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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번 사는 절대기억능력자-245화 (245/301)

두번 사는 절대기억능력자 245화

245화

"회장님, 말씀하신 대로 모두 처리했습니다."

올리브 사장이 한국에 있는 회장실에서 강혁에게 말했다.

그는 강혁이 지시한 모종의 프로젝트를 수행하고 직접 강혁에게 보고하기 위해 서울로 왔다.

강혁은 올리브 사장이 내민 두툼한 서류들을 하나하나 검토해 나갔다.

모든 자료를 읽은 후, 강혁은 만족한 표정을 지었다.

"정말 수고하셨습니다. 올리브 사장님."

"뭘요. 제가 해야 하는 일인데요."

올리브가 강혁의 말에 웃으며 대답했다.

강혁은 그런 올리브 사장을 바라보며 빙긋이 웃었다.

"하하, 사장님이 무슨 일을 해내신건지 아직 모르셔서 하는 말입니다."

"……?"

어리둥절해 하는 올리브를 향해 강혁은 말을 이었다.

"앞으로 이번에 하신 일을 가지고 두고두고 놀라시게 될 겁니다."

"하하, 저야 회장님 옆에 있으면 언제나 항상 놀라게 되지요."

올리브는 진심을 담아 말했다.

지금까지 강혁이 자신에게 시킨 일 중 범상치 않은 일은 없었다.

당장에는 이해가 가지 않는 지시라도 말이다.

부하 직원들 중에는 강 혁이 이번에는 실수 한 거라며 제동을 거는 일도 없지는 않았다.

때때로 누가 보아도 말도 안되는 투자를 결정하는 일도 있었다.

하지만 지금까지 그런 일이 있을 때마다 자신들은 목격할 수 있었다.

말도 안 될 정도로 커다란 성공으로 돌아오는 것을 말이다.

그런 일을 몇 번이나 보다보면 이제는 강혁이 시키는 일은 언제나 믿음을 가지고 보게 된다.

당장은 이해가 가지 않더라도, 언젠가 왜 그런 결정을 내린 것인지 알 수 있을 거라고 말이다.

이번에도 그렇게 될 것이다.

언제나처럼 말이다.

"아마 궁금하시겠죠. 왜 제가 그 많은 회사들의 기술을 매입하고, 사람들을 스카우트 했는지 말입니다."

"차라리 그럴 바에는 회사를 사시는 게 더 빠를 텐데 말이죠."

강혁의 말에 올리브 사장이 웃으며 대답했다.

올리브의 부하 직원들이 강혁의 지시를 수행하면서 종종 했던 말들이다.

이해할 수 없다는 표정을 지으며 말이다.

"후후, 그렇죠."

강혁이 웃으며 말했다.

무슨 말을 하는지 이해가 된다는 표정이었다.

그런 강혁을 보며 올리브는 내심 생각했다.

'역시, 회장님에게는 우리가 모르는 다른 이유가 있으신 거야.'

올리브는 속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아무튼 그 사람들을 빼내도 대부분의 회사들은 다들 정상적으로 굴러 가고 있지 않습니까?"

"맞습니다. 회장님. 심지어 요즘 주가가 급등하는 회사들도 있어서 저희도 주목하고 있습니다."

올리브의 말에 강혁이 급히 고개를 내저었다.

"사장님, 우리는 절대 그 회사들에게 투자해서는 안됩니다."

"……?"

"그들이 우리에게 판 게 바로 그들의 미래였습니다."

"……!"

"두고 보시면 압니다. 얼마 가지 않아 지금의 상승세는 엎어질 겁니다."

강혁이 의미심장한 표정으로 말했다.

강혁이 기술을 사들이고, 사람들을 스카우트 한 회사들은 요즘 잘 나가고 있었다.

개발하던 기술과 사람들을 강혁에게 내주고도 말이다.

그러나 사람들은 아직 눈치채지 못하고 있었지만 위기의 시기가 다가오고 있었다.

사람들이 닷컴버블이라고 비명을 지르며 IT기업의 주가가 떨어지던 시기가 말이다.

그때가 되면 천정부지 높은 줄 모르며 치솟던 IT기업의 주가들이 모두 바닥을 치게 될 터였다.

회귀자라고 하지만 신상현은 보아하니 그런 사실들을 모르고 있는 모양이었다.

하긴. 당시 중학생에 불과했던 신상현이 그런 것을 정확히 기억하고 있을 리 만무했다.

다만 자신이 삼강 전자의 임원으로 있던 시기에 중요한 기업으로 성장한 회사의 이름은 기억하고 있는 모양이었다.

이번에 강혁이 특허 기술을 매입하고 기술자들을 스카우트한 기업들이 바로 그 회사들이었다.

아직은 막 성장하기 시작한 기업들에 불과하지만 앞으로 거대 기업으로 성장하는 회사들이다.

하지만 그들 대부분의 회사들이 강혁이 제시하는 엄청난 금액의 특허 인수 금액에 홀라당 넘어갔다.

앞으로 그들이 과연 성공할 수 있을지 없을지 장담할 수 없는 시기에 제시한 돈이라 설득은 쉬웠다.

어떤 회사는 기술을 개발한 사장이하 전 직원이 강혁에게 넘어 온 경우도 있었다.

회사 사장은 회사를 자신과 관계없는 타인에게 넘기고 핵심 기술자를 데리고 강혁에게 왔다.

기존에 하던 회사의 서비스는 그대로 유지하겠지만 이제 그 회사는 껍데기만 남은 셈이었다.

그런데 최근 신상현과 일진회의 투자로 그런 회사도 주가는 오히려 상승세를 탔다.

일이 이렇게 된데에는 강혁이 던진 미끼가 한 몫했다.

며칠간에 걸쳐 강혁이 그런 회사들의 주식을 엄청나게 매수했던 것이다.

그러다가 신상현과 일진회가 움직이기 시작하자 모두 다 팔아버렸다.

회사의 미래를 이끌 핵심 기술과 기술자들을 모두 스카우트했으니 이제 그 회사는 껍데기만 남은 셈이었다.

이전에 잘나갔던 기술의 서비스.

그 이상은 할 수는 없는 그저 그런 흔한 회사가 되어버렸기 때문이다.

신상현은 그런 사실도 모르고 회귀 전 기억만 생각하고 엄청난 금액을 투자한 것이다.

그리고 그렇게 껍질만 남은 회사가 한둘이 아니었다.

앞으로 다가올 IT버블과 함께 신상현은 결국 몰락의 길을 걷게 될 터였다.

"그럼 이만 가보겠습니다. 회장님."

"그래요. 수고 했습니다. 사장님. 너무 급히 가지 마시고 한 며칠 한국에서 푹 쉬다 가세요."

"안그래도 그럴려고요. 가족들도 다 함께 왔습니다."

"하하, 그래요."

강혁은 웃으며 올리브 사장을 돌려 보냈다.

그리고 잠시 후 비서실의 이리나에게 연락을 취했다.

"예, 회장님."

"이리나, 미국에 잠시 다녀 와야겠어."

"예? 미국에요."

"그래, 바로 준비해줘."

강혁의 말에 이리나는 밝은 목소리로 대답했다.

"바로 준비할 게요."

오랜만에 미국으로 다시 돌아간다는 말에 기분이 좋은 것이다.

강혁은 인터폰을 내려 놓으며 생각했다.

'스티븐 잡스가 다시 애플에서 쫓겨났다라? 이 기회를 놓칠 수는 없지.'

강혁은 턱을 매만졌다.

자신때문에 스마트폰을 놓친 이 희대의 천재에게 새로운 장난감을 선사할 생각이었다.

"아이폰의 창시자, 스마트폰을 세상에 가장 먼저 내놓은 혁신가. 그런 당신에게 딱 어울리는게 있지."

강혁은 입가에 고소를 머금었다.

*     *     *

"젠장, 이건 또 왜 갑자기 말썽을 부리는거야?"

커피 메이커를 매만지던 스티븐 잡스는 뜻대로 안되자 머리카락을 헝글어트렸다.

"보스, 제가 한 번 해볼께요."

부하 직원의 말에 스티븐은 뒤로 한발 물러났다.

잠시 후 기계가 다시 돌아가며 커피가 내려왔다.

"이제 됐어요."

부하 직원의 말에 스티븐이 반색했다.

"좋아, 이제 머리가 좀 돌아가겠군."

커다란 머그 컵에 커피를 내려받은 스티븐은 잠시 원두의 향을 즐겼다.

"좋아, 맥스. 이제 다시 의논해보자고."

"음, 좋아요. 하지만 잠시 후에 해야겠군요."

맥스는 자신의 핸드폰 문자 메시지를 바라 본 후 말했다.

"……?"

"메리 말이 누가 보스를 찾아왔다는데요."

"뭐? 바빠. 안만난다고 그래."

"그게 만나 보시는게 좋을 것 같은데요. 보스."

"……?"

맥스의 말에 스티븐이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

맥스는 애플에서 그와 함께 아이팟 기술 개발을 했던 수석 엔지니어였다.

지금은 스티븐과 함께 회사를 나와 새로운 사업 아이템을 고민하고 있는 중이었다.

메리는 시급을 받고 일하는 알바생으로 회사 전화를 응대하고 있었다.

"누군데 그래?"

"그게 마이 폰을 개발한 골든 전자의 존 강 회장이랍니다."

"뭐? 그 치가 대체 왜 날 만나겠다는 거야?"

스티븐 잡스는 자신을 물 먹인 강혁이 만남을 청했다는 말에 화부터 냈다.

"일단 만나는 보죠. 무려 보스와 절 물 먹인 상대 아닙니까?"

씩씩거리는 스티븐 잡스에게 맥스가 말을 꺼냈다.

"흥, 무슨 일인지는 모르겠짐나 만약 내게 일자리를 꺼내는 거라면 얼굴에 이 물을 끼얹어 줄 거야."

스티븐은 상당히 자존심이 강한 사람이었다.

그러니 자신보다 앞서서 아이디어를 구현해낸 총 책임자가 자신에게 일자리를 꺼내는 것을 굴욕으로 받아들였다.

"흐흠, 그거 볼만하겠네요."

맥스가 웃으며 말했다.

"뭐…뭐라고요?"

스티븐 잡스는 강혁의 제안에 깜짝 놀랐다.

그리고 그것은 수석 엔지니어 맥스 역시 마찬가지였다.

"인공지능을 이용한 자율주행 자동차? 맙소사!"

맥스는 강혁의 말에 가슴이 두근거리는 것을 느꼈다.

그리고 그것은 자신의 존경하는 보스 스티븐 잡스 역시 마찬기지인 모양이었다.

"존, 그 제안 진짜요?"

"하하, 제가 왜 거짓말을 하겠습니까? 잡스 씨."

강혁의 말에 스티븐은 잠시 멍한 표정이었다.

그리고 그때 책상 위로 지금까지 자신과 맥스가 고민하고 있던 차기 프로젝트 안이 눈에 들어왔다.

"에잇!"

스티븐은 갑자기 자리에서 일어서더니 책상 위에 놓여 있던 종이들을 들고는 찢어 버렸다.

"보…보스!"

맥스는 갑자기 스티븐이 자리에서 일어서자 설마하니 정말로 강혁의 얼굴에 물을 뿌릴까 잔뜩 긴장했다.

하지만 별안간 그동안의 아이디어를 정리해 놓은 종이를 찢어 버리는 것이 아닌가?

'보…보스.'

맥스는 스티븐 잡스의 마음을 이해할 수 있었다.

애플을 나온 두 사람은 의기투합해서 자신들을 쫓아낸 애플에 복수할 생각을 하고 있었다.

반드시 세상을 놀라게 할만한 프로젝트로 다시 업계로 돌아오겠다는 야심찬 계획을 가지고 말이다.

그렇게 두 사람은 그동안 사무실에서 수많은 아이디어를 고민하고 있었다.

그런데…….

인공지능을 이용한 자율주행 자동차라니?

그것도 석유를 이용한 가솔린 엔진이 아닌. 100% 전기로 달리는 자동차.

그야말로 미친 이야기였다.

그런데 왜 이렇게 매력적으로 들리느냐 말이다.

자신과 같은 엔지니어들에게 생각지도 못했던 꿈의 유토피아를 보여준 것이나 다름이 없었다.

몰랐다면 몰라도 이제 알게 된 이상은 더 이상 돌이킬 수 없었다.

스티븐 잡스와 맥스.

두 사람은 이 우주에서 가장 아름다운 여성을 소개받은 사람과 다름이 없었다.

보자 말자 매료되었다는 말처럼 두 사람은 듣자 말자 매료되었다.

"휴, 보스. 끝장 났네요."

"젠장, 그래. 맥스 우린 이제 끝장난거야."

스티븐 잡스가 말했다.

"결심은 섰나요?"

"결심이 섰나고요? 젠장. 존 회장. 우리 인생을 당신 손에 드리지."

스티븐 잡스가 강혁을 향해 손을 내밀었다.

"저도요."

맥스도 강혁을 향해 손을 뻗었다.

강혁은 그런 두 사람을 향해 만면에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두 사람의 목숨. 감사히 받아들이겠습니다."

강혁은 두 사람을 향해 양손을 내밀어 꽉 쥐었다.

동시에 세 사람은 거실이 떠나가라 웃음을 터트렸다.

마치 어린아이라도 된 것처럼 말이다.

그만큼 강혁이 제시한 프로젝트는 엄청난 것이었다.

아직 인공지능에 대한 논의는 대학에서도 그저 개념만 존재하던 시절이었다.

그런데 강혁은 두 사람에게 진지하게 인공지능의 개발을 제의했다.

그것도 자율주행 자동차를 만들기 위해서 말이다.

정말로 그것이 가능해진다면 인류는 완전히 다른 신세계를 열게 될 것이다.

그야말로 두 사람이 앞으로의 남은 인생을 걸어볼 만한 위대한 일이었다.

적어도 두 사람은 그렇게 생각했다.

강혁은 스티븐 잡스와 맥스 두 사람의 상기된 얼굴을 바라보며 만면에 미소를 지었다.

'두 사람에게 아이팟과 아이폰을 뺏은 대가로 드리는 선물입니다. 부디 성공하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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