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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번 사는 절대기억능력자-252화 (252/301)

두번 사는 절대기억능력자 252화

252화

이른 아침 뉴욕의 거리는 출근하는 사람들로 붐비고 있었다.

오늘은 회귀 전 역사에서 9.11테러로 악명을 날린 날로부터 일주일이 지난 후였다.

아프가니스탄 카불에서 북부동맹군은 역사와 달리 물러나지 않고 맹공을 펼쳤다.

하지만 가장 신뢰하던 사령관의 부재는 전략의 실종을 가져왔고 북부동맹군은 열심히 싸웠지만 패퇴했다.

수도 카불을 눈 앞에 두었던 북부동맹군은 결국 분루를 삼키며 판지시르로 물러나야 했다.

그리고 마슈드의 모습이 판지시르에서 깜쪽같이 사라졌다.

아프가니스탄 전역에 마슈드의 죽음에 대한 소문이 퍼졌고, 소문은 곧 기정사실화되었다.

그리고 오늘은 마슈드의 죽음을 기정사실화한 날로부터 이틀이 흐른 뒤였다.

9월18일 화요일.

원 역사에서 알카에다의 테러가 자행된 날로부터 딱 일주일이 지난 후였다.

강혁은 일주일 전 9월11일에 테러가 일어나지 않을 것을 직감할 수 있었다.

원래의 역사와 달리 마슈드의 죽음이 아직 확실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북부동맹군은 물러나지 않았고, 전황은 아직 불투명했다.

9.11 테러가 일어나기 전 급증했던 테러리스트들의 전화와 이메일 폭증이 이번에는 없었다.

아직 공격 명령이 떨어지지 않은 것이다.

강혁은 C.I.A 내부에 있는 협조자들을 통해 원역사에서 일어났던 일이 발생하지 않았다는 것을 알았다.

그리고 실제로 9.11은 무사히 지나갔다.

그런데 문제는 마슈드를 수술한 병원에서 일어났다.

갑자기 마슈드의 상태가 급잡을 수 없이 악화되었던 것이다.

박정철에게서 당시 상황을 연락받은 강혁은 급히 헬기를 움직여 인근 파키스탄 공항으로 데려갔다.

그리고 거기서 간이 수술실과 응급 세트가 완비된 제트 비행기에 마슈드를 실었다.

세계 최고의 외과 의사와 간호사들이 비행기 안에서 마슈드의 상태를 돌보았다.

하지만 독일에 도착했을 때는 목숨이 간당간당한 상태였다.

현재 마슈드는 골든 그룹 산하에 있는 병원에서 재수술 후 경과를 보고 있었다.

수술은 성공했지만 여전히 혼수상태에 있었다.

의사의 말에 의하면 이대로 영원히 깨어나지 못할 수도 있다고 한다.

일이 이렇게 되자 맹렬히 싸우던 북부동맹군은 구심점을 잃고 전선에서 퇴각하고 말았다.

급작스럽게 변화하는 상황들을 강혁으로서도 통제할 수 없었다.

결국 며칠 전 C.I.A의 협력자에게서 연락이 왔다.

감시망에 있는 알카에다 조직원들 사이에 전화연락과 이메일이 급증했다고 말이다.

내용을 들여다보면 테러를 미연에 알 수 있는 내용들은 하나도 없었다.

단순한 일상 대화들이었던 것이다.

하지만 이런 전화나 이메일이 테러 직전에 급증한 것은 의미가 있었다.

원 역사에서도 C.I.A내부의 관계자들은 테러 공격을 앞두고 있다는 징후로 판단했다.

하지만 부처 간 갈등과 백악관의 안일한 판단은 징후를 알고도 놓치는 실수를 범하고 만다.

다만 강혁의 반응은 달랐다.

C.I.A의 협력자에게 해당 내용을 전달받은 후, 곧바로 테러 위협이 임박했음을 직감한 것이다.

강혁은 자신이 동원할 수 있는 모든 힘을 움직였다.

감시망 안에 있는 알카에다 조직원들과 일부이지만 원역사와 같은 테러리스트들의 동향에 대한 감시를 강화했다.

그리고 강혁에게는 아직 현시대 최강의 인공지능 프로그램 아이린이 있었다.

올해로 세 번째 업그레이드 된 인공지능 프로그램이었다.

이번에 완성된 프로그램은 강혁의 자신작이었다.

말 그대로 최초의 인공지능 프로그램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던 것이다.

이 프로그램에 강혁이 붙인 이름은 아이린Ⅲ.

사실상 세계 최초라고 할 수 있는 이 강력한 인공지능에게 강혁은 가능한 모든 자원을 공급했다.

구글과 페이스북의 모든 빅데이터 자료와 전 세계에 걸쳐 완공된 엄청난 수의 서버까지.

이브는 자체 딥러닝프로그램을 통해 스스로 학습했다.

구글과 페이스북이 쌓아온 엄청난 빅데이터는 하루가 다르게 이브를 발전시켰다.

강혁이 미래에서 가져온 해킹프로그램을 스스로 업그레이드해 강혁을 놀라게 하기도 했다.

아직 이십년은 더 지나야 만들어지는 최신 해킹툴을 훨씬 강력하게 만들어낸 것이다.

두 가지 프로그램을 비교해보면 원 자료가 훨씬 조악해보이기까지 했다.

현재 이브가 지구상에서 해킹할 수 없는 서버는 존재하지 않았다.

그리고 오늘 알카에다가 테러를 감행한다는 사실을 알려준 것이 바로 이브였다.

공항 CCTV카메라와 항공사의 발매프로그램을 해킹해서 수상한 자들이 비행기에 탑승한 것을 알아낸 것이다.

원역사에서는 존재하지 않았던 자들이었다.

그래서 강혁이나 C.I.A의 감시망을 벗어난 것이다.

알려졌던 자들은 이번에도 아무런 움직임이 없었다.

놀랍게도 그들은 아무래도 이번 테러와는 아무런 상관이 없는 듯했다.

역사가 미묘하게 바뀐 것이다.

"아이린이 아니었다면 알아낼 수 없었을 거야."

강혁의 집무실에는 남들은 알지 못하는 비밀공간이 있었다.

회장실 벽 뒤쪽에 있는 이 비밀 공간에 들어가면 작은 단말기와 대형 스크린이 보인다.

모르는 사람이 보았다면 영화감상을 위한 공간처럼 보이기도 했다.

하지만 강혁이 이 공간에 들어오면 아이린이 깨어난다.

오직 이 세상에서 강혁만이 인공지능 시스템 이브를 움직일 수 있는 사용자였다.

만일 그가 아닌 다른 사람이 들어온다면 커다란 스크린 하나만 발견할 수 있을 뿐일 것이다.

"과찬의 말씀입니다. 마스터."

"하하, 이제는 겸양도 부릴 줄 아는군. 아이린."

강혁은 아이린의 말에 어이가 없다는 듯이 웃었다.

설마하니 인공지능이 겸양을 부릴 줄을 몰랐던 것이다.

뜻 밖의 반응에 강혁은 분초를 다투는 순간이지만 자신도 모르게 피식 웃음이 새어나왔다.

"동양의 미덕이죠."

"하하."

상황이 지금처럼 긴박하지만 않다면 좀 더 기뻐할 수 있었을 것이다.

강혁은 지난 밤 밤새 아이린과 함께 테러 징후를 살피고 있었다.

아침이면 9.11로부터 일주일이 지난 시점이었다.

그리고 이틀 전.

회귀 전 역사와 유사하게 마슈드의 죽음이 아프가니스탄 전역에 퍼져나갔다.

만일 테러가 발생한다면 오늘이 될 가능성이 높았던 것이다.

C.I.A 협조자의 첩보 이후, 강혁은 그동안은 차마 손되지 않았던 보안 회선도 모두 해킹했다.

모든 감청, 감시 기관의 서버를 제집처럼 드나든 것이다.

그러자 과연 C.I.A 협조자의 말대로 테러단체 인물들 사이 전화량과 메일량이 급증한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그리고 그 단어들 사이에서 아이린은 모종의 암호를 발견하고 해독에 성공했다.

현 지구상 최강의 슈퍼컴퓨터라고 할 수 있는 아이린이 아니라면 발견할 수 없었을 암호였다.

"오늘이군."

강혁은 아이린이 해독한 암호문을 눈앞에 두고 부르르 떨었다.

회귀 전 역사와 많은 점에서 같거나 달랐다.

우선 쌍둥이 빌딩에 테러를 가한 비행기 노선이 일치했다.

그리고 펜타곤과 국회의사당을 공격했거나 하려고 했던 비행기 노선은 이번에는 달랐다.

문제는 강혁이 사실을 알아냈을 때는 이미 탑승 전에 저지하기에는 늦었다는 것이다.

이미 모든 비행기가 출발한 후였다.

강혁은 최소한 쌍둥이 빌딩만이라도 막아내고 싶었다.

두 빌딩은 뉴욕에 소지하고 있었다.

하늘 위에서 벌어지고 있는 일은 이미 자시의 힘으로 어떻게 할 수 있는 일이 아니었다.

하지만 지금이라면 빌딩에 있는 사람들만이라도 대피시킬 수는 있을 것이다.

강혁은 즉시 안젤라에게 전화를 걸었다.

그리고 협조를 부탁했다.

―알았어. 존. 내가 뭘 하면 돼?

안젤라의 단단한 목소리가 전화기를 통해 울렸다.

*     *     *

"아함, 간밤에 너무 무리한 걸까?"

메리는 한 손으로 어깨를 주무르며 맨허튼 거리를 걸었다.

한 블럭만 지나면 자신이 근무하고 있는 컨설팅 회사가 위치한 쌍둥이 빌딩이 나온다.

그녀는 한 손에 신라 왕관을 쓴 여왕 마크가 찍힌 커피잔을 들고 신호등 앞에 섰다.

4년 전 처음 뉴욕에 입점한 신라 커피는 지금에 이르러서는 뉴요커의 아침을 장식하는 필수품이 되어 있었다.

거리를 살펴보면 출근길에 잠시 신라 커피점에 들려 아메리카노를 싸서 손에 들고 가는 사람들을 흔히 볼 수 있었다.

이런 현상은 뉴욕만이 아니었다.

전 미국이 신라 커피로 몸살을 앓고 있었다.

올해를 기점으로 신라 커피는 미국을 넘어 유럽으로 점포를 확장한다고 한다.

요즘 신라 커피의 주가는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상승곡선을 그리고 있었다.

메리 역시 신라 커피를 사랑하는 뉴요커로서 신라 커피의 주식을 꾸준히 매입하고 있었다.

"어머, 저 사람들은 뭐지?"

신호등을 건너 쌍둥이 빌딩이 눈 앞까지 보이는 위치에 도착한 메리는 깜짝 놀랐다.

쌍둥이 빌딩에서 사람들이 우르르 걸어 나오는 것이 보였던 것이다.

"무… 무슨 일이지?"

빌딩 앞에는 경찰들과 사법 기관에서 나온 사람들이 늘어서 있었다.

이들은 차분하게 서서 사람들을 밖으로 안내하고 있었다.

"저기 혹시 무슨 일인지 아세요?"

메리는 사람들을 대피시키고 있는 제복경찰에게 다가가 물었다.

"혹시 여기서 근무하십니까?"

"예, 여기 43층의 컨설팅회사에 다녀요."

"그렇군요. 오늘은 출근을 조금 늦추셔야겠네요."

"무슨 일이죠?"

"저기 서 있는 사람 보이세요?"

제복경찰의 말에 메리는 사람들 사이에서 진두지휘를 하고 있는 금발의 여성을 바라보았다.

"어머, 저 사람 안젤라 검사 아니에요?"

"맞습니다. 엔젤 검사. 그 사람이죠."

안젤라는 요즘 뉴욕 사람들에게 엔젤 검사라는 애칭으로 불리고 있었다.

그녀가 얼마나 뉴욕 사람들에게 사랑받고 있는지 알 수 있는 별명이었다.

"그런데 대체 그녀가 여기서 뭐하는 거죠?"

"듣기로 빌딩에 폭탄이 설치되어 있을지도 모른다고 하더군요."

"폭탄이라고요?"

"폭탄이 아닐 수도 있고요. 아무튼 테러 징후가 제보되어 급히 사람들을 대피시키고 있는 중입니다."

"어머, 그렇군요."

메리는 경찰의 말에 깜짝 놀랐다.

자신이 근무하고 있는 빌딩에서 테러징후가 있다니?

메리는 경찰의 말에 더 이상 출근할 생각을 버리고 다른 사람들처럼 빌딩에서 멀찍이 떨어졌다.

"이봐, 안젤라. 이게 대체 무슨 일이야?"

"시장님, 오셨군요."

"그래, 자네 때문에 내가 아침 일정을 모두 취소하고 왔네."

줄리아나 시장의 말에는 힐난하는 뜻이 내포되어 있었다.

하지만 안젤라는 꿈쩍도 하지 않았다.

"죄송합니다. 하지만 저로서는 움직이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안젤라의 말에 줄리아나는 똥 씹은 표정이 되었다.

그녀는 검사보로 시작해서 지금은 일약 뉴욕의 검사장이 되어 있었다.

워낙 인기가 좋아서 다음 선거에서는 공화당 후보로 시장 선거에 나올 가능성이 높았다.

줄리아나로서는 가장 상대하고 싶지 않은 후보이기도 했다.

최근 인기가 점점 하향 곡선을 그리고 있어서 다음 선거에서는 당선을 장담하기 어렵다는 전망이 우세했다.

그런 그이기에 안젤라는 대하는 태도나 감정이 썩 좋을 수가 없었던 것이다.

"대체 어떤 제보이기에 이 난리는 치는 것인가?"

줄리아나가 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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