승호의 말에 짐짓 모르는 척 했다.
"그런데 우리 회사가 마이 폰을 출시한 거하고 그쪽 회사에 내홍이 생긴 거하고 무슨 상관이기에?"
"그게 들리는 소문으로는 애플도 마이 폰과 같은 비슷한 걸 만들고 있었다나봐요."
"그래?"
강혁은 놀라는 표정을 지었다.
"다만 폰은 아니고, 음악을 들을 수 있고, 디지털 카메라와 인터넷이 되는 그런 기기였다고 하네요."
"호오, 그거 놀랍군."
폰 기능만 있다면 마이 폰과 다르지 않았다.
"엄청난 자금을 쏟아 부어 가면서 개발이 진행 중이었는데 모두 올스톱 됐다네요."
"흐흠."
강혁은 몰랐다는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스티븐 사장이 곤란하게 됐군 그래."
"맞아요. 안 그래도 사장실에서 노발대발하고 난리도 아니었다는 말이 업계에 쫙 퍼졌어요."
"그렇겠지."
"이사회가 다시 소집됐다고 하니. 다시 쫓겨날 건가 봐요."
"흐흠. 그렇게까지?"
"아무래도 소문이 사실이었던 거죠."
최승호가 강혁을 똑바로 바라보며 말했다.
"그것 참. 안타까운 일이군."
강혁의 말에 최승호가 너스레를 떨며 말했다.
"어쩌겠어요. 미안하긴 하지만 우리 쪽에서 먼저 기술을 개발하고 제품을 생산해 낸 걸요. 하하."
강혁은 최승호의 말에 그저 입가에 고소를 머금을 뿐이었다.
'자, 승호한테까지 소문이 퍼졌다는 것은 일반에 알려지는 것도 시간문제라는 뜻이지.'
강혁의 마음 속으로 쾌재를 불렀다.
계획했던 대로 일이 풀리고 있는 것이다.
과연 강혁의 기대대로 시중에는 애플과 스티븐 잡스에 대한 이야기가 떠돌고 있었다.
마이 폰과 유사한 컨셉의 기기를 만들고자 엄청난 자금이 퍼부어졌다는 이야기.
하지만 개발 경쟁에서 밀렸다는 이야기.
회사에 복귀한 스티븐 잡스가 다시 이사회에서 잘렸다는 이야기까지.
시중에서 안 그래도 저조하던 애플의 주가가 폭락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이 이야기는 금세 신상현에게까지 전달되었다.
* * *
"뭐라고? 지금 뭐라고 했어?"
"그… 그게 스티븐 잡스 사장이 물러났다고 합니다."
신상현 앞에서 전 청와대 경제 수석이었던 사내가 연신 고개를 굽신거렸다.
자신의 권유로 엄청난 자금이 애플로 움직였다.
한동안 회사가 죽을 쓰면서 애플의 주가가 많이 낮아진 상태였다.
신상현은 지금이야말로 투자하기에 호기라고 생각해서 자신이 가진 재산이 상당부분을 투자했었던 것이다.
"스… 스티븐 잡스가 지금 물러났다고?"
신상현은 입을 다물 수 없었다.
투자를 진행한 후 한동안은 잊고 살았다.
애플이 아이팟을 개발한 시기가 정확히 언제인지 몰랐기 때문이다.
하지만 얼마 전 전 태우 전자, 지금은 골든 전자로 이름을 바꾼 강혁의 회사에서 마이폰이 출시되었다.
아이팟과 아이폰을 기억하던 신상현은 마이 폰의 등장에 깜짝 놀랐다.
아직 아이팟도 나오지 않은 상황이었다.
그런데 시중에 판매되기 시작한 마이 폰은 그야말로 깜짝 놀랄 만큼이나 진화된 스마트 폰이었다.
적어도 10년은 더 시간이 지나야 등장할 물건이 버젓이 시장에 등장한 것이다.
자신이 삼강 전자 임원이었을 당시 삼강 전자는 애플과 스마트폰 전쟁을 벌이고 있었다.
그러니 지금 마이 폰이 등장했다는 것이 어떤 의미를 가지는지 누구보다도 잘 알고 있었던 것이다.
10년은 족히 앞선 기술이었다.
회귀 전 애플과 스마트폰 전쟁을 벌였던 삼강도 지금은 따라갈 수 없을 정도로 기술격차가 존재했다.
말 그대로 시장을 독점할 수 있는 기술인 셈이다.
비슷한 컨셉의 기술을 개발하던 애플로서는 제대로 당한 셈이었다.
시장의 반응은 단순하면서도 명확했다.
안 그대로 오랜 기간 침체되었던 애플의 주가는 순식간에 급락했다.
애플이 엄청난 자금을 들여 자체적으로 진행하던 프로젝트가 무산되었다는 소식과 함께.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스티븐 잡스가 사장자리에서 물러났다.
앞으로 애플이 어떤 회사로 크게 되는지 알고 있던 신상현의 기대가 산산이 무산되는 순간이었다.
그의 예언이 무너지는 순간이기도 했다.
신상현은 눈앞에 무릎을 꿇고 있는 남자의 건의로 잊고 있던 애플을 떠올리게 되었다.
누구보다도 앞으로 애플이 승승장구하게 된다는 사실을 알고 있는 신상현이었다.
그러니 이 일을 이용하지 않을 리 만무했다.
신상현은 공개적으로 일진회에 한 가지 예언을 했다.
앞으로 애플이 스티븐 잡스와 함께 세상을 뒤흔들 기술을 가지고 승승장구한다고 말이다.
공식적으로 단 한 번도 틀린 예언을 한 적이 없다는 신상현이었다.
지난번에 있었던 투자 실패는 강혁의 작전에 당한 것으로 무마했다.
신상현의 카리스마가 어느 정도 금이 가기는 했지만 결정적이지는 않았다.
그런데 이번 일은 신상현이 작심하고 공개적으로 일진회 회원에게 전달한 내용이었다.
애플에 투자하면 엄청난 이익을 얻게 될 것이라고 말이다.
그동안 신상현의 부동산 투자 정보로 재산을 불렸던 사람들의 귀가 솔깃한 말이었다.
상당히 자신만만한 신상현의 태도와 어린아이에게서 나오는 어른의 말투와 억양.
좌중을 압도하는 카리스마는 일진회 회원들이 거금을 움직이게 했다.
애플이 상당기간 침체되어 있었지만 스티븐 잡스의 귀환과 함께 신기술 개발에 나섰다는 정보도 흘러나왔다.
투자의 적기라는 말에 그들도 대대적으로 움직였다.
게다가 애플 말고도 신상현은 상당히 많은 기업들의 주식 정보를 알려주었다.
"당장의 급락에 연연하지 말고 투자해두면 큰 이익을 얻을 것이야!"
"나무자비 조화불!"
"나무자비 조화불!"
신상현이 알려준 회사들은 모두 하나같이 회귀 전 크게 성공한 회사들이었다.
전 청와대 경제 수석이 알려주었던 투자 정보와도 일치했다.
하지만 신상현은 그 이상의 것들을 알고 있었다.
회귀 전에 신상현은 삼강 전자 임원으로서 많은 기업인들을 상대했다.
그때 알고 지냈던 기업들이 지금 한참 성장하는 회사들이었던 것이다.
청와대 경제 수석이 유망한 기업이라면 회사 이름을 거론할 때 떠올랐다.
그들은 그의 말처럼 앞으로 수십 수백 배로 성장할 회사들이었다.
신상현은 지금이야말로 자신의 전 재산을 투자해야 할 때라고 직감했다.
그래서 애플 이외에 이들 회사에 투자하면서 거의 대부분의 자산을 쏟아 부었다.
그리고, 일진회 회원들도 신상현과 보조를 같이 했다.
그리고 투자한지 얼마 안 되어 몇몇 회사들은 주가가 크게 떡상하는 일이 있었다.
과연 영험한 조화불님이라는 소리가 곧곧에서 터져 나왔다.
그 일은 더 많은 자본의 투자로 이어졌다.
그리고 오늘 스티븐 잡스가 회사에서 쫓겨났다는 소식이 들리기까지 말이다.
"젠장, 강 형사님!"
신상현의 두 눈에서 불꽃이 타올랐다.
자신처럼 미래를 알고 있는 강혁이 스마트 폰 개발에 나설 줄이야.
미처 생각지도 못했던 변수가 터진 것이다.
'강 형사님이 꾸민 일일까?'
신상현은 활활 타오르는 눈빛으로 눈앞에서 떨고 있는 사내를 내려다보았다.
"죄, 죄송합니다. 미륵불님. 하지만 다른 주식들은 무사합니다. 부디… 용서를……."
사내의 말에 신상현의 눈빛이 조금 누그러들었다.
그의 말대로 다른 주식들은 문제가 없었다.
오히려 그의 생각대로 서서히 상승 중이었다.
몇 몇 회사는 상한가를 치기도 했다.
애플에서 벌어진 일은 아무래도 돌발적인 변수로 인해 생긴 해프닝일 것 같았다.
'젠장, 강 형사님이 스마트 폰에 손을 댈 줄이야.'
자신을 제외하고 이 세상에 존재하는 유일무이한 회귀자.
확실히 자신이 세상에 군림하는 데 방해가 되는 존재임에 틀림이 없었다.
"흐흐흐. 과연 강 형사님이야. 날 끝까지 방해하는군."
희번득한 눈빛이 어린 귀공자의 눈에 스쳤다.
그를 아는 사람이라면 소스라치게 놀랄 정도로 귀기가 어려 있었다.
하지만 이 모습이야말로 신상현의 본질이었다.
"날 재미있게 해주는 사람은 형사님밖에 없다니까요. 안 그러면 너무 쉽잖아! 인생이……."
신상현은 쿡쿡쿡 웃었다.
지금은 비록 강혁이 자신을 앞서가고 있는 것은 분명했다.
재력에 있어서도 세계적인 재벌로 성장한 강혁을 이기기 어려웠다.
이번만 해도 애플보다 먼저 스마트폰을 생산해내지 않았는가?
자신은 생각도 하지 못했던 일이었다.
하지만 신상현 역시 미래 지식을 가지고 있는 사람이었다.
앞으로 미국뿐 아니라 세계를 휩쓸 기술력을 가진 기업들에 엄청난 자금을 들여 투자했다.
시간이 지나면 세상을 살 수 있을 정도의 돈이 들어오게 될 것이다.
"흐흐흐, 강 형사님. 우리들의 게임은 아직 끝난 게 아닙니다."
신상현은 누구 이야기인지 몰라 어리둥절 하는 사내를 외면하며 허공을 향해 웃음을 터트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