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번 사는 절대기억능력자 255화
255화
"저… 저게 뭐야?"
방금 공항에서 내린 조나단은 공항에 설치된 TV에서 나오는 장면을 보고 화들짝 놀랐다.
30분 전에 일어난 일이라며 화면 화단에는 빌딩에 충돌한 비행기에 대한 상세정보가 자막으로 나왔다.
"아… 아메리카 항공 11편?"
조나단은 다리가 후들후들 떨렸다.
그런데 깜짝 놀란 건 조나단 만이 아니었다.
조금 전 조나단과 함께 비행기에서 내린 승객들 전원이 화들짝 놀라고 있었다.
이들은 모두 오늘 아침 아메리카 항공 11편을 타기로 예정되어 있던 사람들이었다.
"대… 대체 어떻게 된 거야?"
사람들은 너무 놀라 웅성거림을 멈추지 않았다.
"이건 기적이야!"
"오! 하나님 감사합니다."
"하아, 이게 도대체?"
사람들이 반응은 그야말로 각양각색이었다.
신에게 감사를 드리는 사람부터 가까운 가족에게 전화를 하는 사람까지.
그럴 만도 한 것이, 이들은 간발의 차이로 아메리카 항공 11편을 타지 않은 사람이기 때문이다.
이들이 항공기 탑승 직전 비행기를 갈아탄 전말은 이렇다.
미리 비행편을 예약해 두었던 이들은 공항으로 이동 중 전화기나 이메일로 한통의 메시지를 받았다.
특별 행사로 골든 그룹과 조인트를 맺은 항공사에서 무료 항공권과 특별한 선물을 준비했다는 내용이었다.
지금 무료 항공권을 사용하면 하와이에서 일주일간 머물 수 있는 항공권과 호텔숙식비를 지급하는 내용이었다.
어찌 보면 너무나 황당한 내용이었다.
처음에는 착오가 아닐까 생각했지만 메시지를 따라 가본 항공사 부스에서 메시지 내용이 사실이란 것을 알 수 있었다.
이들은 모두 왜 골든 그룹에서 이런 일을 벌이는지 알 수 없었지만 기쁜 마음으로 비행기를 갈아탔다.
그런데 비행기에서 내리자 놀라운 사실이 기다리고 있었던 것이다.
그들이 타려고 했던 비행기가 빌딩에 충돌한 후 폭발했다.
그야말로 삶과 죽음의 순간이 눈앞에서 갈라진 셈이다.
"맙소사! 이게 대체 무슨 일이래?"
조나단은 자신에게 일어난 일을 쉬이 믿기 어려웠다.
하지만 TV에서 반복해서 보여주고 있는 충돌장면은 자신이 방금 죽을 뻔 했다는 것을 상기시켜주었다.
"골든 그룹이 이번 이벤트를 개최하지 않았다면 우린 죽을 목숨이었어."
함께 비행기를 탄 사람 중 하나가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며 말했다.
모두는 그의 말에 동의했다.
만일 핸드폰과 이메일로 날아온 메시지를 받지 않았다면 모두 저 비행기를 탔을 것이다.
"그러면 저 비행기에 그 사람들이 탔다는 말이네?"
무리 중 한 여인이 말했다.
여인이 말한 사람들은 모두 아메리카 항공 11편을 탄 사람들이었다.
그들도 대부분 메시지를 받은 사람들이었다.
하지만 이들은 그 메시지의 내용을 믿지 않았다.
함께 항공사 부스로 가서 확인도 했지만 틀림없이 뭔가 있다면서 끝끝내 아메리카 항공을 탔었다.
"설마 골든 그룹에서 이런 일이 벌어질지 알고 있었던 걸까요?"
모여 있던 사람들 중 나이가 꽤 들어 보이는 중년 여자가 사람들을 바라보며 물었다.
하지만 누구도 쉬이 대답해 주기 어려운 질문이었다.
"에이, 우연이겠죠."
"그… 그렇지 않을까요?"
"하지만 우연이라기에는 너무 공교롭잖아요."
"그건… 그렇지만……."
"하긴 골든그룹이 왜 갑자기 이런 이벤트를 해야했는지 이유를 알 수 없었는데……."
"…미리 알고 있었다면 애기가 달라지죠."
"그렇다면 설마 이런 일이 벌어질 거라는 걸 알고 있었다는 건가?"
무리 중 누군가가 말하자 바로 반문이 이어졌다.
"하지만 대체 어떻게 그걸 미리 알 수가 있죠?"
순식간에 사람들 사이에서 갑론을박이 이어졌다.
하지만 어쨌든 한 가지 의견만은 일치했다.
그것은 자신들이 골든 그룹에서 보내 온 특별행사 메시지덕분에 살았다는 것이다.
이날 이들과 똑같은 갑론을박을 보내고 있는 사람들은 모두 네 개의 그룹이었다.
모두가 비행기에 탑승했다면 테러리스트들과 함께 운명을 같이했을 사람들이다.
이들은 아침에 이메일과 핸드폰에서 발견한 메시지를 믿었던 사람이기도 했다.
이날 모두 네 대의 항공기가 납치당했고, 이들은 모두 그 항공기에 미리 예약을 해두었던 손님이었다.
* * *
현장은 눈앞에서 펼쳐진 말도 안 되는 사건과 이어진 기적으로 격앙된 사람들로 가득했다.
누군가가 안젤라를 향해 박수를 치기 시작하자 박수갈채는 순식간에 군중 전체에 퍼져나갔다.
그리고 안젤라를 향한 연호와 감사의 콜이 사방에 울러 퍼졌다.
"안젤라!"
"안젤라!"
"미라클 안젤라!"
"안젤라!"
"엔젤 안젤라!"
사람들은 락스타라도 되는 양 안젤라를 향해 열광적으로 반응했다.
군중들의 감격어린 콜 세례는 승객들이 구급차로 실려 모두 사라진 후로도 이어졌다.
사람들은 모두 자신들이 저 빌딩에 그대로 남아 있었다면 벌어졌을 일을 상상하며 고개를 내저었다.
"여러분 아직 끝난 것이 아닙니다. 제게 들어온 제보에 의하면 저 빌딩에 무너질 위험이 있습니다."
"……!"
"지극히 위험하니 상황이 진정될 때까지 모두들 댁으로 돌아가 있으세요!"
안젤라가 자신을 연호하고 있는 사람들을 향해 확성기를 들고 외쳤다.
앞으로 2, 30분 후에 빌딩이 무너진다는 사실을 알고 있는 안젤라는 필사적으로 사람들의 귀가를 종용했다.
조금 전 안젤라의 기적을 본 사람들은 쉬이 발걸음을 돌리지 않았다.
하지만 계속되는 안젤라의 당부와 간절한 표정은 사람들로 하여금 하나둘 집으로 돌아가게 만들었다.
"모두들 이제 그만 집으로 돌아갑시다. 안젤라가 하는 말 안 들려요?"
"맞아요. 위험하다고 하니 집으로 돌아갑시다."
안젤라의 연이은 호소에 반응하듯 모여 있던 군중들도 하나둘, 몸을 돌리기 시작했다.
그때였다.
안젤라에게 몇몇 중년의 신사들이 모여들었다.
"안젤라 검사장."
"……?"
자신을 부르는 소리에 고개를 돌린 안젤라는 눈앞에 조금 전 자신을 향해 호통을 쳤던 사람들이 서 있는 것을 보았다.
"멕케인 회장님?"
얼굴이 반쯤 상기된 멕케인 회장은 자신도 모르게 다가가 안젤라의 손을 덥썩 잡았다.
"당신은 내 생명의 은인이요. 아니 나뿐만 아니라 같은 사무실에 근무하던 내 부하들 모두의 은인이요."
"회, 회장님."
안젤라는 멕케인 회장의 갑작스런 말에 당혹했다.
설마하니 비행기가 충돌한 곳이 멕케인 회장의 회사가 입주해 있던 곳인지는 몰랐던 것이다.
멕케인 회장만이 아니었다.
비행기가 빌딩에 충돌하기 전 안젤라에게 모진 소리를 했던 사람들이 모두 그녀에게 사과와 함께 고마움을 표시했다.
그들의 말에는 하나같이 미안함과 함께 깊은 감사의 뜻이 담겨 있었다.
그런데 갑자기 누군가가 말했다.
"안젤라 검사장, 난 당신같은 사람이 우리 뉴욕의 시장이 되었으면 좋겠소."
"맞아요. 내 생각도 딱 그렇소."
"암, 안젤라 검사장같은 분이 우리 시장이 되어야지."
누군가의 말에 하나같이 호응을 하며 연신 안젤라를 칭찬했다.
"감… 감사하지만 전 아직 결심을……."
안젤라는 사람들의 말에 깜짝 놀라며 손사래를 쳤지만 사람들은 그런 그녀의 말을 아랑곳하지 않았다.
"우리가 앞장서서 후원회를 만듭시다."
"내가 후원회 회장을 맡겠소."
멕케인 회장이 급히 말했다.
그는 절대로 양보하지 않겠다는 듯 단호하게 말했다.
"하하, 아무래도 후원회 회장은 우리 멕케인 회장에게 맡겨야겠군."
로건 회장이 너털거리며 웃자 그의 말에 맞추어 다 같이 호탕하게 웃어댔다.
안젤라는 자신의 생각은 들어 볼 생각도 하지 않고 독주하는 사람들을 바라보며 그저 멍하니 있을 수밖에 없었다.
다들 자신의 아버지 나이대라 뭐라 하기도 힘들었던 것이다.
* * *
"저… 저게 대체 무슨 일이야?"
조지아 부스 대통령은 마침 자리에서 일어나 다음 일정을 소화할 생각이었다.
그런데 비서실장이 TV를 끄려고 할 때였다.
중계 화면이 흔들리는가 싶더니 갑자기 허공에 검은 점 하나가 나타났다.
점의 정체는 금세 눈치챌 수 있었다.
그것은 항공기였다.
빌딩 숲으로 이뤄진 뉴욕 시내 한복판에 저공 비행하는 비행기가 나타난 것이다.
설마하며 보고 있는 차에 비행기는 그대로 쌍둥이 빌딩에 충돌했다.
대통령과 비서실장은 일순 말을 잃었다.
"당장 C.I.A와 F.B.I 국장을 불러요."
"…예, 대통령님."
비서실장은 얼이 빠진 채 조지아 부스 대통령의 말에 대답했다.
그로서도 눈앞에서 벌어진 전대미문의 참사에 할 말을 잃은 것이다.
조지아 부스 대통령은 지시를 내린 후 소파에 다시 앉았다.
그리고 중계 화면을 응시했다.
"맙소사! 이게 대체 무슨 일이지?"
조지아 부스는 자리에 앉아 연신 같은 말을 되풀이 했다.
그리고 잠시 후, 또 한 대의 비행기가 쌍둥이 빌딩을 향해 날아드는 것이 화면에 잡혔다.
"제기랄! 저게 뭐야?"
조지아 부스 대통령은 화가 잔뜩 난 얼굴로 소리쳤다.
처음 비행기가 빌딩에 추돌했을 때는 혹시 사고로 인한 충돌이 아닐까 의심했다.
그런데 또 비행기가 같은 빌딩을 향해 날아드는 것이 아닌가?
이건 더 이상 사고일 수가 없었다.
"이건 테러야!"
부스 대통령이 신음하듯이 소리쳤다.
그리고 그때 그의 뇌리 속으로 한 기억이 떠올랐다.
전임 대통령인 클링튼이 한 말이었다.
'대통령님, 존 강 회장이 한 말을 모두 귀담아 들으시는 것이 좋을 겁니다.'
'……?'
'언젠가 존 강 회장이 제게 해준 말이 있지요.'
'무슨 말을 해주던가요?'
조지아 부스는 당시 클링튼의 말을 하나의 우스갯소리로 여기고 있었다.
퇴임하는 대통령으로서 새 대통령에게 업무를 인수인계하는 자리였다.
그런데 뜬금없이 건네는 말에 의아한 표정을 감추지 않았다.
'대통령님이 재임하시는 기간 중 뉴욕에 대규모 테러가 일어날 거라고요.'
'그…그게 무슨 말씀이십니까?'
'존 강 회장 말로는 비행기가 빌딩에 충동하는 일이 발생한다고 하더군요.'
'……!'
조지아 부스는 클링튼 대통령의 말에 깜짝 놀랐다.
오늘은 퇴임 대통령이 후임 대통령에게 업무를 인수인계하는 날이었다.
대통령으로서 반드시 알아두어야 할 비밀스런 이야기들을 전해듣는 날, 이런 황당한 이야기를 하다니?
조지아 부스로서는 그저 황당하기만 했다.
존 강이란 기업가에 대한 이야기는 그도 조금은 알고 있었다.
클링튼 대통령과 유독 가깝게 지내는 한국인 기업인이 있다는 소리 말이다.
그런데 그가 그동안 마치 영매처럼 클링튼에게 조언을 해왔다니?
귀가 막히는 일이었다.
그래서 그동안 조지아 부스는 존강이라면 치를 떨어왔다.
그런데 갑자기 그가 했다는 말이 뇌리에 떠오른 것이다.
'비행기가 뉴욕 시내에 있는 빌딩에 충돌할 겁니다.'
"설… 설마 그 이야기가 사실이었다는 말인가?"
"무슨 말씀이십니까? 대통령님?"
"아… 아무 것도 아니네."
비서실장의 말에 조지아 대통령은 고개를 내저었다.