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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번 사는 절대기억능력자-254화 (254/301)

두번 사는 절대기억능력자 254화

254화

#67장 혼돈과 희망

"전국적인 망신살이 뻗히게 생겼어. 줄리아나가 쾌재를 부르는 모습이 눈에 선하군."

조지아 부스 대통령이 방송을 보며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다음 지방 선거에서 뉴욕 시장 자리를 탈환하는 것이 공화당의 중요 목표 중 하나였다.

그런데 초장부터 승기를 넘겨주게 생긴 것이다.

가장 강력한 후보였던 안젤라가 제풀에 알아서 넘어갔으니!

부스는 울화통이 터지는 것을 간신히 참고 있었다.

"저 망신거리는 대체 언제 끝나는 건가?"

부스 대통령의 말에 비서실장은 쉬이 대답하지 못했다.

"현장 상황이 전달되는 대로 보고 드리겠습니다."

"끄응, 그렇게 해주게. 더 이상 보고 있을 필요는 없을 것 같군."

부스 대통령은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그때였다.

영상 화면이 갑자기 좌우로 미세하게 흔들리더니 TV속 리포터가 큰소리로 외쳤다.

"비행기 한 대가 갑자기 날아와 빌딩에 부딪혔습니다!"

영상 속에서 사람들의 비명소리와 한탄같은 고함 소리가 울렸다.

현장이 순식간에 아수라장으로 변했다.

"저… 저게 대체 어떻게 된 일이야?"

조지아 부스 대통령이 놀라고 있을 때 비서실장은 바로 전화기를 들어 어딘가로 전화했다.

*     *     *

"안젤라 검사장, 대체 언제까지 우리를 여기서 세워두실 겁니까?"

회색의 벗겨진 머리에 살짝 배가 나온 중년의 남자가 안젤라에게 다가와 위협하듯 외쳤다.

"누구시죠?"

"나는 저기 빌딩에 입주해있는 뉴시티 부동산의 달튼 사장이요."

"현재 빌딩을 조사 중이라 좀 더 기다려 주셔야겠습니다. 달튼 사장님."

"이것 봐요. 우리 손해가 대체 얼마인지 아시오? 영업방해로 고소하겠소."

한 사람이 대놓고 안젤라에게 대들자 군중심리가 작동했다.

달튼과 같은 생각을 가지고 있던 몇몇이 함께 안젤라와 입씨름을 시작했다.

"여러분, 죄송하지만 조금만 더 기다려 주십시오. 이게 다 여러분의 안전을 위한 겁니다."

"이것 봐. 누가 모를 줄 알아? 이게 다 내년 선거를 염두해둔 쇼 아냐?"

"뭐라고요?"

안젤라는 사람들의 반응에 황당함을 금치 못했다.

"그래. 맞아. 당신 내년 선거에 시장 후보로 나온다며?"

"이것 보세요. 제가 지금 선거 때문에 쇼를 한다는 건가요?"

안젤라는 너무 화가 나서 양 손을 허리로 가져가며 짐짓 화난 표정을 지었다.

마침 기자들 중 몇몇은 그 장면을 놓치지 않고 사진으로 찍었다.

그때 카메라 맨들 중 하나가 카메라 앵글에 이상한 것이 보여 고개를 들었다.

"저게 뭐지?"

뉴욕타임스의 카메라 맨 스티브 워커는 곧 그것이 비행기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그런데 비행기가 점점 빌딩쪽으로 날아왔다.

"저, 저거 왜 저래?"

스티브 워커의 외침에 주변 사람들도 하늘을 바라보았다.

그때도 몇몇 사람들은 여전히 안젤라와 입씨름을 하고 있었다.

"이봐요. 당신 당장 우리들을 회사로 돌려보내지 않으며 업무 방해로 고소하겠소."

"진정들 하시고, 조금만 더 기다려 주십시오. 지금은 모두의 안전을 먼저 생각해야……."

"흰소리 그만 치우고, 당장 들여보내 달라니까!"

이 소동 가운데 어느샌가 멕케인, 로건, 더글러스 회장이 세 사람이 다가왔다.

"이게 무슨 소란인가 모르겠군."

모여 있던 사람들은 세 사람의 등장에 일제히 놀랐다.

세 사람은 쌍둥이 빌딩에 입주해 있는 기업들 가운데서도 가장 큰 기업의 수장들이었다.

이들은 자연스럽게 쌍둥이 빌딩의 기업 회장이나 사장들 가운데 우두머리 격으로 행사했다.

"이봐요. 안젤라 검사장. 쌍둥이 빌딩에 입주해 있는 기업들을 대표해서 말하는데……."

"……."

"당장 우리를 저 건물 안으로 돌려보내지 않으면 시와 검찰청을 상대로 집단소송을 진행하겠소."

"뭐라고요?"

안젤라는 맥케인 회장의 위협에 입술을 앙다물었다.

"이것 보세요. 누구신지 모르겠지만… 제가 그런 위협에 눈 하나 깜짝……."

"안젤라 검사장님, 저것 좀 보세요."

제복 경찰 하나가 달려와 안젤라에게 외쳤다.

"왜 그러시……."

안젤라는 경찰이 가리키는 방향으로 눈을 돌렸다가 뭔가를 발견하고는 말을 멈추었다.

거대한 비행기 한 대가 빌딩쪽으로 날아오는 것이 보였다.

그녀의 뇌리 속으로 강혁이 했던 말이 떠올랐다.

'아메리카 항공 11편이 쌍둥이 빌딩 북쪽 타워에 부딪칠 거야.'

"맙소사! 경사, 지금 몇 시죠?"

"8시 45분입니다."

경사의 말에 안젤라는 주변을 재빨리 살폈다.

자신이 명령한 대로 빌딩에서부터 백여 미터 밖으로 사람들이 대피 중이었다.

더 멀리 보내고 싶었지만 사람들의 반발을 염려해서 백미터 가량 대피 시킨 것이다.

'당장 무너지는 것은 아니라고 했으니까.'

"소방소는?"

"이미 도착해서 대기하고 있습니다."

안젤라의 연락으로 이미 뉴욕 소방대에서 세 대의 소방차를 보내 왔다.

'저들로는 부족해.'

"당장, 뉴욕 전체 소방대가 필요하게 될 거에요."

"예?"

"어서요. 빨리 연락해요."

"아, 알겠습니다."

"이봐, 저 비행기가 뭐 어쨌다는 거야?"

멕케인 회장이 화를 내며 안젤라에게 소리를 지를 때였다.

빌딩을 항해 나라오던 비행기가 그대로 빌딩 벽을 향해 부딪쳤다.

시각은 오전 8시46분을 가리키고 있었다.

콰아아앙!

굉음이 울리며 비행기가 빌딩 한복판에 꼽혔다.

이미 빌딩에서 100여 미터 바깥에서 대기하고 있던 군중들이 이를 보고 깜짝 놀랐다.

이들은 대부분 쌍둥이 빌딩에서 근무하는 사람들이었다.

"저… 저게 대체 어떻게 된 일이지?"

사람들은 너도나도 영문을 몰라 손을 입으로 가져가며 놀란 표정을 감추지 못했다.

"저… 저게 뭐야?"

소리를 치던 멕케인 회장도 눈 앞의 참사에 말을 멎었다.

"이보게, 저긴 자네 회사가 있던 곳 아닌가?"

로건 회장이 놀라며 멕케인에게 말했다.

로건의 말에 정신을 차린 멕케인이 즉시 비행기가 빌딩 벽 안으로 들어간 곳을 살폈다.

"그… 그렇군. 자네 말이 맞아. 세상에!"

멕케인은 자신도 모르게 고개를 돌려 안젤라를 찾았다.

그러나 이미 안젤라는 그곳에 없었다.

멕케인은 눈을 돌려 안젤라를 찾았다.

그의 눈에 이미 사람들의 인파 속으로 달려가는 안젤라가 보였다.

그녀는 연신 사람들에게 소리치며 지시를 내리고 있었다.

"하나님 맙소사, 그녀가 나를 살렸어."

멕케인 회장은 멍한 얼굴로 사람들 사이로 달려가는 안젤라를 바라보았다.

콰아앙~

굉음과 함께 비행기가 빌딩 벽에 부딪히더니 그대로 벽을 밀고 안으로 들어가 꽂혔다.

갑자기 나타난 비행기에 놀라 허공에 시야를 두고 있던 줄리아나 시장은 그 모습을 처음부터 끝까지 목격했다.

"오 마이 갓. 이게 대체 무슨 일이야?"

"시장님, 당장 여기 사람들을 다른 곳으로 대피시켜야 합니다."

안젤라가 어느새 뛰어와 줄리아나 시장에게 소리쳤다.

"뭐? 알, 알았네."

줄리아나는 지금 눈 앞에서 심상치 않은 일이 벌어지고 있다는 것을 직감했다.

"어떻게 이런 일이!"

줄리아나는 즉시 경찰과 소방책임자에게 연락을 취했다.

"당장, 모든 인원을 집합시켜, 사방을 통제하고 이곳으로 사람들이 오지 못하게 해!"

시장이 연락을 취하는 사이 안젤라는 경찰특공대 대장과 소방대 대장을 불러 사람들을 해산시키도록 지시했다.

"모두들 위험하니 당장 빌딩에서 멀리 물러나세요. 집으로 돌아가시기 바랍니다."

"차가 빌딩 주차장에 있어요."

"지금은 들어갈 수 없어요. 택시나 지하철을 이용하세요."

안젤라의 지시대로 경찰들과 소방관들은 사람들을 빌딩에서 멀리 물러나게 했고, 집으로 돌려보냈다.

안젤라는 모두가 당황하고 어찌할바 몰라하고 있을 때 침착하고 냉정하게 상황을 정리했다.

그러던 중 다시 한 대의 항공기가 날아들었다.

"또 나타났어!"

사람들의 외침과 함께 또 다른 비행기 한 대가 시야에 보였다.

"저… 저……!"

지켜보던 사람들의 한탄과 비명 속에서 비행기는 쌍둥이 빌딩의 남쪽 타워에 부딪쳤다.

북쪽 타워에 아메리카 항공 11편이 부딪힌 지 정확히 17분 후였다.

콰아아앙!

빌딩 속으로 사라지는 비행기의 모습을 바라보며 사람들을 경악을 금치 못했다.

이 장면은 미리 와있던 매스컴을 통해 전국에 생방송 되고 있었다.

"뭣들해요. 정신차리고, 빨리 사람들을 대피시켜요."

"알, 알겠습니다. 안젤라 검사장님."

안젤라의 호통 소리에 잠시 얼이 빠졌던 경찰들과 소방관들을 즉시 하던 일을 계속했다.

"안젤라 검사장님!"

안젤라는 자신을 부르는 굵직한 남성의 목소리에 고개를 돌렸다.

"제임스 대장님."

고개를 돌리자 보인 건 대테러 임무를 맞고 있는 경찰특공대의 대장 제임스 타워였다.

"아직 내 부하들이 빌딩 안에 있어요."

제임스 타워의 말에 안젤라는 즉시 물었다.

"지금 몇 시죠?"

"9시 10분이요."

"죄송하지만 대장님. 즉시 팀을 꾸려서 양쪽 빌딩에 남아 있는 사람이 없는지 확인해야 합니다."

안젤라가 굳은 표정으로 말했다.

잠시 말을 멈춘 제임스 타워는 곧 입을 열었다.

"알겠소."

제임스 타워는 남아 있는 부하들과 경찰, 소방대 책임자를 불러 팀을 재편했다.

그리고 양쪽 빌딩에 수색 팀을 보냈다.

'충돌이 발생하고 빌딩이 화재에 휩싸이게 된 지 1시간 42분만에…….'

'……?'

'110층짜리 빌딩 두 개가 모두 붕괴 되고 그 안에 있던 사람들은 모두 죽게 돼. 안젤라.'

'……!'

안젤라는 강혁과 나누었던 대화를 떠올렸다.

아직 건물 붕괴까지는 1시간 정도가 남아 있었다.

그 전에 빌딩 안에 혹여 남아 있을 사람들 전원을 대피시켜야 했다.

"안젤라, 경찰과 소방관들이 더 올거야. 이제 어떻게 해야 하나?"

마침 줄리아나 시장이 안젤라에게 다가왔다.

"시장님, 앞으로 1시간 정도가 더 지나면 빌딩이 무너질 겁니다."

"뭐? 뭐라고?"

안젤라의 말에 줄리아나 시장은 황당하다는 표정을 지었다.

"지금은 제 말을 믿어주세요. 사실이 아니라면 나중에 책임지겠습니다."

안젤라의 단호한 말에 시장은 그제서야 안젤라의 말이 빈말이 아니라는 것을 깨달았다.

"알, 알겠네. 내가 뭘 도와줘야겠나?"

"쌍둥이 빌딩이 무너지면 당장 인근에 있는 세계무역센터 건물과 주변 건물도 피해를 입을 겁니다."

"맙소사!"

"당장 사람들을 피신시켜야 합니다."

"알, 알겠네."

줄리아나는 안젤라의 말에 당장 책임자를 불러 쌍둥이 빌딩 주변에 있는 건물 사람들의 대피령을 내렸다.

시장의 지시가 내려지자 속속 도착하는 경찰들과 소방대원들이 일제히 주변 건물로 들어갔다.

잠시 후, 인근 건물에 근무하고 있던 사람들이 빌딩에서 쏟아져 나오기 시작했다.

"대체 이게 무슨 난리야?"

줄리아나 시장은 쏟아져 나오는 사람들의 인파를 보며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그때 다시 한번 굉음이 울렸다.

퍼어어어엉―

비행기가 꼽혀 있던 곳에서 폭음과 함께 폭발이 일어났다.

"맙… 맙소사!"

건물 전체에 연기가 피어오르고 벽이 무너진 곳에서 화재가 발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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